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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8-17 15:26:48

망각곡선(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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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곡선
- The daydream of fall -
파일:manggak1.png
<colbgcolor=#ffffff,#2d2f34> 발매 2016년 11월 21일
제작 Team FK
배급 Lime games
플랫폼 Android, iOS
가격 3300KRW, 3.29USD
장르 인디 비주얼 노벨
언어 한국어
링크 공식 카페

1. 개요2. 발매 정보
2.1. 제작자
3. 상세 정보
3.1. 설정3.2. 등장인물
3.2.1. 주·조역3.2.2. 단역
3.3. 지명3.4. 시스템
3.4.1. 지도3.4.2. 키워드3.4.3. 조합3.4.4. 메모리
3.5. 게임 스토리
3.5.1. 프롤로그3.5.2. 챕터 13.5.3. 챕터 23.5.4. 챕터 33.5.5. 챕터 43.5.6. 챕터 53.5.7. 피날레3.5.8. 에필로그
3.6. 공략
4. 관련 문서

1. 개요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살짝 다른 점이라면 지인들 간에 사소한 트러블이 있었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눈을 떴을 때 세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곳은 곧 잊히고 사라져버릴...

안타깝고 공허하면서도 이젠 그립게도 느껴지는... 그런 조그마한 세계였다


게임 소개 문구 中

Team FK 제작, Lime games 제공 모바일 인디게임.

렌파이로 제작되었으며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각각 출시되어 있다.

유료 게임이며, 프롤로그와 챕터1만 진행할 수 있는 무료 체험버전이 있다.

비주얼 노벨 + 추리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스토리 진행을 통해 키워드를 얻고, 특정 시점에서 현재까지 얻은 키워드를 3개 조합하여 성공하면 다음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다.

중간중간에 선택지가 있는데 잘못 선택하면 배드엔드로 직결되며 엔딩은 하나 존재한다.

2023년 상반기에 구글스토어의 버전업데이트 패치 이후로 구버전 안드로이드 버전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기기에서 실행이 불가능해졌다.

2. 발매 정보

크레딧에 올라와 있는 제작자들은 모두 어디에서도 알려져 있지 않았기에 그들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적다.

다만 공식 카페에서 활동하는 스탭들의 이름이 크레딧의 제작진의 이름과 똑같은 것을 보면 Team FK나 Lime games나 동일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듯하다.

2016년 8월 25일 공식 카페가 개설되고 아무 것도 없다가 9월 24일 체험판을 갑툭튀하듯 출시하였다.

10월 18일 공지를 통해 11월 21일 경 본편을 출시한다고 발표하였으며, 그 날짜에 본편이 출시되었다.

패치를 통해 몇 가지 자잘한 버그를 수정하였으며 이후로는 새로운 패치는 나오고 있지 않다.

2.1. 제작자

크레딧에 올라온 정보에 따라 작성하였다.

3. 상세 정보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3.1. 설정

3.2. 등장인물

3.2.1. 주·조역

3.2.2. 단역

3.3. 지명

3.4. 시스템

3.4.1. 지도

홈 화면의 우하단에 있는 Map 버튼을 누르면 지도가 열리고 주요 장소들이 표시된다.

장소별로 열려 있는 스토리 목록이 나열되는데, 새 스토리가 있는 장소에 New라는 문구가 뜬다.

파일:manggak_map.png

이전에 봤던 스토리는 회색으로 표시되며 누르면 다시 볼 수 있다.

3.4.2. 키워드

게임 스토리와 연관된 메인 키워드와 별로 상관이 없는 보조 키워드로 나뉘어 있다.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특정 부분에서 팝업창이 발생하며 키워드를 획득한다. 획득한 키워드는 화면 우측이나 홈 화면의 우하단에 있는 Note 버튼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Note메뉴에 추가된다. Main, Sub 항목에서 자신이 획득한 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고, 누르면 옆에 정재헌이 메모한 듯한 내용이 보인다.

파일:note.png

3.4.3. 조합

원래대로라면 한 스토리를 끝내면 다음 스토리가 자동으로 해금된다. 그런데 특정 시점에서는 자동으로 스토리가 열리지 않는데 이때 조합을 통해 다음 스토리를 열 수 있다.

스토리가 열리지 않는 시점에서 노트에 들어가면 우상단에 Think 버튼과 New가 표시된다. 해당 메뉴에서 현재까지 얻은 메인 키워드들 중, 현 상황과 맞는 키워드 세 개를 찾아 조합한다. 순서는 상관없고, 중복 선택은 불가능하다.

파일:think.png

조합에 성공하면 새 스토리가 열리고 실패하면 될 때까지 재시도해야 한다. 3번가량 틀리면 정재헌이 갑툭튀하여 힌트를 넌지시 던져준다. 조합을 통해 항상 스토리만 열리는 것은 아니며, 챕터 2에서 조합으로 새 키워드를 얻고, 얻은 키워드로 또 조합을 하는 이중조합이 있다. 또 챕터 3과 4에서는 선택지의 분기에 따라 조합 성공을 해도 배드엔드가 되는 경우가 있다.

3.4.4. 메모리

프롤로그, 피날레 제외 한 챕터의 에피소드가 끝날 때 Note 메뉴에 들어가면 Think 버튼 아래에 Memory 버튼이 활성화된다.

각 인물이나 관계에 대한 관계도를 작성하면서 해당 챕터에서 알게 된 사실들을 정리한다는 느낌이다.

파일:memory.png

공략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쉬워서 스토리를 제대로 읽었다면 한 번에 패스할 수 있다. 패스하면 다음 챕터가 열린다.

