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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8 01:08:26

시리우스 전역

지구-시리우스 전쟁에서 넘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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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우스 전역
Earth–Sirius War · シリウス戦役
날짜
서력 2689년 ~ 2704년
장소
시리우스, 태양계, 베가 등 지구통일정부령 전역
교전 당사자 지구통일정부 식민성 연합
지휘관 콜린즈†
샤트로프†
비네티†
칼레 팔름그렌
졸리오 프랑쿠르
윈슬로 케네스 타운젠트
차오 유이룽
병력 지구통일정부 우주군
함선 6만 척 이상, 장병 불명
흑기군
함선 8000척 이상, 장병 불명
피해 규모 지구 초토화
지구인 90% 사망
함선 수만척 이상 손실
라그랑 시티 파괴
결과
지구통일정부 멸망
1. 개요2. 인류의 우주발전사
2.1. 통합체제의 균열2.2. 착취당하는 식민지2.3. 부패한 군대2.4. 식민지인들의 분노
3. 지구통일정부의 음모4. 학살극
4.1. 라그랑 시티와 피로 물든 밤4.2. 라그랑 그룹의 탄생
5. 지구통일정부의 몰락
5.1. 흑기군의 승리5.2. 멸망하는 지구
6. 결말
6.1. 라그랑 그룹의 붕괴6.2. 남은 지구인들
7.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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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영웅전설의 에피소드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 시리우스 전역 큄멜 사건

1. 개요


은하영웅전설 6권 프롤로그 <지구쇠망의 기록>에 나오는 지구통일정부시리우스 성계 정부를 중심으로 한 우주 식민성 간의 전쟁. 서기 2689년에 지구군이 벌인 시리우스 성계 제6행성 론드리나 전투를 시작으로 서기 2704년의 지구통일정부 패망 때까지 이어졌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구쇠망의 기록이다.

2. 인류의 우주발전사

서력 2039년, 북방연합국가와 3대륙 합중국 사이에서 벌어진 13일 전쟁은 인류 문명을 파멸로 몰아넣었다. 전쟁으로 인류 문명을 양분하던 두 초강대국이 수많은 약소국들을 길동무 삼아 멸망해 버렸고, 목숨만 건진 극소수의 국가들이 남아 초토화된 지구에서 생존을 위한 또다른 전쟁을 계속하게 된다.

90년간 전쟁을 거듭하던 인류는 끝 없는 투쟁에 지쳐버렸고,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종래의 주권국가 개념에서 나아가 온 인류가 하나로 뭉친 통일체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이런 열망에 부응하여 논의를 거듭한 끝에 서기 2129년, 상대적으로 전쟁의 피해를 적게 받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브리즈번을 수도로 지구통일정부가 발족될 수 있었다.

새롭게 출범한 지구통일정부는 우선 초토화된 환경 재건에 착수했다. 하나된 인류는 열정을 발휘하여 지구 문명과 환경을 복원시켜나갔고 우주라는 새로운 무대로 나아갔다. 서기 2166년에 들어서는 지구통일정부는 목성의 위성 이오에 개발기지를 건설하고 테라포밍을 완료하여 '루나 시티'를 건설하고 우주개척을 전담할 전문 부서 '우주성'을 설치하였다. 우주개척이 일상화되고 인류의 생활권이 지구를 벗어나면서 2200년경 중반 들어 루나 시티의 인구수가 수도 브리즈번의 인구수를 능가하기 시작했는데, 이 시기 들어 사람들은 브리즈번이 온 인류의 중심이라면 루나 시티는 태양계의 중심이라는 말을 흔하게 주고받을 정도였다.

2253년, 드디어 인류는 태양계를 벗어나 타 항성계로의 진출을 시도하였다. 알파 센타우리를 향한 항상간 탐사선은 불행하게도 20여년이 흐른 뒤에도 지구로 돌아오지 않아 사람들을 실망시켰으나, 이 시기의 전체 인구수는 약 40억에 불과하여 태양계 내에서도 인류의 생활권이 여유가 넘쳤다.

서력 2360년, 지구통일정부 우주성의 기술개발진을 지휘하는 안토넬 야노슈 박사가 초광속 항행 기술을 개발하면서 드디어 우주개척역사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었다. 기술적 문제로 태양계 밖으로 진출할 수 없었던 인류에게 더욱 먼 우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며 초기에서는 초광속 항행에 여러 문제점들이[1][2] 발생하고 있었으나 2391년에 실용화에 성공하였다.

서력 2402년, 인류는 카노푸스 성계에 거주 가능한 행성을 발견했다. 2404년 이오의 항성간 항행기지에서 제1차 항성이민단이 카노푸스 성계를 향해 발진하면서 항성 간 이주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2.1. 통합체제의 균열

항성 간 이주 시대는 인류 역사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환호성이 세상을 뒤덮고 있었으나, 화려한 이면에서는 통일 체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가 태어나고 있었다.

