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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1-02-23 18:01:20

말파이트/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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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 배경2. 독이 든 나무뿌리3. 구 배경

1. 기본 배경

슈리마는 2천 년이 넘도록 세계를 지배했으며 별다른 어려움이나 위협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다스리던 제국이었다.

이케시아가 멸망하기 전까지 말이다.

공허가 물질 세계로 가는 길을 연 이후 슈리마 군대는 제국을 파멸시키려는, 싸울수록 강해지는 듯한 적과 마주했다. 이케시아 폐허에서 나온 공허의 사악한 힘은 대지 위와 바닷속에도 들끓었고, 덩굴처럼 뻗어나가 이쉬탈 정글 남쪽 끝까지 잠식했다.

초월체 군단의 네죽은 막강한 힘을 가졌지만 누구보다도 오만한 이쉬탈의 원소 마법사였다. 네죽은 황제를 찾아가 공허에 맞서 싸울 무기를 만들어 최초의 근원지에서 공허를 제거하겠다고 맹세했다.

몇 달간의 고된 노역 끝에 네죽은 거석을 공개했다. 거석은 살아있는 바위로 된 공중요새로, 최고의 원소 마법사들이 이를 유지했으며 요새의 성벽에는 이쉬탈의 신성전사들이 배치되었다. 도시 하나 크기에 달하는 거석은 이케시아의 황무지를 향해 장엄하게 날아갔다. 마력을 가진 거석의 억제기가 내뿜는 번개는 모래를 유리로 만들었다. 네죽과 그의 가공할 만한 무기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휘몰아치는 심연의 끝없는 어둠과 공허 태생들을 마주해야 할 운명에 이르렀다.

룬테라 역사에 없던 끔찍한 전쟁이 몇 주 동안 계속되었다. 모든 문명을 파괴할 정도의, 대륙 전체를 재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마법이 공허를 뒤덮었다.

공허 또한 그에 맞서 대항했다. 무시무시한 공허의 힘이 이쉬탈어로 '거친 바위'라는 뜻의 '말파이트'로 된, 광물처럼 울퉁불퉁하고 검은 표면을 가진 거석에 깊은 상처를 냈다. 요새는 구조의 한계까지 내몰린 상태였고 자가 복구를 하며 약해진 상부 구조물을 재결합하려 했지만, 요새를 공중에 띄울 정도로 강력한 마법조차 한계점에 다다랐다.

네죽이 최후의 전투를 위해 초월체 군단을 집결하여 싸울 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위태로워진 거석이 땅으로 떨어지며 이케시아의 지반을 가르고 하늘 아래 공허를 개방한 것이다.

요새의 상당 부분이 거대한 구덩이 안 공허로 사라졌다. 요새의 잔해는 거대한 폐허처럼 쏟아져 내리며 한순간에 끝나버린 끔찍한 충돌로 이미 검게 변해 버린 땅을 어지럽혔다. 초월체 군단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네죽은 자신의 위대한 업적이 될 수 있었던, 하지만 결국 자신의 최악의 업적이 되어 버린 잔해 속에서 비틀대며 간신히 몸을 이끌고 도망쳤다.

하지만 놀랍게도 거석의 일부 서로 다른 파편들이 건재했으며 신비한 생명의 힘이 남아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던 파편들이 스스로를 치유하며 원래 하나였던 형태를 복구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공허의 끝없는 허기는 파편들을 먼지 속에서 힘없이 손을 뻗는 형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와중에 하나의 파편이 살아남았다.

표면 아래 깊숙이 묻혀 심연에 머물던 이들도 잊어버린 이 파편은 서서히 힘을 모았다. 파편은 살아남아 수백 년 후에 마침내 깨어났고 혼자 남았음을 깨달았다.

암흑의 날로부터 수백 년이 흘렀고 거석의 마지막 파편 말파이트는 룬테라의 전설이 되었다. 세간의 말에 따르면 말파이트는 타곤에서부터 자운까지 곳곳에서 목격되었으며, 깊은 동굴 속 땅이 움직이는 것과 같이 포효하거나 조용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읊조린다고 한다. 아마 자신이 살았던 세계에서 듣던 소리를 기억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네죽이 창조한 거석이 불어넣은 파괴 욕구는 약해지지 않았다. 말파이트는 공허가 깨어나 룬테라 전역을 한 번 더 위태롭게 만드는 순간이 오면 한때 맞서 싸웠던 어둠을 또다시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2. 독이 든 나무뿌리

