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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15 17:53:52

개미와 베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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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줄거리3. 구전 역사4. 현실과의 비교5. 변형 및 패러디

1. 개요

이솝 우화 중 하나. 원제는 '개미매미'.

2. 줄거리

겨울에 개미가 눅눅해진 식량을 말리고 있었다. 배고픈 매미가 식량을 나누어 달라고 찾아왔다. 개미가 물었다.

"왜 여름에 식량을 모아 두지 않았어?"

"노래를 부르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어."

그러자 개미가 매미를 비웃으며 대꾸했다.

"여름에 노래를 불렀으니 겨울에는 춤을 추면 되겠구나!"[1]
이솝 우화
베짱이는 여름 내내 노래를 불렀다.
북풍이 불고 겨울이 되자 베짱이는 꽤나 곤궁해졌다. 작은 구더기나 벌레 토막도 찾지 못해 굶어 죽게 된 베짱이가 이웃인 개미를 찾아가 봄이 올 때까지 살아남을 양식을 빌리기 위해 도움을 청했다. 베짱이는 낟알 몇 개라도 집어 주기를 바랐다.

"꼭 갚을게."

베짱이가 말했다. 개미가 물었다.

"더운 여름 동안에는 뭘 했니?"

베짱이가 대답했다.

"밤낮이고 노래만 불렀지."

그러자 개미가 "노래를 불렀다고? 좋아. 이제 춤을 추렴."이라고 하면서 도움을 거절했다.
장 드 라 퐁텐 우화
보통 개미가 나중에 베짱이를 도와주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원작은 반대의 내용이다.

3. 구전 역사

'개미와 베짱이' 우화는 원래 개미매미였다.[2] 여름에 노래만 부르는 매미와 겨울을 대비해서 일하는 개미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매미는 열대, 아열대, 온대에서만 서식하는 곤충이고 지중해 기후인 그리스에서도 서식하므로 고대 그리스 문헌에서도 취급되지만, 유럽 북부에서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곤충이므로[3] 그리스에서 알프스 북부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흔한 곤충인 여치로 번역되었다는 설도 있다.

일본판 제목은 'アリとキリギリス'로, 직역하면 '개미와 여치'가 된다. 동물의 숲에서 여치를 잡으면 뜬금없이 일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60년대까지는 한국도 개미와 여치로 퍼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한국에서는 여치가 다시 베짱이로 변해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참고로 베짱이는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사므로 베짱이는 정확한 번역으로 볼 수 없다. 메뚜기여치과의 베짱이 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으로 한국에서는 베짱이가 여치과 전체를 대신해서 사용되는 경향이 보이면서, (실베짱이, 줄베짱이, 검은다리 실베짱이 등) 아동용 이야기라는 것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추측만 할 뿐이다.[4]

영어로는, The Ant and the Grasshopper(메뚜기), The Grasshopper and the Ant, The Grasshopper and the Ants 등으로 표기한다.

4. 현실과의 비교

이 이야기 때문에 베짱이는 게으르고 여유만 부리는 곤충으로 유명하며, 한국 한정으로는 더더욱 이미지 하락이 컸다. 원래 선조들은 이 베짱이를 밤새도록 베를 짜는 부지런한 벌레로 여겼기 때문이다.

당연히 현실은 전혀 다르다. 베짱이는 겨울이 오기 전에 수명이 다 되어 생을 마감한다. 베짱이는 강력한 육식성 곤충이기 때문에 베짱이가 겨울 쯤에 먹을 것이 없어 개미를 찾아갔다면, 그건 개미에게 먹을 것을 구하러 간 게 아닌 개미를 사냥하러 갔던 것일 확률이 훨씬 높다. 원본인 매미나 바리에이션인 여치도 겨울이 오기 전에 죽는 건 마찬가지. 여치도 베짱이 못지않은 상위 포식자이기 때문에 개미를 잡아먹을 수 있고, 매미는 여름에도 개미에게 구걸하러 갈 일이 없고, 오히려 개미가 매미에게 나무진을 얻으러 간다. 물론 매미는 포식성은 아니기 때문에 겨울에 개미집을 찾아갔다가는 역으로 개미떼에게 잡아먹혔을 것이다. 굳이 실제로 개미에게 겨울 동안 얹혀사는 곤충을 찾자면 부전나비의 애벌레가 있다.[5] 거기다 외외로 베짱이도 개미 못지않게 바쁜데, 노래하는 이유가 본작에 나온 것과 정반대로 노는 게 아니라 짝을 찾으려고 열심히 노래를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노동을 하는 꼴이다.

곤충 연구로 유명한 박물학자 장 앙리 파브르의 파브르 곤충기 5권의 매미 연구 편에는 도입부에 매미가 여치로 와전된 이야기와, 매미가 먹지도 못할 곡식이나 벌레 시체를 구걸하는 오류까지 지적하고 있다. 동시에 게으름뱅이로 낙인찍힌 매미의 명예를 회복시키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적어두었다. 파브르는 장 드 라 퐁텐이 이솝 우화를 프랑스어로 옮기면서 북부 프랑스[6]에는 잘 보이지 않는 매미 대신 여치로 번역했다고 추측했다.

여치(베짱이)와 근연종 중에, 개미집에 얹혀 사는 완전한 니트족인 개미집귀뚜라미가 존재한다. 하지만 개미집귀뚜라미는 노래를 하지 못한다.