바로 인류가 태양계 외부로 진출하면서 지구와 달을 중심으로 하는 지구통일정부의 통치체제에 균열의 기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대 기술력의 한계로 지구와 달에서는 머나먼 태양계 외부의 위치한 식민지를, 다스리기는 커녕 통신도 어려운 상황이 많았다.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지구통일정부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영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3] 사실 일찍이 브리즈번의 지구통일정부에서는 개척을 계속하며 멀어지는 새로운 식민지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자치권을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격렬한 논의를 벌이고 있었으나, 최후까지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했고, 서력 2404년 들어 제1차 항성이민단이 출발하는 시점에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2.2. 착취당하는 식민지

인류의 우주 개척이 시작된 이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지구통일정부는 우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죄 혹은 사고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주성 항로국 산하에 '항행안전부'를 설치하였다.

그런데 정부 관료들의 예상보다 우주개척이 빠르게 가속화되었고, 곧 항로국의 일개 부서 규모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의 양이 폭증하고 말았다. 지구통일정부는 여기에 대응하여 항행안전부를 우주성 '보안국'으로 승격시켰으나 마찬가지의 이유로 보안국은 곧 우주성 차관을 수장으로 하는 지구통일정부 '우주경비대'로, 뒤이어 서력 2484년에 들어서는 아예 지구통일정부 '우주군'이 창설되었다.

그런데 우주개척의 속도가 빠르다고해도 당대 우주'군'의 규모는 필요성에 비해 확실히 비대한 편이었다. 인류가 더 먼 성계를 찾아 진출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인류에 위협이 될 만한 존재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오직 '소규모의 우주해적'들 밖에 없었다. 우주군의 창설은 일개 부서로는 모든 업무를 감당할 수 없었다는 명분으로 이루어진 일이었으나 먼 미래를 예상한 지구통일정부의 선제적 조치이기도 했다.

문제는 끝모르게 성장하던 우주개척사업이 기술과 거리 문제 때문에 점차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서기 2470년에 인류는 지구를 중심으로 약 60광년에 걸친 지점까지 진출하였고, 2530년에는 84광년 지점까지 식민지를 넓혔으나 인구에 비해 생활권이 너무 심하게 넓어진 점 등을 이유로 우주개척사업이 빠르게 보류되기 시작했다. 결국 50년이 흐른 2580년까지 인류가 추가로 진출한 거리는 단 7광년, 또 50년이 흐르는 동안에는 불과 3광년밖에 확장을 이루어내지 못하며 인류의 우주개척사업이 중단되어버렸다.

이렇게되자 먼 미래를 상정하여 과도하게 큰 규모로 창설된 우주군의 규모는 당연히 변화한 상황에 맞춰 축소되었어야 했으나 당대 지구-식민지 관계가 타락에 가까울 정도로 무너지기 시작하며 비대한 우주군은 '외'적을 대신하여 지구통일정부의 '내'적 문제에 대한 가장 쉽고 악랄한 해결책으로 남용되고 만다.

당시 지구와 식민지 행성 사이의 경제력 차이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균형을 잃고 있었다. 이미 자원이 고갈된 지구는 식민지에서 집중된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인류의 금융 중심지로 성장, 각 식민지의 산업을 완벽하게 장악하게 되었다. 한 번 결성된 절대적인 독점 체제는 곧 수탈로 이어졌고 과거 봉건 시대에 비견되는 잔인한 압제가 우주 시대에 재현되며 식민지인들은 사실상의 노예로 전락하여 비참하고 피폐한 삶을 이어가야했다. 지구는 1, 2차 산업을 포기하고 막대한 자본과 금융을 통해 식민성의 산업을 장악하며 자원과 이익을 빨아먹었고, 식민지들은 지구의 일부로서 부여된 자치권만 보유할 뿐 지구보다 명백히 아래에 있었다.

각 식민지 정부와 지구통일정부 범인류평의회에 소속된 식민지 출신 대의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으나 이미 범인류평의회는 지구에 장악당한 지 오래였다. 법인류평의회의 규정을 개정하려면 대의원의 70%가 동의해야 했는데, 범인류평의회 의원의 70%가 지구에서 선출되었으니, 불합리한 규정 개정은커녕 오히려 더 불합리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각 식민지에서 수탈된 부의 일부는 우주군을 유지하고 규모를 확장하는데 사용되었으니, 식민지인들은 목숨이라도 부지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손으로 자신들을 억압하는 존재를 먹여살려야 하는 비참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2.3. 부패한 군대

식민지인들은 시민의 권리는 커녕 하루를 먹고 살 양식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할 방법도 박탈당했다.

지구통일정부는 엄연히 자국 국민인 식민지인들을 상대로 군대를 앞세워 착취를 자행하며 식민지의 불만을 잔인하게 탄압하는 방법이 (자신들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이라 여겨지자 우주군의 규모를 더욱 확장시켰다. 제대로 맞서 싸울 외적이 존재하지 않으니 우주군은 식민지를 더 잘 탄압하기 위한 방향으로 비대해졌는데, 부패한 지구통일정부의 총칼인 우주군은 정부에 비견될 부정부패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런 우주군의 부패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서기 2527년, 지구통일정부 의회에서 일어났다. 통일의회 군축 군비관리부회 소속 의원이 우주군 제4방면 총감부 소속 우주항모 '딕시랜드'의 함장 '아널드 F. 버지' 대령의 '우아한' 근무환경을 지적하며 군대의 부정부패를 통렬하게 비판한 것이다.

