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입학
이후, 소이가 유빈을 부르며 상황이 종료되고, 건영은 어진에게 방금 유빈이 한 이야기는 전부 믿지 말라고 말해준다. 그러면서, "아무튼 동아리는 지원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사람들이 하는 말 곧이곧대로 믿지 말고."라고 조언하는데, 어진이 감사의 뜻으로 주머니에서 군것질 거리를 꺼내서 건네자 건영은 사양하곤 이제 신경 끄고 공부에 집중하자고 생각한다.
이날을 기점으로 어진은 건영과 친해지고 싶은 듯, 커피 우유를 건영에 자습자리에 놓고 간다던가,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말하거나 체육 시간엔 건영에게 조언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다니자, 건영은 이내 같이 다닐 친구는 하나쯤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어진과 있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편해져 친구로 지내게 된다. 그러면서, 어진도 자신처럼 '가난한 수재'이기 때문에 그 곁에서만 동질감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이후,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는 어진의 말에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여러 지원사업에 대해 얘기를 해주려다 그 과정에서 어진의 가정사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 말해줘야 하기 때문에 본인인줄 모르게 교외 장학금 일정은 담임을 통해 알려주면 된다고 생각하며 굳이 자신의 사정까지 어진에게 밝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2. 중간고사
그렇게,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27일 전, 건영은 한 친구로부터 야간 자율학습을 하기 전에 교무실로 오라는 말을 듣는다. 교무실로 간 건영은 담임으로부터 학교생활에 대한 질문을 받다가, 학생 비상 연락망에 건영이 할머니의 전화번호만 적어 냈는데, 보호자의 연락처를 모두 다 기입해야 된다는 말에 어차피 아빠 번호는 정지 됐을거라 작은아버지의 번호를 쓰면 안 되는지 묻는다. 하지만, 원칙을 고수하는 듯한 담임이 연락 가능한 다른 번호를 찾으며 집요하게 아버지의 연락처를 요구하자, 주먹을 쎄게 쥐던 건영이 아빠가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이라 연락처를 쓰는 의미가 없다고 밝히자 그제서야 뜻을 굽힌 담임은 작은 아버지의 연락처를 기입하라고 한다.다음날이 되고 휴대폰을 확인중인 건영이 수석하고 받은 장학금 백만원 중 잔액인 '687,630'원을 보며 최대한 아꼈는데도 벌써 절반의 돈이 없어져 학원도 다녀보려고 했지만, 할머니는 돈이 없을테니 작은 아버지한테 부탁드려도 될지 고민한다. 하지만, 학원비까지 보태달라고 하기엔 염치가 없다는 생각이 건영의 발목을 붙잡는다.
건영은 수학은 학원 없인 대비를 못한다는 소이의 말에 그날 '백경 수학학원'을 찾아간다. 하지만, 한 달에 학원비가 60만원이란 턱없이 높은 금액에 부담을 느낀다. 본인의 사정상 너무나 부담되는 금액에 학원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교재를 한번만 보자고 말하지만, 이내 수강생 전용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어렵다고 말하자 건영은 학원 등록을 포기한 듯 돌아선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고 있던 희서가 원장에게 건영이 평현고 수석이란 말을 전해주자 원장은 다급하게 건영을 불러서 상담이라도 받고 가라고 말하며 붙잡는다. 이윽고 상담을 받으면서 원장이 등록을 안 하고 간 이유에 대해 묻자, 건영은 학원비가 부담 된다고 말한다. 이에 원장이 학원엔 다녀야 된다고 말하며 백경 수학학원을 다닐 때의 이점을 설명하는데, 평현고의 지필고사 기출문제는 학원이 아니면 접할 곳이 없다고 말하며 다른 학생들은 몇 년치 기출문제를 다 풀고 들어가는데, 건영만 혼자 아무것도 모르고 시험을 치면 막막할 것이라 말한다. 이에 건영이 진단평가 때는 혼자 공부했었다고 말하며 반박하는데, 원장은 진단평가와 내신은 완전히 다르다며, 진단평가 수석이라고 1등급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식 공부는 힘 닿는 데까지 밀어주고 싶은게 부모라며 혼자 고민하지 말고 부모님께 말씀드려 보라고 말한다.
