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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12-10 23:30:37

실존상담

심리치료와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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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존상담 개론2. 실존상담의 기반이 되는 사상들3. 실존상담 학파
3.1. 현존재분석
3.1.1. 루트비히 빈스방거3.1.2. 메다드 보스
3.2. 현상학적 실존상담
3.2.1. R. D. 랭3.2.2. 에미 반 두르젠3.2.3. 어네스토 스피넬리
3.3. 인간중심적 실존상담
3.3.1. 롤로 메이3.3.2. 제임스 부겐탈3.3.3. 어빈 얄롬3.3.4. 커크 슈나이더
3.4. 로고테라피
3.4.1. 빅터 프랭클3.4.2. 알프리드 랭글
3.5. 실존상담 스펙트럼
4. 기타5.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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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존상담 개론

실존상담(, Existential Therapy)

인간의 존재 전체를 통째로(whole) 다루고자 하는 상담접근. 인간 존재의 의미, 선택, 딜레마, 한계, 도전, 장애, 문제, 용기, 개방, 겸손과 같은 인간 존재의 전체를 다루는 접근이다. 실존상담의 직접적인 뿌리는 1940~50년대 유럽의 대륙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실존주의 철학에 있다. 실존상담의 특징을 간단히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실존주의 철학에 기반한 상담
2) 관계성, 자발성, 유연성, 자유를 중심으로 둔 상담
3) 치료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상담
4) 내담자의 고유성을 받아들이는 상담
5) 내담자 실제 삶의 맥락을 탐색하는 상담
6) 상호 관계성을 핵심에 놓는 상담
7) 상담자가 동반자, 가이드 역할을 하는 상담
8) 아무런 가정이나 목표를 정하지 않는 현상학적 접근
9) 내담자의 월드뷰(세계관)를 탐색하는 상담
10) 단순한 테크닉 사용을 꺼리는 상담

실존상담은 우리나라에서 주류와는 거리가 멀다. 어빈 얄롬(Irvin Yalom)의 주제적 접근 방식만 자격증 시험에서 다루는 정도이다. 얄롬은 실존상담을 주제로 대중적인 책을 많이 내고 있다. 얄롬이 미국에서 실존상담으로 대중성을 확보한 이유 때문인지, 미국에 많은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에서도 실존상담이라고 하면 곧잘 얄롬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얄롬의 죽음, 소외, 무의미, 자유와 같은 실존적 주제를 다루는 상담은 영국 실존상담자 어네스토 스피넬리에게 비판을 받는다. 그런 주제를 다루는 것은 다른 상담접근에서도 할 수 있으므로 실존상담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담의 방법론이 실존주의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스피넬리의 비판점이다[1]. 얄롬을 실존상담자로 분류해야 되는지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존재한다[2]. 실존상담은 얄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크고 다양하다.

실존상담은 다양한 방식으로 생겨나고 있다. 실존주의가 큰 주제를 공유하지만, 실존주의로 분류할만한 철학자들의 개별적 접근은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실존상담 역시 하나의 고정되고 단일한 모델로 분류하기는 힘들다. 인간중심상담의 칼 로저스나 REBT의 알버트 엘리스와 같이 실존상담에는 한 명의 창시자가 있지도 않다. 영국 실존상담자 믹 쿠퍼는 실존상담은 하나의 방식으로 정의하기가 불가능하고 다양한 치료적 실제의 스펙트럼을 가진 접근이라고 말한다[3]. 스피넬리는 한 인터뷰에서 실존상담의 특징이 뭐냐는 질문에 웃으며 "굉장히 대답하기 힘들다. 실존상담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우리(실존상담자들)가 어떤 것에도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4]. 그렇기에 오직 철학상담의 관점에서만 실존상담을 해석하고 그것이 단 하나의 정답인 것처럼 제시하려는 시도는 편협한 시각이다. 그것을 주장하고 싶다면 실존철학상담이라고 따로 부르면 된다. 미국 실존상담자 루이스 호프만의 주도로 2010년 중국 난징에서 첫 번째 세계 실존심리학 학술회의가 열린 이후 전 세계의 실존상담자들은 계속해서 교류하는 중이다[5]. 실존심리학이 아니라 실존상담은 2015년에 영국 런던에서 첫번째 세계 실존상담 학술회의를 열었고, 2019년에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렸다. 2023년에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렸다[6]. 그런 세계적 교류를 통해서 실존상담자들이 서로 동의할만한 실존상담 학파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실존상담을 현존재분석, 현상학적 실존상담, 인간중심적 실존상담, 로고테라피와 같이 4가지로 분류하는 것이다.

