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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1-23 18:55:00

어둠의 숲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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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3. 문제점4. 기타

어둠의 숲 고찰[1]
우리는 왜 외계인을 찾아선 안되는가[2]

1. 개요

어둠의 숲 가설(Dark Forest Hypothesis)페르미 역설의 한 가지 해결책으로 제시된 가설로, 우주 문명간의 접촉은 필연적으로 어느 한 쪽의 멸망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에 외계 문명들은 서로 다른 문명에게 발견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며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있다는 가설이다. 류츠신의 소설 삼체의 2부 제목인 "암흑의 숲"은 여기서 모티브를 따왔다. 한마디로 우주는 통제되지 않은 약육강식의 세계라는 가설.

의외로 개념의 기초 자체는 꽤 오래전에 나온 것으로 파이오니어, 보이저를 비롯한 외우주 탐사선을 태양계로 내보낼때 '굳이 외계의 침공을 부를 수 있는 우리의 위치 정보를 외부에 나보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또한 아서 C. 클라크 경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관하여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우리 말고 더 있거나, 우리뿐이거나. 그 두 가능성이 모두 끔찍하다'라는 말로 타 외계 문명에 대한 두려움을 논평한 적이 있다. 한편 천문학자이자 작가인 데이비드 브린(David Brin)이 1983년 페르미 역설에 대한 찬성 및 반대 주장 요약에서 설명했으며, 이 가설은 하나의 잠재적인 페르미 역설의 해결책으로 설명되었다. 물론 어둠의 숲이라는 용어 자체는 이 가설을 배경으로 삼은 암흑의 숲에서 따온 것이 맞다.

2. 상세

어둠의 숲 가설이 참이라면 대여과기 가설과 마찬가지로 인류에게는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이 가설은, 깜깜하고 앞이 거의 안 보이는 어둠의 숲에 있는 사냥꾼은 숲 안에서 자기 말고 누군가가 있을지 몰라 자기의 정체를 숨기고 살고 있다는 가설이다. 호의적인지 적대적인지도 모르는 누군가가 어디에서 어떠한 무기로 무장하고 다닐지 몰라 있을지도 모르는 그들을 피해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만약 들키면 먼저 죽여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어둠의 숲, 곧 약육강식 가설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저 무한한 어둠의 숲인 우주에서 골든 레코드, 수많은 우주 탐사선, 100여 년부터 쏜 모든 파선들은 우리의 존재를 우주에 알리는 꼴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태양계 탐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세상이 멸망하거나 퇴화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언젠가 태양계 너머의 별들도 탐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존재는 우주에 알려지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우리보다 훨씬 발달한 카르다쇼프 척도 1단계 이상의 문명들이 우리의 존재를 알게 될것이다.[3] 그 문명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호의적인지, 우리는 또 그들이 우리에게 호의적일지 적대적일지 모른다. 만약 이야기가 통한다 해도 당연히 광년 거리로 떨어져서 메세지를 주고받는 건 한 몇 년씩 걸릴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들은 생존을 위해 자기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모든 문명을 파괴하거나 없애려 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위협적이다. 아무리 인류의 문명 수준이 그들에 비해서 낮다고 해도, 문명이 파괴되지 않은 이상 언젠가 기술적 특이점 등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몇백 년 사이에 그들하고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러면 이는 그들의 문명이 위협받는다는 신호가 될 것이며, 그 전에 우리 인류의 문명을 멸망시킬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평화적으로 다가가도 우리와 진화 과정 자체가 완전히 다른 외계생명체들이 우리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며 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에, 그들과 평화적으로 지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 가설이 페르미 역설의 정답이 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어떤 문명이 우주에 자신들의 존재를 나타내는 순간, 다른 동일하거나 더 상위의 문명이 필연적으로 그 문명을 멸망시키기 때문에 외계인들이 안 보인다는 것. 그러면 결론적으로 이 가설에 따르면, 우주에는 3가지 문명들이 존재한다.

3. 문제점

데이비드 브린을 비롯해 이 가설에 대해 사고실험을 한 사람들은 "거대한 침묵"을 끝낼 수 있을 만큼 자신을 알리는 데 용감한(또는 어리석은) 문명이 있으면 이 침묵은 해결될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미 벌써 하나 있긴 하다.

