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인정하는 자수성가 CEO이자 백만 팔로워를 홀린 인플루언서. 어린 시절 재원 곁엔 엄마 대신 그녀를 살뜰히 보살펴준 계부 창석이 있었고, 그래서 엇나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드레브>가 있기까지 물심양면 재원을 도운 남편 순영, 그리고 <드레브>의 히트 상품을 연이어 내놓은 동료 테오가 있었다. 재원은 자신의 성공이 이들 덕분이라고, 한 치의 의심 없이 믿었다.
그런 재원의 믿음이 깨지기 시작한 건 한 순간이었다. 그토록 믿었던 순영, 테오, 창석의 감춰진 속내가 드러나자 재원은 결심한다.
인정 많고 소탈하며, 웬만해선 화내는 법도 없다. 덥수룩한 머리스타일과 두꺼운 안경... 말도 패션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부유하지 못한 집의 아들로 태어난 순영. 그럼에도 말썽 한 번 부리지 않는 모범생이었다. 그런 그는 한 번 꽂히면 정신 못 차리고 몰두하곤 했는데, 재원이 순영에겐 그런 존재였다.
결혼 후에도 인생의 우선순위는 언제나 가족이었다. 그 무엇보다 내 가족이 우선인 그는 재원에겐 세상 둘도 없는 헌신적인 남편이고, 아린에겐 친구처럼 자상한 아빠다. 재원의 꿈을 응원하며 내조하고, 아린을 키우느라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들은 포기해야 했지만, 순영은 그런 자신의 선택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일찍이 아내와 사별하고 십 수 년을 홀로 살았다. 자식 하나 없는 적막한 인생, 반려자를 찾고 싶어 결심한 재혼이었다. 그렇게 재원의 친모를 만났고 가족이 됐다.
타고난 성품이 순박하고 인정이 많아 가진 건 뭐든 아내에게 줬다. 결혼 후 일 년이 채 못 됐을 때 알았다. 아내가 도박 중독으로 전 재산을 탕진했단 걸. 그때 그에게 남은 건 사채 빚과 의붓딸뿐이었지만, 떠나지 않았다. 태어나 아빠라는 말을 처음 해본다는 재원이 마음에 걸려서.
그렇게 창석과 재원은 가족이 됐고, 그날 이후 창석 인생의 1순위는 언제나 딸 재원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