파일:독이 든 나무뿌리.jpg

슈라이는 기계 관절을 가진 갱도 관리자 휴렛을 따라 자욱한 먼지구름을 뚫고 광산 통로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중고 기계 식도로 숨 쉬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자운 광부들이 그것을 사용했을지 상상하지 않으려 애썼다. 목제 천장 지지대에서 뻗어 나온 화학공학 조명탄이 탁탁 터지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지대 아래를 지나자 조명탄에서 빛나는 액체 방울이 흘러나와 구멍이 울퉁불퉁 파인 철제 헬멧 위에 떨어졌다.

"기깔난 돌박사라더니만, 틀려먹었구먼." 휴렛이 뒤를 돌아보며 불만에 찬 말을 내뱉었다.

'훌륭한 광물 분석가라더니, 아니었군.' 슈라이가 해석했다.

자운에 온 지 7년이 되었지만, 광부들의 특이한 표현을 바로 알아듣는 것은 아직도 어려웠다.

"감독 양반한테 필트오버 돌박사는 필요 없다고 말했건만. 자운 광물은 우리가 더 빠삭하다니까. 덕분에 시작부터 삽질했잖소!"

"휴렛 씨. 장담하는데, 저는 슈리마에서 자운까지 안 가본 광산이 없습니다. 저도 당신만큼이나 이곳 암반층을 잘 알고 있어요."

"이 양반이 말이면 다인 줄 아나." 통로 끝에 있는 채굴 공동으로 들어서며 휴렛이 툴툴거렸다. "이곳 광석은 당신 말이랑 딴 판이잖소."

먼지로 뒤덮인 광부들이 화학공학 드릴, 공압 굴착기, 마법공학 폭약 상자 곁에 앉아 있었다. 이들 모두는 슈라이가 그라임 남작에게 약속한 헥사이트 암반층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어야 했다. 광부들이 앉아 쉬고 있다는 것은 슈라이의 직업 정신에 대한 모욕이었다.

휴렛은 화학공학 램프를 들어 갱도 끝에 있는 광석을 밝혔다. 슈라이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자운의 암석층은 보통 퇴적 석회암으로, 높은 열과 압력에 의해 형성된 변성암이 군데군데 섞여 있다.

그러나 이 암석은 전혀 달랐다...

슈라이는 램프를 낚아채 갱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장갑을 벗고 손으로 벽을 만져 보았다. 미세한 구멍이 있고 따뜻하며, 특이한 암갈색을 띠고 있었다. 자신의 고향 슈리마에서 발견될 법한 모습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어제는 없었단 말입니다."

"아 글쎄, 어제 당신이 말한 대로 드릴질을 했는데 오늘 해 뜨자마자 와 보니 이렇게 되어 있었다니까."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남작께서 돈을 지불하셨으니 가만히 앉아 있어선 안 됩니다. 파괴하고 진행하세요."

휴렛이 씩 웃으며 말했다. "폭약을 쓰라는 거요?"

"그래요."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목소리는 사방에서 들려 왔다. 지각판의 울림에서 나오기라도 한 듯, 한 마디 한 마디가 공기를 뒤흔들었다.

광부들은 도망쳤지만, 슈라이는 갱도 벽에 붙어 머리에 쓴 헬멧을 꽉 눌렀다. 목소리는 거대한 존재에게서 나온 듯했다. 갱도 천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슈라이가 고개를 들자 구멍 난 암벽이... 말 그대로 살아 움직였다.

암석은 움직이고 갈며 스스로 모양을 바꿨다. 슈라이는 놀라움에 차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두 개의 깊은 구덩이가 생겨 감은 눈의 모습이 되었고, 돌출된 바위는 코처럼 보였다. 들쭉날쭉하게 휜 틈은 거대한 입이 되어 먼지를 쏟아 냈다.

거대한 얼굴이 암벽을 채웠다. 너비가 족히 10m는 되었고, 높이는 그 두 배가량이었다.

'아지르의 유골! 이것이 머리라면, 몸은 얼마나 큰 걸까?'

눈처럼 보이는 구덩이가 돌이 갈리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케네세트로 가는 길에 본 떠돌이 방직공 소녀가 능수능란하게 베를 짤 때 나던 소리와 비슷했다. 슈라이는 거대한 얼굴의 시선을 마주했다. 노란 보석과도 같은 액체 광물이 눈을 이루고 있었다.