딕시랜드의 함장 구역은 함장 집무실을 포함하여 거실과 침실, 욕실까지 240㎡이라는 엄청난 넓이를 자랑했는데, 일개 함장인 대령에게 여성 비서 1명, 군무원 소속의 당번병 6명, 직속 요리사 2명에 직속 간호사 1명이라는 화려한 보좌진이 배속되어있었다. 그런데 바로 아래층에는 정확하게 동일한 면적에 무려 90명이 기거하는 승무원 거주구역이 배정되어있었는데, 승무원 1인당 주어진 생활공간은 단 약 2.6㎡. 고급 호텔에 비견될 시설을 혼자 사용하는 함장에 비해 일반 장병들은 자기 몸 하나 누일 곳 없는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성급 장교도 아닌 일개 대령이 이 지경이니 당대 지구군의 모습이 얼마나 썩어있는지 안 봐도 뻔하다. 그러나 군은 이미 의회와 언론에 지지자들을 충분히 확보한 뒤였고 도리어 군비관리부회가 의회와 언론에 의해 비판을 받게 되었다.

2.4. 식민지인들의 분노

서기 2680년,[A] 스피카 성계 대의원이 지구의 자본적 압박으로 단일 작물 재배를 강요당하고, 급기야 이것조차 착취당해 기아에 시달리는 식민지들의 실상을 들어 모든 부가 지구에 편중되는 상황을 비판했다.

그런데 당시 통일정부 여당이었던 국민공화당 서기장 조슈아 뤼브리크가 나서, 식민지인들이 빈곤한 것은 본인들의 무능 때문이며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지구를 탓하는 것은 자립심 없는 노예근성의 발로라고 일축했다. 이 폭언에 지구측 대의원들은 박수갈채와 환호로 화답했고 식민지 출신 의원들의 호소는 그대로 무시당했다.[5]

지구는 막강한 자본력을 휘두르며 식민지를 착취하고, 강탈한 부로 자신들의 배를 불리며 식민지를 억누를 우주군을 더욱 강화시켰다. 확장된 우주군은 식민지를 더 강하고 악랄하게 탄압했고, 서력 2682년 들어 더 이상의 탄압을 견딜 수 없는 각 식민지 정부 대표단이 모여 '비대해진 군대 축소, 범인류평의회의 의원 선출규정을 인구수 비례로 변경, 지구 자본에 의한 식민지에 대한 내정간섭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구는 '변경의 미개인'에 불과한 자들이 감히 대등한 위치에서 요구를 들이밀자 격분하여 범인류평의회 분담금의 지불 중단으로 대답했다.

3. 지구통일정부의 음모

식민지인들의 분노를 또다시 강압적으로 억누르긴 했으나, 지구통일정부는 각 식민지 정부가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식민지의 불평불만을 해소할 대책이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물론 그 대책은 자신들이 만든 착취 구조를 시정하여 고통받은 식민지를 도와주는 '귀찮은' 방법보다,[6] 각 식민지 정부 사이를 이간시켜 내분을 유도하는 '더 쉽고 편한' 방법이 우선되었다. 이를 위해 지구통일정부는 반지구 진영의 선봉인 시리우스 성계 정부를 비방하는 헛소문을 유포했다. 그 내용은 시리우스가 지구를 비난하는 까닭은 시리우스 자신이 지구를 밀어내고 인류의 패자가 되기 위함이며, 시리우스야 말로 지구와 식민성들의 공적(公敵)이자 인류의 적이라는 것이었다. 이 헛소문은 식민성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기 위해 시리우스의 국력과 의지를 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지구 진영의 선봉이라는 시리우스도 지구에 비하면 약소국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었다. 시리우스 성계 정부 수뇌부들은 지구가 퍼트린 헛소문에 대한 확인 요청을 받자 코웃음쳤고, 다른 식민성 수뇌부들의 반응도 비슷했다.하지만 시리우스 수뇌부가 코웃음 치든 말든 지구는 끊임없이 시리우스를 상대로 흑색선전을 펼쳤고, 시리우스는 통일정부가 각본을 맡은 연극의 악역으로 전락했다. 당시 지구에서 일하던 기자 마렌치오는 이 상황을 보고 다음과 같은 조롱성 기사를 썼다.
『......어젯밤 집 부근의 도로가 침수됐다. 지하에 매몰된 하수관이 터졌기 때문이다. 시리우스 성계에서 보낸 파괴공작원 소행일 것이다. 오늘 아침 F 블록을 들끓게 했던 연쇄방화사건 범인이 검거되었다. 시리우스가 파견한 스파이에게 세뇌당해 악행을 저지른 것이리라. 이브에게 금단의 열매먹게 했던 것도, 북미 대륙 원주민을 학살한 것도, 버뮤다 해역에서 선박들을 침몰시켰던 것도 모두 시리우스 파괴공작원 소행이 틀림없다. 아아, 시리우스여. 그대는 만능의 악으로서 역사에 우뚝 서리라.』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6권 <비상편>, 김완, 이타카(2011), p.19

마렌치오의 기사를 접한 지구통일정부는 극렬히 분노했으나, 겉으로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렌치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진 않았다. 단지 언론사에 압력을 가해 마렌치오를 변경 성역으로 내쫓아버렸을 뿐이었다.