현존재분석은 실존상담의 시초이자 뿌리로 거칠게 환원해서 말하자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라는 틀에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채운 것이다. 실존상담의 시초이자 뿌리인 현존재분석에서 하이데거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었으니 실존상담은 하이데거에 가장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존상담은 하나의 단일한 접근이 아니기에 꼭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현상학적 실존상담은 내담자의 세계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묘사하고자 하는 현상학적인 접근이다. 보통 현상학적 실존상담은 영국에서 시작되었기에 영국 실존상담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현재는 전 세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현상학적 실존상담이 발전하는 중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멕시코의 야퀴 안드레스 마르티네스 로블레스(Yaqui Andres Marinez Robles)가 있다[7]. 인간중심적 실존상담은 미국에서 생겨난 것이기에 보통 미국 실존상담이라고 불린다. 미국의 인간중심상담은 롤로 메이, 폴 틸리히와 같은 실존적 심리학이나 신학의 영향에서 완전히 구분하기 힘들고 인간중심상담과 실존상담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경향이 있다. 로고테라피는 보통 실존상담하면 떠올리는 빅터 프랭클이 만든 접근이다. 하지만 빅터 프랭클은 실존상담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고 로고테라피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각 학파의 영향력 있는 인물은 다음과 같다. 현존재분석에는 루트비히 빈스방거, 메다드 보스, 앨리스 홀제이-쿤즈(Alice Holzhey-Kunz)[8]가 있고, 현상학적 실존상담에는 R. D. 랭, 어네스토 스피넬리, 에미 반 두르젠이 있고, 인간중심적 실존상담에는 롤로 메이, 제임스 부겐탈, 커크 슈나이더가 있고, 로고테라피에는 빅터 프랭클, 알프리드 랭글이 있다.

실존주의에 기반한 실존상담의 특성상 자신의 상담접근을 체계화하고 이론화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존상담이 체계가 없다는 비판에 맞서 세계 실존상담 학술회의를 기반으로 전 세계 실존상담자들이 협력하여 각자의 접근들을 정리하고 구조화하고자 한 노력의 결과로 나온 책이 "The Wiley World Handbook of Existential Therapy[9]"이다. 실존상담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실존상담은 오직 얄롬이다', '실존상담은 오직 빅터 프랭클이다', '실존상담은 오직 철학상담의 한 종류이다[10][11]', '실존상담에 관련된 철학자는 오직 니체와 키르케고르이다[12]'와 같은 차안대를 벗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2. 실존상담의 기반이 되는 사상들

고대 그리스부터 19세기 실존철학에 이르기까지, 서양뿐만 아니라 노자유교와 같은 동양의 사상까지, 실존상담은 인간이나 삶에 대한 다양한 사상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실존상담은 다양한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특히 실존주의 철학, 실존문학, 현상학, 해석학에 뿌리를 둔다. 실존상담의 기반이 되는 사상들을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2.1. 실존주의

실존주의는 19세기 후반 ~ 20세기 철학자 중 인간의 삶, 행동, 느낌, 사고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다룬 것을 말한다. 기존의 인간에 대한 철학적 이해는 이분법(정신과 육체의 분리)이었다. 토마스 아퀴나스, 데카르트 등이 대표적인 이분법자이다. 이러한 추상적 인지 개념들로 이루어진 이분법적 철학 사조는 감정적인 개인의 경험에 관한 관심으로 변화한다. 그런 변화의 흐름이 실존주의 철학이다. 실존주의는 소크라테스적 태도로 미지인 삶을 탐험하는 태도를 보인다.

2.2. 실존문학

실존 문학자로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죄와 벌,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지하로부터 수기 등), 헨리크 입센(인형의 집 등) 등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문학작품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의 삶을 다루고, 이것은 실존철학자에 영향을 끼친다.

2.3. 해석학

해석학은 숨겨진 의미나 깊은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맥락에 맞는 의미를 드러내고, 모호한 걸 명백하게 만드는 것이다. 19세기 독일 신학자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가 해석학적 순환이라는 용어를 만들고, 해석학이라는 분야를 따로 독립시킨다.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의 전기작가이면서, 역사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빌헬름 딜타이는 해석학을 좀 더 발전시킨다. 딜타이는 삶 그 자체를 이해하는 것, 살아 있는 우리의 실제 경험의 의미에 집중한다. 그의 사상은 20세기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 칼 야스퍼스, 마르틴 부버, 마르틴 하이데거에게 영향을 준다.