우주간 문명들간의 이런 불편한 침묵이 이어진다고 가정해보자. 이들 중 한 문명은 어느날 지구에서 온 메시지를 받고 지구인류문명이라는 다른 문명의 존재를 깨달았다. 이들은 지구문명을 잠재적 위협으로 보고 제거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지구문명의 위협도가 낮으니 이대로 방치할 것인지 논의한다. 강경파가 지구인류를 멸망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자 온건파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지구 인류를 멸망시킨다고 치자, 하지만 우리 문명은 혹시 있을지 모를 다른 문명으로부터의 위협에서 스스로를 숨기기 위해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왔다. 만약 지구인류 문명을 멸망시킨다고 한다면 우리가 지구를 멸망시키는 행동이 우리보다 더 고도화 된 문명에게 파악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그들이 지구보다 더 앞선 문명을 가진 우리를 더 위협적으로 본다면 어찌할 것인가?"

강경파는 이 질문에 침묵한다. 이렇게 옥신각신 하는 사이에 또 희망적인 예상을 하던 다른 문명이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며 "거기 누구 없어요!" 를 외친것이 발견된다. 이 문명은 혼란에 빠진다. 이제 지구와 이 문명의 존재로 인해 이런 메시지를 내는 종족을 모두 제거한다고 하면 이 문명은 다른 문명에 대한 노출 위험을 두배로 감수해야 한다. "다른 종족에게 노출될 위험을 감수하고 굳이 이들 문명을 제거해야 할 필요가 우리에게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 문명은 반론을 내놓지 않고 침묵한다. 다른 비슷한 생각을 가진 문명들도 섣부르게 나서다가 자신들의 위치가 파악될까봐 두려워 나서지 못한다. '정 그렇게 실질적으로 위협을 느끼는 문명이 있다면 위협을 감수하고서라도 나서겠지'라고 각자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이런식으로 점점 용감한, 혹은 어리석은 문명들이 자신들을 알아달라는 메시지를 우주에 퍼뜨리며 우주에서는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문명들의 메시지가 퍼져나간다.

여기서 좀 더 가설을 비틀어보자, 이런 지구의 메시지를 보고 다른 문명은 타 문명에 대한 노출 위협을 감수하고 지구 문명을 멸망시키기로 결의했다. 그런데 그들이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무기의 에너지를 다른 고도의 문명이 감지하고 만다. 이들은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문명의 수준과 지구 문명의 수준을 비교하고 전자의 문명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문명에 대해서 선제공격을 가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 문명은 자신의 존재를 다시 다른 문명에게 드러내고야 말았고 이 문명은 다시 또 다른 문명에게 비슷한 이유로 공격을 당한다. 결국 이렇게 자신을 숨기려는 시도로써 타 문명을 공격하는 우주 문명들이 필연적으로 싸우다가 멸망하는 사이, 지구를 공격하지 않고 자신을 숨기려는 문명들과 이들 중 가장 하등해 위협대상에서 가장 멀어진 지구 문명은 살아남아서, 우주에서의 전쟁을 보며 자신을 숨긴답시고 타 문명을 공격한 이들의 최후를 관측하며 오히려 어둠의 숲 가설과는 반대로 우주엔 관찰될 만한 문명들이 차고 넘친다는 사실만 파악한다. 이렇게 문명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선 오히려 타 문명을 공격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인식을 강화한다.

결국 이 가설의 문제는 이 우주에 정말로 그렇게 문명이 가득차서 서로의 위협이 되는 문명의 존재를 두려워 하는 문명이 있다고 해도 그 문명은 자기보다 약한 문명, 강한 문명 모두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걸 꺼리게 될 수 밖에 없어 그런 두려움이 없는 문명간의 메시지를 실제적으로 완벽히 제거할 강력한 구심점이 없다는 것에 있다.