3.5. 게임 스토리

3.5.1. 프롤로그

정재헌은 이상한 꿈을 꾼다. 아무도 없는 거리를 홀로 거닐다가 세계가 붕괴하면서 어둠에 삼켜지는 꿈. 잠에서 깬 정재헌은 악몽을 꾸고 난 직후라 기분이 별로지만 오늘도 출석을 하지 않으면 학고를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대학으로 향한다.

수업 후 본인이 소속된 미스터리 동호회에서 후배인 서진희를 만나고, 서진희는 얼마 전 절도범으로 몰린 자신의 누명을 벗겨 준 정재헌에게 감사의 표시로 식사를 대접한다.

식사 후 재헌의 자취방까지 은근슬쩍 따라오지만 그 앞에는 정재헌의 소꿉친구 송아라가 있었다. 놀러 오겠다고 메시지까지 주고 받은 것을 보여주지만 잠결에 답을 했는지 정재헌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서진희와 송아라는 티격태격하지만 이내 서진희가 먼저 등을 돌린다.

자취방에 들어서자마자 방 꼬라지에 기겁을 한 송아라는 정재헌을 디스하고는 대뜸 청소기를 꺼내 든다. 손님이 청소하는 모습에 정재헌도 어쩔 수 없이 청소를 시작한다.

청소 후 송아라에게 간단히 먹을 것을 대접하고 시간을 보내던 도중, 송아라의 휴대폰이 울리는데, 메시지를 확인한 송아라가 경악을 한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정재헌에게 송아라가 무언가 대답을 하는데....

3.5.2. 챕터 1

이후 시점이 곧장 바뀌어 챕터 1로 넘어간다. 정재헌은 낯선 방 안에서 눈을 뜬다. 자기 방도, 송아라의 방도 아닌 생판 타인의, 그것도 젊은 여자로 생각되는 사람의 방이다. 그것만으로도 어리둥절한데 정재헌 본인은 답답한 정장을 입고 있고, 몸에서는 알코올 냄새가 풍겨 온다. 휴대폰은 배터리가 나가 있고 본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도 모르는 상황.

전날 누군가의 장례식에 조문을 가서 술을 진탕 마신 것까지는 기억이 났으나 그 뒤의 일이라든지, 누구의 장례식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남의 집, 그것도 젊은 여자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 골아 떨어지기까지 했다는 사실에 일단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정재헌. 있던 곳은 낡은 복도식 아파트였다.

가까이서 하이힐 소리가 들려 식겁한 정재헌이지만 발소리의 주인은 송아라였다. 그녀도 정재헌과 마찬가지로 정장을 입고 있다. 또, 휴대폰 역시 마찬가지로 방전되어 있다.

전화라도 빌릴 수 있을까 하여 아무 집에나 도움을 청해 보려는 정재헌은 그제야 아파트가 이상하게 조용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낡고 좁은 아파트라 생활 소음이 들려올 법한데도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실제로 이 집 저 집 문을 두드려 보아도 반응은 없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아파트 밖을 나가려는데, 현관에는 사람의 모습을 한 검은 그림자들이 모여 있다. 텅 빈 얼굴로 천천히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그림자들의 모습에 왠지 모를 공포를 느낀 정재헌은 도망치고 아파트 뒷문으로 조심스럽게 탈출한다.

아파트 밖은 어떤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에 대해 뭔가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떠오르지만 어째서인지 정재헌은 깔끔하게 기억을 해낼 수가 없다. 송아라는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그녀에게 물어보려는 찰나에 좀 전의 그림자들이 나타나 둘을 갈라 버린다. 굳어 있는 송아라는 정재헌의 고함을 듣고 정신을 차려 도망치고, 정재헌은 나중에 송아라를 찾기로 하고 일단은 도망친다.

송아라를 찾아 다니면서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정재헌. 하지만 돌아다니면 다닐수록 이상한 점만 알게 된다.

좀 전에 있었던 아파트처럼 길가에도 경찰서 안에도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커녕 길고양이나 비둘기조차 보이지 않고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완전한 적막의 세계다. 시간이 몇 시간이나 지났지만 태양의 위치도 변하지 않는다. 우연히 찾은 옆 도시와 연결된 일원교라는 이름의 교량은 한가운데가 녹아내리듯 뚝 끊어져 있다.

이러한 것들을 토대로 정재헌은 지금 현재 상황이 비현실적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마침 멀리서 송아라의 모습이 보이고 둘은 무사히 합류한다. 끊어진 다리의 모습에 놀라는 송아라였으나 이어서 다른 다리를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그러고 보니 송아라는 마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것을 생각한 정재헌은 그녀에게 물어보는데 송아라는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 정재헌이야말로 이상하다는 듯한 말투로 대답한다.

그제야 정재헌은 여기가 자신이 과거에 살았던 길가온 마을임을 깨닫는다. 그와 동시에 마을 북쪽에 현선교라는 이름의 또다른 교량이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 내고, 둘은 그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현선교로 가려면 마을 중앙에 있는 명인대학교를 지나야 한다. 대학을 가로지르려 캠퍼스 안으로 들어간 둘은 그림자들에 둘러쌓여 있는 강형민을 발견한다. 그림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정재헌이 작은 돌을 주워서 던지지만, 그림자에 맞은 돌은 어째서인지 그대로 증발해 버린다. 다행히도 주의는 끌 수 있어서 그 틈을 타서 강형민은 탈출할 수 있었다.

강형민 역시 여기가 길가온 마을임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곳 명인대학교 출신이며 학교 다닐 때에는 마을에서 살았다고 한다.