상담이 끝난 뒤, 건영은 원장이 끝내 자신에게 무료수강 같은 지원을 제안하지 않은 건 학원 수강생 중에서 충분히 전교 1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기인한 것이라 결론내며 당장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뒤쳐질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지만, 본인에게는 티켓을 구매할 돈이 없다는 사실만 있을 뿐이었다. 이에 일전에 작은 아버지께 학원비를 보태달라고 고민하다 포기했었지만, 끝내 작은아버지께 도움을 받으려한다. 그러나, 학원비가 60만원이란 사실에 작은 아버지는 한숨을 크게 쉬곤 할머니 수술비와 간병비, 그리고 작은 아버지의 자녀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며 사정이 어려워져 건영을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건영이 예전부터 혼자서 잘 하니까.라고 말하자 입술을 잘근 씹곤 황급히 통화를 끝낸다. 건영은 속으로 애초에 기대하면 안 됐다고 생각하며 "오늘 일은 잊자. 학원 영업할려고 겁을 준 것뿐이야. 나 혼자 힘으로 충분히 할 수 있어."라고 다짐한다.
중간고사 시험기간. 건영은 원장이 했던 말을 잊어버리려 애썼지만 뒤쳐질지 모른다는 공포는 오래 남아 막연한 불안감까지 정신을 충분히 갉아먹은 후에야 1학기 중간고사 첫째 날이 밝아온다.
건영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학교 영재학급 시절 선생님과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는데, 영재학급 시절 건영은 영재반 선생님이 문제를 어떻게 풀면 좋을지 각자 생각해오라는 숙제에 본인의 방식대로 문제를 푼 것을 가져오는데, 정석적인 풀이 방식은 아니지만, 건영의 접근 방법도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한 시간 안에 떠올리긴 어려운 방법이라며 건영을 칭찬한다. 이에 건영은 그 풀이 방법은 10분 걸렸고, 다른 풀이 방법을 세 가지 더 생각해 봤다고 말하는데, 건영이 가진 수학적 직관은 정말 난해한 능력으로, 교차하는 점의 좌표, 극한으로 치닫는 수, 합동하는 도형, 수열의 규칙성 등 많은 도구를 이용해 여러가지 풀이를 떠올리고 그 직관을 연료 삼아 해답으로 가는 모방 불가능한 고유의 재능을 가진 것이 드러난다.
건영은 주변이 시끄럽다고 느끼며 초침 소리까지 거슬려하며 집중을 하지 못한다. 또, 몸에 이상을 느끼며 청각에 짓눌리는 느낌에 구토감을 느낀다. 이후, 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서술형부터 풀고 "나머지 객관식은 찍어야,,,"라고 생각하는데, 초등학교 입학 이후부터 늘 천재로 살아왔던 건영이, 자신이 문제를 풀지 못해 찍는다는 생각까지 한 것에 또 다시 회상을 하는데, 중학교 때 건영은 어딜 가도 잘할 것이라 말해주며 특별하다고 해준 선생님을 떠올리곤 자신은 특별하며 공부에 있어선 가치가 있단 생각을 하며 살아왔던 것이, 수학적 직관에 있어 천재적인 재능이 결함을 드러낸다. 그것은 압도적인 감정 앞에 너무나도 손쉽게 마비되고 만다는 약점이, 도리어 장애물로 돌아옴을 느낀다.
건영은 떠오르는 숫자는 많은데 머리가 안 돌아감을 느끼며 더욱 크게 들리는 문제 푸는 소리에 멘탈이 산산조각나며 구토감이 심해진다. 결국, 처음 경험하는 위기가 건영을 불능 상태로 만들어 고작 고등학교 시험을 이렇게 망쳤단 사실에 "나... 별로 특별하지 않은가?"라는 자기혐오까지 도달해버린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2주일 후, 건영은 수학 점수로 48점을 받는다. 결국,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한 건영은 주치의에게 단순히 시험이라 긴장했었다고 생각하기엔 몸이 너무 이상했기 때문에 공황장애 같은 것은 아닌지 묻는데, 전형적인 공황발작이었다고 보긴 어려우며 오히려 건영에게 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소견을 듣는다. 건영의 주증상인 감각과민은 청각이나 촉각이 과도하게 예민한 상태로 타고난 기질이 아주 예민한 건영이 스트레스를 받아 감각에 압도되는 증세가 일시적으로 나타났을 거라 말한다. 그러면서, 건영이 평현고등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학업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하자, 건영은 스트레스와 감각 과민이 무슨 상관이냐고 되묻는다. 이에 주치의는 위기가 왔다고 느끼면 사람의 감각도 자연스럽게 예민해진다고 말하며 시험을 치던 순간만큼은, 건영의 스트레스가 생명의 위기를 맞닥뜨린 수준이었단 뜻이라 말한다.
이러한 소견에 "고작 학업 부담으로 그 정도의 스트레스를?"이라고 생각하며 그때 느낀 건 건영이 어릴 적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가치에 대해 악담에 가까운 말을 들었던 걸 떠올린다. 이어 전적으로 마음의 문제이며, 귀마개는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며 약물 치료를 권하는데, 건영은 약물 치료의 부작용을 생각하다 이내 처방을 거부한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다시 믿는 것만이 확실한 돌파구라고 다짐한다.
