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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도(rondeau)는 프랑스에서 유래하였으며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유행했던 정형시 형식이자 음악 형식이다. 바로크 이후 유행했던 기악곡 양식 론도와는 많이 다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론도 형식은 13세기 프랑스의 음유시인이었던 아당 드 랄(Adam de la Halle)의 작품에서 나타나며 이후 14세기의 시인이자 음악가였던 기욤 드 마쇼에 의해 이 론도형식이 정착되었다. 이후 중세와 르네상스의 많은 시인과 음악가들이 이 론도형식을 애용하였으며 특히 제프리 초서에 의해 영국에 본격 소개된 이후 크게 유행하였다. 영국에서는 르네상스기 이후, 심지어 20세기에도 로렌스 던바(Paul Laurence Dunbar)같은 시인들이 이 론도형식으로 작품을 쓰기도 했으며 쇤베르크의 달빛의 피에로(Pierrot Lunaire )에 사용된 가사는 알베르 지로두(Albert Giraud)가 지은 13행의 론도이다.
1. 시(時) 형식 론도
1.1. 중세기의 론도
위의 그림은 전형적인 론도의 형식을 모식도로 나타낸 것이다. 알파벳 R은 후렴구(refrain)을 나타내고 있고 기타 알파벳은 운율을 나타낸다. 각 철자는 운율을 나타내고 대문자와 소문자는 내용의 동일함 여부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A와 A, B와 B는 내용이 같고 A와 a는 운율이 같고 내용이 다르며 A와 B는 운율이 다르다. 이 그림에서 보듯이 론도는 2개의 운을 사용하는 2운각 시이며 후렴구를 2회 또는 3회 반복시키고 있다.다음의 예제를 보자. 기욤 드 마쇼의 "사랑스럽고 우아한 얼굴(Doulz viaire gracieus)"이다.
Doulz viaire gracieus, (A) 사랑스럽고 우아한 얼굴(을 가진 그대)
de fin cuer vous ay servi. (B) 진심으로 그대에게 마음을 바쳤소
Weillies moy estre piteus, (a) 나를 동정한다면
Doulz viaire gracieus, (A) 사랑스럽고 우아한 얼굴(을 가진 그대)
Se je sui un po honteus, (a) 내가 조금 수줍어하면
ne me mettes en oubli: (b) 나를 당황케 하지 마오
Doulz viaire gracieus, (A) 사랑스럽고 우아한 얼굴(을 가진 그대)
de fin cuer vous ay servi. (B) 진심으로 그대에게 마음을 바쳤소 [1]
중세의 정형시는 대부분 각운시인데, 이 시에서 보면 각 행의 끝 철자가 모두 s나 i로 끝나고 있으며 첫 두행이 맨 마지막에 반복되고 있고 첫행은 4행에서 한 번 더 반복된다. 즉 1,2행이 후렴구인데 1행은 3회 반복되고 2행은 2회 반복되는 것이다. 각 행의 오른쪽 괄호 안에 있는 알파벳은 전술한 운율과 내용에 따른 표기법대로 붙여 놓은 것인데, 이를 참고해서 위 그림을 다시 살펴보면 좀더 쉽게 론도 형식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Doulz viaire gracieus는 론도형식 가운데 가장 단순한 형태인 8행시 트리올레(triolet)의 예제이며 테르세(tercet, 13행), 쿼트랭(quartrain, 16행), 생퀭(cinquin, 21행)으로 갈수록 후렴구가 길어지고 시의 구조도 복잡해진다. 이처럼 단 두개의 운을 사용하고 자주 반복되는 후렴구와 다른구의 내용이 잘 맞물려야 하기 때문에 론도로 시를 짓는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특히 시가 길어질 경우 제대로 론도형식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능력이 필요하다.
1.2. 르네상스기의 론도
오른쪽의 그림은 15세기 중반부터 르네상스 시기에 유행했던 일종의 변격 론도를 나타내고 있다. 론델(rondel)은 앞서 중세의 론도와 비교해 보면 알겠지만 시 중간과 끝부분의 반복방식이 기존의 론도와 반대로 되어 있다. 그리고 특이한 형태로 첫행의 앞 몇 단어만 반복시키는데 이 반복되는 단어구를 rentrement(영어로는 return 정도의 의미)이라고 한다. 즉 르네상스 시기의 론도는 중세의 론도에서 2운각 형식만 유지되고 후렴구의 기능이 크게 약화되었다고 보면 된다. 론도 쿼트랭에서 유래한 12행 rentrement 론도를 따로 론도 프림므(rondeau prime)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음은 16세기 프랑스의 시인 클레망 마로(Clément Marot)가 쓴 괴로운 연인(de l'amant douloureux)이라는 15행 론도이다. 전체 행이 아니라 첫 행의 세 단어 Avant mes jours만 두 번 더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Avant mes jours mort me fault encourir,
Par un regard dont m'as voulu ferir,
Et ne te chault de ma grefve tristesse;
Mais n'est ce pas à toy grande rudesse,
Veu que to peulx si bien me secourir?
Auprés de l'eau me fault de soif perir;
Je me voy jeune, et en aage fleurir,
Et si me monstre estre plein de vieillesse
Avant mes jours.
Or, si je meurs, je veulx Dieu requerir
Prendre mon ame, et sans plus enquerir,
Je donne aux vers mon corps plein de foiblesse;
Quant est du cueur, du tout je te le laisse,
Ce nonobstant que me faces mourir
Avant mes jours.
2. 음악 형식 론도
음악 론도는 전술한 론도를 가사로 한 음악이다. 앞서 중세기 론도 형식을 보여주는 그림에서 4가지 론도형식의 왼쪽에 있는 분홍색(A)과 하늘색(B) 표시가 음악 형식을 나타내고 있다. 모든 론도 음악은 두 개의 악절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그림처럼 A와 B로 표시하면 모든 론도는 형식에 관계 없이 A-B-A-A-A-B-A-B의 순서로 진행된다. 즉, 첫번째 악절(A)이 5회, 두 번째 악절(B)가 3회 반복된다. 아래 악보는 전술한 마쇼의 Doulz viaire gracieus의 두 악절이다.
Doulz viaire gracieus, 기욤 드 마쇼 |
론도는 독창(단선율)으로 연주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2~3성의 다성양식으로 많이 작곡되었다. 이 Doulz viaire gracieus도 주 선율을 노래하는 칸투스(cantus) 성부와 이를 보조하는 트리플룸(triplum) 및 테너(tenor)의 3성부로 되어 있는데 트리플룸과 테너는 가사가 없는 성악으로 부르거나 기악으로 연주한다.
이 론도는 17세기부터 유행한 기악양식인 론도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주제 악절이 여러 번 반복되는 점이 기악양식 론도의 형식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 이런 시를 한국어로 제대로 번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뜻만 통하는 수준으로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