'석영이야. 본래 이 지역에선 나오지 않는 광물인데.'

"이 광석에는 생물이 살고 있다." 암벽이 입을 열자, 슈라이는 귀청이 터질 듯한 소리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 나름대로 아름답지만, 혼돈으로 가득한 생물이지. 이 바위를 파괴하면 큰일이 벌어질 테니,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

얼굴이 눈을 깜박이자, 바위로 된 눈꺼풀에서 조약돌이 떨어졌다.

"음, 다... 당신은 산의 정령이라도 되는 건가요?"

바위 얼굴의 눈썹이 우르릉 소리를 내며 찌푸려졌다.

"내가 아는 한, 그렇지 않다. 하지만 과거엔 그런 존재의 일부였던 것 같다. 세계는 혼란으로 가득해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게 쉽지 않지."

"그럼 당신은 어떤 존재죠?"

"어떤 존재라." 바위 얼굴이 슬픔에 찬 한숨을 내쉬자 갱도가 휘었다. "더 거대한 존재의 작은 일부라고 할 수 있지. 존재의 이유를 찾고 있는 질서의 파수꾼. 내 이름은... 말파이트다."

벽의 틈에서 이판암이 쏟아져 나오자, 설계 시 예상된 것보다 훨씬 큰 압력을 받은 나무 지지대가 삐걱거렸다. 슈라이는 머리 위의 암석층에 생긴 균열이 걱정됐다. 야심에 차 작업을 서두른 결과였다.

"그만 움직이면 안 될까요? 광산이 무너지겠어요."

"이런. 미안하군."

"바위 속에... 생물이 살고 있다고 했죠? 어떤 생물이죠?"

"있어선 안 될 존재지. 모든 것을 잠식하기 위해 사는 생물이다."

슈라이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멸망한 이케시아 근처에서 자란 그녀는 그런 생물을 알고 있었다.

"어떤 생물인지 알겠어요. 하지만 그 생물은 남부 대륙의 사막에만 살 텐데요."

"과거엔 그랬겠지. 그러나 지금은 독이 든 나무뿌리처럼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슈라이는 불안한 듯 시선을 내리깔았다.

바위 얼굴이 작게 웃자, 천장에서 또 돌 조각이 떨어졌다.

"걱정할 것 없다. 내가 몸 안에 가뒀으니. 녀석들은 내가 처리하겠지만, 더 많은 놈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니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라..."

암벽의 눈에서 빛이 가시고 눈꺼풀이 닫히자 갱도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가 보도록 해." 바위 얼굴이 말했다.

휴렛이 뒤에서 나타나 화학공학 팔로 슈라이를 잡았다.

"어서 나가야 하오, 분석가 양반. 더 있으면 동굴이 무너질 거요."

슈라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갱도를 나가기 시작했다. "그라임 남작께는 쓸모없는 암석층이었다고 전하죠."

휴렛이 미소를 지었다. "기깔난 돌박사가 맞았는가 보네."

3. 구 배경

오직 거석과 그 부분들로만 구성된 세계가 있다. 모든 존재가 전체의 일부로서 완벽한 조화와 빈틈없는 균형을 이루는 세계. 거석은 완전한 대칭을 이루고 한 치의 오차도 없으며 불확실성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다. 이곳에선 바위처럼 단단한 생명체들이 마치 벌이나 개미가 군집 속에서 그러하듯,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말파이트는 이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위엄 있는 파수꾼으로, 거석의 일부로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석의 세계에 차원의 문이 활짝 열렸다. 누군가 갑자기 룬테라로 말파이트를 소환한 것이다. 말파이트는 분노로 울부짖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항상 종족의 노래에 둘러싸여 거석과 함께였던 말파이트에게, 그 완전한 일체감을 잃고 어지러운 이계에 갇히는 것은 끔찍한 고통이었다. 그러나 룬테라에는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지켜낼 수호자가 필요했고, 말파이트는 그 역할에서 자신의 진정한 존재 의미를 발견했다. 공포와 불안을 떨쳐낸 말파이트는 이 새로운 세계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말파이트는 발로란의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자들에게 거침없이 철퇴를 내리꽂는다. 특히 혼돈 마법을 사용하는 자들을 절대 용서치 않는다. 하지만, 생생하게 약동하는 세계 속에서 말파이트는 깊은 외로움을 맛보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