3. 학원 등록
시간이 지나 운동장에서 어진과 함께 마주보고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건영에게 어진이 왜 희서의 선의를 거절했는지 묻자, 건영은 "얻는 게 없잖아."라고 말한다. 이에 어진이 얻는게 왜 없냐고 말하며 70%의 적중률을 가진 교재를 그냥 주는 것이라 말하자 건영은 본인이 얻는 게 없는 게 아니라 희서가 얻는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장 원하는 걸 가장 필요한 순간에 아무 대가 없이 준다고 말하며, 이런걸 '사기'라고 정의내리며 분명 자신한테 숨기는 게 있다고 말한다.
어진에게 특강을 강의해준 뒤 야자를 하다 중간에 나온 건영은 어진과 공원을 걸어가는데, 자전거를 탈 줄 모르냐고 물어보는 어진에게 어릴 때 배우다가 말아서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건영은 본인들이 수학 시험을 망친 이유는 평현고의 내신 출제 경향이 고난도 위주로 출제 되는데, 어진과 건영은 그것을 풀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며 반사적으로 풀이가 기억나도록 유형을 암기했어야 됐다고 말한다. 이후, 어진에게 기말고사 대비 교재를 복사해준다고 말하며 그것을 외우면 50점은 나올 것이라 말한다. 이에 어진이 건영은 어떻게 할지 물으며 건영의 점수인 48점에서 2배를 올리려면 90점대는 받아야 되지 않냐고 묻자, 놀랍게도 시중에 나온 고난이도 문제를 모두 풀 생각이라 답한다. 이는 학원이 주는 문제만 풀어선 1등은 무리란 판단에서 생각한 것으로, 혼자 힘으로 출제 경향까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진은 진단평가 때는 그렇게 안 하고도 수석을 했지 않냐고 묻는데, 이에 건영은 내신과 진단평가의 차이에 대해 짚곤 그러면서 공통점도 있다고 말하는데, 바로 주관식 한 문제와 서술형 한 문제는 기묘할 정도로 어렵게 나온 것을 언급하며 이 킬러 문제 2문제로 승패가 갈리며 1,2등급이 좌우될 것이라 말한다. 다른 과목 공부에 대한 질문엔 수업 시간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말하며 수학 등급을 올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4. 기말고사
밤이 되고, 어진이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하자 "미안한데 나는.."이라거나 "안 해."라고 말하며 완강히 거절한다. 이에 어진은 자신이 괜찮다고 사양했는데도 '성적 상승 장학금'으로 학원비를 돌려준 일을 언급하며 자신도 보답하게 해달라고 말하자 건영은 '머리만 다치지말자'고 생각하며 안장 위에 앉는다.
어진이 자전거 뒷부분을 잡아주며 희서와는 얘기를 했냐고 묻는데, 건영은 희서와 무슨 얘기를 하냐고 말하며 애초에 사기였을거라고 냉소적으로 말한다. 어진은 희서가 진심으로 건영을 도와주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하며 친구도 없는 것 같고 외로워 보인다고 말해주자 건영은 걱정할 사람이 없어서 '기사 딸린 외제차 타고 다니는 애'를 걱정하냐고 말한다. 이 말에 어진이 "사람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라고 말하는데, 그러니까 더 위험한 것이라며 부모도 자식 뒤통수 치는 시대에 남들은 더 위험하다고 답한다. 어진은 자신도 못 믿냐고 물어보고, 건영은 어진을 슥 바라보더니 ".. 손 안 놓는다는 네 말은 못 믿겠는데."라고 말한다.
다음날, 건영은 진로 상담 시간에 이과에 갈 줄 알았는데 왜 판검사가 되고 싶은지, 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을 받는다. 건영은 다섯 살 무렵을 떠올리며 "그냥 어릴 때부터 검사가 되고 싶었어요. '검사가 되면 아무도 무시 안 할 것 같아서요."라고 답한다. 이에 선생님은 의사가 돈을 더 잘 번다며 웃었지만, 건영은 검찰이 최고 엘리트 조직인 만큼 힘이 있다고 말한다. 결국 선생님은 건영의 뜻이 너무 확고하다며 이과로 가라는 말은 더 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8반의 반장인 소이의 아버지가 부장검사라고 알려주며, 사회에 나가면 결국 인맥이니 친하게 지내보라는 조언을 건넨다.