지구는 시리우스가 악역으로 전락하자 내심 기뻐했다. 시리우스가 지구와 식민성 공동의 적이 된다면 식민성들은 시리우스의 힘을 두려워하여 지구에 매달리게 될 테고, 지구는 허약한 시리우스를 상대로 실력을 과시하고 시리우스는 지구의 밑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상황은 다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수많은 식민성 주민들 사이에서 지구가 퍼트리는 '시리우스 위협론'은 시리우스가 지구에 대적할 만한 실력과 의지를 가진 희망의 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심지어는 시리우스 자신들도 그런 믿음에 고무되었다. 서기 2685년[A] 지구에 학을 뗀 일부 식민성들이 시리우스 성계 정부와 손을 잡았고, 시리우스는 통일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진짜로 반(反)지구 진영의 맹주가 되어 지구의 패권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4. 학살극

자승자박을 거듭하다가 우스운 꼴로 전락한 지구통일정부는 시리우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서력 2689년, 지구통일정부 우주군은 시리우스 정부가 각 식민성의 경비대를 모아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중화기 제공을 약속한 것을 명분으로 삼아 식민지 연합에 대한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강대한 전력으로 선제 공격을 감행한 지구군의 전격작전은 성공을 거두었다. 시리우스의 주성 론드리나는 지구군에게 제압당했고, 시리우스를 비롯한 식민성군은 우주로 나오지도 못한 채 지상에서 모조리 파괴되었다.

지구군은 신속하고 화려하게 승리를 거두긴 했어도 이 '전쟁'에서 내적 부패가 여실없이 드러났다. 사상자 숫자를 조작하여 죽은 자에게 보내진 월급을 착복한 장교는 물론, 일선 장병들과 사령부까지 압류한 물자를 빼돌리고 보고를 조작하여 횡령을 일삼은데다, 전공을 과장하기위해 약 60만 명의 식민지군 사망자의 숫자를 약 150만으로 과장보고하고 여기에 신빙성이 필요하다며 식민지인들을 대거 학살하고, 이마저도 모자라면 시신을 토막내어 몇 사람 분량으로 위장하는 끔찍한 만행까지 저질렀다.

이런 만행의 최고조는 2690년 2월에 지구통일정부의 수도 브리즈번에서 있었던 군법회의에서 벌어졌다. 한 기자가 목숨을 걸고 현지에 잠입하여 증거를 모아 군대에 의해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폭로하여 재판이 열렸는데, 민간인 학살 행위가 저질러진 것이 명백한 사실임에도 재판부는 지구군 병사들만 증인으로 인정하고, 피해자 주민들은 단 한 명도 증언대에 오르지 못했다. 증언대에 오른 장병들은 모두 죄를 부정했으며, 눈물을 흘리며 조국과 동포의 명예를 위해 열심히 싸웠는데 과대망상증 환자 때문에 모독을 당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군부는 피고인 전원에 무죄를 선고했으며, 더 나아가 전쟁범죄를 고발한 기자에게 명예훼손죄를 범했다고 꾸짖은 뒤 앞으로 그 기자에 대해서 일체의 취재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폐정했다.

이렇게 무죄방면된 전범들은 전우의 어깨 위에 올라타고 개선장군처럼 군가를 부르며 수도 중심가를 행진했다. 이때 그들이 부르던 노래는 '정의의 깃발 아래', '평화의 수호', '명예야말로 나의 목숨', '용사의 개선' 등이었다. 실로 적절한 반어법이다.

4.1. 라그랑 시티와 피로 물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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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의 재물을 갈취하고, 민간인을 살해할지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이 사실은 이전까지 지구군 장병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흐르던 것이었으나 이것이 정식 법정에서도 인정받자 지구군 장병들은 이제 식민지인이 대상이라면 폭행, 약탈, 살인 등 무슨 일을 저질러도 처벌받을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한낱 강도 집단으로 타락했다.

지구군이 론드리나 행성을 장악하기는 했으나 몇몇 구역에는 아직 지구군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다. 이런 구역들 중에는 라그랑 시티도 있었는데, 이곳은 특히 론드리나의 경제 중심지로 행성의 풍부한 천연자원들이 모이며 '지상의 부와 지하의 부가 빠짐없이 모여든다'고 일컬어질 정도로 풍요롭고 거대한 도시였다.

이 도시는 머지 않아 지구군의 눈에 들어오게 된다. 지구군은 도시로 도망친 식민성 연합군 패잔병의 색출을 핑계로 라그랑 시티의 부를 노리고 도시를 포위하게 된다.

라그랑 시티를 포위한 지구군을은 두 차례에 걸쳐 도시를 짓밟았고, 수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낳았다. 지구는 식민성 주민들을 짓밟으며 지구에 대항한 대가를 주민들에게 똑똑히 보여주고자 했다.