2.4. 현상학

현상학은 있는 그대로의 앎을 추구한다. 기존에 가진 선입견, 편견, 믿음, 도그마, 관습, 역사, 정치, 문화, 숨겨진 동기 등 모든 것을 제외하고, 지금 일어나는 경험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현상학의 선구자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프란츠 브렌타노와 현상학자 에드문트 후설이다. 프란츠 브렌타노는 비엔나 대학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에드문트 후설에게 철학을 가르치던 사람이다. 브렌타노는 프로이트와 후설과 가깝게 지내면서, 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브렌타노는 현상학의 시초격인 묘사적인 심리학이라는 걸 주장한다. 중세의 지향성이라는 개념을 재조명하고, 그것을 자신의 이론에 포함한다. 모든 인간의 의식에는 객체가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에드문트 후설은 묘사적 접근, 지향성 등 브렌타노의 영향을 받아서, 현상학적 심리학을 발전시킨다. 후설은 노에시스와 노에마를 통해서 데카르트의 이분법을 넘어서고자 한다. 노에시스는 타자를 인식하는 과정이고, 노에마는 그렇게 인식된 타자를 지칭한다. 후설은 현상을 지각함에 있어서 직접적이고 주관적인 방식으로 세상이 드러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입견을 유보하는 에포케(괄호치기)가 필요하다. 현상학은 드러난 현상 그 자체로 돌아가는 작업이다. 괄호치기를 한 상태에서, 노에마를 묘사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현상학의 방법론이다.

2.5. 쇠렌 키르케고르

키르케고르는 과학만능주의에 맞서서, 자신의 주관적 깊이를 찾고자 한 사람이다. 그는 실존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심미적 향유에서 윤리적 정직함으로, 궁극적 진실의 기반이 되는 신에 대한 헌신으로 나아가는 인생의 단계를 제시한다. 자신의 불안을 통해서 삶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그것에 응답해야 하는 책임을 진 개인을 강조한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이 아닌, 자신의 내면의 가치를 따라가는 삶이다. 그는 주관적 자유를 추구하며, 국가나 종교적 교리가 아니라 진실에서 오는 두려움과 함께 사는 것을 강조한다.

2.6. 프리드리히 니체

니체는 힘에의 의지를 통해서 인간이 자신을 초월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것은 영적인 깨달음과 진실을 향한 탐구를 포함한다. 니체는 고통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니체에게 인간은 계속해서 경계를 넘나들며 여기저기 여행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고통의 심연을 들여다 볼때, 삶에 대해 배울 수 있다고 본다. 실존상담자는 이런 니체의 영향을 받아서, 내담자가 고통받고 있다면 그들이 그 고통에 직면할 용기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니체는 사회가 요구하는 것보다 개인 자신의 기준에 따르는 삶을 강조한다. 자유, 책임, 선택, 용기와 개인의 주관적 세상을 중요시한다.

2.7. 마르틴 하이데거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존재를 탐구한다. 다자인(현존재), 사실성, 피투성, 세계-내-존재, 관심, 유정성, 일상성, 시간으로 존재함, 공간 안에 존재함, 죽음을-향한-존재 등등 다양한 자신만의 표현을 만들어낸다. 하이데거는 존재가 얼마나 세계와 관련되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러한 관점으로 하이데거는 기존의 인식론적인 이분법의 사고(정신과 몸, 자기와 세계, 주체와 객체)를 넘어선다. 이런 세계관은 심리상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이데거는 미리 구성된 이론에 의한 틀보다는 주관적인 체험을 앎의 방법으로 사용한다.

2.8. 칼 야스퍼스

야스퍼스는 후설의 저서를 읽고 현상학을 심리학에 접목하기로 한다. 야스퍼스는 자신의 책 “정신병리학 총론”에서 기존의 정신 질환의 개념을 바꾸고자 하고, 현상학적으로 경험을 탐구하고자 한다. 야스퍼스는 기존 심리학의 수상쩍은 면이나 검증되지 않은 이론들, 신비화된 면에 도전한다.

2.9. 장폴 사르트르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에서 완전한 자유, 완전한 무를 주장한다. 우리는 정해져 있는 존재가 아니며, 자유로운 존재임을 주장한다. 자신이 뭔가 정해진 무언가라 여기는 사람들을 '자기기만'에 빠져 산다고 본다. 사르트르는 그것을 웨이터의 비유로 설명한다. 웨이터는 알맞은 움직임과 행동으로 완벽히 움직이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 그는 웨이터라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웨이터라는 고정된 역할에 너무 빠져서,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기기만의 상태인 것이다. 사르트르는 자기기만의 삶이 아닌, 선택의 자유가 있는 진정한 삶을 강조한다.

2.10. 시몬 드 보부아르

보부아르는 “제2의 성”을 통해서 여성으로 사는 삶이 사회의 압력으로 인해 어떻게 어려워지는지 말한다. "당신은 구부러진 공간에서 직선을 그을 수 없다. 당신은 올바르지 않은 사회에서 올바른 삶을 살 수 없다. 당신이 무얼 할 때마다 당신은 사회에 붙잡힐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통해서 사회적 압력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이야기한다.