정재헌은 자신들과 강형민이 모두 과거 길가온 마을에 살았던 적이 있음을 알게 되지만 일단 접어 두고, 강형민에게 일원교의 상황을 알린 뒤 그와 같이 현선교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지만 대학 후문 쪽에 그림자들이 우글우글 몰려 있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번화가 쪽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가는 길에 강형민은 한 소녀의 모습이 주상복합 건물로 쫓기듯 뛰어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사람이라고는 자신들 말고는 보이지 않는 이 마을에서 또다른 사람을 만나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정재헌은 강형민의 말에 따라 소녀를 찾기로 한다.

하지만 소녀를 따라 들어간 곳에서 마주친 것은 소녀가 아닌 최배근이었다.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해 흥분했는지 각목같은 것을 들고 자신에게 향하는 정재헌 일행에게 불신을 보이며, 자신들은 현선교로 가고 있으며 같이 다니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정재헌의 말에도 동행을 거절한다.

설득을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찰나에 그림자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다가오기 시작하고, 최배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일행에 합류한다.

강형민이 말했던 소녀는 찾지 못했지만, 그림자들이 우글거리는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정재헌은 그저 아무 일 없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현선교에 도착한 일행. 다행히 현선교는 일원교처럼 끊어져 있지 않았다. 안도의 마음에 일행은 발걸음을 빨리하는데, 다리 한가운데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 그건 좀 전에 강형민이 보았다던 소녀였다. 소녀는 다리 한가운데에 주저앉아 있는데 정신을 잃은 듯하다.

분명 뒤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마치 벽 같은 것에 기댄 것 같이 보이는 소녀의 모습에 정재헌은 이상함을 느끼지만 그럴 새도 없이 다리 아래쪽에서 그림자들이 올라와 소녀에게로 향한다.

일행 모두 어쩔 줄을 몰라 하는데 정재헌이 소녀에게로 달려간다. 정신을 잃고 있는 소녀를 안아 들고 다리를 건너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투명한 벽 같은 것이 가로막고 있어 다리를 건널 수가 없다. 다시 돌아가려고 하지만 이미 그림자들이 바짝 쫓아와 있는 상황.

간신히 그림자들을 피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니, 그림자들은 더 이상 쫓아오지 않고 다시 다리 밑으로 내려간다. 왜 다리를 건너 도망치지 않았냐는 일행의 물음에 뭐라고 답할지 고민하다가 사실대로 투명한 벽 같은 것이 막고 있었다고 대답한다. 최배근은 무슨 개소리냐며 다리를 향해 달려가지만 다리에 다가가자마자 물러났던 그림자들이 다시 올라와 길을 막는다. 그림자들은 마치 다리를 지키기라도 하듯 누군가 다가가면 몰려들어 길을 막고, 물러나면 다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다.

저 다리가 유일한 출구인 것은 확실한데 투명한 벽에다가 그림자들이 진을 치고 있으니 나갈 방법이 없다. 정재헌은 현재 상황과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마을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잠시 쉬며 숨을 돌리기로 한다.

3.5.3. 챕터 2

숨을 돌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정재헌. 그러나 알게 된 것이라고는 자신들이 있는 곳이 현실 세계가 아니라는, 말도 안 되는 결론뿐이다.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데 자신이 구한 소녀, 조수하가 다가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현재 길가온 마을에 살고 있고 연송중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얼마 후, 강형민이 일행을 불러 모은다. 강형민은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밖에 나가서 뭔가 찾아볼 것을 제안한다. 뭘 찾아야 할지도 모를뿐더러 외부와 연락도 할 수 없고, 뭣보다 닿으면 증발해 버리는 그림자들이 돌아다니는데 일행은 당연히 거절한다. 하지만 형민은 끈질기게 설득하고 송아라도 거기에 동조하기 시작하며, 결국에는 다들 형민의 제안에 따르기로 한다.

밖에 나와 자신이 놓친 것이 있나 둘러보는 정재헌. 하지만 결과는 변함없다. 태양은 아까와 똑같은 자리고, 역시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림자는 계속해서 습격해 온다. 결국 일행은 도망치는 와중에 찢어지고 정재헌, 송아라, 조수하만이 간신히 성당 안으로 도망친다. 다행히 그림자는 안으로 들어올 기색은 없고, 정재헌은 여태까지의 피로가 몰려와 성당 벤치에서 깜빡 잠들어 버린다.
피아노 소리에 잠이 깬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한 여자의 모습을 본다. 여자의 모습은 마치 허깨비라도 되는 듯 흐려지고, 이내 조수하의 모습이 된다. 조수하가 치던 곡이 왠지 귀에 익어 물어보니 자기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준 사람이 쓴 곡이라며 그녀는 그 사람에 대해 말해준다.

조수하는 낯을 심하게 가려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었다.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아니고 스스로가 벽을 두고 있는 느낌이긴 하지만 그녀는 항상 외로웠다. 그럴 때면 그녀는 마을에 있는 성당에 가곤 했는데 어느 날 성당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한 여자를 만난다.

여자의 이름은 "유시우"로 조수하와 같은 연송중학교를 졸업했다고 한다. 그날을 계기로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이내 조수하는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터놓기 시작한다. 조수하는 자신을 따뜻하게 받아 주는 유시우의 모습에 자신도 그녀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녀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유시우는 기꺼이 가르쳐주기로 하고, 둘은 더욱 친해진다.

