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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2-20 13:55:16

검은 악보

1. 개요2. 상세
2.1. 구성2.2. 예시
3. 음악성 논쟁4. 여담

1. 개요

언어별 명칭
한국어 검은 악보
일본어 [ruby(黒,ruby=くろ)][ruby(楽,ruby=がく)][ruby(譜,ruby=ふ)]
영어 Black MIDI

Dark MIDI라고도 부른다. 한국에서는 직역하여 Black Score라고 불리기도 한다.

악보가 검게 물들 정도로 노트를 많이 넣은 악보나 이를 연주하는 동영상을 의미했으나, 음악 평론가나 작곡가들이 비평하면서 점차 악보를 검게 만드는 '기법 또는 행위'로써의 의미로도 쓰이게 되었다.

'콘론 낸캐로우(Conlon Nancarrow)'의 자동 피아노나, 미디 프로그램을 이용한 컴퓨터 음악 등으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연주가 가능해지면서 검은 악보의 토대가 만들어지게 된다.

2. 상세

약칭 검악. 이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검악러라고 부르며 키즈펀이라는 은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서브컬처계에서 인기 있는 게임 동방 프로젝트 테마곡 위주로 어레인지되며, 간혹 대중음악이나 클래식을 취급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국내에선 네이버, 일본에선 니코니코 동화, 미국에선 유튜브 중심으로 올라온다.

검은 악보의 시초가 된 일본의 '무리악보 시리즈'는 니코동에서 실제 연주를 고려하지 않은 악보 동영상에 붙는 태그였다. 악보를 출력하기 위해 MIDI 파일과 함께 업로드를 하곤 했다. 그때도 주 편곡 대상은 동방 프로젝트. 현재 기록이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무리악보 시리즈는 2007년 5월 27일에 제작된 〈楽譜で少女綺想曲〉(악보로 소녀기상곡)이다.

그러던 중 2009년 4월 30일 시라자키윳키@쿠로유키고한이 니코동에 올려져 있던 最終鬼畜妹フランドール・S의 발광 악보들을 종합하여 만든 '최종귀축 여동생 플랑드르 s의 악보를 새까맣게 해보았다'를 업로드한다. 이 이후 나이트 오브 나이츠 등 서브컬처 게임 배경 음악의 '발광 피아노 버전'이 투고 되며 서브컬처계에서 유행하게 된다.

서양권에서의 유행은 2011년에 kakakakaito1998이라는 유저가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네크로판타지아악보를 새까맣게 해 보았다'라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네크로판타지아 악보는 제작자에 의해 두 번에 걸쳐 음표 수가 추가로 강화되었다.

한국 측에선 최종귀축 여동생 플랑드르 S의 검은 악보가 스펀지 2.0 배경음악으로 인해 유입되면서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었고, 곧 위 세 곡과 검은 악보판 레드존이 '4대 검은 악보'라는 용어로 지칭되는 모습도 자주 보이게 되었다.

이 곡들을 시작으로 검은 악보 활동이 국내 기준 2015년까지 활발해졌고 그 이후론 점점 인기가 식어가는 양상을 보인다. 2012년부터 편곡 기법을 획일화해 음표 수가 50만, 100만을 찍으며 음표만 늘려가는 작품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 기법 #===

2.1. 구성

아래는 검은악보의 일반적인 구성, 플롯이다.

2.2. 예시

동양 스타일과 서양 스타일로 나뉜다. 대개 동양 쪽[14]은 음표수가 비교적 낮은 편이고 악보 중심의 영상을 찍는 반면, 서양 쪽[15]은 2012년 후반 들어서 정말로 많은 음표수를 자랑하며 Synthesia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시각적으로 노트에 집중된 영상을 다룬다. 가면 갈수록 두 부류는 서로의 특징이 더 양극화되어서 동양식은 음표 수를 10만 개를 넘지 않도록 유지하는 반면[16] 서양식은 수가 백억에 준하는 것도 생길 정도다. 국내에서도 2014년 이 검은악보을 제작하는 유튜버가 있다.