2.11. 모리스 메를로퐁티

메를로퐁티는 “지각의 현상학”에서 심리학과 현상학을 통해 인간의 신체에 집중한다. 어떻게 인간의 몸과 세계가 모호한 존재로서 상호 관계를 맺는지를 다룬다. 우리가 세계에 무언가를 할 때, 세계는 동시에 우리에게 무언가를 한다. 이것은 주체와 객체가 모호해진 상호 관계이다. 메를로퐁티는 이러한 관계를 맺는 몸의 감각에 집중한다.

2.12. 막스 셸러

셸러는 타인과의 관계는 상호관계적이라는 것을 주장한다. 이것은 타인을 객체로 보고 그 사람을 공감해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주관성으로 타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관계 속에 있다.

2.13. 마르틴 부버

부버는 상호관계를 강조한다. 그는 '나-그것', '나-너' 관계를 통해서 우리 관계를 되돌아본다. 부버는 관계는 '나'와 '너' 이런 식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관계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타인을 객체나 도구로 보는 것을 '나-그것' 관계라고 한다. 타인을 주체로 보고, 판단하지 않고, 조작하지 않은 채로 관계 맺는 것을 '나-너' 관계라 한다. 나-그것 관계에서는 우리 자신도 객체가 된다. 나-너 관계에서 우리는 연결된 하나, 전체로서 존재한다. 나-너 관계는 친밀하고 개방되고 사랑이 있다. 부버는 나-너 관계가 없어서 실존적 불안, 고독, 의미 없음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본다. 부버는 자아보다 타인을 더 중요하게 바라보는 관계를 강조하는 것이다. 부버는 심리적 치유를 위해 친밀감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버는 단순히 문제행동을 바꾸거나 심리적 고통을 제거하는 것에 반대한다. 부버는 내담자를 진정한 인간으로 대하고 그 사람의 관점에서 경험하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

2.14. 폴 틸리히

틸리히는 비존재를 자각하는 것이 불안을 증가시킨다고 본다. 틸리히는 비존재가 불러오는 3가지 기본적인 두려움인 유한성, 무의미, 죄의식을 이야기한다. 불안에 직면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는 비존재의 불안을 직면하는 걸 포함한다. 실존적 불안을 직면하는 과정에서 용기가 생긴다. 반대로 직면에 실패하면 절망에 빠진다. 이러한 틸리히의 관점은 실존상담에서 중요하다. 실존적 불안(인간의 한계상황들을 마주하는 것)과 신경증적 불안은 실존상담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틸리히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 용기와 사랑의 매개이자, 믿음의 선택이라고 본다. 틸리히는 이것이 나-너 만남에 선행하는 영적인 관계라고 본다.

2.15. 에마뉘엘 레비나스

레비나스는 유대인 철학자이다. 레비나스는 타자에 대한 윤리를 강조한다. 사르트르와는 달리 레비나스는 영적이고 신학적인 방식으로 그것에 접근한다. 타자를 우리에게 낯설고 항상 무한으로 존재하는 무엇으로 여긴다.

2.16. 폴 리쾨르

리쾨르는 프랑스 철학자이다. 리쾨르는 어떤 특정 이론을 갖고, 어떤 사람의 말이나 경험을 분석하는 것에 반대한다. 리쾨르는 대화를 하는 두 사람 간의 관계에는 해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어떤 해석 틀을 가지고 대화의 진정한 단 하나의 의미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대화의 다양한 의미나 해석을 찾는 것이다.

3. 실존상담 학파

대부분의 실존상담 학파는 위와 같은 사상적 기반에 빚지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실존상담 학파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을 만들어냈다. 보통 실존상담을 크게 4부류로 현존재분석, 현상학적 실존상담, 인간중심적 실존상담, 로고테라피로 나눈다.

3.1. 현존재분석

현존재분석은 실존상담의 시초이다. 현존재분석자로는 루트비히 빈스방거(Ludwig Binswanger)와 메다드 보스(Medard Boss)가 있다. 이들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결합하고자 한다. 빈스방거는 정신분석, 실존주의, 현상학을 결합한 최초의 인물이다. 보스는 철학적인 근간을 심리상담에 세우고자 한다.

