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중학생 시절 | 고등학생 시절[1] |
박재경은 대한민국의 만화가 박상용이 연재한 러브 코미디 만화 점핑!의 등장인물이다.
2. 특징
남자 주인공 강영웅의 소꿉친구이자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 예전에는 같은 동네에 살았으나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학교가 달라져 편지나 회상 형식으로만 등장한다.그러다 운동부의 이야기가 정리되고, 이어서 강영웅의 연애사에 있어 가장 오랜 시간 끌고 온 신선화와의 관계 문제도 정리되어 이제 여자친구 최가희와의 연애사에서 꽃길만 걷는 일만 남았던 강영웅 앞에 나타나, 점핑!의 마지막 에피소드의 주요 등장인물로서 두각을 드러낸다.
밝고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로, 차분한 성격의 최가희와는 정 반대 타입이라 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최가희 입장에선 최대의 적수로 등장했다.[2]
3. 작중 행적
강영웅의 소꿉친구로서 초등학교, 중학교는 같은 학교를 다니며 가까이서 생활했다. 어릴 적엔 강영웅네 집에 놀러와 같이 저녁을 먹거나 아예 같은 방에서 자고 간 적도 있으며, 영웅의 누나 강영주와도 친언니/친동생 있는 것 같았다며 과거를 회상할 정도로 지리적 거리 상으로든, 심적 거리 상으로든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다 고등학교는 영웅과 다른 학교로 배정되었으며, 아무래도 지금의 강영웅네 집이 이사를 온 것인지[3][4] 서로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때문에 14권 중반까지는 편지나 과거 회상 형식으로만 등장한다.
3.1. 앞으로 한 달
2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며칠 앞둔 시점에서, 마침 신선화와의 관계도 말끔히 정리해 이제 정말 꽃길만 걸을 일만 남았던 강영웅 앞에 갑자기 나타난다. 간만에 영웅의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영웅의 모친은 재경의 커다란 가방을 보고 가출 한 거냐고 물으며, 저녁 다 먹는 대로 돌아가라고 하지만 재경이 부모와 작성한 한 달 간의 장기 외출 허가 계약서까지 들이밀며 가출한 게 아닌 것을 입증해, 당황하면서도 한동안 강영웅네 집에 얹혀 살게 된다.첫째 날이 넘어가는 새벽, 잠에서 깬 영웅은 물을 마시러 거실에 나왔다가 거실 소파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재경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필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 영웅은 다음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모친과 재경의 엄마가 통화를 나누는 걸 보고, 다른 전화기를 들어서 둘의 통화 내용을 엿듣는다. 그러나 통화는 대부분의 얘기가 진행된 상태라 구체적인 정보는 캐지 못하고, 재경의 모친으로부터 "이제 재경이 얼굴 볼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 합니다. 그 애도 늦기 전에 조금이라도 추억거리를 만들고 싶어서일 거예요." 라는 말을 듣고는 재경이 시한부 생명일거라 지레짐작 해 버린다.
이 때문에 구체적 정황도 확인하지 않고 재경에게 잘 해줘야겠다고 생각한 강영웅은 여자친구와 약속했던 시험 공부도 취소하고 재경과의 일상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며칠 후 재경은 영웅에게 시험기간이지만 머리도 식힐 겸 놀이동산에 가자고 권유한다. 그렇게 유원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영웅이 음료수를 사러 간 사이, 벤치에 앉아 쉬던 재경은 건너편에서 자기 또래의 매우 아름다운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넨다. 이윽고 영웅이 음료수를 사서 돌아오자 "저기 엄청 예쁜 애 있다."며 가리켰으나 이미 그 여자아이는 자리를 뜨고 없었다.
그 날 저녁, 시험 공부를 하던 영웅은 여자친구의 호출 전화를 받고 밖으로 나간다. 호기심이 생긴 재경은 영웅을 미행하고, 놀이터에서 여자친구와 만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데, 영웅의 여자친구는 낮에 유원지에서 봤던 예쁜 그 아이였다.
영웅을 지긋이 바라보며 "나에게 할 말 없니?"라고 묻는 영웅의 여자친구와, 그녀에게 "자세한 얘기는 해 줄 수 없지만 한 달만 기다려 달라"고 대답하는 대화를 엿들은 재경은, 자신이 영웅에게 얘기해 주지 않은 사실을 영웅이 이미 알고 있다는 점에 당황하여 얘기를 나누던 둘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는 둘을 향해 "방해꾼은 이만 사라져 주겠다"고 말하고 되돌아가며, 영웅은 둘 사이에서 잠시 망설이다 결국 재경을 쫓아간다.
