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의자에 관한 이야기가 실린 리더스 다이제스트 1978년도 한국판 광고. 우측 목차를 보면 <저주받은 의자>라는 항목이 보인다.
1. 개요
The Cursed "Busby's Stoop Chair"일명 저주받은 의자.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의자지만, 1702년 잉글랜드에서 사형에 처해진 토마스 버스비라는 이름의 살인마가 최후에 앉은 의자이며 여기에 앉아 마지막 식사를 한 후 '이후 여기에 앉는 이는 모두 죽을 것이다'라는 저주를 내렸다고 전해진다. 그가 사형 판결을 받은 이유는 바로 자신의 의붓아버지였던 다니엘 오티(Daniel Auty)를 죽였기 때문이다.
이후 이 의자는 술집에 몇 세기에 걸쳐 남아있었는데, 이후 1972년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저주의 희생자로 이끌어갔다... 고 풍문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당 의자는 지역 박물관에 기증되며, 박물관은 실수로 누군가가 앉는 일이 없도록 지상 5피트(약 154cm) 높이에 매달아 놓았으며 이것으로 저주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고 한다.
구글 등의 검색 사이트에 Busby's Stoop chair로 검색해 보면 이 의자의 사진을 볼 수 있다.
2019년 기준, Thirsk Museum의 '토마스로드 룸'이라는 전시구역에 해당 의자가 전시되어 있다. 물론 누군가가 앉는 일이 없도록 지상보다 높게 벽에 걸린 상태로 전시되어 있는 모양. #해당 박물관 사이트
2. 내용
1978년도 리더스다이제스트 지에 실렸던 이 의자에 관한 이야기를 여기에 옮겨본다.내가 죽음의 의자 이야기를 처음 귀담아 들은 것은 사제관(司祭館)에서 아침을 먹고 있을 때였다. 런던 서부에 있는 이 교구의 주임사제인 찰즈 더들즈웰 신부가 자기 고향인 코크 사람들이 무척이나 미신에 빠져 있더라는 그곳 실정을 재미있게 전해주던 끝에 화제가 이 의자 이야기로 번졌던 것이다. 나는 성(聖) 유다성당에 보좌신부로 온지 넉달을 지내면서 더들즈웰 신부로부터 퍽이나 많은 세속적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러는 동안 나는 안경을 끼고 뚱보인 이 늙은 아일랜드 출신 신부가 어지간히 교활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아왔다. 이 교구는 노동자 계층이 많이 살고 있는 고장인데 더들즈웰 신부는 그들 이야기라면 나로선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만큼 소상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선 그 따위 미신같은 걸 아무도 믿지 않겠지요, 신부님?" 하고 나는 물어봤다. "마음 약한 친구들이 그런 엉성한 것에 홀리기로는 어디서나 매한가지지, 닐 신부, 안그래요 ?" 그러면서 그는 사제관의 가정부 프링 부인의 눈치를 힐끗 살펴보고 나서 말했다. "뭐니뭐니해도 미신에 얽매여 끌려다닌다는 것은 역시 신앙이 모자란 탓이야." "그러니까 신부님은 미신 따윈 아예 믿지 않으신다는 말씀이죠." 프링 부인은 한마디 톡 쏘고는 나에게 찡긋 윙크해 보인다. 나는 또 논쟁이 벌어지는구나 생각했다. 서로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그런 논쟁이. "그렇다면 그 죽음의 의자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부인이 빈정댔다. 부인의 설명을 들으면 그것은 '피그 앤드 휘슬(돼지와 휘파람)'이라는 이 근처 선술집에 있는 의자인데, 누구든지 앉기만 하면 영락없이 1주일 안에 저 세상행이 된다고 전해지고 있는 의자라는 것이다. "그건 무식하기 짝이 없는 그집 영감 프레드 보울비가... 