4.2. 라그랑 그룹의 탄생

『라그랑 시티는 초토화되어 다음과 같은 것을 낳았다. 잿더미가 된 장대한 폐허, 125만명의 사망자, 250만명의 부상자, 40만명의 포로, 그리고 4명의 복수자.』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6권 <비상편>, 김완, 이타카(2011), p.28

블러디 나이트는 매우 참혹한 사건이었다. 지구군은 이를 통해 식민성 주민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했으며, 반지구 세력 탄압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비극 속에서도 식민지인들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힘차게 타오르고 있었다. 지구군의 학살극은 식민지인들에게 두려움을 주기보다 더욱 큰 반발과 복수심을 품게 되었으며 후일 식민지인들의 희망이 되는 칼레 팔름그렌, 윈슬로 케네스 타운젠트, 졸리오 프랑쿠르, 차오 유이룽이 연합한 라그랑 그룹이 태어나는 밑거름이 되었다.

후일 라그랑 그룹의 일원이 되는 이 4명은 처음에는 각자 반지구 활동을 펼치며 명성을 쌓았고 서기 2691년, 중립지대이자 무역행성인 프록시마 성계의 제5행성 프로세르피나에서 처음으로 만나 라그랑 그룹을 발족하였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자 그 상승효과는 어마어마했다. 팔름그렌은 이념과 언론을 무기삼아 반지구 저항세력의 상징이자 지도자가 되었고, 타운젠트는 뛰어난 행정 처리 능력과 재무 감각으로 반지구 진영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프랑쿠르는 반지구 전선의 군사조직인 흑기군의 총사령관이 되어 오합지졸이었던 혁명파 결집, 재편성, 조직화, 통솔, 지휘 작업을 수행했다. 차오 유이룽은 정보와 모략 업무를 맡아, 우유부단한 반지구 진영 지도부들을 지구의 스파이로 몰아 모조리 추방시켜 라그랑 그룹이 주도권을 쥐도록 했고 경이로운 모략으로 무수한 사람들을 몰락시켰다. 4인조의 완벽한 작전은 식민지군을 결집하고 정예화하여 단결시키고 차츰 지구통합정부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5. 지구통일정부의 몰락

5.1. 흑기군의 승리

라그랑 그룹의 활약으로 와해되었던 식민지 연합은 다시금 태세를 정비할 수 있었다. 허나 라그랑 시티 사건 전후로 식민지 연합이 입은 피해가 워낙 심각하고 애초에 지구통일정부의 세력이 강대하다보니 당장 부활한 식민지 연합군은 지구군을 상대로 연전연패를 면치 못했다.

특히 지구군의 명장 비네티, 샤토르프, 콜린즈 제독은 뛰어난 군사 능력으로 라그랑 그룹과 식민지 연합군을 몰아세우며 반지구세력을 궁지에 몰고 있었다. 다만 이 세명의 명장은 실력은 뛰어났으나 각자 사이가 좋지 않아 동일한 전장에서 조차 제대로 협조하려 하지 않았다. 이 덕분에 1차 베가 성역 회전에서 프랑쿠르가 이끄는 흑기군이 기적과 같은 승리를 거둘 수 있었으나 장비, 병력, 훈련 등 모든 면에서 열세인 상황에서 또 다른 기적을 바라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에 모략의 달인 차오 유이룽이 나서게 된다.

차오 유이룽은 베가 성역 회전 이후 이들의 사이가 완벽하게 틀어진 사실을 들어 악마와 같은 이간질 공작을 시작하였다. 차오는 우선 비네티를 거짓 정보로 부추겨 쿠데타를 일으키게 한 뒤 콜린즈를 살해하게 했다. 그리고 전후사정을 샤토로프에게 흘러가도록 하여 샤토로프가 비네티를 처단하도록 꾸민 뒤 콜린즈와 비네티의 죽음이 모두 샤토로프의 계략인 것처럼 날조하여 죽은 비네티의 부하들이 폭동을 일으키게 유도했다. 비네티의 부하들은 분개하여 샤토로프를 습격, 샤토로프는 수십 발의 총탄을 얻어맞고 비참하게 사망했는데 30초 정도 살아있다가 죽어가며 다음과 같은 암살자들을 비웃는 유언을 남겼다.
"머저리들......."[8]

능력있는 명장이 모두 사라지자 이제 지구군에는 무능하거나 혹은 멍청하거나, 아무리 유능해도 그저 평범한 축에 속하는 인물만 남게 되었다. 프랑쿠르가 이끄는 흑기군은 지구군을 빠르게 밀어붙였고 84회에 걸친 크고 작은 전투에서 연전연승을 거두게 된다. 2703년. 지구통일정부는 흑기군의 공격에 태양계를 제외한 모든 영토을 상실하고 만다. 지구로 유입되던 식량, 에너지, 원자재 등이 차단되자 심각한 물자난에 시달리게 되었고 지구군은 자포자기하여 남은 전력을 모아 전면전에 나서지만 프랑쿠르의 교묘한 용병술에 농락당하다 제2차 베가 회전에서 6만에 달하는 전력을 가지고 8천 척에 불과한 흑기군에 참패하기에 이른다.

2704년, 지구통일정부는 태양계를 유지할 능력조차 잃어버렸다. 물자난에 시달리다 못해 급기야 지구군은 지구에 대한 강제징발을 실시하여 식량 등의 물자를 강탈했고 소행성대를 방어선으로 삼아 지구로 진격하는 흑기군을 막아세우려 했다. 그러나 이미 전력을 크게 잃은 지구군의 저항은 무의미한 수준이었고 몰려든 흑기군의 공세에 금방 무너지고 만다.

