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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1-11-17 01:04:35

법삼장

고사성어

1. 풀이

법을 세 조목만 둔다는 뜻이다.

2. 출전

사마천 - 사기(史記)

3. 유래

항우를 쳐서 멸하여 천하의 강자로 떠오른 한나라 유방은 마침내 대군을 이끌고 진나라로 공격해 들어가 패상(覇上)이란 곳에다 군진을 폈다. 그곳에서 진나라 서울 함양(咸陽)까지는 불과 수십 리밖에 되지 않았는데, 일단 진격을 멈춘 것은 진나라 임금과 조정으로 하여금 상황을 알아서 스스로 항복하도록 기회와 여유를 주기 위함이었다.

이때 진나라에서는 시황의 아들인 2세 황제 호해가 조고(趙高)에게 시해당하고 조카인 영(蘡)이 대를 이었으나, 이미 기울어진 대세를 돌이킬 수 있는 힘이 없었다. 한나라군이 패상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을 안 진나라 조정은 벌집을 쑤셔 놓은 것 같았다. 3세 황제는 말할 것도 없고 중신들도 하나같이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랐다. 대책 회의를 열긴 했으나, 누구의 입에서도 뾰족한 묘안이 나오지 않았다.

'달걀로 바위 때리는 짓을 하느니, 차라리 먼저 항복하여 목숨이라도 건지는 게 낫지 않겠는가.'

이렇게 판단한 영은 대신들의 비통한 눈물 속에 마차를 타고 직접 패상으로 가서 옥새를 바치고 항복했다. 이로써 진나라는 3대 40년 만에 역사의 갈피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한나라 장수들 가운데 몇몇은 유방에게 영을 당장 죽이자고 촉구했다.

"그를 없애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진나라에도 인물이 없지 않으므로, 그들이 국권 회복을 꾀할 경우에는 틀림없이 영을 상징적으로 내세우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유방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하면 진나라 선비들과 백성들이 과인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또 한 사람의 냉혹한 군주가 나타났구나 하고 경계하지 않겠는가?"

유방은 그렇게 말하고, 영을 진지에다 연금하여 잘 보호하라고 명했다. 그런 다음 심복 장수들과 일부 병력을 이끌고 함양에 입성하여 대궐에 들어갔다. 절대 군주였던 시황제가 건립한 대궐인 만큼 그 호화스러움은 입이 저절로 벌어질 정도였고, 방 안과 창고에는 재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으며, 아리따운 궁녀들의 수효도 수천 명이었다.

'그야말로 호사의 극치가 아닌가. 정말 이곳에서 살고 싶구나.'

유방도 인간인 이상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날 밤 궁성에서 머물려고 하자, 부하 장수 번쾌가 대뜸 말했다.

"전하께서는 패상으로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런 호사스러움이 진나라가 망하게 된 원인이란 것을 잊지 마십시오."

"내가 뭘 어쨌다는 건가? 그리고 이 시간에 출발하여 언제 패상까지 간단 말이냐?"

"정 뭣하면 도성 밖에서 야영을 하시지요."

유방이 마뜩찮은 기색을 보이자, 이번에는 장양이 타일렀다.

"전하, 번쾌의 말을 들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대까지 그런 소리를 하는가?"

"전하께서 여기까지 오실 수 있었던 것이 과연 무엇 때문인가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은 진나라 임금이 무도했기 때문입니다. 진나라 궁궐에 들어가 진나라 임금이 누렸던 것과 똑같은 즐거움을 가지려 하신다면 그의 전철을 밟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습니까? 향락을 탐하면 인심이 멀어지게 됩니다. 충고는 귀에 거슬려도 행동에 이롭고,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좋은 법입니다. 통촉하십시오."

그제야 유방은 자기가 잘못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곧 궁실과 창고를 봉인하여 일부 병력으로 지키게 한 뒤, 자기는 도성을 출발해 어두운 밤길을 걸어 패상으로 돌아갔다.

세상이 바뀐 것을 알고 여러 지방의 관리와 유력자들이 유방의 군영에 속속 찾아왔다. 유방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백성들이 오랫동안 진나라의 가혹한 여러 가지 법령 아래 고통을 받아 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소. 그래서 과인은 그것들을 일소하고, 다만 지금 공포하는 세 가지 법만으로 나라를 다스릴 작정이오. 첫째, 살인자는 사형에 처한다. 둘째, 남에게 상해를 입힌 자는 정도에 따라 체형을 가한다. 셋째, 남의 것을 훔친 자는 정도에 따라 처벌한다. 이상이오. 여러분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말고 각자 임지 또는 고향으로 돌아가 과인이 공포한 ‘3장의 법’을 널리 알리고, 지금까지와 다름없이 각자의 임무와 생업에 전념하기 바라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사방에서 백성들이 음식과 술을 가져와 바쳤다.

"우리 병사들은 가져온 식량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배곯을 염려가 없다. 그러므로 조금도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유방은 이렇게 말하며 정중히 사양했고, 그와 같은 일관된 정신으로 백성을 사랑하며 정치를 했다. 그래서 백성들은 '이제야 명군이 나타났다'며 모두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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