집으로 돌아온 영웅은 서먹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원하는 건 뭐든 해 주겠다고 재경에게 말하지만, 그 말을 들은 재경은 지금 영웅이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몰랐던 것처럼, 다시 말해 평소처럼 지내자고 하며, 한 달이 지나면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얘기해 주겠다고 한다.
3.2. 한 달 후
마침내 한 달이 지나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을 맞이하자, 재경은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준비를 마치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얘기를 나누다, 강영웅은 재경의 "한 달 남았다"는 사실이 자신이 착각하던 시한부 생명 같은 게 아니라, 미국으로 이민 가는 것이었음을 알고 매우 허탈해 하며 재경을 배웅한다.며칠 후, 정말로 출국을 하루 앞둔 재경은 영웅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떠나는 날 배웅하러 와 줄 수 없냐고 물어본다. 그러나 영웅은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 지경이 됐는데!!"라는 신경질적인 대답과 함께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리고는, 출국 당일 배웅하러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의 존재 때문에 여자친구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 생각한 재경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영웅과는 마지막으로 제대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는 속마음을 내 비치는데, 그 순간 출국장 출입문이 열리며 강영웅이 나타난다.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던 영웅은 의외로 재경에게 웃는 얼굴로 잘 가라며 작별 인사를 해주고[5], 재경도 그렇게 영웅을 뒤로 하고 비행기에 오르는데, 비행기 안에서 영웅의 여자친구였던 그 아이가 자기 뒷좌석에 앉는 것을 확인한다.
마침내 영웅이 왜 공항에 왔는지, 그 녀석이 여자친구와 무슨 일이 생긴 건지 큰 그림을 파악한 재경은 상심과 실망감에 얼굴을 찌푸린다. 그래도 예고 없이 영웅 앞에 나타난 자신 때문에 모든 일이 뒤틀린 것에 대한 마지막 책임을 지기 위해, 옆 좌석에 앉은 모친에게 재미있는 얘기를 해 주는 것 처럼 "영웅이 부모님들 통화를 엿들었는데, 자신이 이민 간다는 얘기를 일부만 들어서 시한부 생명이라 앞으로 한 달 밖에 못 사는 걸로 오해했다. 그래서 요 한 달 동안 내 기분 맞춰주느라 고생깨나 했을 거다."라는 말을 자신의 뒤에 앉은 영웅의 여자친구에게 전한다.
당황한 영웅의 여자친구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비행기에서 내리려고 하고, 재경은 그런 그녀를 말리는 승무원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할 만큼 했어"라는 독백과 함께 등장을 마무리한다.
4. 인간관계
사실상 점핑!이라는 작품을 한 권 분량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그동안 활약했던 거의 모든 조연들의 출연을 배제시킨 결과 분량 면에서 혜택을 받은 등장인물이었던 만큼, 인간 관계도 남자 주인공 강영웅과 여자 주인공 최가희의 관계만이 부각된다.4.1. 강영웅과의 관계
러브 코미디물에 등장하는 흔하디 흔한 소꿉친구 관계로, 어릴 적부터 서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라온 만큼 누구보다도 강영웅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대화의 기본 흐름은 황소희와 유사하지만 황소희는 대체로 농담따먹기에선 강영웅에게 밀려 분노의 벽돌 소환을 행사하는 데에 반해, 재경은 영웅과 서로를 애아빠, 애엄마로 비유하는 한 층 수위 높은 농담도 잘 주고받는 등 서로를 소꿉친구이자 친근한 남동생이나 여동생처럼 여기고 있다.한편으론 중학생 시절 내성적이고 자존심 낮은 성격 탓에 얻어맞고 다니는 영웅이 달라지기를 바라고 있기도 했고, 고등학생이 되어 근 1년 반 만에 만난 영웅의 달라진 모습에 매우 만족스러워 하기도 했다.