그러니까 하느님을 두려워 할줄 모르는 못된 놈이 꾸며낸 거야." 더들즈웰 신부가 서슬이 퍼래서 침방울을 튀긴다.그러나 프링 부인도 쉽사리 물러서질 않았다. "요전 성 패트릭(아일랜드의 수호성인)축제날 보울비씨가 동네 사람들에게 호언장담하지 않았어요 ? 아일랜드 사람이라면... 신부님까지 포함해서... 누구든 그 의자에 한번 앉아보라고. 대신 앉기만 하면 마시는 값은 공짜라고요." "내가 죽어도 다른데서 죽지 왜 보울비 따위의 술집에서 죽는단 말요 !" "그게 아니고 사실은 죽을까봐 겁이 나서 안가셨으면서 뭘." 프링 부인이 약을 올렸다. "그래서 성 유다성당의 신부님 만한 분이 겁내는 걸 보면 십중팔구 죽음의 의자라는 것이 허풍만은 아니라는 말이 퍼져버렸던 거죠. 결국 우리 신부님이 미신을 믿어버리신 바람에 소문이 더욱 커진거죠 뭐." 더들즈웰 신부는 이 말을 듣더니 냉큼 나이프와 포크를 놓더니 식탁을 주먹으로 꽝 치면서, "부인, 무슨 소리요 ? 나는 미신따위는...믿지...않아!"하고 소리쳤다. 식기들이 공중으로 튀고 그 바람에 벽에 걸린 거울마저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자 제풀에 놀란 더들즈웰 신부가 중얼거렸다. "제길, 7년동안 재수없겠군." 그날 점심 전 나는 문제의 '돼지와 휘파람' 선술집을 찾았다. 놋쇠 장식의 손잡이가 달린 문을 두드렸다. 해쓱히 표정이 굳어진 중년 부인이 들어오라며 곧 차를 내왔다. "주인양반은 아직 주무세요." 보울비 부인은 미안스럽다는 듯 말했다. "가게를 늦게까지 열기 때문에 아침이 늦어요. 차 한잔 더드시겠어요, 신부님 ?" 나는 내 목을 가리키며 "많이 먹었습니다. 여기까지 찬 걸요."하고 말했다. "저도 그래요..." 보울비 부인은 갑자기 눈물 어린 목소리로 대꾸하면서 손수건을 꺼냈다. "죄송합니다. 이런 꼴을 보여드려서... 신부님. 그렇지만 전 저 의자에 아주 진절머리가 납니다. 모두 저 의자 탓이죠." 보울비 부인은 피아노와 다트 보드(던지기 표적)사이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황금색 방석이 깔린 등나무 의자가 놓여 있었다. 벽에 달린 고리에 쇠사슬과 맹꽁이 자물쇠로 묶여져 있었고 의자의 등받이에는 '죽음의 의자'라고 새겨진 은판이 붙어있었다. "저 의자를 처분하자고 몇번이나 남편에게 졸랐는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우리집 양반은 장사에 도움이 된다고 막무가내로 들어주지 않는답니다. 하긴 저 의자 때문에 해마다 몇 백명의 관광객들이 우리 가게를 찾아오기는 합니다마는... 대부분이 미국 사람들인데 박물관에 있는 여왕님이 대관식때 쓰신 보석을 보러 런던에 온 김에 저 의자도 구경하러 들르는 거지요." 나는 부인을 위로해 주려고 "뭐 별로 해로운 것은 없지 않아요 ?"라고 말해 주었다. 그 순간 "그렇습니다. 바로 내 기분을 그대로 대변해 주셨습니다." 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돌아다 보니 어깨가 딱 벌어진 장년의 사나이가 어느 사이에 홀 안에 들어와 있었다. "성 유다성당에 새로 오셨다는 보좌 신부이시군요." 그는 말을 이었다. "죽음의 의자를 보러 오신 게로군, 그렇죠? 신부님." 보울비 부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뛰쳐나갔다. 남편인 프레드 보울비는 한발 다가섰다. "집사람이 지나치게 신경을 씁니다요, 신부님. 제 말 좀 들어보시려우? 당신네 가톨릭 신자들도 무척 미신을 믿더군요, 안그래요? 목에는 언제나 큼직한 십자가를 걸고 다니질 않나, 집에는 예수나 마리아상을 놓아두고 키스하며 살풀인가 액때움을 않나..." "보울비씨." 나는 가로막았다. "우리들 신앙의 자세는 미신을 믿는다는 것과는 이야기가 달라요...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의자 얘기나 들어봅시다." 