하지만 유시우의 모습이 어느 날부터 이상해진다. 말에 힘이 없고 둘이 있을 때도 다른 생각에 빠진 듯 멍한 모습을 자주 보이게 된다. 교습 중에도 수하가 연주하는데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자 수하는 그녀가 자신을 귀찮아한다고 생각하고는 그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폭언을 퍼붓는다.

얼마 후, 수하는 모친에게서 "성가대 반주를 하던 유시우라는 대학생이 옥상에서 투신했다"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수하를 위로하며 정재헌은 "유시우"라는 이름이 잔향처럼 가슴에 남아 있음을 느끼지만, 그녀가 누구인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수하를 위로한 후, 밖을 살핀 정재헌은 그림자들이 보이지 않자 강형민, 최배근과 다시 합류하기 위해 밖으로 나선다. 곧이어 그는 사물의 그림자가 전보다 길게 기울어 있음을 깨닫는다. 즉, 움직이지 않던 태양이 움직인 것이다.

정재헌은 생각한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림자에게서 도망친 것과 수하의 지인인 유시우에 대한 얘기를 들어준 것뿐인데...."
"유시우라는 사람의 죽음이 이 비현실적인 현상과 관계가 있는 건가?"
유시우라는 이름을 듣자 송아라가 반응을 한다. 물어보니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다며 별로 친하진 않았지만 이름은 기억이 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별로 얻은 건 없지만 어쨌든 정재헌은 자기 자신, 송아라, 조수하, 유시우가 모두 연송중학교와 관련이 있음에 주목한다.

3.5.4. 챕터 3

강형민과 최배근을 찾아 마을 곳곳을 살펴 보는 정재헌. 송아라와 과거에 대해 회상하며 많이 변한 마을의 모습에 마음 한편이 쓸쓸해짐을 느낀다.

이내 셋은 연송중학교에 도달하게 되는데, 정재헌은 조금 전에 알게 된 사실을 토대로 연송중학교 안을 조사해 보기로 한다. 왠지 송아라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 정재헌은 신경이 쓰이지만 그는 혼자서라도 학교 안으로 들어간다.

학교 안에 들어가자 머릿속에 과거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릴 적의 자신과, 그 어릴 적의 자신이 유시우라고 부르는 소녀가 친하게 어울리는 모습이다. 기억은 나지 않고, 송아라는 별 사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이런 광경이 떠오르는 것에 대해 위화감을 느낀다. 송아라의 기억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그는 그를 따라 들어온 조수하와 학적부나 졸업앨범 같은 과거의 문서들을 찾아 보기로 한다.

둘은 보관실에서 어렵지 않게 과거의 졸업앨범과 학적부를 찾아낸다. 졸업앨범에는 정재헌, 송아라 그리고 유시우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누가 봐도 매우 친한 사이로 보일 정도로 다정한 모습이다. 정재헌과 유시우 두 사람의 학적부에는 공통적으로 길가온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기록이 적혀 있으며, 또 빼박으로 "송아라, 정재헌과 친하다"라는 교사의 메모도 발견한다.

즉, 송아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송아라에 대한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나고 그녀를 똑바로 마주할 수 없자 정재헌은 송아라에게 직설적으로 물어본다. 하지만 송아라는 대답하지 않고 도망친다.

그녀를 쫓아 가지만 넘어진 수하를 부축하는 사이에 놓치게 된다.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찾아 다니는데, 그 목소리를 듣고 찾아온 강형민과 다시 합류하게 된다.
사정을 들은 강형민은 진실을 밝히는 것도 좋지만 그녀가 상처입지 않도록 잘 보듬어주라고 조언한다. 정재헌은 강형민에게 수하를 맡기고 송아라를 찾아 나선다.

과거에 같이 많이 놀았던 저수지에서 그녀를 발견한 정재헌은 강형민의 조언대로 그녀를 일단 달래주기로 한다. 송아라는 결심을 했는지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서 실토한다.

학창시절 정재헌은 학적부에 교사가 기록했듯 머리가 비상하고 활발한 녀석이었다. 송아라는 그런 정재헌을 좋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재헌의 마음은 유시우에게만 향해 있었다. 송아라는 이를 알고 있었지만 굳이 내색은 하지 않는다.

그런 짝사랑의 삼각관계가 위태롭게 이어지던 도중, 유시우에게 다른 남친이 생긴다. 그리고 정재헌의 마음을 모르는 유시우는 셋이 있을 때 그 사실을 자랑하듯 떠벌린다. 아마 이때 송아라는 유시우에게 점점 정이 떨어짐을 느낀 듯하다.

정재헌은 충격을 받아 이틀 연속으로 학교를 결석한다. 티가 날 정도로 자기를 좋아함에도 그 사실을 모르고 걱정만 하는 유시우. "정말 모르는 거냐, 아니면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거냐"라며 속으로 디스할 정도로 송아라는 유시우의 모습에 질려 버린다.

정재헌은 고백도 하지 못하고, 서울로 전학 간다는 말만을 전하고 훌쩍 떠난다. 정재헌이 연송중학교를 졸업은 했다고 하니, 상황을 추려 보면
1. 서울로 다시 전학간다고 부모에게 들음.
2. 이왕 이렇게 된 거 졸업 전에 꼭 고백하자고 결심.
3. 눈치 없이 시우가 남친이 생겼음을 자랑
4. 멘붕.
5. 졸업 후 전학.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아무튼 이때부터 송아라는 유시우에게 완전히 정을 뗀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일부러 고등학교도 시우와 다른 학교를 지원하고 그에 별다른 설명도 없이 쌀쌀맞게 대하는 것을 보면... 연적이었던 데다가 눈치라고는 없이 쓸데없는 말을 떠들고 다니고 그 결과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상처를 입혔으니 그럴 수밖에.