동양(한국, 일본) 검은악보 제작자들 다수는 서양 검은악보를 반대하고 취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서양의 올 프레스로 도배된 검은악보를 보다 막상 우리나라의 작품을 보면 음량 조절, 화음 일치 등을 세심히 조절해 피아노 하나만으로 북과 같은 큰 타악기나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의 소리를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애초에 기본 악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많은 음표를 집어넣는다는 것 자체가 음악적 능력을 요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동양 예시

서양 예시

서양 예시 2[17]

3. 음악성 논쟁

검은 악보는 현대 음악 중에서도 음악성에 대한 논란이 큰 편이다. '음악'과 '현대 음악'의 범주까지로는 인정받는 편이긴 하지만 과연 이게 진정으로 음악성이라고 할 만한 요소가 가미된 곡 또는 작곡 기법이냐는 논란에서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음악학과 교수들에게 검은악보의 음악성을 인정받으러 검은 악보 편곡자들이 답사를 가기도 했을 정도. 이런 음악성 논란이 발생하는 원인은 대개 남의 원곡을 빌려 편곡 위주로 만들고, 화성학과 대위법 같은 정형화된 학문보다도 검은 악보라는 정체성을 기초로 한다는 특징을 가지기 때문이다. 위의 두 영상도 언뜻 보면 비교 같겠지만, 동양이나 서양이나 음표수가 적건 많던 간에 검은 악보가 음악성이 좋다고 평가받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음악이란 것이 어떠 대상이나 심상과 사상 혹은 어떠한 아이디어, 어쨌든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청각적이거나 시간적으로 나타내는 예술이고, 음악성이 있다고 한다면 최소한 이에 대해 어느정도 기준에 부합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음악성이란 것은 어떻게 딱 잘라서 정의할 수도 없는 것이고 따라서 검은 악보란 것에 대해 단호하게 이것은 음악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가 어째서 발생하는가 생각해봐야 할 일인데, 이런 특이한 장르는 대체로 어떠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 아이디어와 음악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18] 검은 악보에선 대부분의 사용자가 그저 "악보를 채운다"는 사실에만 집착할 뿐 음악으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나 음악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서는 전혀 주목하지 않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위의 서양 검은악보들을 보면 2012년 후반 이후로 음악의 본질인 어떠한 생각(심상, 이미지 등)의 전달이라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다. 즉 (재)편곡자의 의도의 반영이나 이에 대한 평가가 부재되었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검은 악보를 음악으로 보고 평가하고 있지 않다는 것과 동일하다. 악보에 작성되는 것에 대한 평가 기준이 음악에 대한 요소가 아니니 결국 음악과는 멀어지고, 단순히 기존 음악의 멜로디를 남겨놓고 어떻게 악보 공간을 채우느냐에만 집착하니 그냥 정형화된 틀 안에서 마우스 클릭 횟수와 컴퓨터 성능을 자랑하는 단순 기술 시연의 장이 되면서 예술이 아닌 일종의 기술로 경쟁하는 무대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음표를 적당히 불렸던 4대 검은 악보 시절 초창기 곡들도 음표 수를 굳이 공개하며 게시하는 일은 많았는데, 저것만 보고 검은 악보에 있어 경쟁심을 일으키는 수치화된 지표인 음표 수에만 집착하다 보니 나온 게 바로 서양식 검은 악보들이다.

사실 검은 악보가 음악성이 있냐 없냐의 문제는 초점을 검은 악보의 어디에 두는지에 따른 관점의 차이고, 이 두 관점 중 하나를 지지하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검은 악보를 거시적으로 보면 검게 물들인다고 해도 원본보다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음악성이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미시적으로 보면 검은 악표의 본질인 음표를 늘리는 '행위'에 음악성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방 프로젝트 음원을 사용해 막장스럽지 않고 그럴듯하게 검은 악보를 만들었다고 쳐도, 검은 악보 애호가는 마치 동방 프로젝트 어레인지 음반을 듣듯 편곡을 잘했다고 평가하는 반면 음악 평론가는 원곡빨이라고 비평해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곡의 음표가 많다는 것이 음악성이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는 힘들다. 아무리 음표 수가 많더라도 그 음표들이 의미가 있도록 설계하면 그만이다. 단지 검은 악보 수준의 음표 수 만큼을 다 일일이 손으로 쓰면서 의미를 넣는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과, 음표를 늘리려고 하는 행위로만 음악성을 주장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지. 악보 대부분을 음표로만 채우면서도 모든 음표가 음악성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게 하려면, 명암을 조절하는 소묘마냥 악상기호 및 강세를 하나하나 지정해줘야 한다. 그렇지만 미래에 사람이 기본 리듬만 짜고 나머지를 컴퓨터가 한다면 마냥 불가능하지는 않다. 현재 기술로도 인공지능이 작곡한 곡이라면 인간의 곡처럼 수려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더라도 의미있는 음표로 가득 채우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19]