5. 여름방학
시간이 흘러 1학년 여름방학 하루 전날이 된다. 어진은 "와, 방학이다~"라며 들뜬 반응을 보였지만, 건영은 "방학? 내일도 등교하는 거 알지?"라고 말해 어진을 절망하게 만든다. 어진은 고등학교는 방학식 다음 날부터 보충수업이 있어서 방학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툴툴거리지만, 건영은 차라리 보충수업 대신 방학 동안 자신과 함께 백경에 다니지 않겠냐고 제안한다.이는 건영이 수학에서 100점을 받은 뒤 신규 원생이 늘자, 백경 원장이 무료로 특강을 들어보라며 건영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했고, 그때 건영이 어진도 동반으로 듣게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었다. 어진은 "듣고 싶긴 한데... 잘 모르겠어. 아르바이트도 계속해야 하고..."라며 망설였고, 이에 건영은 단호하게 "어진, 너 의대 간다고 했잖아."라고 말한다. 이어 어진의 수학 성적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평균 수준임을 지적하며, 이번 방학에 따라잡지 않으면 2학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고, '생물화학 동아리'에도 떨어진 만큼 성적을 반드시 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진은 고민스럽다며 요즘 어머니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그렇게 건영과 어진이 백경에 다니며 대화를 나누던 중, 희서가 다가와 건영에게 인사를 건네며 자리가 있냐고 묻는다. 빈 자리가 많았지만 굳이 자신의 옆에 앉으려는 희서가 불편해 건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진이 옆자리에 앉으라고 권하자, 건영은 어진의 팔을 슬쩍 세게 꼬집는다. 화기애애한 어진과 희서 사이에서 건영은 잠시 불편해하지만, 이내 어진이 꺼벙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는 흐뭇하게 바라본다.
며칠 후, 등원 중이던 건영은 한 학부모와 마주친다. 학부모는 건영의 이름표를 확인하곤 "네가 그렇게 공부를 잘 한다면서? 부모님이 얼마나 기쁘실까."라며 부모님의 연락처를 묻는다. 순간 건영은 얼어붙고,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와 함께 감각 과민 증상이 찾아온다. 학부모가 '스터디'를 같이 하자며 계속 구애하지만, 건영은 혼자 공부하는 게 좋다며 거절한다. 곧 원장이 나타나 건영을 상담실로 보내며 상황은 정리된다.
상담에서 원장은 1학기 내신이 어떻게 나왔는지 묻는다. 건영은 중간고사를 망쳐 '2점대 초반'이라고 답했고, 원장은 평현고에서 2점대 초반이면 한국대 원서를 무조건 써줄 수 있다면서도 아직 안정권은 아니니 비교과도 꾸준히 준비하자고 조언한다. 이어 내신은 점차 상승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며, 2학기 목표는 '1점대 후반'으로 잡자고 권한다.
이런 원장의 조언에 건영은 자신을 '저소득층', '엄마 손을 못 탄 아이', '오리 새끼 물로 간다는 말'등과 같은 자신을 비하하는 사람들의 말들을 통해 세상을 '닫힌 세계'라 여기는데, 치부를 절대로 내보이지 않되, 홀로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 건영은 한국대 경제학과를 노리는데 1점대 후반은 낮지 않냐고 되묻는다. 원장이 "그러면 얼마나 높게 잡고 싶어?"라고 묻자, 건영은 압도적인 격차에는 의심마저 종식시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며 선언한다.
'1.0'이요. 전과목 1등급. 1.0
원장과 상담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건영은, 앞서 만난 학부모가 원장이 개입하기 전 마지막으로 물으려던 질문을 떠올리며 ‘엄마 없는 거 티 나진 않았겠지?’라는 걱정과 함께 찝찝한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곧 마음을 독하게 다잡으며 "압도적으로 잘하면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결심한다. 건영은 '평현고 내신 1.0'이라는 성적이 주는 이미지가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뿌리가 얼마나 가난하고 결손되었는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할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집에 도착해 우체통을 열자, '한양교도소'에서 태건이 보낸 우편이 들어 있었고, 건영은 그것을 서랍에 넣으며 '나쁜 핏줄 같은 건 숨겨버리면 돼.'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인다.6. 2학기 개학
