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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15 18:18:41

유죄인간21호

유죄인간21호
최민호 단편소설
파일:최민호_유죄인간21호.webp
장르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저자 최민호
출판사 우주라이크소설
출간 정보 2024.04.15
독점 감상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5476000001


복수로서의 사형 집행이 합법화된 시대, 집행권을 가진 자들은 사형수를 직접 죽일 수 있다.
기억의 잃은 죄수인 주인공은 여섯 명의 무고한 사람을 잔인하게 살인 연쇄살인범이며, 여섯 명의 집행권자들에 형벌을 목전에 두고있는데...
'진짜 나는 누구고, 이 공간을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단편소설이다.

바깥은 춥고 어두웠다.


21번은 밝은 조명등 아래에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과거와 미래처럼 진한 어둠뿐이었다. 본능적으로 숨을 깊이 들이켜니 폐로 차가운 공기가 들어와 몸을 선뜩하게 했다. 철컹. 뒤쪽에서 들리는 문단속 소리에 놀란 공양이처럼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굳게 닫힌 철문은 추방자에게 보낸 마지막 인사였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는 양손으로 어깨를 쓰담었다.


갓난아기가 요람을 그리워하듯 21번은 저 안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사실 자기 정체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그는 핏덩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틀 전 21번은 낯선 공간에서 눈을 떴다.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등장해 이곳은 교도소의 의미술이며, 머리를 다쳐 기억 상실 증상이 생겼다고 알려 주었다. 흡혈귀에게 피를 빨린 것처럼 안색이 창백한 의사의 설명을 듣고도 그는 별다른 감상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이름과 나이, 직업 등은 물론이고, 첫사랑의 이름부터 가장 싫어하는 음식처럼 사소해서 인간적인 기억까지. 누군가 뇌를 끄집어내 관련 정보가 담긴 주름 부위를 깨끗하게 닦아 낸 것 같았다.


의사와 면답하는 동안 그는 자기가 21번으로 불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무슨 죄를 지어 여기에 갇혔는지 물었지만, 의사는 환자의 개인 정보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21번은 질문 방향을 바꿨다.


"그럼... 기억이 다시 돌아올 순 있는 겁니까?"
<유죄인간21호>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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