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일/던전/정령의 그루터기

한때는 정령들이 태어나는 생명의 요람

정령들은 신들이 지정한 장소에서 태어나 삶을 시작했다.
그들은 신과 모든 생명을 위한 일들을 하기 위해 깨어났고, 자신이 받은 사명을 다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그들이 시작하는 곳에는 언제나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생명의 힘이 머무는 정령의 나무, 그런 나무들이 모이는 숲. 신과 정령들은 그곳을 정령의 숲이라는 말 대신 그루터기라 일컬었다.

생명력이 다한 정령들은 그곳으로 돌아가 새로운 힘으로 다시 살 수 있게 했다.
그곳을 마련해줬던 오르카가 사라져도, 세계를 떠나는 신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정령들은 그렇게 삶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죽은 정령의 잔해들만이 반기는 무덤

정령들이 삶을 이어가면서 그곳에서 자라던 나무들은 엘-라르사의 손에 베이고 다시 자랄 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자라지 않았던 나무들이 있었다.
처음엔 한 두 그루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자라지 않는 나무들이 많아졌다.

엘-라르사가 가이아 여신에게 부탁해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했지만, 그뿐이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생명을 이어받지 못한 정령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삶을 이어가지 못한 정령들은 나무뿌리 밑으로 떨어졌고, 자신 대신 나무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프레이오스에서 정령이 머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장소는 그렇게나마 자신의 삶을 포기한 정령들에 의해 명맥만 이어갈 뿐이었다.
오랜 시간을 지켜오던 엘-라르사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여신께서 제대로 봐주지 않으면 이곳이 더는 정령의 것이 되지 않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