보울비는 3년 전 이 선술집을 사 가지고 왔을 때 지하실 술창고에서 이 의자를 발견했었다고 한다. "여기엔 이 의자에 관한 신문 스크랩도 있었죠. 하지만 내겐 그까짓거 하나도 마음에 걸리질 않았지요. 그래 화덕속에 쳐넣어 태워버렸죠. 그 대신 의자는 장사에 이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나, 들어내다 홀 한복판에 딱 모셔놨죠. 왜 죽음의 의자라느냐고 동네 사람들이 묻길래 그 내력을 설명해 주었더니 모두 겁을 집어먹고 누구 하나 앉으려고들지 않더군요. 앉기만 하면 술은 공짜랬는데도 말입니다... 하하하." "신문스크랩은 태워버렸다고 했지요 ?" "예, 저거 말입니까 ?" 프레드는 게시판을 가리켰다. 그 게시판에는 '살인 의자'라든가 '죽음의 의자, 또 희생자를 내다'는 따위의 신문 제목들이 오려 붙여져 있었다. "저건 최근의 기사랍니다. 한 1년 전일까요, 얼굴이 불그스름한 멋쟁이 신사 한분이 들어오시더니 다짜고짜 '난 저런 뚱단지 같은건 겁나지 않소'하며 털썩 앉아버렸지 뭡니까 ! 그랬더니 다른 손님들이 박수갈채를 하며 '허풍장이가 드디어 덜미를 잡혔다! 어쨌든 약속대로 공짜 술을 들어야지.'하며 왁자지껄 떠들어댔습죠. 한데 말입니다, 그 신사는 우리 가게 최고의 비터(쓴맛 나는 맥주)를 한모금 받아마시자마자 그 자리에서 쓰러져 숨이 넘어가 버렸어요, 정말입니다요. 그래그래 신부님이 지금 서 계시는 바로 그 자리쯤입죠." "심장마비였군." 하며 나는 몸을 좀 비켜섰다. "그럴지도 모르죠마는, 그러나 다음은 단골 찰리 스키너 차례였답니다. 그 친구 생전에 모두들 그에 관해 자주 입방아를 찧었죠. 찰리 녀석 해부해 보면 몸에 흐르고 있는 것은 알콜뿐이지 피는 한 방울도 없을 거라고 말예요. 그런 모주인 찰리가 석달 전쯤이던가요, 우리 가게에서 위스키를 더블로 몇잔 거푸 마시고 있었습죠. 그러다 녀석이 깜빡하고 무심코 저 의자에 앉아버렸답니다요. 그리고 비틀비틀 가게를 나가더니 밖에 세워둔 제 차를 타고는 곧장 강물로 몰고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려, 곧바로 익사했지요." 여기까지 한숨에 늘어놓은 프레드 보울비는 갑자기 신바람이 나 애지중지 고와서 못 견디겠다는 듯 의자의 은판을 소맷부리로 닦기 시작했다. "제 둘도 없는 보배올시다, 신부님. 일부러 특제 자물쇠를 맞추었고 열쇠는 밤이나 낮이나 제 허리춤에 차고 다니죠."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뭇사람들의 고지식한 성향을 미끼로 장사하고 있는게 아니냐 다그쳤더니 그렇다고 태연스레 대꾸했다. 그뿐더러 오히려 그토록 너절한 미신 따위를 때려 부수는게 댁네들 종교가들의 할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저러나 저 의자에 앉으시면 1백파운드 드리겠다고 더들즈웰 신부님께 말씀 올린 적이 있는데... 성당에 돌아가 그 약속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전해줍쇼. '일금 1백파운드정' 빳빳한 지전으로 드리겠다구요. 이쪽에서 보면 이렇게 안전한 내기란 없다고나 할까요... 하하하." 하며 빈정대더니 나한테도 도전해 왔다. "어떻습니까, 신부님도 한번 해보지 앉아보시지 않겠습니까?"이걸 거절하기 위해 그 말막음으로 성경에 무슨 그럴싸한 귀절이 없었나 하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노라니 보울비 부인이 돌아왔다. 잘 됐다고 어물어물하며 빠져나오긴 했지만 도통 머리가 휘진 나는 신도집들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곧바로 사제관으로 돌아왔다. 더들즈웰 신부에게는 시치미를 떼고 보울비가 나에게 그 의자에 앉아 보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 말을 붙였다. 더들즈웰 신부는 흥미롭다는 듯 바싹 다가앉으며, "그래, 앉았소, 닐 신부?" 