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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16 01:28:59

밀그램의 복종 실험

1. 개요2. 실험설계3. 결과4. 이후5. 조작 의혹(?)6. 기타7. 관련 문서

1. 개요

Milgram experiment
1961년 예일 대학교의 심리학과 조교수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이 실시한 "권위에 의한 복종"에 대한 실험.

실험 이후 밀그램은 사람들이 비도덕적인 복종에 굴복하는 이유가 성격보다 상황에 있다고 믿고, 굉장히 설득력 있는 상황이 생기면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윤리적, 도덕적인 규칙을 무시하고 명령에 따라 잔혹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2. 실험설계

밀그램은 "징벌에 의한 학습 효과"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실험에 참여할, 나이 20대 에서 50대 사이의 남성 40명을 신문 광고를 통해 모집하였고, 피실험자들을 교사학생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교사 역할과 학생 역할의 피실험자를 각각 1명씩 그룹을 지어 실험을 실시했다. 학생 역할의 피실험자는 양쪽에 전극이 부착된 의자에 묶인 채 실험관에 의해 전기 충격 장치가 연결되었고, 교사 역할의 피실험자는 전기 충격 발전기가 있는 다른 방으로 안내되었다. 전기 충격 발전기에는 15V 부터 시작해 450V 까지 15V씩 증가하도록 총 30개의 스위치가 달려있었고, 교사가 학생에게 문제를 냈을때 학생이 틀리면 교사가 학생에게 전기 충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사실 학생 역할의 피실험자는 배우였으며, 전기 충격 장치도 가짜였다.

본래 실험의 의도는 인간의 도덕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아무리 명령이 있는 상황이라도 사람들은 자신의 도덕심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3. 결과

실험을 시작하기 전 밀그램은 피실험자들이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3% 정도가 인체에 치명적인 300볼트 정도까지 올릴 것이라 예상했고,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리는 것은 전체 피실험자 비율 중 0.1%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충격적이게도 65%의 피실험자가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렸다. 기계에는 300V 이상의 충격을 주면 위험하다는 표시가 되어 있었고, 300V에 도달한 순간부터 학생 역할의 배우는 전기 충격을 받으면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으며, 가슴이 아프다며 그만둘 것을 간청하고 전압이 너무 높아지면 죽은 듯이 전기 충격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연기까지 했다. 이들은 자신이 죽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도 단지 지시에 따라 계속 전기 충격을 가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불편해하거나 실험 목적이 무엇인지 의심하기는 했다. 그러나 밀그램은 사람들이 주저하거나 거부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면 정확히 4번 반복해서 계속하라고 지시하고 계속 거부하면 실험을 중단했는데, 이 지시란 것이 특별한 협박이나 설득도 아니고 단순히 "계속하십시오", "꼭 실험을 진행해야 합니다", "전기 충격으로는 실험자의 신체에 영구적 손상을 주지 않습니다. 실험을 계속하십시오"라고 말하는 정도였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지시를 따랐다.

이 실험은 1971년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까지 확대되었다. 다만 이 실험은 후에 인위적인 조작과 참가자들이 빨리 이탈하고자 스스로 연기한 점이 드러나서 신뢰하기 힘든 실험이다. 밀그램의 실험은 윤리적으로, 파시즘홀로코스트에 관련하여 많은 비판을 받았다.

1963년, 밀그램은 '복종에 관한 행동의 연구'라는 논문으로 자신의 '복종 실험' 결과를 발표한다. 이후 그는 실험의 비윤리성으로 미국 심리학회로부터 한 해 동안 자격 정지를 당했다.

10년 뒤인 1974년에는 《권위에의 복종》(Obedience to Authority)이라는 책을 출간하였고 그의 실험은 이후 여러 심리 실험의 원형이 되었다.

4. 이후

한편, 심리학계 특히 심리학의 연구윤리에 일격을 가한 실험이었다. 이 실험을 통해 '아무리 권위자의 권유였다지만, 내가 아무 비판도 하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다니!'라는 충격을 받아 PTSD까지 얻게 된 사람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이 이후 심리학 연구 방법은 많은 부분 변화하였으며, 그 때문에 '실험 참가자에게 연구 과정 및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다.'는 중요한 절차가 삽입되게 되었다. 밀그램의 실험은 의도적으로(악의적으로 보일 수 있을 정도로) 가짜 실험 속에 진짜 실험이 숨겨져 있어 문제가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거꾸로 뒤집어 생각하면 35%는 끝까지 연구자의 지시를 거부했다는 것 아닌가? 그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희망이 있다!"라고 역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확히 따지면 그 35%의 피실험자 중에 12.5%만이 인체에 위험하다고 기계에 표시된 300볼트 이상 전기충격을 가하기를 거부하였다. 나머지 22.5%는 최소 315볼트까지는 연구자의 지시에 따라 전기충격을 가하였고, 다만 최고 수준인 450볼트 충격을 가하는 것을 거부하였을 뿐이다. 315볼트나 450볼트나 피실험자들이 보는 기계에 표기된 대로라면 인체에 치명적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개중에서도 적극적으로 실험을 저지하려 들거나 죽은 것처럼 반응이 없는 학생을 도우려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단지 더 전기 충격을 가하는 것을 거부했을 뿐이다. 이와 비슷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에서도, 이 실험을 저지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고 한다. 실험을 지시한 교수의 여자친구(후일 아내). 그리고 교수는 이후 자신의 아내를 예시로 들며 영웅이란 바로 이런 이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밀그램이 교사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스피커로 명령을 내릴 경우 사람들이 거부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가짜 교사를 한 명 더 추가했을 경우 이 가짜 교사의 반응에 피실험자가 크게 휘둘리는 경향이 보였다. 가령 가짜 교사가 높은 볼트의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실험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 피실험자들 또한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늘어났다.