이제 지구에 남은 선택지는 무조건 항복 혹은 결사항전 뿐. 그러나 이미 전황이 기울 대로 기운데다가 수백 년간의 폭정으로 식민지인들의 사무치는 원한을 산 상황에서 항복한다고 한들 온건한 처분을 받을 리는 만무. 특히 부패한 통일정부와 군부 수뇌부는 엄벌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이런 이유로 지구통일정부는 결사항전에 돌입한다.[9]

5.2. 멸망하는 지구

식민지 연합의 흑기군은 지구군의 저항을 쉽게 분쇄하고 목성 지점까지 진출하였다.

승리가 확실시된 상황에서 라그랑 그룹은 지구에 대한 처분을 놓고 격한 논쟁이 오갔다. 흑기군 사령관 프랑쿠르는 전면공격으로 지구 전체를 초토화시킬 것을 주장했으나, 정치위원 차오 유이룽은 필요 이상의 살육은 필요 없으며 아직 여력이 있는 지구에 대한 공격으로 아군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함대로 지구 궤도를 봉쇄하고 물자 부족으로 지구가 말라 죽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절충안이 채용되어 약 2달 동안 물자를 봉쇄하여 지구의 여력을 소멸시킨 뒤 전면 공격을 개시하는 것이 결정되었다.

라그랑 그룹이 지구의 처분을 두고 논쟁을 벌이던 사이 지구통일정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대표단을 파견하여 지구통일정부 - 식민지 연합 사이의 화평을 제시하였다. 지구통일정부 대표단은 흑기군 사령관 겸 식민지 연합군 최고사령관 프랑쿠르와 접견하였는데, 지구통일정부 대표는 모든 인류에게는 전 인류의 맹주라는 긍지를 가진 지구의 명예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득했다. 프랑쿠르가 이런 어이없는 헛소리를 일축하자 지구통일정부 대표는 "지구는 너희들의 어머니인데, 너희들은 마땅히 부모를 존중해야 한다."라고 최후의 자존심을 내세우지만[10], 돌아온 것은 프랑쿠르의 냉담한 말과 증오에 불타는 눈빛이었다.
"어린아이에게 노동의 성과를 갈취해 사치를 누리고, 항의하면 때려눕히던 어머니가 이제 와서 무슨 권리를 주장한단 말인가. 너희에게 남은 권리는 이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기회밖에 없다. 멸망하거나, 멸망당하거나. 원하는 대로 선택하라."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6권 <비상편>, 김완, 이타카(2011), p.124

수백 년에 걸쳐 지구는 식민지인들을 착취하며 살아왔다. 필요 이상의 무력을 보유하고, 유사시 식민지인들을 향해 거리낌 없이 그 무력을 행사하였으며 식민지인들의 피나는 호소에도 착취와 폭력을 멈추기는 커녕 더욱 심하게 식민지인들을 억압해왔다. 지구통일정부의 대표단이 타협은 고사하고 자비조차 구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도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통일정부의 대표도 이후 자신들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곧 닥쳐올 지옥이 될 지구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지구로 돌아오던 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식민지군의 봉쇄작전으로 이미 대규모 혼란에 빠진 지구는 마침내 수백 년간 복수를 갈망하던 분노한 식민지인들의 함대 아래 놓였다. 식민지군의 공격은 지구에 있는 군사시설과 대도시를 향했고, 100억에 달하던 지구인들은 불과 3일간 이루어진 식민지군의 보복으로 10억 명으로 줄었다. 특히 히말라야산맥은 지구의 상징으로 추앙받은 대상이었는데, 식민지군은 분풀이식으로 히말라야 칸첸중가 산에 무차별 포격을 감행하기도 했다.[11] 블러디 나이트 당시엔 드물게 지구군 고위장군으로서 "귀관들은 남의 도시가 불타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이는 모양이지만, 10년 후에 우리 수도가 이렇게 될 가능성도 조금은 생각하는 게 어떤가?"라며 부하들을 꾸짖다가 한직으로 축출되어 억지로 퇴역한 해즐릿 중장이 하던 말이 그대로 이뤄진 셈이다.

식민지 착취를 옹호하며 호의호식을 누리던 지구통일정부 및 군 수뇌부 인사들이 히말라야 산맥 지하에 위치한 정부 특별 방공호로 대거 대피했다는 사실이 공격 막바지에 포착되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안전한 방공호에서 호화스러운 생활을 이어가며 다량의 술과 산해진미와 같이 다수의 매춘부까지 거느리며 외부에서 벌어지는 참극을 편안히 즐기고 있었다. 지구인 중 가장 큰 책임을 짊어져야 할 자들이 도주했다는 사실을 안 프랑쿠르는 격노하여 근처를 지나던 관개용수로를 폭파하여 방공호에 물을 흘려보냈다. 방공호 내부에는 약 2만 4천 명이 대피해있었는데 기적적으로 생존한 100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조리 익사하고 만다.[12][13]