하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친구가 1백파운드 내겠다고 약속했다면서요? 아직도 그 약속이 유효하다더군요."라고 했더니 더들즈웰 신부는 마치 기도 드릴 때와 같이 두 손을 모았다. 얼마동안 무엇인가 생각에 팔린 듯하더니 느닷없이 "울화가 치밀어 못 견디겠소. 참는데도 한이 있지."하며 펄펄 뛰었다. "내 꼭 하고야 말테야! 프레드 고놈, 너무 까불고 있어. 덤벙거리는 놈의 뒷덜미를 잡는게 교구사제인 내 의무이구말구 !" 그로부터 2, 3일 후 더들즈웰 신부는 몹시도 지친 얼굴로 아침 식사에 나왔다. 밤을 새워가며 기도라도 한 양 핼쑥했다. "오늘밤 틈 좀 내주지 않으려우 ? '돼지와 휘파람'에 쳐들어갈 참이니 닐 신부가 좀 도와줘야겠소." 그날 밤 더들즈웰 신부와 내가 선술집의 문을 밀치고 들어선 것은 8시 조금 전이었다. 손님들 틈을 누비며 카운터까지 다다른 더들즈웰 신부는 마침 비어있던 둥근 의자를 잡고 그 위에 올라섰다. 좀 비틀거렸다. 그리고 손님들을 한 차례 훑어 보았다. "친애하는 형제... 아니 신사 숙녀 여러분, 제 말씀 좀 들어주세요. 이 술집에서 하느님을 두려워 할 줄 모르는 불법 비도(非道)의 짓이 방자하게 저질러지고 있어 나는 벌써부터 이건 어떻게 해야만 되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것은 주님의 천한 종인 바로 나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이 죽음의 의자에 앉겠습니다. 앞으로 1주일 동안 매일 밤 같은 시각에 여기에 와 앉겠습니다. 1주일이 지나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이 의자는 내 것으로 했으면 좋겠는데 어떠신가요, 프레드 보울비씨 ?" 보울비는 마지못한 듯 끄덕였다. 벽시계가 여덟 점을 치자 더들즈웰 신부는 '급조강단'에서 내려서더니 큰 제스처로 십자성호를 긋고는 의자에 털썩 앉아버렸다. 그리고 몹시 점잖은 자세로 입을 열었다. "마실 것은 어디 있소 ? 보울비 부인, 한 잔 주실 수 있겠습니까 ? 지장이 없으시다면." 더들즈웰 신부는 선언한 대로 다음날인 일요일 밤에도 선술집에 나타났다. 그리고 월요일에도. 의자에 앉았다고 해서 그의 마음이 흐트러진 것 같은 기색은 조금도 보이질 않았다. 지켜보고 있는 모두가 앞으로 며칠 밖에 남지 않은 목숨이라고 측은히 여기고 있는데도 그렇게 잠잠할 수 있는 사람을 나는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 한편 가정부 프링 부인은 자기가 들쑤셔서 이런 사태까지 빚게 됐다고 스스로를 책망하는 나머지 얼이 빠진 사람 모양 허둥지둥 몸둘 바를 몰라 했다. 신부 음식을 모조리 시식도 하고 신부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졸졸 따라다녔다. 요란스런 1주일이었다. 수요일에는 벌써 이 이야기가 전국에 뉴스로 퍼졌다. 토요일 아침미사에는 설령 교황님께서 몸소 미사를 집전해 주셨다 해도 도저히 미치지 못했을 구름떼같은 인파가 성당을 뒤덮었다. 그날밤 '돼지와 휘파람'은 숨쉬기조차 겨울 정도의 손님들로 파묻혔다. 더들즈웰 신부는 '특설강단' 위에서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여러분 ! 보다시피 나는 이렇게 피둥피둥합니다. 미신의 의자는 나에게 손 하나 까딱대지 못했습니다. 그 뿐입니까, 전능하신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통해 오히려 내가 그 미신을 죽이고 있습니다." 시계가 8시를 울렸다. 더들즈웰 신부가 글라스를 한 손에 들고 죽음의 의자에 마지막으로 앉았다. 박수갈채가 지붕이 떠나가라고 터졌다. 그날 밤 늦게 더들즈웰 신부가 신앙의 위력으로 쟁취한 그 의자를 나는 조심스레 그의 서재에 옮겨 놓았다. 너무나 소심했던 스스로가 웬일인지 자꾸 부끄러워져서 나는 "정말 전 겁쟁입니다. 신부님이야 말로 신앙에 투철하신 분입니다." 라고 인사했다. 