4. 여담


Despacito를 사용한 예시. 이해가 안 간다면 원곡을 듣고 오자.[23]

[가칭] 실제 이름은 따로 있을 가능성이 있다.[2] 참고로 음악의 극한(통계적으로 특기할 만한 사례들)을 다룬 이 곳에 의하면, 이미 1983년에 작곡된 Joseph Schwantner의 Magabunda라는 곡에서 올프레스가 등장한다.[가칭] [4] 사실 실제 인간의 연주를 목적으로 하는 곡들에서도 다중 글리산도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악랄한 것은 아믈랭의 헝가리 광시곡 2번 카덴차에서 나오는 '옥타브 글리산도'이다. # 이런 기술들이 검은 악보에도 구현되는데, 문제는 속도가 빠르거나 색이 다른 건반이 끼어들어가는 등 도가 지나쳐서 인간의 연주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가칭] [6] 슬로프의 경우 화음이 고려되고 보통 여러 겹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스테어와 구분된다.[가칭] [8] 스테어끼리 교차하는 경우는 많기 때문에 굳이 X 스테어라는 용어를 사용하진 않는다.[9] 이 기법은 스플리터코어나 엑스트라톤 등에서도 시도된다.[가칭] [11] 가장 대표적인 84914개 버전3분 27초 부터 보면 된다. 그 이후 100만 노트, 200만 노트, 막장 검은악보 버전인 억대 노트에도 이 엔딩이 등장한다.[12] 420만개 버전 엔딩이 제일 유명하며, 이 엔딩은 후속 버전에도 나오는데, 일부 엔딩은 BPM을 줄이지 않았다.[13] 다른 말로 페이드 아웃, 용암[14] 대한민국, 중국, 일본, 대만 등.[15] 미국, 캐나다, 유럽 등.[16] 막장 검은악보가 탄생하기 전인 2012년 중반만 해도 나이트오브나이츠 84914개가 국내에서는 가장 검은 악보로 인식되었다.[17] 이것을 기점으로 막장 검은악보의 시초가 되었다.[18] 4분 33초처럼 관객의 소리도 연주가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한 음악이나 노이즈 같은 실험음악 장르도 엄연히 음악으로 인정받으며, 검은 악보도 엄연히 현대 음악으로 분류될 수 있긴 하다.[19] 박자나 화음 같은것의 정석에서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는 아무렇게나 음표 뿌려놔도 대충 듣기에는 어색하지는 않은것을 생각해 본다면 인공지능이 작곡 하는건 그렇게 먼 미래는 아니다. 물론 100% 컴퓨터가 작성한 곡이라면 퀄리티 이전에 과연 예술로 인정할 수 있는 지 부터가 논쟁거리이긴 하다.[20]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러한 자동피아노를 위한 곡들 대부분이 미국 태생의 자동피아노 전문 작곡가 콘론 낸캐로우(Conlon Nancarrow)의 기법을 계승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대위적인 합체를 실험적으로 많이 이용했는데, 곡이 진행될수록 성부를 하나씩 더 쌓는 것은 물론, 4:5 같이 직관을 벗어나는 비율로 대위법을 사용해서 작곡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동 피아노를 위한 에튀드 33번에서는 2:2 2 : \sqrt{2} 의 비율을 사용했으며 π \pi 나 e와 같은 초월수를 이용하기도 했다![21] 사실 아믈랭은 진작에 낸캐로우를 알았는데, 1975년부터 용돈을 모아 수많은 현대음악가들의 음반을 사서 들었다고 하며, 이 덕분인지 만 18세였던 1980년 8월에 작곡된 짧은 연습곡 제1번도 낸캐로우의 자동피아노를 위한 연습곡 25번에 상당히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22] 해당 곡의 이름은 나이트 오브 나이츠다.[23] 처음의 잡음 같은 것은 뮤비의 파도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