프랑쿠르의 지휘 아래 벌어진,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대규모 학살극이 절정에 치닫자 연합군 정치지도부는 엄명을 내려 살육을 중단시켰다. 프랑쿠르는 비가 오고 천둥이 치는 어느 날 눈물을 흘리면서 상부의 명령에 따라 학살을 중단했다. 남은 10억 지구인을 전부 죽이지 못해 아쉬워 우는 건지, 아니면 자신도 지구통일정부와 다를 바 없는 학살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옛 연인[14]에 대한 죄책감에 우는 건지는 알 길이 없지만, 아무튼 지구에서의 학살은 멈췄다. 이렇게, 지구를 제압한 식민지 연합은 복수극, 아니 학살극을 매듭짓기 위해 살아남은 지구인 중 지구통일정부와 군부에서 고위 직책을 지낸 전현직 인사 약 6만여 명을 재판에 회부하여 식민지 착취와 탄압, 그리고 숱한 전쟁범죄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 6만여 명 전원을 처형했다. 지구는 초토화되었고 지구통일정부는 그 어떠한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완전한 파멸을 맞았다.

6. 결말

6.1. 라그랑 그룹의 붕괴

와해된 인류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고 문명을 재건한 지구통일정부는 부패하여 썩어간 끝에 식민지인들에 의해 참혹하게 해체되었다. 지구통일정부를 대신하여 인류 사회의 구심점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식민지 연합의 중심이던 시리우스 성계 정부였으며, 연합을 이끌던 라그랑 그룹은 새로운 체제의 지도자로 자리잡게 된다.

그런데 새로운 국가의 질서가 잡혀가던 2706년, 라그랑 그룹의 지도자이자 반지구 혁명의 상징이었던 칼레 팔름그렌이 감기 기운이 있었음에도 해방전쟁 기념관 기공식 참석을 강행했다가 급성 폐렴에 걸려 사망하면서 시리우스의 시대는 저물어 갔다. 그는 "내가 지금 죽는다면 신체제는 접착제를 잃을 텐데. 앞으로 5년만이라도 좋으니, 사신이 기다려 준다면...."라고 중얼거렸지만, 시간은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팔름그렌이 죽자 석 달도 되지 않아 라그랑 그룹 내부에서는 갈등과 분열이 일어났다. 차오 유이룽은 종전 이후 부수상이나 내무장관 같은 관직을 받았지만 모두 사양했으며, 고향 라그랑 시티로 돌아와 조그만 음악학교를 세워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타운젠트와 프랑쿠르는 은퇴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장악한 채로 시리우스 정부의 요직에 앉아 있으면서 반목을 거듭했다.

두 사람이 갈등하던 의제는 '빅 시스터즈'라는 지구의 대기업들을 처분하는 문제였다. 이들은 한때 지구통일정부를 경제적을 지탱하던 자들이었는데, 프랑쿠르는 빅 시스터즈의 자본지배력을 박살내는 것이야말로 혁명의 완성이라고 규정했으며 타운젠트는 그들의 경제력을 아까워하여 새로운 경제체제에 편입하려고 했다.

갈등이 점점 심해지자 프랑쿠르는 타운젠트를 제거하려고 했다. 그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최고권력을 얻으려고 했지만 타운젠트는 이미 관계와 경제계를 장악해서 합법적인 방식으로는 정권 탈취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프랑쿠르는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했지만 프랑쿠르에 원한이 있던 장교가[15] 쿠데타 계획을 타운젠트에 밀고했고, 타운젠트는 프랑쿠르가 쿠데타를 일으키기 직전에[16] 공안국원을 보내 프랑쿠르를 사살했다.

이제 절대적인 권력을 손에 쥔 타운젠트는 흑기군 내부의 프랑쿠르파 인사를 연달아 숙청하고, 낙향했으나 언제든 자기 권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차오 유이룽을 과거 반지구 혁명 지도부를 지구의 스파이로 몰아 숙청한 혐의를 물어 제거했다. 그리고 자신은 범인류평의회 의장과 시리우스 성계 수상을 겸직하여 새로운 체제의 1인자가 되었다.

그러나 타운젠트 체제도 1년 만에 끝나버렸다. 서기 2707년, 타운젠트는 전승기념식에 참석하려고 했다가 식장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정보를 듣고 급히 수상 관저로 복귀했는데 복귀하던 도중 누군가 발사한 극저주파 로켓탄에 맞아[17] 숨졌다. 용의자로는 차오 유이룽의 조카 차오 퐁[18]이 지목되었지만 타운젠트 사후 혼란스러운 정국 때문에 수사는 철저하지 못했다. 퐁도 두 번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범인의 정체는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고 말았다.

타운젠트까지 죽어 라그랑 그룹이 전멸하자 그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새로운 국가 질서는 단번에 무너져 버렸다. 타운젠트의 숙청에 억눌려있던 흑기군이 격발하여 파벌을 갈라 내전을 벌였는데, 무려 100여년 간 혼란이 지속되어 2801년 알데바란 성계 제2행성 테오리아를 수도로 한 은하연방이 세워지고 나서야 겨우 안정될 수 있었다.