실험의 명성 덕분에 비슷한 실험이 이후로도 여러 차례 이루어졌으나 모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찰스 셰리던의 경우 사람 대신 강아지에게 진짜로 전기 충격을 가하는 실험을 했으며, 강아지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직접 보고서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서도 76%는 역시 끝까지 명령에 복종했다.

2000년도 이후에 여러 차례 실험에서도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이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아무래도 실험 자체가 유명해진 후라 피실험자가 눈치를 채거나 하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한편 이언 니콜슨(I. Nicholson)은 밀그램의 실험을 두고 미국 특유의 마초적 문화가 반영된 것이며 인간관 자체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1] 그 외에도 이 실험이 대전 전후 미국사회에 팽배했던 인간 불신과 회의감에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인기를 얻었다는 평가도 있다.

자신이 직접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 한 마디에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해 고민해 볼 문제다.

2016년 5월에 밀그램의 실험을 영화화한 《밀그램 프로젝트》 가 개봉된다. #

5. 조작 의혹(?)

2012년 호주 심리학자 지나 페리(Gina Perry)는 예일대 기록 보관소에 숨겨져 있던 자료들의 내용을 검토하면서, 밀그램의 복종 실험이 결코 정당하지 않은 실험이라고 볼 수 있을 만한 증거들이 포착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실험이 24번에 걸쳐 진행되었고, 그 24개의 실험들 중 이들이 원하던 결과에 가장 잘 부합했던 실험에만 의미를 부여함은 물론, 즉석에서 각본을 멋대로 바꾸고 스스로 변수 또한 창출해내는 등의 매우 비전문적인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

하지만 네스타 러셀(Nestar Russell)과 존 피카드(John Picard)는 지나 페리의 주장을 비판한다. 밀그램의 기본 실험 절차에 대해 여러 번이 아니라 수십 번이 넘는 복제나 약간의 변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는 다양한 국가, 다양한 환경, 다양한 유형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수행되었기 때문에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었으며,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러한 실험에서 '전부'는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의 실험 데이터가 밀그램의 원래 발견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2]

미국 대학 교수이자 작가로도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3]는 밀그램 실험이 거짓이라고 의심받는다고 해도, 인간이 권위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브라이언 윌슨의 사례를 들고 있다. 해당 사례를 요약하면 명령을 받은 철도기관사가 선로에 드러누운 시위자들을 무시하고 그대로 달려들었다는 내용[4]이다. 다행히 동료 2명은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윌슨은 무릎 아래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는데, 현장에 있던 해군 위생병은 윌슨에게 응급처치를 하지 않았고 심지어 해군 구급차를 통해 이송조차 하지 않았다. 민영 구급차가 도착할때까지 45분 동안이나 지혈하면서 버텨야 했다는 사례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후 해당 기관사들이 윌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그 반대가 아니라. 명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윌슨의 다리 절단 사고가 일어나서 자신들이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 신체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6. 기타

7. 관련 문서



[1] Nicholson, 2011.[2] In a book review critical of Gina Perry's findings, Nestar Russell and John Picard take issue with Perry for not mentioning that "there have been well over a score, not just several, replications or slight variations on Milgram’s basic experimental procedure, and these have been performed in many different countries, several different settings and using different types of victims. And most, although certainly not all of these experiments have tended to lend weight to Milgram's original findings." (Russell, Nestar; Picard, John (2013). "Gina Perry. Behind the Shock Machine: The Untold Story of the Notorious Milgram Psychology Experiments". Book Reviews.)[3] 애리조나 주립대 심리마케팅학과 명예교수이자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4] 윌슨이 이란-콘트라 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동료 2명과 함께 미 해군 무기고 앞 선로에 드러누웠고 그렇게 하면 그날 예정된 무기 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계산 역시 깔려있었는데, 기관사들은 미 해군 및 철도 당국으로부터 운행을 중단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로 시위자 3명을 무시하고 그대로 운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