3.1.1. 루트비히 빈스방거

빈스방거는 자연과학적인 인간관이 아니라, 인문학적 인간관으로 인간을 전체로서 이해하고자 한다. 빈스방거는 상호 주관성을 치료의 핵심 요소로 삼고자 한다. 내담자는 그 사람의 맥락과 개인의 선택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본다. 빈스방거는 내담자를 물리적 환경, 사회적 관계, 개인 내적인 관계, 영적인 맥락이라는 4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내담자의 증상은 그 사람만의 특별한 개인적 의미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빈스방거는 내담자를 이론이나 법칙이 아닌, 내담자가 속해 있는 독특한 맥락 속에서 그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3.1.2. 메다드 보스

보스는 프로이트의 무의식 개념에 반대한다. 무의식이란 개념이 존재의 신비를 사물화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보스는 프로이트의 전이와 역전이를 통해서 상담에서 어린 시절의 관계가 되풀이된다는 개념에 반대한다. 보스는 치료적 관계는 두 사람이 완전히 조우하는 것이라고 보며, 서로에 대한 존중과 호감으로 진실하게 만나는 관계라고 본다. 보스는 프로이트의 과거를 파헤쳐서, 거기서 원인을 찾는 '왜?(Why?)' 관점에 반대한다. 대신 '안 그럴 수도 있잖아?(Why not?)'의 태도를 강조한다. ‘과거가 그랬어, 근데 지금은 다를 수 있잖아?’, ‘나는 두려워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보스는 정신분석의 에고, 이드, 슈퍼에고 개념을 비판하며, 세계와 분리된 자신의 내면세계에 집중하는 것에 반대한다. 보스는 인간은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와 함께 존재하는 존재로 바라본다.

3.2. 현상학적 실존상담

현상학적 실존상담은 영국에서 일어난 실존상담의 흐름이다. 현상학적 접근은 내담자의 고통을 정신병리학적인 접근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자 한다.

3.2.1. R. D. 랭

영국 스코틀랜드의 심리학자 R. D. 랭(R. D. Laing)이 현상학적 실존상담의 시초이다. 랭은 하이데거보다는 사르트르, 카뮈, 메를로퐁티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랭은 나와 너의 분리, 주체와 객체를 이분법으로 나누는 정신분석적 관점에 반대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분열된 자기(The Divided Self)[13]"라는 책에서 랭은 정신분열과 편집증 또한 내담자의 인생 맥락에 들어가서 보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랭은 자신의 접근을 체계화하기를 꺼렸다.

3.2.2. 에미 반 두르젠

1980년대 랭의 영향 아래, 영국의 실존상담 학파가 생겨났다. 그 중심에는 에미 반 두르젠(Emmy Van Deurzen)이 있다. 두르젠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심리학자로 실존주의와 현상학을 기반으로 현상학적 실존상담을 만들어냈다. 두르젠은 내담자에게 '나는 어떻게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두르젠은 삶은 끊임없는 투쟁이라고 보며, 가끔 편안함과 행복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본다. 두르젠은 삶의 어려움을 다루는 것을 상담의 핵심으로 삼는다. 삶의 문제를 사실로 수용하고, 그것에 직면하고, 도전하는 용기를 갖는 것이 두르젠이 보는 상담의 핵심이다. 내담자가 자신의 자기기만이나 소외에서 깨어나서, 지금 당도한 삶에 직면하고 도전하며,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을 상담의 목표로 삼는다. 두르젠은 내담자의 고유한 경험을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 영적인 면으로 나누어서 본다. 두르젠에게 불안과 행복은 삶에 도전하는 것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이다. 두르젠의 관점에서 성공적인 상담은 내담자가 개방적이고,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현실의 경험 속에서 평화를 만들 줄 아는 것이다.

3.2.3. 어네스토 스피넬리

에미 반 두르젠과는 다른 관점의 영국 실존상담자도 있다. 어네스토 스피넬리(Ernesto Spinelli)이다. 스피넬리는 두르젠의 철학적인 관점보다는 좀 더 관계적인 면에 무게를 둔다. 상담자가 현상학적으로 자신의 신념이나 가정을 모두 괄호치기 한 상태로, '모름'의 상태로 내담자의 세계에 참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피넬리에겐 내담자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이 중요하다. 내담자를 분석하지 않고, 내담자가 가능한 그들의 경험을 묘사할 수 있도록 한다. 내담자가 자신의 경험을 묘사하면서 자신의 세계관(world view)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는 실제 세상(worlding)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깨닫게 한다. 스피넬리는 실제 세계 경험(worlding)과 맞지 않는 침체된 세계관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 고통을 만든다고 본다. 치료적 관계는 내담자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장이다. 상담자는 타자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치료적 관계에 존재한다. 치료적 관계에서의 묘사적 탐색을 통해 세계관의 경직된 부분을 드러내고, 새로운 유연한 세계관을 만들도록 돕는다. 치료적 관계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관을 실제 세상, 특히 내담자의 가까운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탐색하면서 상담을 마무리한다.