5. 변형 및 패러디

봄이 되자 놀기 좋아하는 베짱이는 자신의 집에 다른 벌레들을 불러모아 매일같이 음악을 연주하며 파티를 연다. 그러던 어느 날, 베짱이의 집 앞에서 개미들이 식량을 나르고 있었고 개미들의 일하는 소리 때문에 베짱이는 파티를 방해받았다며 개미들에게 화를 낸다. 그러자 다른 벌레들이 "뭐라고 해도 소용없어. 개미는 원래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하니까."라고 하고 베짱이는 일하는 개미들을 바보 취급한다. 하지만 베짱이의 여동생은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 때 바람이 불고 여동생 베짱이가 손수건을 떨어뜨리자 개미 한 마리가 그것을 주워준다. 여동생은 개미가 고마워서 개미를 집에 초대한다. 개미는 한사코 사양했으나 오빠 베짱이는 사양할 필요 없다며 집으로 개미를 데리고 들어온다. 그런데 개미가 동생 베짱이랑 춤추던 도중 오빠 베짱이가 바이올린 채로 개미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려 다른 벌레들의 웃음거리가 되게 만들고 개미는 "저는 역시 춤추는 것보다 일하는 게 어울려요"라며 떠난다. 여동생은 개미에게 대신 사과하며 보냈는데 그런 개미를 잊을 수가 없었다.
개미들은 비바람 몰아치는 날에도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여름이 찾아왔는데, 개미들은 여름에도 열심히 일할 때 베짱이는 여동생을 데리고 "여름에는 물놀이가 최고야. 일하는 것밖에 모르는 너희들이 불쌍하구나."라며 열심히 일만 하는 개미들을 비웃는다. 동생은 오빠에게 개미들은 놀 시간을 아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충고하지만 오빠는 개미들에게 "그러면 언제까지나 일이나 해라"라며 동생을 데리고 가버린다.
가을이 찾아오고 개미들은 작물을 거두어들이며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오빠 베짱이의 게으름 피우는 버릇은 어딜 가시지 않았다. 여동생의 걱정을 뒤로 한 채 매일같이 파티를 하던 중, 파티를 하던 다른 벌레들도 겨울 준비를 위해 하나둘씩 떠난다. 다른 벌레들도 떠나 파티를 할 수 없게 되자[8] 베짱이는 술에 찌들어 매일을 보낸다. 여동생이 "오빠,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라고 하지만 오빠는 술잔을 집어던지며 "시끄러, 일하면 되잖아! 나도 일할 때가 되면 일한다고!"라고 짜증을 내며 드러눕는다.
그러다 겨울이 찾아오고 세찬 바람 때문에 베짱이의 집이 무너지고 만다. 밖에는 눈까지 내리기 시작하고 갈 곳이 없게 된 베짱이 남매는 엄동설한을 헤매게 된다. 그러다가 오빠 베짱이는 개미의 집을 발견한다. 개미는 따뜻한 벽난로 곁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오빠 베짱이는 "살았다. 개미의 집에서 겨울이 끝날 때까지 묵을 수 있겠어."라며 기뻐하지만, 여동생은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오빠가 힘들 때는 서로 도와야 한다며 왜 그런지 묻자 동생은 "개미들은 이런 때를 위해 열심히 일해 왔는데, 우리들은 그런 개미들을 바보 취급하며 계속 놀기만 했어. 우리는 개미에게 도움을 받을 자격이... 그럴 자격이 우리에게 있어?"라고 한다. 이에 오빠 베짱이는 충격을 받고 "나는 이렇게 되어도 당연하다고 해서, 동생마저도 이런 꼴을 당하게 했어."라며 개미들을 놀려대며 놀기만 하던 일을 울면서 뼈저리게 후회한다. 그래도 동생은 괜찮다면서 오빠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떠난다. 한편, 개미는 베짱이 남매가 자신의 집 앞에 찾아왔다 갔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베짱이 남매가 떠나고 베짱이가 가지고 놀던 바이올린도 쓸쓸하게 눈에 파묻힌다. 그 후 이 베짱이 남매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1] 겨울에는 춤이나 추라는 말은 겨울에는 추위에 몸이나 떨고 있으라는 비아냥이다.[2] 그리스어로 τέττιξ (매미)라고 되어있다. 80년대(4차 교육과정) 바른생활 1-1 교과서에서도 '개미와 매미'라고 나온다.[3] 북부 유럽에 사는 매미는 기껏해야 2cm도 안 되는 작은 풀매미 종류뿐이다. 게다가 매우 희귀해서 찾기도 어렵다.[4] 여치과 곤충 중에서 '여치'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종류보다 '베짱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종이 더 많다. 물론 이것도 확실치 않으며 오히려 80년대까지는, 아이들은 베짱이가 책 속에 나오는 여치 닮은 곤충이라 생각하는 편이었다.[5] 그런데 또 이 부전나비의 애벌레도 개미와는 애증(?)관계다. 개미들도 공짜로 부전나비의 애벌레를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서 부전나비의 애벌레는 먹여주는 대가로 진딧물과 마찬가지로 단물을 제공한다. 그런데 그 대가로 뭘 받아내냐면 보통은 개미의 애벌레나 번데기. 즉 이놈도 어쨌든 개미를 먹는다(...)[6] 라 퐁텐은 샹파뉴 출신이며, 샹파뉴 지방은 프랑스에서 상당히 북쪽에 있다. 반면 파브르는 남부 프랑스 출신.[7] 혹은 개미가 과로로 인해 골병들어 몸져누운 것 말고 하필이면 재수가 없게 흉년이 제대로 들어서 모아둔 식량들이 다 상해버려 못쓰게 되었고 차선책으로 농작물이라도 재배해봤으나 흉년이 예상보다 길어져 농작물마저도 다 죽어버려 빈털터리 신세가 되는 것으로 패러디되는 경우도 있다.[8] 베짱이의 바이올린 줄도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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