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외모는 물론 뇌까지 섹시하다는 찬사를 받으며 jbc의 간판 아나운서로 발돋움 하려고?! 하는 8년 차 아나운서다. 세상 모든 것은 만들어진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이렇다 할 집안, 배경은 고사하고 번번이 기백의 발목을 잡는 가정사에도 불구하고 기백은 지금의 ‘아나운서 송기백’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한 기백의 삶은… 정말 피곤하다. 지나치게 남의 눈을 의식하고, 항상 반듯하고 완벽한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자고 일어나니 딴 세상이다.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었던 걸까. 혹시 내가. 헐크라도 된 건가?
기백이 변했다! 시도 때도 없이 까칠한 말을 툭툭 던지고, 그래놓고 1초도 지나지 않아 사과하고, 그러고는 또 독설하고. 기백을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면. 딱 미친놈이다. 감정을 숨길 수도 없고, 하고 싶은 말을 참을 수도 없다. 불의건 정의건 기백에게 아 니다 싶은 건 때려죽여도 못 참는다. 결국 모든 것이 무너진다. 방송, 직장 그리고 인간관계까지. 그런데 그런 기백에게서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예능캐’의 향기를 맡았다는 우주의 개코같은 믿음으로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예능’이라는 새로운 길이 열리려 하는데, 이거 잘하면… 송기백 인생 2막일지도 모른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중에 작가는 계다. 계. 에라이 계같은 세상. 그래도! 난 괜찮아~ 힘내면 돼~ 열심히 하면 돼~
방송작가 1,2년 차에는 돈이 없고, 2,3년 차에는 시간이 없고, 4,5년 차가 되면 친구가 없고, 6,7년 차에는 싸가지가 없으며 8,9년 차에는 애인이 없고! 10년 차가 넘으면… 감이 없다고 했다. 작가 경력 12년 차 온우주에겐 결코! 해당 안 되는 말이라고 그녀는 어느 선배의 조언을 싸그리 무시했다.
우주가 본 기백은 말 그대로 예능의 신대륙이었다. 우주의 감이 발동한다. 남들이 뭐라든 일단 Go다.
그런데, 일하자고 데려온 기백이 자꾸 우주의 마음을 콕콕 찌른다. 괜찮다는데도 자꾸 뭐가 그렇게 맨날 괜찮냐며 선을 넘는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인정사정없이 솔직하게 덤비는 기백이 황당하고, 얄미운데, 위로가 된다. 상가주택 1층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엄마 온복자와 둘이 산다. 온복자, 온우주. 우주에게, 출생의 비밀 같은 건 없다. 복자가 우주를 낳았든 혹은 어느 길에서 주워 왔든. 중요하지 않다.
완벽히 그의 판이라 생각했던 예능계에서 과거의 두 사람, 우주와 기백을 마주하고 그의 삶도, 마음도 요동치기 시작한다.
스무 살에 아이돌로 데뷔했고, 일 년 만에 대차게 망했다. 집에서는 이미 내놓은 자식, 돌아가 기댈 마음도 없었고 받아줄 아버지도 아니었다. 그 후 거의 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방송가 변두리를 돌며 보조출연, 게스트(패널), 리포터 안 해본 일이 없다. 그러다 우연히 ‘최강트롯’ 이라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고 당당히 2 위에 입상! 전국 어머니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국민 사위’로 등극한다.
바닥에서부터 지금의 김정헌이 되기까지 그를 멈추지 않고 달리게 했던 이유는 단 하 나. 온우주였다. 늘 그녀를 지켜보기만 했던 정헌이 드디어 우주 곁으로 가까이 갈 핑계를 찾아낸다. 오랫동안 품고만 있던 마음이 새어 나온다. 감출 수가 없다.
사업 실패의 아이콘. 넘어지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어나면 넘어지는 불운의 고장 난 오뚝이. 연이은 사업 실패 후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 나름 안 해본 일이 없다. 하지만 십여년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이후로…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는 유정을 따라다니며 돕는 것이 일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남편과 달리 일을 벌이기 좋아하고, 사교성도 뛰어나다. 가정경제에 보탬은커녕 손해만 막심했던 남편을 대신해 동분서주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화장품 회사의 방문판매 뷰티매니져다. 적성도 맞고, 생각보다 수입도 나쁘지 않았다. 달동네 허물어져 가는 파란 슬레이트 지붕 집에서 벗어나 그나마 현재의 집에 살게 된 것도 유정 덕분이다.
동네 헬스장 ‘다빠짐’의 사장. 불곰 같은 덩치와 인상, 누가 봐도 쇠질 좋아하게 생겨서는 쇠질 좋아한다. 겉과 속의 합일이 충만한 사람. 현재 그의 헬스장은 만성적인 경영악화를 겪다 임시 휴업 중이다.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의 어떤 일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사무적으로 대하는 큰 형에 대해 뿌리 깊은 서운함이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연애할 주제도 상황도 아니지만, 사랑은 언제나 예측 불가한 것. 모든 것이 굉장하고 특별한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고 만다.
지방 소재 대학교 4학년. 학교에 잘 가지 않고 성적도 좋지 않아 학사경고 2회를 받은 상태지만 여전히 학업에는 관심 없다. 나름 뭘 한다고 하는데, 집에서는 다 허송세월 보내는 치기로 무시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늦둥이 막내의 기질을 십분 발휘해 엄마에게 온갖 애교를 부려 결국 용돈을 타가지고 도망나가는 스타일이다.
꽃다운 나이에 신병에 걸려 죽을 뻔한 후 우주를 만났다.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그 남자와도 그때쯤… 이별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그때, 버려진 아이 우주를 만나 친딸 삼아 키웠다. 복자에겐 정말 ‘온 우주’와도 같은 아이였다. 솜씨 좋은 미용사이자 타로카드를 봐주는 ‘마담 온’으로 살고 있다.
화려한 싱글, 남부러운 유부, 도도한 돌싱까지, 인생사 순회여행 마치고 ‘진짜’ 귀국. 유별났던 결혼과 초고속 이혼 후 2년여의 글로벌리한 휴식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우주의 작가팀에 합류한다. 우주가 목표를 향해 앞뒤 없이 돌진하는 ‘멧돼지’라면, 하영은 장애물을 미리 파악하고 최단 거리로 달리는 ‘여우’형이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100퍼센트, 아니 그 이상으로 발휘하고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한 전략가. 우주와는 동료처럼, 라이벌처럼, 미묘한 선후배 관계를 유지하며 한 팀으로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