3.3. 인간중심적 실존상담

인간중심적 실존상담은 미국의 실존상담이다. ‘인간중심적’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칼 로저스의 영향을 받았다. 현재 미국에서 실존상담과 인간중심적 상담은 구분하기 힘들다. 사실 정신분석과 행동주의 이후의 "세 번째 물결"이라고 불리는 인본주의 운동이 없었다면, 실존상담은 받아들여질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은 인간중심적 실존상담자는 인간중심상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중심적 실존상담은 현존재분석, 현상학적 접근과 다르게, 정신분석의 치료적 핵심 전제들을 받아들인다. 특히, 사람들이 무의식적 불안을 방어할 때, 심리적인 고통이 생겨난다고 보는 관점을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인간중심적 실존상담자에게 가장 근원적인 두려움은 부모와의 관계도 아니고, 본능적인 욕구 사이의 갈등도 아니다. 가장 근원적인 두려움은 우리 삶의 피할 수 없는 주어진 사실들에 대한 앎이다. 인간의 유한성(죽음), 자유, 소외, 무의미함 등 인간의 주어진 사실들 말이다. 그건 우리 존재의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그것들을 무의식으로 밀어 넣고, 우리가 죽지 않는 불사신인 양 생각하며 산다. 그런 방어적인 태도는 심리적 건강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인간중심적 실존상담은 내담자의 그러한 방어를 극복하도록 돕고, 결단력 있고 확고한 태도로 우리 존재의 불안에 개방되도록 돕는다. 삶의 민낯을 직면하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가지고 내담자를 탐색하고, 직면하고,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경험적인 맥락 속에서 치료적 관계의 역동을 다룬다. 현재 인간중심적 실존상담은 자기 한계를 넘어서 기존의 다양한 상담에 실존적 요소를 접목하는 실존통합적 상담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인간중심적 실존상담자로는 롤로 메이, 제임스 부겐탈, 어빈 얄롬, 커크 슈나이더가 있다.

3.3.1. 롤로 메이

롤로 메이(Rollo May)는 키르케고르와 폴 틸리히에게 영향을 받았다. "불안의 의미(The Meaning of Anxiety)"에서, 그는 불안이 용기 있는 행동을 하게 하고, 진실한 자유를 자극한다고 말한다[14]. 그는 "내담자는 그 자체로 봐야 한다. 그 사람을 우리가 가진 이론으로 투사해서 보는 게 아니라, 그의 세상 속에 있는 그를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메이는 이론에 내담자를 끼워 맞춰서는 안 되며, 단순한 테크닉들은 상담자가 내담자와 상호작용하지 않으려는 증거라고 경고한다. 롤로 메이는 내담자의 독특한 실재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세계로 들어가서, 내담자의 강점이나 삶의 어려움에 대응하는 방식을 탐색한다. 메이는 실존주의를 "주체와 객체를 나누는 이분법적 분열을 파괴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메이의 상담방법론은 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서, 몸과 정신을 모두 포함하는 전인적인 접근을 추구한다. 오직 지성만으로는 무언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메이는 전인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때 창조적인 이해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실존적 접근은 자기 자각을 높이면서, 더 자유로운 삶을 가능하게 한다. 신경증은 실재를 탐색하지 않고 피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며, 상담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현실 자각을 높임으로써 신경증을 피하는 것이다.

3.3.2. 제임스 부겐탈

제임스 부겐탈(James Bugental)은 로저스와 메이에 영향받았다. "진정성 찾기(The Search for Authenticity)"에서 부겐탈은 인간중심적 실존상담의 인간관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15].

1. 인간을 전인적으로 봐야 한다. 환원주의적으로 보면 안 된다.
2. 인간은 선택과 책임을 진다.
3. 인간은 지향성을 갖고 있으며 의미, 가치, 창조성을 추구한다.
4. 인간은 삶을 정신 내적으로 경험하며 산다.
5. 인간은 타인과의 맥락 속에서 자기를 자각하고, 상호관계적인 세상에서 존재한다.
미국의 실존상담자 오라 크러그(Orah Krug)가 지적하기로는 부겐탈은 관계성보다 정신 내적인 면에 더 관심을 둔다고 한다. 그의 장점은 정교한 표현을 통해서 '지금-여기'에 존재하는 방식이었다. 치료적 관계에서 그의 섬세하고, 정교한 현존의 방식은 내담자가 상담에 더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는 "심리치료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Psychotherapy Isn't What You Think)"라는 책에서 이론에 불과한 심리치료와 살아 있는 순간 속에서 내담자와의 진짜 경험을 중심으로 하는 심리치료를 구분한다[16]. 부겐탈은 내담자의 증상 제거가 아닌, 삶의 변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담자의 주관적 경험이 아니라, 그것이 일어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내담자의 변화는 상담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가 스스로 하는 것이라 본다. 상담자는 단지 그런 과정을 돕는 역할일 뿐이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가진 삶의 스트레스, 취약성에 기꺼이 참여해서, 그것들과 부대껴야 한다고 본다. 상담자는 최대한 내담자가 경험하는 것을 표현하도록 돕고, 내담자가 가진 자원으로 삶의 취약성과 위험을 견디도록 돕는다. 부겐탈의 방법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주관적 자각이다. 내담자가 세계 속의 자기 자신과 인간 존재의 한계에 대해 자각한다면, 생동감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상담을 통해 내담자가 이러한 자각을 하도록 돕고, 내담자가 삶에 대한 유연성과 용기를 갖도록 돕는다.