이후 고등학교를 따로 다니게 된 아라는 시우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그녀는 시우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된다. 시우가 일진들에게 찍혀 심각할 정도로 이지메를 당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여기서 아라의 대사를 보면 시우가 쓸데없이 정의감만 강해서 이미 찍혀 있었다는 듯한 암시가 있다.

연송중학교 출신인 송아라에게 유시우에 대해 아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상큼하게 "몰라, 그런 애" 하고 일축하고 그녀의 도움 요청도 싹 무시한다. 이윽고 시우는 아라를 직접 찾아오게 된다. 하지만 아라가 가지고 있는 것은 시우에 대한 악의뿐이었고, 그동안 친하게 지낸 건 다 쇼였다며 그 꼬라지 보고 싶지 않으니 다신 찾지 말라고 일갈하고 돌아선다.

시우와의 사이를 잘라낸 아라는 정재헌을 잊기 위해 다른 사람과 사귀기도 하는 등 노력을 하지만 그럴수록 재헌은 잊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라는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대학에 가지 않고 곧장 재헌이 있는 서울의 한 회사에 취업하고, 재헌의 자취방 근처에 방을 얻기까지 한다. 그리고 재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분투하지만 그는 시우를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었다.

사건이 터진 것은 그들이 아무도 없는 길가온 마을에 갇히기 이틀 전. 다시 말해 아라가 재헌의 자취방에 놀러온 그날이다. 청소기를 돌리던 도중, 재헌의 휴대폰으로 시우의 SOS 메시지가 온다. 죽기 직전 보낸 마지막 SOS였던 것. 공교롭게도 이를 아라가 먼저 보게 되고 질투심에 휩싸여 그 메시지를 삭제해 버린다.

만약 SOS 메시지를 재헌이 보고, 여전히 시우를 좋아하는 재헌이 그녀에게 도움을 주었다면 시우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시우는 죽어버렸다.

아라의 고해성사가 끝나고 시우에 대한 재헌의 기억은 그제야 완전히 복구된다. 잊고 있었던 것이 용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재헌의 멘탈은 산산히 깨져버린다.

3.5.5. 챕터 4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라에게, "지금이라도 다 거짓말이라고 한다면 넘어가 주겠다"라며 현실을 부정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조차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나간 재헌은 혼자 강형민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아라는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른다.

돌아가는 길에 태양이 또 기울어 이젠 노을이 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재헌에게 신경 쓸 여유 따위는 없었다.

돌아온 둘을 맞이하는 강형민은 분위기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정재헌은 알아낸 사실을 말해준다. 이때 강형민도 유시우의 이름이 나오자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정신적으로 몰려 있던 재헌은 눈치채지 못한다.

강형민이 있던 마트로 들어가 주저앉아버린 재헌은 꿈을 꾼다. 시우로 보이는 여자가 투신하고, 떨어진 자리에서 금이 가며 검은 연기가 퍼져 나오는 꿈이었다.
꿈에서 깬 그에게 형민이 다가온다. 형민은 챕터 2에서와 마찬가지로 가만히 있기보다는 나가서 뭔가를 하자고 제안한다. 일일이 태클 걸던 배근도 없고, 정재헌 역시 의견을 제시할 여유도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에 일행은 형민에 이끌리듯 밖으로 향한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그림자들과 마주친다. 그림자들은 무슨 먹이를 몰듯 일행을 쫓아오고, 재헌은 그 집요함에 치를 떤다. 그렇지만 새로 알게 된 점도 있었다. 재헌이 그림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돌을 집어 던졌는데, 형민을 구할 땐 닿자마자 증발해버린 돌이 이번에는 그림자에게 부딪쳐 타격을 입혔다는 점이다. 유시우에 대해 알아갈수록 멈춰 있던 시간이 흐르고, 비현실적인 세계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그림자들이 계속 습격해 오는 통에 그 이상은 생각하지 못하고 이내 그림자들에게 몰려 한 건물 안으로 간신히 도망쳐 들어간다. 건물 안에는 자신들처럼 그림자들에게 쫓겨 들어온 최배근이 있었다.

쫓겨 들어온 건물은 형민과 관련이 있는, 명인대학교 예술관이었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또 현실을 잊기 위해 재헌은 건물 안을 이리저리 거닐며 별다른 의욕 없이 단서를 찾아 다닌다.

그 와중에 강형민이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쓴 것으로 보이는 악보가 발견이 되는데, 수하는 이를 보고 시우가 작곡한 곡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우 역시 명인대 음대에 입학했었음을 기억하는 정재헌은 표절 의심을 품고 형민에게 물어보지만 형민은 표절 의혹에 대해선 아니다, 시우에 대해선 모른다로 일관한다.

증거가 없어 그 이상 추궁할 순 없지만 아라 건도 있고 해서 재헌은 계속 그를 의심한다.

한편 구석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배근은, 형민이 나가자마자 그가 뒤지고 있던 곳을 헤집기 시작한다.

그 안에서 배근이 찾은 것은 형민이 미처 치우지 못한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형민과 시우가 다정하게 붙어 있는 모습이 있었다. 누가 봐도 연인의 모습이었다.

재헌은 씁쓸한 심정이 들었지만 그 심정은 접어두고 형민의 거짓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계속한다.