강영웅도 2권에서 심적으로 무리해 한 차례 쓰러졌다가 깨어나 고등학교의 생활이 모두 꿈이고, 지금 침대 맡에서 자신을 간호해 주는 최가희를 박재경이라고 생각해[A] "꿈에서 보낸 고등학생 시절 중 재경이 너에겐 미안하지만 최가희라는 아이가 이성적으로 끌렸다."라고 말 한 점도 있는 만큼, 적어도 가희와 만나기 전엔 재경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일정 부분 품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만난 영웅을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복잡한데, 우선 간만에 만난 첫날부터 영웅이 여자친구인 최가희와 통화하는 걸 보며 "그 숫기 없던 강영웅이 여자친구도 다 만들고, 대단한데?"라며 감탄했다. 이는 겉으로 그런 반응을 보여 놓곤 속으론 "나도 영웅이를 좋아했는데⋯!"와 같이 사실은 연심을 품고 있었다는 전개도 아니라서, 늦은 밤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영웅의 모습을 볼 때도 아쉬워 하는 기색은 전혀 없이 "과연 어떤 애가 내 동생이랑 사귀나"와 같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반응과는 별개로 영웅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마냥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인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영웅의 앞에서는 부담 없는 친구라는 이미지를 유지했으나, 영웅의 여자친구가 가희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진 '이미 영웅에겐 여자친구가 있지만 그래도 좋은 관계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군데군데 있었다.[7]
결국 자신이 어떤 속내를 갖고 있는지는 한 달이 지나고서도 다 털어놓지 않아 정확한 내막은 불분명하다. 작중 한 달이 지나 영웅과 작별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탄 이후 '바보⋯ 이왕 할 거면 끝까지 제대로 해 줘야지⋯'라는 독백과 함께 눈물을 흘린 점이나, 미국으로 떠나는 날 공항에서 '실은 영웅이하고만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하고 싶었는데⋯'라고 생각했던 대사들로 유추해 보면, "어차피 미국으로 떠나게 될 거 강영웅에 대한 마음은 이 한 달 동안 후회가 남지 않도록 잘 정리하자고 생각하면서도 뭇내 다 털어내지 못한 강영웅에 대한 연심과 아쉬움이 남아있었다"와 같은 매우 복잡한 마음을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최가희의 모습을 보고 마침내 모든 정황을 파악하여, 가희의 등을 밀어주는 것으로 영웅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완전히 정리하게 된다.
4.2. 최가희와의 관계
영웅이가 그렇게 편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은 내 앞에서 지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단행본 15권 7페이지, 놀이터에서 박재경과 즐거운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강영웅을 우연히 본 최가희가 집에 돌아와 멍한 상태로 한 생각.
단행본 15권 7페이지, 놀이터에서 박재경과 즐거운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강영웅을 우연히 본 최가희가 집에 돌아와 멍한 상태로 한 생각.
영웅아. 나 지금 무지 혼란스러워... 그러니까... 나에게 뭐라고 말 좀 해줘.
단행본 15권 40페이지. 가희가 늦은 밤 영웅을 놀이터로 불러내 건넨 말.
단행본 15권 40페이지. 가희가 늦은 밤 영웅을 놀이터로 불러내 건넨 말.
최가희와는 직접 대화를 나눈 장면이 단 한 컷도 그려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박재경은 작중 유일하게 가희를 동요시킨 인물이다.
앞서 연적으로 등장한 신선화와의 관계마저도 영웅에게 키스를 해 줌으로써 깔끔하게 서열 정리를 끝냈던 가희가 유독 박재경에게만 이토록 동요한 것은 1년 전이었던 2권에서 있었던 사건과, 몇 개월 전이었던 8권에서 마치 유령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동명이인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고 1 당시 중학교 때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심적으로 무리했던 강영웅은 결국 한 차례 쓰러졌다가 양호실에서 깨어나며, 침대 맡에서 자신을 간호하는 가희를 재경이라 착각해[A] "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이 모두 꿈이라서 다행"이라고 말 했었고, 이 말을 들은 가희는 "나의 존재가 영웅에게 있어 그것 밖에 안 되었나" 라고 생각한 듯 매우 충격 받은 듯한 표정을 보인 바 있다. 이 대사 직후 강영웅의 "재경이 너에겐 미안하지만 최가희라는 아이가 이성으로 끌렸다." 라는 말을 듣고 영웅에게 있어 자신의 존재가 무의미 하지 않았다고 알게 되어 감격하였지만, 그러면서도 함께 귀가하는 길에 영웅에게 재경이가 누구냐고 물어보았다.