3.3.3. 어빈 얄롬

얄롬은 "실존 심리치료(Existential Psychotherapy)[17]"와 "집단 심리치료의 이론과 실제(The theory and practice of group psychotherapy)[18]"라는 중요한 책을 썼다. 두 책에서 얄롬은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상담자와 내담자가 상호작용하는 관계 중심의 상담접근을 묘사한다. 얄롬은 내담자의 의지가 상담에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얄롬은 인간이 삶의 주어진 조건인 '죽음, 자유, 책임, 고독, 무의미함'에 직면하면 불안이 생긴다고 본다. 상담의 목표는 내담자와 함께하면서 그들의 저항을 극복해서 이러한 핵심적 사실에 직면하도록 돕는 것이다. 삶은 무작위적인 사건들에 의해서 일어나고, 거기에는 미리 정해진 운명 같은 건 없다. 대신 사람들은 어떻게 최대한 진실하게 살 수 있을지 선택해야 할 뿐이다. 그는 "아마 우리는 우리가 왜 사는지에 대한 질문이 없어도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미뤄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상담자는 자기 자각을 해야하며, 친밀한 치료적 조우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개방하고 표현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

3.3.4. 커크 슈나이더

커크 슈나이더(Kirk Schneider)는 현재 미국의 인간중심적 실존상담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슈나이더는 내담자의 자유를 상담의 목표로 삼는다. 슈나이더는 내담자의 자유 수준을 생리적, 환경적, 인지적, 성적, 대인 관계적, 경험적인 수준과 같이 6가지로 나눈다. 그 중 경험적인 수준에서의 자유를 가장 근원적인 자유 수준이라고 본다. 경험적인 자유 수준은 즉시적, 신체 감각적, 심층적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슈나이더는 경험적인 수준에서의 수축이나 팽창으로의 양극화가 심리적 고통을 일으킨다고 본다. 팽창이나 수축으로 양극화된 것에 접촉해서, 경험하고 수용하면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슈나이더는 균형을 이루기 위한 방법론으로 '현존', '실재를 활성화하기', '저항 다루기', '의미와 경외감 다시 발견하기'를 제시한다. 현존은 현재 일어나는 일에 접촉해서 존재한다는 것으로, 현재 일어나는 몸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현존 속에서 내담자의 양극화를 발견할 수 있다. 실재를 활성화하기는 상담에서 현재 일어나는 일을 다룰 수 있게끔, 마음을 드러내고 명백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내담자는 양극화된 측면에 접촉하기를 꺼리며 저항할 수 있다. 저항을 다루기 위해서는 내담자가 현재 자신이 하는 행동을 조망할 수 있게끔 해서,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만든다. 양극화된 측면에 접촉해서 경험하고 수용하면 내담자는 자기 경험의 전체성을 회복하고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변한다. 새로운 관점으로 삶의 의미와 삶에 대한 경외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3.4. 로고테라피

로고테라피는 내담자의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데 돕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무의미함과 절망의 감정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로고테라피는 다른 실존적 접근보다 상대적으로 교조적인 테크닉을 사용해서 내담자가 의미와 목표를 찾는 데 돕는다. 소크라테스식의 대화나, 자신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가치 찾기, 의미를 찾기 위한 탐색 등을 통해 내담자의 의미를 찾는다.