1학년 2학기가 시작되자 학교에서는 과제가 쏟아진다. 건영은 과제를 해내면서도 생존과 직결된 '50만 원' 상당의 교외 장학금을 받기 위해 '서울시 장학재단 성장 보고서'를 작성한다. 추석이 다가오던 9~10월, 다른 학생들이 '추석 용돈' 얘기를 나눌 때 건영은 교무실로 가 담임에게 보고서의 교사 작성 부분을 부탁한다. 이후, 담임은 형평성 문제로 항의가 들어와 이제는 남는 문제집을 줄 수 없게 되었다며, 건영이 괜찮다면 학부모에게 상황을 설명해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건영은 "아뇨. 그러지 마세요. 절대로 말하지 마세요..."라며 완강히 거절한다. 건영은 사람들이 자신을 견제하는 건 괜찮지만, 낮잡아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에, 건영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평을 찾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렇게, 건영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과 심리적 거리감을 두어 공백을 만들고, 사람들이 그 빈칸을 제멋대로 채우게 두기로 한다. 특출난 성적과 냉랭한 태도의 조합, 그것이 약점을 숨길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나온 생각이었다.시간이 지나 수행평가 준비를 위해 건영은 유빈과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다. 카페에 도착한 건영은, 엄마와 통화하며 "위험하게 곽건영 집에 왜 가? 카페 왔어. 알아서 조심할 테니까.."라고 말하는 유빈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 순간 건영은 "일찍 왔네?"라고 말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마음속으로는 언젠가 자신의 결심이 누군가에게 들켜버리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건영은 이 주제를 정한 이유를 설명한다. 1학기 수행평가에서 유빈이 혼자 영국식 발음을 했던 것이 인상 깊어서, 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바로 써 내려갔다고. 그러자 유빈은 "초등학생 때 영국에서 공부했던 적이 있긴 한데.."라고 말하고, 건영은 살풋이 웃으며 "그래서 언어적인 감각이 있었구나."라고 답한다. 연이어 칭찬을 건네자 유빈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네가 외울 부분이 훨씬 많지 않아? 애초에 대본도 네가 전부 썼고, 일을 공평하게 나눠서..."라고 말하려는데, 건영은 "무조건 공평하게 일해야 하는 이유가 뭐야? 심리적 저항감? 나는 그런거 없는데."라고 말하며 차분히 반문한다. 건영은 기계적인 공평을 지키면 이틀은 걸릴 거라 말하며, 대본도 길지 않고 쓰거나 외우는 건 기본이라고 덧붙인다. "서로 강점 살려서 효율적으로 작업하는 게 잘못된 일이니?”라는 건영의 말에 결국 유빈은 건영의 말이 맞다며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건영은 유빈에게, 자신보다 영어를 더 잘하니 '문법 오류 확인'이라는 일을 부여해준다.
시간이 흘러 수행평가가 끝났고, 둘은 만점을 받는다. 유빈은 커피 우유를 건네며 "덕분에 수행 잘 봤어. 고마워."라고 말하고, 건영은 "네가 잘한 덕이지."라며 공을 돌린다. 그러자 유빈은 "나중에 뭐라도 부탁할 일 있으면 얼마든지 얘기해."라고 답한다. 건영은 "부탁할 건 없고.. 뭐 하나만 물어보고 싶은데."라고 말하곤 요새 자신에게 안 좋은 소문이 돌고 있냐고 묻는다.
일주일 후, 건영은 소이가 있는 8반을 찾아가 "과학 선생님이 너 과학실로 데려오라고 하셔서."라며 소이를 데리고 간다. 그러나 과학실에 들어서자마자 문을 잠그고는 "선생님 없어. 내가 거짓말한 거야."라고 말한다. 소이는 황급히 나가려 하지만, 건영은 차분히 "너를 못 나가게 하려고 잠근 게 아니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려고 잠근 거야. 남이 들어봤자 피차 좋을 게 없는 이야기라서. 나가려면 나가. 막을 마음 없어. 대신 후폭풍은 네가 전부 감당하고."라고 말한다. 결국 자리에 남아 건영의 얘기를 듣게 된 소이에게 "나는 이번 중간고사에서 전과목 전교 10등 안에 들고 싶어."라고 말한다. 이어 요즘 자신이 불면증 같은 게 생겼다며 공부의 기본은 컨디션 유지인데 곤혹스럽다고 말한다. 이런 건영의 말에 소이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고 물으려고 할 때, 건영은
네 생각 하느라 잠이 안 온다고, 내가......
라고 답한다. 소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건영은 "대답하기 어려운가... 어떻게 알았냐니까?"라며 압박을 이어간다. 소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발뺌하자, 건영은 "모르겠어? 한동안 신문 열심히 읽어. 곧 기사 나갈 테니까. '명문 자사고 내 학교폭력 발생, 가해자는 현직 부장검사 자녀로 밝혀져'"라며 예상되는 헤드라인을 읊는다. 그래도 소이가 침묵하자, 건영은 "왜 말이 없어. 아예 묵비권 행사하기로 한 거야? 너는 누가 아버지 직업 물어보면 기쁘지? 부장검사 딸인 게 자랑스럽지?"라고 몰아붙이며, 자신은 정반대라며 "다들 하나쯤은 숨기고 싶은 게 있는 건데, 이렇게 훼방 놓으면 곤란하지."라고 말한다.
