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을 교화하던 교도관에서 죄인을 대변하던 변호사로, 그리고 죄인에게 반성과 책임을 묻는 가석방 심사관까지.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 행로를 알게 된 사람들은 그가 출세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동료 변호사들의 경멸 섞인 시선을 견디면서도, 회장님들의 비위를 맞추고, 잔심부름하는 집사변호사로 일하며 가석방 심사관이 된 진짜 이유!
한마디로 나쁜놈들을 때려잡기 위해서다. 존경하던 교도관 선배가 억울한 사건에 휘말려 수감될 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한신은 부조리함을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이 필요했다.
가석방 심사관이 된 그는 교도관으로 근무하던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석방으로 출소해도 되는 자와 출소해선 안 될 자를 판단하기 시작한다. 그간 교도관으로서, 변호사로서 수많은 범죄자들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재소자들을 편견없이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교도소 안에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교화되어 사회에 잘 적응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일말의 뉘우침 없이 돈으로 면죄부를 사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유전무죄 무전유죄 따위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 교도소에서는 누구나 똑같은 옷을 입고, 사회적 계급장 떼고 ‘반성’해야 한다. 반성도, 교화도 없는 놈들에게 가석방은 사치다.
가석방 제도를 악용하려는 자들과 맞서 싸우고, 진정으로 뉘우치고 죗값을 치른 자는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는 이한신. 죄인에게 죄를 묻고, 그에 마땅한 반성과 책임을 물을 것이다. 자신만의 기발한 방식으로!
어린 시절부터 친척집에 얹혀살았던 터라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져 정석대로, 교과서적으로 성실하게 사는 것에 익숙했다. 항상 타인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왔지만, 마음 한쪽 구석엔 억압된 반골 기질이 들끓고 있었다. 뜻밖에도 이러한 성향은 성실하게 범인을 잡는 데에 제격이었고, 그 과정에서 억눌렸던 감정이 표출되면서 묘한 쾌감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권위주의적이고 업무량 넘치는 광수대 형사로서는 안성맞춤이었던 것! 과거엔 남의 눈치만 살피던 눈빛이 지금은 눈썰미로 승화돼 관찰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런 안서윤에게 벌어진 가장 큰 사건은 바로 여동생의 죽음이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수사는 종결되었고, 억울함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형사로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정의는 상상할 수 없는 범위였기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정당한 절차 속에서 법적인 근거를 찾는 것밖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한신이라는 변호사가 지동만의 가석방 출소를 막겠다며 나타났다. 그것도 사법절차의 일선에 있는 변호사라는 사람이! 분명 한신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발한 방식으로 나름의 정의를 구현해 나갔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그녀의 가치관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다. 때론 하얀 거짓말도 정의가 되듯, 위법도 융통성이 될 수 있단 걸.
악인을 상대하기 위해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안서윤은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과 사채업자 최화란과 기꺼이 손을 잡게 된다. 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진범을 잡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이름만큼이나 화도 많고 열도 많은 그녀는 한겨울에도 얼죽아를 고집하는 일명, 장충동 엘사! 그녀는 항상 얼음과 함께한다.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고? 아니, 물이 된다. 얼음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얼음추심은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으면서도 돈을 빨리 갚게 하는, 완벽한 방법이다.
술주정뱅이 아버지는 폭력적이었고, 폭력에 지친 엄마는 어린 최화란을 두고 도망쳤다.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또 살기 위해서 그녀는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길거리 장사부터 하우스장 운영까지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아버지가 남긴 사채빚에, 지독한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면서 그녀가 떠올린 생각은. 사채업자가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는 것! 처음엔 시장에서 일수 놓는 것부터 시작해 어린년이 독하다는 욕과 손가락질을 상장처럼 여기며 열심히 하다보니 어느새 사채업계의 거물이 됐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자수성가한 그녀는 이 직업을 부끄럽게 느낀 적 없었다. 자신의 일이 사채업이 아닌 금융업이라 굳게 믿는 그녀는 한 손에 늘 아메리카노 또는 비즈니스용 수첩을 든 영락없는 커리어우먼이다. 그런 그녀에게 예고없이 찾아온 이한신은 3년 전 투자사기로 잃은 돈을 찾아준다. 그것도 모자라 피해자들 전원에게 범죄수익금을 나눠준다. 돈 앞에서 사람을 믿는다니! 그녀 입장에서는 이한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돈의 이치도 모르면서 쇳복은 있는 이 남자...! 묘하게 매력적이다. 돈으로는 채울 수 없었던 마음의 공허함이 채워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한신과 함께 돈이 아닌 사람을 위해서 움직이게 된 최화란이다.
지동만 회장과 첫 번째 부인 사이에서 나온 외아들. 부와 권력에 혈안이 되어 있던 아버지, 지동만에게서 배운 건 딱 하나. "돈만 있으면 대한민국에서 못할 건 없다"
지동만은 지명섭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든 법망을 피할 수 있도록 해결해줬지만, 그만의 폭력적인 방식으로 죗값을 치르게끔 했다. 부모로부터 올바른 방식의 훈육이나 정서적 교류가 없었던 지명섭은 아버지를 향한 반항심이 강하다.
기댈 곳이라곤 하나 없던 지명섭은 결국 마약에 기대고 말았다. 처음엔 단순 일탈이었지만 점점 중독되면서 끊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고, 결국.. 사건이 터졌다. 그럼에도 지명섭은 세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이딴 건 돈으로 해결하면 그만이니깐. 아버지로부터 삐뚤어진 사랑을 받고 자란 지명섭은 끝끝내 절대 해서는 안 될,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괴물이 되고 만다.
사채업으로 성공한 재벌 총수로 현재 비자금 조성 및 배임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아 수감 중이다. 누군가는 그가 가진 돈과 권력을 부러워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두려워한다. 완벽해 보이던 그의 삶에 균열이 발생한 것은 뜻밖에도 아들 때문이었다. 돈과 권력을 좇느라 아버지로서 가정에 충실하지 못해서일까. 하지만 지동만에게는 철없는 아들의 일탈쯤이야 충분히 감싸줄 힘과 권력이 있었다.
그런데! 집사변호사로서 충성을 다할 줄만 알았던 이한신이 불현듯 칼을 들이댄다.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드는 하룻강아지에 불과하다고 여겼는데. 그 하룻강아지가 주변을 맴돌며 자꾸만 급소를 물어뜯으면서 지동만을 점점 궁지로 몰아넣는다.
이한신과 박진철의 선배 교도관으로, 현재 억울한 사건에 휘말려 수감 중이다. 일할 땐 냉철한 프로지만, 일상에선 자상함 그 자체인 온앤오프가 확실한 사람으로 이한신과 박진철을 비롯한 모든 후임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였다. 그러나 정작 그를 보호해주고 이끌어줄 선배가 없었으니, 돈있고 힘있는 재소자에게 꺾여버리고 말았다. 교도관으로서 소명을 다했을 뿐인데 간수에서 죄수가 되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이한신이 교도관이었던 시절, 선임이었다. 후배 이한신, 선배 천수범과 셋이서 서로 의지했던 추억이 많다. FM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인물인 만큼 고지식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래서 가석방 규정을 무시하고 재소자를 가석방으로 출소시키려 하는 이한신과 사사건건 충돌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한신을 좋아하고 아낀다. 이한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결국 정의를 구현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