3.4.1. 빅터 프랭클

로고테라피는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Viktor Emil Frankl)이 만들었다. 프랭클은 나치의 수용소에서 무의미함과 무용함을 느끼는 사람보다, 의미와 희망을 품은 사람이 생존확률이 높다는 것을 발견한다. 프랭클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동기는 자기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 못할 때, 인간은 좌절하고 공허하고 낙담한다고 본다. 중독, 강박, 포비아와 같은 자기 파괴적인 행동은 의미를 찾지 못해서, 자신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행동이라 본다. 프랭클은 정신 건강은 자기를 넘어선 삶의 목표, 목적, 소명, 헌신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무언가를 사랑하여 자기 밖을 향하는 것은 인간 존재를 초월하는 것이다. 사랑이나 헌신할 것을 못 찾으면 개인은 자기중심적이 되고, 신경증적 증상이 생기며, 삶의 의미를 잃게 된다. 프랭클은 내담자가 자기에게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 타인에게 눈을 돌리도록 한다. 내담자가 자기의 의미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상담자는 결정론적이거나 환원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 내담자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 내담자는 자기 삶의 의미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프랭클에게 의미를 찾는 것은 이미 드러난 무언가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이고 역동적인 창조이다. 다른 실존상담처럼 프랭클은 내담자의 증상을 상담의 중심에 놓지 않는다. 증상 자체에 관심을 두는 게 아니라,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3.4.2. 알프리드 랭글

알프리드 랭글(Alfried Längle)은 로고테라피를 더 발전시킨다. 랭글은 내담자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내적 동의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개인적인 내적 동의는 4가지 측면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근본적인 실존 동기부여'라고 부른다. 첫째는 삶의 주어진 사실들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들을 따르는 것이고, 셋째는 자기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고, 넷째는 삶에서 실제로 중요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 4가지 측면에서 내적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본다.

3.5. 실존상담 스펙트럼

위와 같이 실존상담에는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존재한다. 상담의 실제에서 관점의 차이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앎 vs 모름 : 상담자가 내담자에 대한 가정이나 신념을 가져야 한다 vs 내담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가정하지 않고 모른 채로 만나야 한다
지시적 vs 비지시적 : 상담자가 상담을 이끌어야 한다 vs 내담자에게 맡겨야 한다
설명 vs 묘사 : 상담자는 내담자의 경험을 해석해서 설명해야 한다 vs 내담자의 경험을 최대한 묘사해야 한다
정신병리학 vs 반-정신병리학 : 상담자는 내담자를 정신병리학적 틀로 바라보고 내담자에게 부적응이나 기능장애가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vs 내담자의 고유한 맥락에서 증상을 이해하고 경험해야 한다
테크닉 vs 반-테크닉 : 상담자가 구체적인 방법론을 따라서 테크닉을 구사해야 한다 vs 정형화되지 않은 대화로 상담해야 한다
즉시성 vs 반-즉시성 : 상담자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쫓아야 한다 vs 아니다
심리학 vs 철학 : 상담자는 내담자의 감정, 인지,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 vs 상담은 내담자의 삶에 대한 문제와 그것의 의미를 나누는 것이다
개인 vs 세계 : 상담자가 내담자를 이해할 때 개인 내면의 심리적인 면만 고려해야 한다 vs 모든 인간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렇게 실존상담에는 다양한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실존상담을 하드와 소프트라는 양 축으로 나눈다고 가정해보자. 하드한 실존상담은 지시적, 정신 병리적, 해석적, 테크닉 중심이고 내담자가 주어진 삶의 사실들에 직면하는 방식일 것이다. 현존재분석이나 로고테라피가 이런 방식에 가깝다. 소프트한 실존상담은 현상학적, 묘사적, 관계 중심적이고 내담자의 세계관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이해하고 탐색하는 방식일 것이다. 현상학적 실존상담이나 인간 중심적 실존상담이 이런 방식에 가깝다.

위의 내용은 실존상담자 Mick Cooper의 의견이다. 개인적으로는 실존상담은 모름, 비지시적, 묘사, 반-정신병리학, 반-테크닉, 즉시성, 철학, 세계에 더 가깝다고 느낀다.

4. 기타

현재 실존상담은 위와 같은 큰 4가지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방식의 실존상담이 탄생하는 중이다. 가까운 중국 같은 경우는 ‘직면’이라는 이름으로 실존상담이 생겨났다. 한국에도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한재희의 “실존통합심리상담: 과정과 기법”이라는 책이 나왔다. 더 다양한 세계의 실존상담이 궁금하다면, 참고문헌의 "The Wiley World Handbook of Existential Therapy"를 참고하길 바란다. 이 책의 아시아 챕터에 한국도 나오는데, 이동식의 도정신치료를 소개하고 있다. 2023년 12월에 학지사에서 김은희의 "주체적 실존치료"가 출판되었다.

실존상담 관련 학회지는 “Existential Analysis”가 있다. 홈페이지는 https://existentialanalysis.org.uk/publications/journal/이다.

동시대의 실존상담을 공부하고 싶은데 위의 실존상담 학파들이 너무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어네스토 스피넬리, 커크 슈나이더, 에미 반 두르젠만 챙겨봐도 된다.

이 문서는 큰 틀에선 참고문헌의 "The Wiley World Handbook of Existential Therapy"의 Introduction을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5.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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