결국 소이는 자신이 전부 해결하겠다고 말하지만, 건영이 "어떻게?"라고 웃자, 1차적인 잘못은 자신에게 있으니 책임을 지는게 맞다며 착각했다고 밝히고, 소문을 말하고 다니는 애들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아니라고 정정할테니 우리끼리 해결하자고 제안한다. 건영이 "내가 네 뜻대로 해줘야 하는 이유가 뭔데?"라고 묻자, 소이는 학폭위가 열리면 건영의 소문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소문이 더 빨리 퍼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자신이 책임지고 무마해보겠다고 하자, 건영은 소이의 말을 정리하며 제대로 이해한 게 맞냐고 확인한다. 그러나 소이가 대답하려는 순간 말을 끊고 "그래서 우리 아빠 일은 어떻게 알았다고?"라며 싱긋 웃는다. 소이는 1학기에 수행평가를 제출하러 교무실에 갔다가 우연히 듣게 된 것이라며,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 자백한다.
결국 소이가 건영에게 완전히 굴복하고, "내가 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데?"라고 묻자, 건영은 소이의 제안에 조건을 하나 더 붙인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소이에게
네가 가지고 있는 자료, 빠짐없이 넘겨.
라고 요구한다.입시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보의 격차였고,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은 그 차이가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건영은 소이를 통해 한국대의 학생부 종합전형 관련 자료를 확인하며 '교내 경시대회'가 주요 스펙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후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건영을 둘러싼 소문은 사라진다. 이는 소이가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다녔기 때문이 아니라, 건영이 전 과목에서 석차 1위를 수성했기 때문이었다. 또, 국어와 수학 경시대회에서 대상을, 영어 경시대회에서 희서를 이어 금상을 받아내며, 질투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준다.
영어 경시대회에서 희서가 대상을 받고 자신은 금상을 받은 것을 확인한 건영은 도서관에서 희서와 마주친다. 희서는 "건영아."라 부르며 "경시대회 결과 봤어. 대단하다."라고 말한다. 이에 건영은 대상은 희서가 받았다고 답하지만, 희서는 자신은 미국에서 오래 살았으니 대단한 건 아니라고 말한다. 건영은 "아, 그래."라고 말하며 기분이 상한다.[3]
건영은 '온실 속 화초'처럼 큰 애들과는 도저히 친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 희서가 내일이 어진의 생일이라고 말한다. 건영은 "어진 생일도 알아?"라고 묻고, 희서는 "알지, 건영이 네 생일도 아는데."라고 답한다. 이에 건영은 당황한 표정을 짓곤 "... 그래. 나는 이제 가봐야겠다."라며 자리를 떠나며 희서가 기분 나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7. 아버지의 출소
어진과 헤어진 뒤, 건영은 '어진... 생각보다 상황이 공부하기 힘들어보여.'라고 생각하며 '방학에 수능 기출 좀 볼까? 어진이 정시로 갈 수도 있고.'라고 어진의 입시에 대해 생각하며 이제 신경 쓸 일도 없으니 그 정도 시간은 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유빈이나 소이가 더 이상 자신의 가정사를 퍼뜨리진 않을 거라 안심한다."그새 많이 컸네. 이젠 아가씨 같다."는 태건이 잘 지냈냐고 묻자, 건영은 왜 벌써 나온 거냐며 올해 겨울에 출소하는 게 아니었냐고 되묻는다. 그러자 태건은 "조금 일찍 내보내줬어. 우리 딸 언제 오나 하고 아빠가 한참 기다렸다."라고 답한다. 건영은 "나를 왜 기다려? 오늘 토요일인데 경마나 하러 가지 그랬어."라며 차갑게 말하고는 집으로 들어가려 한다. 이에 태건은 정신 차렸다며 이제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건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는다.