6.2. 남은 지구인들

전쟁이 끝난 후 남은 지구인은 10억 명에 불과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식민성의 지배를 받아들여 지구를 떠났지만 일부는 지구에 남았다. 그리고 그들은 생존을 두고, 나중에는 신앙을 두고 투쟁을 벌였다. 그래서 10억에 달하던 인구도 눈 깜짝할 사이에 줄어버렸으며, 900년 뒤 율리안 민츠가 지구에 왔을 때는 불과 천만 명 밖에 없었다.

이후 은하연방의 통치를 받게 된 지구는 이미 통일정부 시절에 쌓아두었던 부를 모조리 탕진한 변방 행성으로 전락했다. 은하연방도 더 이상 지구통일정부가 부활하지 못할 거라고 판단하여 자치권을 부여했고, 지구는 은하연방의 판단대로 연방이 번영을 누릴 때도 소외되어 있었다. 이후 루돌프 폰 골덴바움이 연방을 무너뜨릴 때도, 루돌프의 자손이 500년 가까이 최고 권력을 독점할 때도,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은하계를 통일할 때도 지구는 소외되었으며, 다시는 역사의 중심으로 올라오지 못했다.

한편 몇몇 지구인들 중에는 자신들이 누렸던 부귀영화를 잊지 못하고 지구를 잊어버린 우주의 인류에게 분노한 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원념이 모여 지구교가 탄생했으며, 지구교단은 수백 년에 걸쳐 지구를 다시 우주의 중심으로 돌려놓기 위한 음모를 꾸몄다. 그리고 이들은 양 웬리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활약한 우주력 8세기 말까지 인류 역사의 흑막으로 활동하게 된다.

7. 기타


[1] 항행 거리도 짧고, 특히 여성의 출산 능력을 포함해서 인체에 여러 악영향을 주었다.[2] 약 1200년이 흘러 초광속 항행이 표준으로 자리잡은 본편시점에서조차 초광속 항행이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점은 해결되지 않았다. 라인하르트가 로이엔탈의 아이를 임신한 엘프리데의 처리 문제를 놓고 힐다와 얘기를 나눌 때 라인하르트가 변방 행성에 보내버리자고 하자 힐다가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거라며 반대를 했고 대신에 태어난 아이를 다른 가정에 입양보내자고 한 것이 그 예. 물론 이 일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지만.[3] 응웬 킴 호아가 말했던 '거리의 장벽'과 오스발트 폰 뮌처가 말했던 '거리의 폭거' 역시 이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A] OVA에서 설정한 년도.[5] 지구쇠망의 기록에 나와 설명한 이븐 샤마는 이를 두고 지구 사람들에겐 상상력이 없었기에 오만과 강자의 논리를 계속 관철해 나간 것이라고 평가했다.[6] 이미 지구에는 자급자족할 자원은 없는데 인구는 100억 명이나 되다보니 하루아침에 고치기엔 힘들겠지만, 시도했는데 실패한 것과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A] [8] 어쩌면 샤토로프는 죽어가는 와중에 콜린즈와 비네티의 죽음이 능력 있는 장군들을 전부 제거하려는 누군가의 음모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9] 지구 내의 민간인이라도 살리겠다는 심정이었다면 자기 목숨을 감수하고서 항복을 선택했겠지만 그 정도의 양심이 있었다면 애초에 시리우스 전쟁은 일어나기도 않았다.[10] 그 동안 지구인들이 식민지인들에게 행한 악행들을 생각하면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에 불과하지만, 지구통일정부 대표단도 자신들이 내세운 말의 부질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질렀거니와 이제는 식민지 연합에 넘겨줄 이권도, 공격을 저지할 함대도 없는 처지. 저항하다 죽거나 용서를 빌다 죽거나 밖에 없는 지구 입장에서는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챙길 수밖에 없었다.[11] 포격으로 인해 칸첸중가 꼭대기로부터 무려 약 1천 미터 가량이 증발해버렸다.[12] 이 생존자들 중 매춘부 같은 사람들은 굳이 죽일 가치가 없으니 살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고위직 인사라면 틀림없이 처형되었을 것이다.[13] 후에 지구교가 물을 빼냈는지, 아니면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히 물이 빠져나갔는지는 몰라도 후일 이 방공호는 지구교 총본산으로 거듭난다.[14] 프랑쿠르의 연인은 블러디 나이트 당시 군인에게 겁탈당했으며, 프랑쿠르가 그 군인의 머리통을 전공 서적으로 박살내 버리고 탈출한 직후 자살했다.[15] 예전에 프랑쿠르의 명령을 어겼다가 해임당한 적이 있었다.[16] 프랑쿠르는 쿠데타를 개시하라는 명령을 내리기 위해 전화에 손을 대는 순간에 총을 맞았다.[17] OVA에서는 수상관저로 추정되는 곳 앞에서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랜드카에 타려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중성자 폭탄에 맞았다.[18] 유이룽을 부모 대신 길러 준 형 부부의 아들로, 3살 때 블러디 나이트 도중에 부모를 잃고 삼촌과 탈출했으며, 유이룽이 죽은 날에는 그에게 탈출을 권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유이룽의 학생의 목격담에 의하면 그날 그는 교장실에서 나와 눈물을 닦으며 한 번도 보지 못한 무서운 얼굴을 보여주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