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백석이 1938년에 발표한 시. 현실을 초월한 이상, 사랑에 대한 의지, 그리고 소망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국정취를 담은 시로 토속적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 도피적인 유랑 의식과 모더니즘 시풍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후기 시에 속한다.2. 본문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3. 해석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나타샤를 사랑하지만, 사랑을 이루기 힘든 가난[2]한 처지 때문에 쓸쓸하게 소주[3]를 마시며 그리움과 고독을 달래는 화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눈'[4]은 나타샤에 대한 그리움을 심화하는 소재로 볼 수 있고, 암울하고 가혹한 현실의 시련으로도 볼 수 있다.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상상 속에서 나타샤는 '나'에게, 더러운 세상을 버리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결국 화자 내면의 목소리로, 세상을 떠나 산골[5]로 가는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나'의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사랑과 순수함을 유지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낸다.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화자는 나타샤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 마침내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는 '눈'과 '흰 당나귀'[6]의 순백의 이미지와 결합되어 사랑의 실현과 순수한 세계로 표상되는 '산골'에 대한 열망을 부각한다.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4. 여담
- 2017학년도 수능특강에 실렸고, 2017학년도 고3 10월 모의고사에 지문으로 출제되었다.
- 백석의 여성관계를 표현하듯이 상당히 다양한 여성들이 자기가 저 시의 주인공인 '나타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백석이 러시아 문학을 동경해 러시아 문학 번역에서 상당한 족적을 남겼다는 점으로 보았을 때 실존 인물이 아닌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의 등장인물인 나타샤 로스토바를 모델로 했다는 해석에는 이견이 없으며 다수는 '나타샤'가 일반적인 러시아의 여성들을 일컫는 이름[7]이므로 특정 여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눈과 결합해 순수한 이미지를 지향하고 있다. 이 시는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과 인간 모두의 마음속에 근원적으로 내재해 있는 사랑에의 환상적인 꿈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 서정시의 한 진경을 보여준다.
- 사랑에의 환상적인 꿈은 ‘눈’, ‘나타샤’, ‘흰 당나귀’ 등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미지의 조화를 통해 환기되고 있는데, 그러한 이미지들은 다분히 이국적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색채를 띠고 있으며 현실과의 거리감과 단절감을 느끼는 화자가 끝내 산골을 이상향으로 그리며 그 현실을 부정함으로써 고독하고 우수 어린 정조가 짙게 배어 나오고 있다.
- 인디 밴드 전기뱀장어의 '거친 참치들'이라는 곡에서 'whitestone said 우리만의 나귀타고'라는 가사를 통해 언급되기도 했다.
- 티빙 시리즈 욘더 4회차에서 과거에 캠핑을 온 주인공 김재현이 아내 차이후에게 암 유전자 가족력 얘기를 듣고난 이후로 외치는 시다.
4.1. 대중매체에서
- 독립영화 초인에서 주인공의 친구가 즐겨낭송한 시이다. 친구가 죽은 뒤 자신을 숨기고 친구의 이름으로 살아가던 주인공도 이 시를 즐겨낭송한다.
- 아예 제목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인 단편영화(감독: 한동균, 2021년)가 있다. 백석이 추방되었다는 얘기만 나오지 언제 죽었다는 말이 없어, 영화의 시대 배경이 1996년 이전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