일단 "시우를 모른다"라고 하는 것을 부정하는 증거는 나왔다. 이제 형민이 시우의 곡을 표절했다고 하는 증거만 찾으면 되는 상태. 하지만 이미 졸업한 형민에 대한 단서가 보이는 것이 더 이상하다. 솔직히 강형민의 습작 악보가 남아 있던 것부터가 불가능해 보이지만 이에 재헌은 형민에 대한 단서가 없다면, 그와 가까운 사이였던 시우에 대해 조사하자고 방향을 바꾼다.

이윽고 시우의 사물함을 발견했지만,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어 열리지 않는다. 이에 배근은 어디서 배웠는지 금속 핀 하나로 자물쇠를 따 버린다. 교재나 악보 말고는 별다른 게 없는데, 교수와의 약속 시간이 적힌 메모가 발견되고, 일행은 그리로 향한다

교수실에 온 재헌은 그 안에서 한 권의 음악 잡지를 발견한다. 형민에 대한 특집 기사가 실린 잡지였다. 겨우 단서를 찾은 재헌은 그 기사를 읽는다. 기사 내용은 형민이 놀라운 실력으로 여러 곡들을 발표하며 데뷔하였지만 그가 졸업하면서 혹평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찾아온 슬럼프, 그리고 재헌이 품고 있는 의혹. 재헌은 스스로 결론을 내리면서 형민을 찾아 추궁을 시작한다.
증거를 내놓자 형민은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여태까지의 예의바른 태도를 180도 바꾸고 사실을 밝힌다.

형민이 4학년 졸업반이던 시절. 연습실에 박혀 조용히 졸업 준비만 하고 있던 그에게 후배이자 과 대표인 정소림이 다가와 신입생 환영회에 나와 줄 것을 부탁한다. 잘생기고 모두의 중심에 있던 형민을 불러 분위기를 띄우기 위함임을 눈치채고 형민은 거절했지만 후배는 계속해서 나와줄 것을 요구한다. 못 이기는 척 나간 신입생 환영회는 피아노과 신입생들도 있어서 왁자지껄했다. 그 환영회에서 처음으로 형민은 피아노과 신입생이던 시우를 만난다.

형민은 시우에게 첫눈에 끌린 듯한 모습을 보이며, 후배 정소림 역시 이미 눈치를 채고 "피아노과 사람들이 그러던데요? 작곡과에서 벌써부터 신입생 낚아 가냐고..." 하는 식으로 형민을 놀린다.

조금씩 시우에게 접근하며 밑밥을 깔던 형민은 이윽고 그녀에게 고백하고 시우는 받아들인다. 신청이 늦은 형민과 사물함도 같이 쓰며 깨알이 쏟아내던 커플이었지만 어느 날 형민은 시우가 연주하던 자작곡에서 자신에게는 없던 재능을 발견한다. 그는 그 곡을 훔쳐서 자기가 쓴 곡인 양 교수에게 제출하였고, 항상 아쉬운 평가만 주던 교수가 칭찬을 하자 계속해서 시우의 곡을 표절하고 콩쿠르에서 입상하는 등의 활약을 하게 된다.

후배는 예쁜 여친도 생기고 콩쿠르 입상도 한다며 부러워하지만 형민의 속에서는 시우에 대한 죄책감과 열등감이 쭉 쌓여만 간다.

시우의 곡을 표절해 쓴 형민의 곡을 본 헤드헌터에 의해 그가 스카웃되면서 죄책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흔들리던 형민의 마음이 완전히 열등감 쪽으로 기울어버린다. 그는 폭발하여 시우에게 이별을 선고한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네가 그래서 어쩔 건데? 그렇게 잘나신 너는 시우가 죽을 때 어디서 뭘 했냐?"라며 소리지르는 강형민에게 죽빵을 날리려는 순간....

3.5.6. 챕터 5

마치 더 이상 볼 일이 없다는 듯 문을 부수고 그림자들이 난입해온다. 그림자들은 강형민과 송아라를 갈라서듯 정재헌의 앞을 가린다. 도망이고 뭐고 눈 앞의 강형민을 날려 버리는 것 말고는 안중에 없던 재헌은 최배근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게 된다.

옥상까지 몰리게 된 상황에서 최배근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막아 보지만 개떼같은 물량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다. 최배근은 정재헌에게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좀 해보라고 다그치지만 재헌은 그냥 이대로 시우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수하의 비명 소리가 재헌을 일깨우고, 재헌은 '그림자들에게 이제 물리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해내고 옆에 있던 소화기를 들어 분사한다.

분사되는 분말 가루에 제일 선두에 있던 그림자들이 휘청거리고 그 영향으로 뒤에 있던 그림자들도 술렁거려 틈이 생겨 재헌은 배근과 수하를 탈출시킨다. 소화기의 내용물이 다 떨어지고 그림자들도 다시금 중심을 잡고 쇄도해 오는 모습을 보며 재헌은 모든 것을 내려놓듯 의식을 잃는다. 그대로 죽을 생각이었지만 배근이 그를 끌고 도망친다.

눈을 뜬 곳은 어릴 적 기억에 있는 시우의 집이었다. 창 밖은 해가 완전히 저물어 어둡고, 많은 수의 그림자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배근은 그저 아는 사람 집으로 도망쳐 왔다고 하는데, 이렇게 다 늙은 아저씨가 시우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건지 재헌은 석연치 않다.

사람들과 시우 사이의 비밀에 대해 알아갈수록 시간이 낮에서 노을, 그리고 밤으로 흐르고, 수하와 아라, 형민,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시우의 죽음에 대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면 배근 역시 시우의 죽음에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재헌은 시우를 위해 모든 비밀을 밝히겠다고 결심한다.