그러니까 외부로부터의 관측을 꺼리는 문명이 다른 문명을 잠재적 경쟁자로 봐서 무조건 적대할 수밖에 없다면, 다른 성간에 있을 문명을 완전히 파괴하는데는 분명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될 것인데 그런 거대한 에너지 자체가 타 문명이 관측될 수 있는 메시지가 된다는 게 이 가설의 가장 큰 모순인 것이다. 또한 이 문명이 그걸 두려워해서 비교적 에너지가 적게 드는 전쟁, 즉 워프같은 시공간을 접는 에너지가 크게 드는 수단이 아닌 빛의 속도보다 낮은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선에 병력을 태우고 고전적인 육상전을 시도한다고 해도 문제인게 그 과정에서 피침공 문명이 더욱 발전해 우주선에 있는 병력의 문명보다 문명 수준을 앞지를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데다가, 그렇게 스스로 제한전을 걸어 문명이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의 수준을 낮췄을때 보급의 문제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생기며 무엇보다 이미 전 우주로 퍼졌을 가능성이 높은 메시지를 과연 침공 문명만 받아보았을지가 문제인 것이다. 메시지를 전파한 문명에 대해 어느 문명이 그 메시지를 받아보았다면, 마찬가지로 다른 문명들 역시 메시지를 전파받아 이 문명을 주시하게 될 가능성은 충분하며 문명간의 교류가 없으므로 침공 문명은 이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전파되던 메시지가 끊기면 다른 문명들이 과연 누가 그랬는지 추적할 수 밖에 없고 이러나 저러나 전쟁을 일으킨 문명이 발각당할 확률은 증가하는 것이다.

결국 메시지를 외부로 마구 전달하는 문명을 제거하기 위해선 다른 문명들간의 합의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 가설 자체가 '어떤 문명들이 다른 문명을 두려워하여 교류 자체를 거부하고 발각되지 않기 위해 은둔하는게 기본상태다'는 가정을 근간으로 삼고 있으니 다른 문명을 두려워해 숨은 문명들에게 그런게 가능할리가 없다.(...) 결국 서로 숨어있는 문명들보단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 교류하여 이해관계가 잘 맞는 문명들끼리만 다른 문명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다는 결론만 나오는데 그런 우주적 문명간의 동맹이 애초에 가능하다면 문명들이 꼭 서로를 무서워해서 멸망시키는 것만 있을 이유가 없고 우주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만 있을뿐이라는 기본적인 이 가설의 가정은 완전히 붕괴하고 만다.

어둠의 숲 가설로 다시 돌아가서 설명하자면 어둠의 숲에 사는 사냥꾼은 자신의 위치가 발각되면 어디서 숨어있던 또 다른 사냥꾼이 나타나서 자길 죽일지 모른다는 걸 안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존재에 대해선 그것으로 상대가 메시지를 보낸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위협인지 아닌지 대략적으로나마 파악이 가능하지만 숨어있어 보이지 않는 위협은 그 존재가 언제 어떻게 나타나는 걸 파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 더 위험한 것이다. 그런데 굳이 메시지를 보낸 상대가 위협적이지 않다는 걸 파악한 상태에서 어둠의 숲에서 더 위험할지도 모르는, 자신의 위치가 파악될 총성을 낼 필요가 있을까? 즉 오히려 이런 두려움은 이런 두려움이 없는 문명의 메시지가 퍼지는 걸 방조하여 메시지를 보낸 문명의 안전을 보장할 가능성조차 있다는 것이다.

설령 모든 문명보다 자신이 가장 우위에 있는것을 확신하는 문명이 있다고 쳐도 그렇다면 이 가설의 핵심인 '다른 문명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침묵'은 그 문명에게 해당사항이 없으므로 그 문명은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타 문명을 멸망시킬수도, 그렇지 않을수도 있는 선택지를 가져 꼭 타 문명에 대한 삭제를 진행하리라는 법이 없고, 오히려 우월한 힘을 바탕으로 타 문명들이 자신들을 앞서지 못하도록 존재를 드러내 간섭하려 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 가설은 각 문명간의 힘의 균형과 각자도생이 이루어진다는 가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사고실험을 진행하다보면 우주에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용감하고도 어리석은 문명들의 집합군, 굳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지 않으려는 신중한 문명의 집합군으로 힘의 균형이 성립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인류는 아직까지 관측범위내에서 이런 '어리석은 문명들'의 메시지조차 감지한 바가 없다.

사실 따지고보면 이런 어둠의 숲 가설이라는 것 자체가 다분히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다른 문명들도 다 인간문명과 유사한 사고방식을 한다는 가정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애초에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개념 자체가 오로지 인류문명만이 생각해낸 개념이거나 다른 문명들 역시 대다수가 이런 취지에 긍정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아예 인류문명과 다른 문명간의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다면 이런 가정들은 성립할 수 없다.

4. 기타


[1] 아이작 아서의 영상.[2] 쿠르츠게작트의 영상.[3] 우리는 은하 끝자락에 있어서 은하 중심에 있을지도 모르는 우주적인 문명들과 접촉하지 않아 안전한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