다음 날 아침, 건영이 일어나자 태건은 아침을 차려놨으니 챙겨 먹으라고 한다. 그러나 건영이 "나 아침 안 먹는데."라고 말하자, 태건은 5만 원을 건네며 "그러면 이걸로 밥이라도 사 먹어, 응?"이라고 말하고는 인력사무소에 다녀오겠다고 한다. 그런 태건의 모습을 보며, 건영은 옷걸이에 이불을 걸어두고 꼭 껴안으며 부모의 부재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던 중학교 2학년 때를 떠올린다. 그러곤 끝까지 아빠를 남김없이 경멸하려 했고 무시하려 했지만, 결국 태어난 순간부터 사랑한 단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시간은 어느덧 수능을 하루 앞둔 11월 11일.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일이 수능이네..."라는 어진의 말에 건영은 "우리 차례도 금방 오겠다."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속으로 '아빠가 수능 칠 때까지 도박도 안 하고 열심히 살면...'하고 바라던 순간, 어진은 수시에서 정시로 입시를 돌리기로 했다고 털어놓는다. 건영이 이유를 묻자, 어진은 의대는 기회균등 전형 티오가 적어 자신의 내신으로는 어렵고, 차라리 수능이 낫겠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러니까 앞으로 학원도 억지로 다니지 마, 알겠지?"라고 말한다. 건영이 "억지로 다닌다니?"라고 묻자, 어진은 "학원 안 다녀도 1등급 받을 수 있잖아. 나한테 교재 공유해주려고 일부러 다니는 거 알아. 이제 내신도 포기했으니까 그만둬도 돼. 시간 낭비잖아. 너는 한국대 가야 하는데."라고 답한다. 건영은 잠시 침묵하다가 "그럼 너도 정시로 한국대 의대 합격하면 되겠네."라고 말한다. 어진은 웃으며 "목표가 너무 높지 않을까?"라고 되묻지만, 건영은 모의고사 성적을 언급하며 "같이 대학 다니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속으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어진의 한국대 의대 합격도, 아빠의 도박 중독 치료도 모두 확률적으로는 극히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자꾸만 미약한 희망에 매달리는 자신을 보며 '내가 아빠의 피를 받은 탓일까?'라고 생각한다.
8. 강희서
그러던 중, 분리수거장에서 3학년 선배들이 버린 교재 더미[4]를 발견한다.희서는 자신의 인생은 전부 부모님이 정해놓은 길이라고 말한다. 가야 할 대학부터 친해질 사람, 심지어는 자신의 감정까지 부모가 통제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어 "두 분 다 내게 원하시는 모습이 있으시지만 정작 내가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지 물으신 적 없어. 나는 그 기준을 충족할 수도 없는데.."라고 말한다. 그러자 건영은 "그래서 나한테 바라는 게 뭐야?"라고 묻는다.
이에 희서는 엄마가 자신에게 실망할 수 있을 만큼, '건영이 완벽해지는 것'을 바란다고 답한다. 건영은 속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탁이라 의아해하며,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다고?"라고 되묻는다. 그러자 희서는 "나한테 실망하시면 나를 포기하실지도 몰라. 그렇게 해줄래?"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건영은 "부모님이 과하게 기대하는 게 얼마나 큰 고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네 상황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어."라며 단호히 거절한다. 이어 "정 부모를 실망시키고 싶으면 OMR 용지를 백지로 내든가 해. 어차피 너는 명문대 안 가도 평생 잘 먹고 잘 살 수 있잖아. 신경 써 준건 고맙지만 네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는 게 좋겠어. 나는 항상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라고 냉정하게 말한다.
이틀 뒤 체육 시간, 어진과 배구를 연습하던 건영은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희서의 시선에 잠시 정신이 팔린다. 그 순간 어진의 강스파이크가 날아들었고, 건영은 뒤늦게 반응하다가 공이 희서 쪽으로 향해 손목에 맞는다. 희서가 "아야..." 하며 늦게 반응하자, 건영은 당황해 "실수였어. 괜찮아?"라며 상태를 확인한다. 희서는 "손목은 괜찮은데... 시계 멈췄어."라며 초침이 돌아가지 않는 시계를 보여준다. 건영은 깜짝 놀라며 고장난 시계를 보더니 분명 값비싼 물건일 거라고 생각한다. 건영은 "너무 쎄게 맞아서 그래? 손목 진짜 괜찮아?"라고 다시 묻고, 희서는 "오토매틱이라 원래 충격에 약해."라고 대답한다. 이에 건영이 "미안해, 수리비는..."라고 말하며 변상하려 들자, 희서는 오히려 수리비 대신 시계를 서로 바꾸자고 제안하며 초침이 멈춘 시계를 내민다.
다음날, 등교하던 희서의 뒤로 건영이 다가와 "강희서. 잠시 시간 좀 내. 할 얘기가 있어. 조례 전까지 보내줄게."라고 말한다. 둘은 교직원 화장실로 향한다. 건영은 "네 시계, 멀쩡하게 작동되더라."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건영은 희서가 제안한 거래를 거절해서 이런 일을 벌인 것이고, 일부러 자신을 빚지게 만든 것이 아니냐고 따진다. 그러자 희서는 고개를 숙이며 "그런 게 아니야. 내 방식으로 널 돕고 싶었던거야."라고 말한다. 이어 건영의 반에 패션 브랜드로 상대를 가늠하려는 애들이 있는데, 혹시 건영이 그런 애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까 싶어 시계를 바꿨다고 설명한다.
