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사람의 목숨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권리.2. 발음과 표기 문제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과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 모두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다. 사실 한자의 의미만을 따진다면 생살(殺)여탈권으로 쓰는 것이 어원적으로는 정확한 표현이다. '死(사)'는 그냥 죽는 것을 의미하지만, '殺(살)'은 누군가를 죽이는, 즉 죽게 만드는 사동사(使動詞)를 의미하므로 남을 어찌할 수 있는 권능(權能)의 차원에서 이를 때는 생살여탈권으로 말하는 게 자연스럽다.[1][2]그러나 '南無阿彌陀佛'의 한자 낱자를 곧이곧대로 읽은 '남무아미타불' 대신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하는 것처럼 한자 표기의 발음은 발음하기 불편한 경우에 언중의 편의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3] 간난(艱難), 십월(十月), 육월(六月), 천동(天動), 호도(胡桃), 하수분(河水盆), 청서모(靑鼠毛), 요항(尿缸) 등 수많은 어휘들도 '가난', '시월', '유월', '천둥', '호두', '화수분', '청설모', '요강'으로 쓰고 읽는다. 즉 원래의 한자음과 다르다고 이를 틀렸다고 규정하고 교정하려는 시도는 오류이다.
다만 '나무아미타불, 가난, 시월, 유월'의 경우 발음만 달리 변했을 뿐 다른 한자 표기까지 생기진 않았으나, '생사여탈권'의 경우는 단순히 '殺'로 쓰고 [사]로 읽는 정도에서 나아가, [사]라는 음가를 바탕으로 표기까지 '死'로 바뀐 어형이 추가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다소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아무래도 '殺'이 '死'의 사동(시킴)형이라는 점에서 의미상 밀접한 관계가 있어 구별이 어렵다는 점이 영향을 끼친 듯하다.
3. 상세
전근대 시대 노예의 주인, 군주, 가부장제 사회의 가장 등 아랫 구성원들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집단의 수장들이 가지는 초법적인 권리 중 하나. 사회가 발전하면서 국가 체제와 법률에 대한 권위의 상징인 군주에게만 생살여탈권이 남아 있고, 타인의 생살여탈권은 사라져갔다.신분제가 사라진 현대사회에선 누구도 생살여탈권을 가질 수도 가져서도 안되지만, 여전히 전근대 지배계층급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사회의 권력자들에 의해 보복수사, 별건수사, 사법살인, 사적제재 등의 방법으로 남아있다.
현대사회에서도 감금, 납치, 인질 등의 범죄가 생살여탈권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가스라이팅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는데, 멀쩡한 정신을 가진 피해자가 '또다른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다던가', '범인에게 동조하는' 등의 행동이 기사화되고 이를 현대문명인들이 단순히 충격적으로만 받아들여 이해하려 하지않고 피해자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날리는 안타까운 일도 많다. 상상만으로는 어렵겠지만 생살여탈권을 타인에게 빼앗긴 경우, 사람은 쉽게 짐승 미만의 존재가 될 수 있다.
사극에서 황제나 왕에게 '죽여주시옵소서'라고 사죄하거나 호소하는 것은 군주가 신하들의 생살여탈권을 가졌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물론 이 대사는 사실상 "신하가 실수하거나 듣기 싫은 소리 좀 했다고 신하 죽여버리는 폭군으로 기록되고 싶으면 죽여보시옵소서" 라는 협박에 가까워서, 이 말을 들은 왕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다시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1] 물론 사동의 의미를 정확하게 살리려면 누군가를 살리는 것은 '활(活)'이므로 앞의 '생(生)'도 '활(活)'이 되어야 한다. '활'과 '살'이 무협에서 '활검'과 '살검'으로 쓰이고, '생'과 '사'가 '생로병사'로 묶이는 것처럼, '생(生)'과 직접 대응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死)'이다.[2] 물론 '생(生)'에 '살리다'의 뜻도 있긴 하다. # '죽이고 살릴 사람의 이름을 적어 둔 명부'를 '살활부' 대신 '살생부(殺生簿)'라고 이르는 것이 한 예.[3] 물론 이 표현의 '나무(南無)'는 본 문서처럼 각 한자의 의미가 중요한 경우라기보다도, 산스크리트어로 '귀의(歸依)하다(믿고 의지하다), 경례하다'를 뜻하는 '나마스(namas)'의 활용형인 '나모(namo)'를 음차한 표기일 뿐이라는 점에서 근거로 들기에는 경우가 좀 다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