우선 배근에 대해 생각한다. 그동안 배근이 보였던 거친 말투, 자물쇠를 따는 행동, 그리고 그가 흘리듯 말했던 "빚쟁이"라는 단어에서 재헌은 배근이 사채업(그것도 불법적인)에 연관이 되어 있음을 짐작한다.

그렇게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리니, 어두워서 신경이 가지 않았던 집안 풍경이 재헌의 눈에 들어온다. 집안 가구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빨간 압류딱지들. 사채업자인 배근과 시우의 집에 붙여진 압류딱지에서 무언가 가설을 세우지만, 아무리 사채업자라도 고작 대학생인 시우에게 1~200만 원도 아니고 집안이 박살날 정도의 돈을 빌려주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쪼아대도 어차피 받지도 못할 텐데 대출을 해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즉시 가설을 지우고 재헌은 다른 연결고리를 찾는다.

얼마 안 가 배근에게 빚을 진 것은 시우가 아니라 시우의 아버지인 유상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재헌은 배근을 추궁한다. 배근은 모든 것을 인정하듯 담담하게 진실을 밝힌다.

과거 배근은 길가온 마을에서 희승고등학교를 다녔다. 심각할 정도로 엇나가 술담배는 교양이고 동네에서 주먹 좀 쓰는 것으로 유명했던 그는 어느 날 자기 학교 학생 유상원이 다른 학교 일진들에게 삥뜯기는 모습을 본다. 다른 학교 놈들이 자기 학교를 건드리는 것이 같잖았던 그는 일진들을 모두 작살내고 얼떨결에 상원을 구해주는 형태가 되었다. 상원은 그에게 감사를 표하며 친하게 지내자고 들이대고 배근은 "너 도와주려고 그런 거 아니니까 신경 끄라"며 그를 내치지만 상원이 계속해서 들이대자 일단 대화 정도는 하는 사이가 된다.

하루는 배근이 교내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학생주임에게 걸릴 뻔하게 되었다. 가뜩이나 일으킨 사고가 많은지라 한 번 더 걸리면 퇴학당할 수도 있었는데 상원은 배근의 담배를 뺏어 들고 자기가 나가서 대신 징계를 받는다. 왜 그랬냐며 묻는 배근에게 상원은 지난번에 있었던 일에 대한 빚을 갚고 싶었다며 "친구"끼리 일일이 마음에 두지 마라는 식으로 대답한다. 이 일을 계기로 배근은 상원에게 완전히 마음을 연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상원은 상경한 배근과 오랜만에 만난다. 거친 성격 때문에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지 못하고 백수 생활을 하던 배근에게 상원은 아는 사람의 밑에서 일해보라며 일자리를 소개하고, 배근은 친구가 소개해 준 일자리에서는 사고를 치지 않고 나름 열심히 일을 한 듯하다.

그렇게, 배근과 오랜 시간을 연락하며, 결혼도 하고 시우도 낳고 잘 키우며 별 탈 없이 살아가는 상원에게 어느 날 위기가 생긴다. 사내 정치에서 밀린 상사가 정리당하면서 그 밑에 있던 상원까지 회사를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 상원은 고향인 길가온 마을에 내려가서 작게나마 사업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배근 역시 상원이 소개해 준 직장에서 나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상황.

둘은 서로를 응원하며 후일에 만날 것을 기약한다.

그러나 배근은 사채업을 하고 있었다. 보스로 보이는 사람과의 대화를 보면 배근이 타의로 말려 든 상황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상황은 그렇게 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 오랜만에 만난 상원은 사업이 부도나서 모든 것을 잃기 직전이었다. 은행에서도 대출이 거절된 그는, 뭐라도 잡는 심정으로 배근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상원은 절친인 배근에게 전화하면서 속으로는 돈 빌릴 생각을 했다며 자책하지만, 배근은 상원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꽤 큰 돈을 그에게 빌려 준다. 하지만 그 돈은 결국 조직의 돈이었고, 조직의 큰 돈이 움직이자 보스가 곧바로 눈치를 챈다. 보스는 배근에게 "변변찮은 재산도 없고 있는 거라고는 저당잡힌 공장과 자기 집뿐인 사람에게서 그 큰 돈을 회수할 수 있겠냐"라며 "내 돈이 그렇게 증발하면 여러 사람 피곤해지지 않겠느냐"라고 배근을 협박한다.

협박에도 불구하고 배근은 상원에게 빌려준 돈에 대해서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밑의 조직원들은 보스 눈치보랴 배근 눈치보랴 이도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상원의 부고가 날아온다. 배근이 빌려준 돈으로도 사업을 살리지 못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었다.

배근은 상원이 죽었다는 사실보다도, 돈을 회수하지 못해 조직에서 숙청되고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큰 피해가 갈 것이라는 생각에 확 돌아버린다. 그는 어떻게든 돈을 회수하기 위해 시우와 상원의 부인을 추심하기 시작하고... 이런 저런 일이 겹쳐 몰릴 대로 몰린 시우마저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배근의 말을 끝으로 재헌은 시우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모두 알게 된다. 정리하자면,
  1. 쓸데없는 정의감으로 인해 시우는 중학교 시절부터 일진들에게 찍혀 있었는데
  2. 자기를 좋아하는 정재헌 앞에서 눈치없이 남친 생겼다고 자랑질을 하여 재헌에게 상처를 주고 아라의 어그로를 끌었다.
  3. 중학교 졸업 후 재헌은 서울로 전학가고 아라 역시 일부러 시우와 다른 학교에 지원함.
  4. 더 이상 옆에 붙어 있는 놈들이 없어지자 일진들이 작정하고 시우를 조짐. 아라에게 SOS를 치나 꺼지라는 소리만 듣게 됨.
  5. 수모 끝에 어떻게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인대에 입학하여 남친까지 사귀게 되었으나 알고보니 남친은 자기 곡을 훔쳐서 데뷔했을 뿐만 아니라 먼저 자기를 차 버림.
  6. 거기다 아버지의 사업은 슬슬 망해가고 있는 것이 보임.
  7. 신경 쓸 게 이만저만이 아닌데 피아노 가르쳐 달래서 가르쳐주던 수하는 정신적으로 몰려 신경을 못 써주자 자기를 버린 거냐며 소리 지름.
  8. 아버지가 빚을 감당 못하고 자살.
  9. 아버지의 절친이라는 사람이 자기 돈 내놓으라고 엄마와 본인을 협박.
  10. 마지막으로 재헌에게 보낸 SOS 요청마저도 (아라에 의해서) 씹힘.
  11.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지고 결국 자살.
이 무슨...