이후 최가희 문서의 강영웅과의 관계 문단에서 서술하듯 얼마 안 가 자신도 휴학하게 되면서 한동안 영웅을 볼 수 없게 되므로 그를 향한 연심을 접은 것처럼 그려진 기간이 길었으나, 1년 후 복학하여 다시금 운동부로서 활동 하던 중 유령같이 나타났다 사라진 또 한 명의 박재경과 짧은 친분을 쌓았고, 영웅이 남자친구가 된 이후 자신에게 보인 적 없는 편안한 표정을 보인 상대의 이름이 또 재경이라는 점 등, "박재경"이라는 이름은 언제나 영웅과 좋은 관계로 나아가려는 가희의 마음을 뒤흔들었다.[9]
이 때문에 영웅이 재경에게 편안한 미소를 보이는 걸 처음 봤을 땐 "나 한텐 저런 표정 보여준 적 없는데"로 비롯되는 복잡한 기분을 느꼈던 것이 점차 확대되어, 미국으로의 유학길에 오르던 날 자신을 찾아 공항까지 온 강영웅이 우연히 먼저 만난 박재경을 웃는 얼굴로 배웅해주는 모습을 보았을땐 큰 질투심과 상실감을 느낀듯 한 표정도 보여주게 된다.
5. 평가
작중 입지로 보아 언젠가는 반드시 한 번은 나올 거라 예상되던 인물이었고, 마지막 에피소드에 등장하면서 최가희의 입장에선 일종의 최종 보스 역할도 담당하는 등 점핑!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러나 일부 개연성이 결여된 장면과 너무나 복잡한 심리 상태 묘사 때문에 작중 그녀가 보인 언행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먼저 박재경 본인의 잘못은 아니지만 영웅과 재경의 모친의 통화 내용에 문제가 있는데, 박재경을 둘러싼 "한 달"의 비밀은 미국으로 이민 간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였으나 이어서 나온 "이 일은 영웅에게 비밀로 해야 한다"라는 말에 합당한 이유나 당위성이 없다. 물론 통화 내용을 일부만 듣고 재경이 시한부 생명일거라 멋대로 결론 지은 영웅의 성급한 태도에도 문제가 있지만, 재경이 갑자기 영웅의 집에 신세지게 된 경위를 알고 있는 둘의 부모와 박재경 본인은 '재경이 어떤 이유로 당분간 영웅의 집에서 지내게 된 것인지 확실히 인지하고 그가 할 수 있는 선에서[10] 재경을 최대한 배려하도록 이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 해 주기는 커녕 오히려 "아무쪼록 이 일은 영웅이에겐 비밀로⋯"라는 말로 비롯되듯 정작 영웅에게만 이민 사실을 감추었고, 이로 인해 영웅은 지금의 여자친구와는 잘 사귀고 있으니 다시는 볼 수 없게 될 지도 모를 소꿉친구와의 오랜 관계를 충실히 하자는 결론을 도출해버린다. 이렇듯 부족한 설명과 지레짐작으로 인해 잘못 된 방향으로 내린 결론을 여자친구인 가희에겐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아, 가뜩이나 "재경"이라는 이름에 민감했던 가희를 극도로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런 삼각관계 자체는 박재경 에피소드의 근간을 형성하는 소재이니 어쩔 수 없다 손 치더라도, 적어도 그 스토리의 토대 역할이 되어 주었어야 할 "재경이 이민 간다는 사실을 영웅에게만 비밀로 해야 하는 납득 가능한 이유"가 결여되어 있는 것은 명백하다.
그리고 정말 시한부 인생이라면 한 달 후 사망하기 앞서 인생을 정리할 준비 혹은 큰 수술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야 할 재경이 영웅의 집에서 신세 지는 동안 단 한 번도 병마에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과, 이런 쌩쌩한 재경의 모습을 본 강영웅이 '내가 혹시 뭘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점[11] 또한 이 에피소드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 시대적 배경이 90년대 말 ~ 2000년대 초반이라 외국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여건이 지금에 비해 훨씬 열악했던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박재경 본인의 입으로 말했듯 이 시절에도 국제전화나 편지 등 제한적이게나마 연락 수단은 있었다. 이 때문에, 박재경이 이민에 앞서 눈물을 흘린 장면을 그렸다면 그에 걸맞은 이유나 서사가 독자들이 알 수 있을 정도는 풀렸어야 할텐데, 결국 왜 새벽에 눈물을 흘렸는지, 한 달 후에 알려주겠다던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 당초 재경을 둘러싼 최대 미스터리 요소들은 모두 "미국에 도착하면 국제전화나 편지로 알려줘도 될 만큼 별 거 아닌 것"으로 정리해버렸다. 그 직후 버스에 오른 재경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으므로 실제로는 재경 입장에선 매우 중요하거나 소중한 요소였을 공산이 크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재경이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는 직접적인 설명은 하나도 없고, 유추할 수 있는 단서도 매우 부족했다는 점에서 떡밥이나 서사를 제대로 풀었다고 보기 어렵다.[12]
즉, 점핑!의 단점으로 지목되는 뒷심이 부족한 종반부 전개의 대부분이 박재경을 통해 드러나는 것들로, 그녀가 작품 속에서 제 역할을 다 했다고 평가 받기 위해서는 이민 사실을 숨겨야만 했던 스토리의 당위성과, 영웅에 대한 심리를 좀 더 명확히 묘사할 필요가 있었다.
