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산의 김진호, 최선용, 한태인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를 아우르는 밴드 음악과 애니메이션 주제가 등을 통해 음악에 대한 흥미와 애정을 쌓았다고 한다. 이때의 기억은 각자 다른 장르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던 서로의 교집합이었고, 이는 곧 작업실을 공유하는 친구 사이에서 까치산이라는 밴드로 탄생하였다.
까치산이란 팀명 또한 밴드가 처음 결성된 작업실의 주소지에서 따왔다고 한다.
까치산은 많은 대중음악에서 레트로 요소를 차용하는 획일화된 문법이나 클리셰적인 접근법을 애매하게 우회하기보다 정면으로 마주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주제는 물론이거니와 작품의 형식, 사운드, 그리고 시각적인 부분까지를 아우르는 앨범의 모든 요소는 철저하게 2000년대를 기준으로 설계되었다. 삭막하고 골치 아픈 현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낭만 하나만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 밴드 음악의 질감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은 물론, 싱글 단위로 빠르게 흘러가는 음악 시장을 역행하는 정규 단위 데뷔 또한 “뮤지션이라면 당연히 정규 앨범이지!” 같은 예스러운 고집에서 비롯되었다.
‘그때 그 시절’을 향한 애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만큼, 음악 안팎으로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진심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진심’이야 말로 까치산의 음악을 단순히 ‘2000년대 복각판’이라 치부할 수 없는 증거이자, 종래의 레트로 열풍을 감상의 잣대로 삼을 수 없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그때 그 시절’은 향유한 적 없는 과거를 향한 실체 없는 동경이 아니라, 이제는 서른을 훌쩍 넘긴 동갑내기 친구들이 온몸으로 통과해온 추억에 뿌리를 내려 생명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까치산의 결성 계기, 그리고 이들이 까치산으로서 전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은 지극히 사적인 동기에서부터 시작된 것들이었다. 원인 모를 벅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어찌할 바를 몰랐던 어린 날의 뜨거운 감정들, 그 ‘지극히 사적인 기억’에서부터 발화된 까치산의 음악은 결국 범람하는 복고 시장 속에서도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까치산스러운’ 차별점을 만들어냈다.
[애니메이션 록!]이라는 이름을 내걸며 2023년 활동을 시작한 밴드 까치산의 첫 번째 일본어 앨범 [KACHISAN]. 총 10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90-00's 뉴밀레니엄 시대의 J-Rock, Pop-Punk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연주와 만화적 클리셰를 담은 노래들로 이루어진 정규 앨범이다. 간결하면서 캐치한 멜로디로 쏟아내는 '만화주제가스러운' 까치산의 음악에 주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