그러자 건영은 "누굴 바보로 봐? 나도 눈치는 챘어."라며 시계를 세면대 위에 내려놓는다. 건영은 '명품 브랜드 가지고 은근히 떠보는 애들'은 중학교 때도 있었고, 시즌별 라인업, 가격대, 판매량, 관리법, 가품 구별법까지 마음만 먹으면 한 시간 만에 다 외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러지 않는 이유는 있어보이는 척 하려고 허비하는 1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희서는 여전히 시선을 피하며 "그렇다면 더더욱 너한테 필요한 물건 아니야? 1시간 투자할 필요 없이 손목에 차기만 하면 되잖아. 다시 말하지만 다른 뜻은 없어. 나는 네가 마음에 들어. 순수한 호의에서 주고 싶은 거야."라고 말한다.
1800만 원짜리 시계든 1억 8천만 원짜리 시계든 언젠가 내 능력으로 살 테니까.
그날 저녁, 건영은 백경 수학학원에 들러 원장과 상담을 한다. 원장은 "이야. 평현고에서 내신 1.0은 생전 처음 보는데..."라며 감탄한다. 건영은 원장의 말을 뒤로하고, "학원은 이번 달까지만 다녀아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원장이 당황하며 "건영이 집 사정 때문에? 어휴, 원비 내지 마. 건영이한텐 안 받을게."라며 붙잡으려 하지만, 건영은 다른 학원에서 장학금을 제안받았다고 밝힌다. 학원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무시하기 어려운 금액이에요."라고 말하며 사과한다. 결국 원장은 건영을 뺏기지 않기 위해 장학금 명목으로 '200만 원'을 바로 입금한다. 건영은 속으로 '정말 바로 입금했네. 두 배쯤 부풀려서 말할 걸 그랬나?'라고 생각하다가, 곧 '그건 사기지. 이미 충분히 많은 돈이고.'라며 마음을 고쳐먹는다. 건영은 어진과 맛있는 음식을 사 먹고, 남는 돈은 저금하기로 계획하며 '계속 이대로만 잘 풀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9. 의혹의 부녀
다음 날 학교에서 건영은 '학교에 있을 땐 실시간 확인이 어렵단 말이지..'라고 생각하며 멍하니 앉아 있다. 옆에서 어진이 저소득 학생 대상 설문조사가 있다고 알려주지만 반응이 없자, 어진은 건영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다. 그제서야 건영은 "아 미안... 설문조사 있다고?"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어진은 혹시 연애 중이냐고 묻더니, 건영의 휴대폰에서 커플 전용 어플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건영은 "참 무례한 오해를 하는구나."라고 받아치며, 어플은 상대방의 위치를 기록하고 열람하는 기능이 있어 아빠랑 연결한 것이라고 고백한다. 어진이 순수한 궁금증에서 "아빠 위치를 왜 열람해?"라고 묻자 건영은 귀가 빨개지며 대답을 망설인다. 사실은 아빠가 경마공원에 가는 게 아닌지 감시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차마 털어놓을 수 없어 "아빠가 내 위치 확인하는 거지. 우리 동네 치안 안 좋으니까...."라고 둘러댄다. 건영은 속으로 아빠가 도박 중독자라는 걸 밝히는 건, 가난을 밝히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고백이라고 생각한다.
7교시가 끝난 뒤, 설문조사를 위해 교무실을 찾은 건영은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한다. 선생님은 1학년 동안 수고 많았다며 설문조사지를 확인하던 중, 1학기에는 없었던 태건(아버지)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걸 보고 "아버님이랑은 어떻게.. 잘 지내고 있어?"라고 묻는다. 건영은 혹시 이번에도 다른 학생들이 들을까 교무실을 둘러본 뒤, 자신과 선생님 둘뿐임을 확인하고 출소 이후로는 같이 살고 있다고 답한다. 선생님은 잘 됐다며 "그동안 혼자 애썼을 텐데 부모님이 곁에 계시니까 좋지? 그래도 가족이 좋은거야"라고 말한다. 그러나 건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반응한다.
[1] 전적으로 아빠 덕에 생긴 능력으로, 아빠에게 하도 많이 속았기 때문이라 말하는데, 도박을 하며 하다하다 딸이 중학교 입학 전에 차곡차곡 10만원 까지 모은 기특한 돈을 가져간다던가, 초등학교 졸업식에 온다고 말했으나 끝내 안 와서 혼자 계단에서 울고 있다 6학년 담임 선생님과 꽃다발 들고 졸업사진을 찍은 경험, 월급을 도박에 탕진한 경험들을 겪으며 생겼다.[2] 수학 문제집을 쌓아놓고 푸는데 경이롭다.[3] 소득수준이 월등히 높은 고등학교다 보니 유빈도 초등학교 때 영국에서 살았고, 희서도 미국에서 살았지만, 건영은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조차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4] 2007년 무렵부터 시작된 '수능 전날 책버리기 문화'를 고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