길길이 날뛰는 재헌에게 배근은 자기도 후회하고 있으며, 자기가 지은 죄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떻게든 이 마을에서 탈출해서 책임을 질 것이라고 한다.

생각하지 못했던 대답에 재헌은 시우를 버리고, 또 도와주지 못한 것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는, 시우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시우를 잊지 않으려는 수하를 지키는 것을 통해 자신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결심한다.

3.5.7. 피날레

하지만 책임도 살아 있어야 질 수 있듯이 일행에겐 여기서 무사히 나가는 것이 먼저였다. 집 안에 있는 것을 눈치챈 그림자들은 문을 부수고 안으로 몰려든다. 테라스 문을 통해 간신히 빠져나온 일행은 점점 무너져 내리는 세계를 보게 된다.

또다시 시간이 흘러 여명이 비치는 하늘이 유리가 깨지듯 조각나고 세계의 모든 것이 천천히 부서져 내린다. 무너지는 세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을 쫓는 그림자들을 피해 정신없이 도망친다. 도망치는 와중에 떨어졌던 송아라, 강형민과도 재회한다.

그림자들에게 몰리듯이 쫓기면서, 재헌은 지금 방향대로라면 현선교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그리로 가도 되는지 걱정하지만 그들에겐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사방에서 그림자가 계속 몰려들고 그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현선교로 향한다.

현선교의 위에는 마치 포탈 같은 구멍이 뚫려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살기 위해서는 그 안으로 몸을 던지는 수밖에 없었다. 세계는 이미 거의 다 무너졌고, 그 뒤로는 그림자들이 쫓아오고 있는 상황에 달리 갈 데는 없다.

일행들이 하나씩 구멍으로 들어가는데 뒤에서 수하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재헌이 돌아보니 수하가 넘어져 있다. 재헌은 자신의 결심대로 수하를 구하기 위해 가려고 하지만 아라가 재헌을 말린다. 하지만 재헌은 아라를 뿌리치고 수하에게 달려가 수하를 일으켜 포탈로 끌고 간다.

포탈은 계속 작아져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재헌이 수하를 포탈에 밀어넣자마자 포탈은 닫혀버린다. 힘이 풀린 재헌은 한 뼘 남은 공간에 주저앉아 시우에게 말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3.5.8. 에필로그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재헌은 눈을 뜬다. 주위는 온통 새하얗다. 아무것도 없다. 그림자도 없고, 무너지던 세계도 없다. 색깔도 없이 모든 것이 하얗기만 한 세상이다.

털썩 주저 앉아 있는데 문득, 색채가 없는 하얀 세계에서 유일하게 색을 띠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자기가 들고 다니던 수첩. 시우에게 선물받은 후 속지를 갈아가면서 여지껏 써 온 그 수첩이었다.

수첩 안에는 재헌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얻은 정보나 알게 된 사실들이 적혀 있었는데(게임을 진행하며 얻은 키워드와 그에 대한 메모들이다.) 재헌은 그 안에서 후회와 절망만을 느끼고, 한 장씩 찢어버린다. 그러면서 스탭롤이 흐르는데 수하, 아라, 형민, 배근의 순서대로 재헌이 찢은 쪽지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그들에 대해 생각한다.

마을과 그림자에 대해 적어 놓은 페이지를 찢으며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한 가지 가설을 세운다.
"수십 년간 세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사람이 죽어서 없어지면 거기에 빈 자리가 생겨나는데 그것이 바로 이 아무도 없는 공허의 세계이며, 공허의 세계가 무너지는 과정은 세계가 죽은 자를 망각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그림자들은 이미 예전에 죽은 사람들, 즉 유령이다. 그들이 형체가 없이 검은 그림자처럼 되어 버린 것은 이 세계에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모두 죽거나 하여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세계에서도 잊혀지고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망각되어 본인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
"그렇다면 시우 역시도 오랜 시간이 흐르면 그 그림자들처럼 변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가설을 세운 직후 그의 눈에 홀연히 사라져 가는 시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재헌은 달려가 시우를 끌어안지만 시우의 몸은 무너진 공허의 세계처럼 없어지고 있었다. 정재헌은 적어도 자기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시우에 대한 망각을 늦추기 위해 그녀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로 한다.

3.6. 공략

선택지나 키워드 조합에 대한 공략이다. 선택을 잘못하면 배드엔드로 직결되나 게임오버 되더라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가장 최근 시점부터 다시 시작하기 때문에 세이브 로드 신공은 필요 없고 난이도도 그다지 높지는 않다. 자세한 건 망각곡선(게임)/공략 문서 참고.

4.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