[1] 1권에서 강영웅에게 보낸 편지에 '두발 규제가 심해 눈물을 머금고 머리를 잘랐다'고 언급한다.[2] 가희가 영웅을 두고 다른 여성진 앞에서 열등감이나 질투심을 느꼈던 대상은 박재경 뿐이다.[3] 14권에서 첫 등장했을 당시 먼저 잠자리에 들면서 "하루 종일 너네 집 찾느라 걸어 다녀서 피곤하다"라고 언급한다. 재경과 영웅의 집이 옛날 그대로거나, 재경이 이사를 간 것이라면 나올 수 없는 대사라는 점에서 강영웅네 집이 이사를 온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4] 이와 관련한 다른 설정으로 예전부터 강영웅에게 보내는 편지에 자기 집 주소는 적지 않은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재경과 영웅이 각자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했다지만 이 정도로 가까운 관계라면 적어도 스토리 초중반에 박재경이 한 번은 등장해야 할텐데, 14권이 되도록 강영웅 앞에 직접 등장하지 않고 편지나 회상으로만 등장하는 부자연스러움을 피하기 위해 직접 등장하지 않는 재경의 주소를 일부러 모호하게 처리한 것으로 추정된다.[5] 사실 여자친구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재경 또한 오늘은 서운한 날일텐데 내 사정만 들이밀 순 없다'는 생각에 마지못해 여자친구를 찾는 일을 뒷전으로 미루고 재경을 배웅했다.[A] 깨어났을 때 마침 가희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던 데다 불량학생들에게 얻어맞아 눈이 부어 앞이 잘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7] 영웅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고 둘째 날로 넘어가는 새벽에 거실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던 것도 그 전날 영웅이 여자친구와 통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지만 이제 자신에겐 영웅과 좋은 관계로 나아갈 기회가 없다고 생각해 흘린 눈물이라고 해석될 법한 여지가 있고, 며칠 후 영웅과 같이 유원지에 놀러갔을 때 음료수를 사러 가는 영웅의 뒷모습을 보며 '아서라~ 무슨 상상이냐'라고 했던 독백 역시 "다소 늦었지만 이제라도 영웅과 잘 해 볼까"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A] [9] 심지어 최가희문서의 설정 오류 의혹 문단에선 5권 당시 가희가 선화의 얼굴과 이름을 인지하고 자기 입으로 선화의 이름을 말 한 적도 있음에도 13권에서 신선화와 다시 만났을 땐 "이름을 몰라서..."라고 앞뒤가 맞지 않는 대사를 한 점을 설정 오류로 꼽고 있는데, 만에 하나 가희가 형광등으로 비롯되는 캐릭터성으로 인해 정말로 선화의 이름을 까먹은 것이라면, 그 보다 훨씬 전에 지나가듯 들었고 1년 넘도록 들을 일 없던 "재경"이란 이름은 1년 가량 휴학하고 있던 시절부터 계속 마음에 담아두었다는 말이 된다.[10] 강영웅은 여자친구가 없던 중학생 시절과 여자친구가 있는 이 당시의 상황이 다르므로, 아무리 재경이 오랜 기간 서로 잘 알고 지낸 소꿉친구 관계더라도 해 줄 수 있는 배려가 중학생 때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11] 물론 이는 시한부 생명이 아니었다는 실제 스토리 안에서도 재경이 영웅에게 "이미 알게 되어버린 거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몰랐던 것처럼 지내자"라고 얘기하였기에 애써 다시 생각하거나 입에 올리려 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고 2밖에 안 된 한창 건강할 나이의 소녀가 한 달 뒤면 인생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아파하기는 커녕 매일같이 쌩쌩한 모습을 보면, 보통은 "내가 혹시 헛다리 짚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게 마련이다.[12] 게다가 전술한 정황에 따라 재경이 원하는 것으로 가장 유추하기 쉬운 요소가 바로 '강영웅과 연인관계가 되는 것'인데, 이것이 맞다 한들 이미 영웅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과 자기 때문에 둘의 관계가 크게 틀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이민 후 국제전화나 편지로 이 사실을 영웅에게 전하는 것은 그야 말로 민폐 행위나 다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