더들즈웰 신부는 겸연쩍다는 표정을 잔기침으로 얼버무렸다.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닐 신부. 당신은 본능에 따라 당연한 행동을 한 거요. 실은 내 좀 고백해야 할 것이 있어... 얘기인즉 난 실제로 죽음의 의자에 앉은게 아니란 말이요 !" 더들즈웰 신부가 띄엄띄엄 입을 연 뒷사연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런던의 고물시장 포트벨로우가(街)에서 죽음의 의자를 쏙 뺀 듯 닮은 의자를 찾아냈다고 한다. 고작 2파운드 주고 그걸 사서 지난주 토요일 새벽까지 차고에 숨겨두었다. 그날 동트기 전인 3시, 미리 의논한 계획에 따라 보울비 부인이 더들즈웰 신부를 가게 안으로 살짝 불러들였다. 맹꽁이 자물쇠의 열쇠는 보울비 부인이 코를 골고 있는 남편의 허리춤에서 몰래 빼가지고 있었다. 부인과 신부는 둘이서 진짜 의자와 새 의자를 바꿔친 뒤 등받이의 은판도 새의자에 나사못으로 옮겨 달았고 황금색 방석도 사뿐이 얹어놓았다는 이야기였다. 더들즈웰 신부의 <고백>을 듣고도 줄곧 지금까지 감탄을 아끼지 않아왔던 나의 심경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하긴 감탄의 내용이 조금 변질되긴 했지만). 그 진짜는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더들즈웰 신부의 얼굴빛이 퇴색한 홍당무같이 변했다. "난 미신같은 건 믿질 않아요. 이 점은 당신도 알고 있지요 ? 한데 다만 만에 하나라도... 하는 문제가 있단 말이요. 그래서 성수를 뿌렸지. 그리고 가톨릭 전례서(典禮書)중의 악마를 쫓는 기도(驅魔祈禱)를 외었고 다음엔 우리 마당에 묻어버렸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불쑥 가정부 프링 부인이 프레드 보울비를 데리고 들어왔다. 프링부인이 물러나자 프레드 보울비는 속죄하려는 죄수같은 차분한 어투로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신부님,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제 가게에 있는 그건 진짜 죽음의 의자가 아니올시다. 신부님도 아시다시피 전 미신 따위는 티끌만치도 믿지 않아요. 그러나 찰리 스키너의 익사 사건 후부터 웬일인지 그 의자를 처분해 버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게 됐습죠." "흐음, 그래서?" 더들즈웰 신부는 그 뒤를 재촉했다. "근데 그것과 똑같은 의자를 발견했었습니다요." "포트벨로우의 가게에서 말이지?" 신부는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고 확인하려고 서두르고 있었다. "그래 그걸 사다가 진짜와 바꿔치기했죠. 물론 집사람에겐 몰래 말입니다." "그 진짜는 어떻게 했지? 프레드." "애초엔 마당에라도 묻을까 했는뎁쇼. 마는 마누라가 마당가꾸기를 좋아해서 안되겠다 싶어 새 의자를 산 그 고물상에 도로 떠맡겼죠. 다른 가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요." 그는 슬쩍 신부에게 다가왔다. "제가 오늘 밤 찾아 뵈러 온 건 신부님이 정말로 진짜 죽음의 의자에 앉지 않으셨다는 말씀을 여쭈러 온거랍니다요. 그러나 어쨌든 신부님은 진짜라고 알고 앉으셨으니까 역시 훌륭하세요. 그 용감한 데에는 손 들었습니다." 그는 두툼한 돈뭉치를 내밀었다. 프레드가 돌아가자 더들즈웰 신부는 안락의자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얼굴은 파리하게 질려 있었다. "부삽을 준비해주시오, 닐 신부."그는 맥없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당장 마당에 구멍 하나를 더 파주구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