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일/던전/헬레폴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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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먼 옛날, 작은 시골 마을에 한 아이가 살았습니다.
아이의 곁에는 태어날 때부터 함께한 정령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정령과 무척 친했고, 매일 정령과 함께 놀았습니다.

어느 날 하늘을 올려다본 아이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평소와는 달리 파란 하늘에 검디검은 그림자가 나타나 있었습니다.
아이의 엄마는 겁에 질린 아이를 안아 주면서 저 하늘의 그림자는 옛날부터 나타났다가 사라지고는 했다며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말에 웃음을 되찾았고, 이불을 뒤집어쓴 후 잠을 청했습니다.

일어나렴, 일어나렴. 단잠에 빠져 있던 아이는 조심스럽게 자신을 깨우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이는 여느 때처럼 엄마에게 잠투정을 부렸지만, 곁에서 늘 투정을 받아 주던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이야, 아이야. 눈을 떠서 앞을 보렴.
정령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조심스레 아이를 깨웠습니다
아이는 눈을 뜨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앞을 봤습니다.
엄마가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을도 없었습니다.
오직 외딴 풀밭에 살고 있는 아이와 정령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하늘에 있던 검은 그림자는 더욱 커져 하늘의 절반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아이야, 아이야. 검은 그림자가 모두를 삼켰어.
그리고 정령은 아이에게 엄마와 마을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했습니다.
거인 아저씨가 검은 그림자를 베는 무기를 만들 수 있어.
아이는 정령과 함께 거인 아저씨를 만나러 떠났습니다.
언덕을 넘고 강을 건너 커다란 바위산에 오른 아이는 드디어 거인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거인 아저씨는 아이와 정령의 이야기를 듣고 커다란 석상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둘, 셋… 거인은 계속해서 석상을 만들었고, 어느새 석상이 바위산을 가득 채웠습니다.
하늘에 있던 검은 그림자는 석상을 사람으로 착각해, 이들을 삼키기 위해 다가왔습니다.
요놈! 거인 아저씨가 그림자를 붙잡아 텅 비어 있던 석상 안에 집어넣었습니다.
잠시 후, 하늘은 다시 환해졌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친구인 정령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아이야, 아이야. 그림자는 여기 있어. 걱정하지 마. 이제 집에 가자. 엄마가 기다릴 거야.
거인 아저씨는 아이를 어깨 위에 태우고 마을로 향했습니다.
아이의 엄마와 마을 사람들은 거인 아저씨를 보고 놀랐지만, 이야기를 듣고 거인에게 고마워했습니다.
거인 아저씨는 마을 사람들의 친구가 되었고, 그들과 함께 오랫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ㄴ 클라라 동화집 中 「 거인과 그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