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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7-25 23:08:51

비추력

1. 개요2. 상세3. 중요성4. 엔진의 종류별 비교시

1. 개요

비추력(Specific impulse, [math(I_{sp})])이란, 항공/우주 분야에서 어떠한 엔진이 얼마나 효율이 좋은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엔진의 추력을 초당 연료 소모율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비추력은 초([math(\rm s)]) 단위로 표기된다.

2. 상세

보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비추력은 소모하는 연료 당 얻어지는 충격량(운동량의 변화량)이다. 비추력의 영칭에는 추력(Thrust)이 언급되지 않는데, specific impulse(직역하자면 비충격량)라는 표현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개요에서 언급된 정의는 이 비율의 양쪽을 시간으로 나누면 얻을 수 있다.

소모하는 연료의 양을 질량 (예컨대, [math(\rm kg)]) 단위로 측정하는지, 무게 (예컨대, [math(\rm kgf)]) 단위로 측정하는지에 따라 비추력의 단위는 변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초([math(\rm s)]) 단위의 값은 연료의 질량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계산하면 획득할 수 있다.
SI 단위계 미국 단위계
[math(I_{sp} = \dfrac{F}{(\mathrm{9.80665 \, m / s^2}) \cdot \dot m})] [math(I_{sp} = \dfrac{F}{\dot m})]
[math(F =)] 엔진의 추력 (단위: [math(\rm N)])
[math(\dot m =)] 초당 연료 소모량 (단위: [math(\rm kg / s)])
[math(F =)] 엔진의 추력 (단위: [math(\rm lbf)])
[math(\dot m =)] 초당 연료 소모량 (단위: [math(\rm lb / s)])
비추력을 초 단위로 표기할 때의 장점은, SI 단위계와 미국 단위계에서 동일한 값이 얻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두 단위계의 혼용이 잦은 항공우주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값이기에 비추력은 초 단위로 표기되는 일이 더욱 흔하게 되었다.

반면 연료 소모량을 질량 단위로 측정해 값을 구하면, 비추력의 단위는 [math(\rm (N \cdot s) / kg = (kg \cdot m / s) / kg = m / s)], 즉 속도가 된다. 이 값은 유효 분사 속도(effective exhaust velocity)로, 로켓 엔진의 경우 이 속도가 곧 엔진 배기가스의 로켓에 대한 평균 상대속도와 같다. 즉 로켓 엔진의 경우 비추력과 분사 속도는 정비례한다는 뜻으로, 효율적인 로켓 엔진이란 곧 연료의 분사 속도가 높은 엔진을 의미한다는 것을 여기서 유도할 수 있다. 다만 제트 엔진의 경우는 좀 다른데, 이는 후술.

비추력의 역수를 취하면 이는 단위 추력당 연료소비율(specific fuel consumption; SFC)[1]이 된다. 항공기의 연료 소모량 등을 계산할 때에는 연료소비율 값을 활용하는 일이 많으므로 두 단위 간의 변환은 자주 사용하게 된다. 다만 SFC 역시 다양한 단위로 표기할 수 있는 만큼 ([math(\rm kg / (N \cdot s))], [math(\rm lb / (lbf \cdot hr))], [math(\rm s^{-1})], [math(\rm hr^{-1})] 등) 각 상황에 맞게 값을 변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래의 표를 참고하자.
<colbgcolor=#eaeaea,#33353a> 비추력 유효 분사 속도 SFC
무게 단위 질량 단위
SI 단위계 [math(= x \, \footnotesize{[\mathrm s]})] [math(= 9.80665 x \, \footnotesize{[\mathrm{N \cdot s / kg}]})] [math(= 9.80665 x \, \footnotesize{[\mathrm{m / s}]})] [math(= (0.101972 / x) \, \footnotesize{[\mathrm{kg / (N \cdot s)}]})] [math(= (1 / x) \, \footnotesize{[\mathrm s^{-1}]})] [math(= (3600 / x) \, \footnotesize{[\mathrm{hr}^{-1}]})]
미국 단위계 [math(= x \, \footnotesize{[\mathrm{lbf \cdot s / lb}]})] [math(= 32.17405 x \, \footnotesize{[\mathrm{ft / s}]})] [math(= (3600 / x) \, \footnotesize{[\mathrm{lb / (lbf \cdot hr)}]})]

3. 중요성

비추력이 중요한 이유는, 비추력이 곧 엔진의 효율이기 때문이다. 비추력이 연료 단위 무게당 얻을 수 있는 충격량이므로, 비추력을 이용해 로켓에 연료를 집어넣으면 얼마나 많은 잠재적인 추진력(속도 변화량; delta-V)을 가지는지 구할 수 있다. 높은 비추력은 같은 충격량을 얻기 위해서 더 적은 연료가 필요하다는 의미, 즉 더 작은 로켓으로 같은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앞서 비추력은 로켓 엔진의 유효 분사 속도와 정비례함을 보였다. 그런데 로켓 엔진이 연료를 뿜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모두 연료의 연소에서 나오기 때문에, (소소한 개선을 제외하면) 비추력의 근본적인 한계는 연료의 연소 에너지에서 온다. 때문에 비추력의 향상을 위해서, 로켓 엔진 개발자들은 안전성이 확보 가능한 선 안에서 최대한 비에너지(specific energy)가 높은 연료와 산화제의 조합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차세대 로켓 엔진이라며 스페이스X가 액체메탄을 연료로 쓰는 랩터 엔진을 내세운 것도, 메탄이 케로신 대비 중량당 연소 에너지가 크기 때문. 실제로 랩터 V2의 진공 비추력은 380초로, 케로신을 연료로 쓰는 자사의 멀린 1D 엔진의 진공 비추력 311초보다 확실히 높다.

그러나 비추력만 높다고 장땡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래의 우주선 추진 장치로 주목받고 있는 이온 엔진의 경우 비추력 1,000초를 넘겨 이미 화학 로켓을 한참 따돌리고 있지만, 이온 엔진을 로켓의 첫 단으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없다. 이온 엔진은 현재 개발된 것 중 가장 추력이 큰 것이 [math(\rm 5 \, N)] 정도로, 추력이 끔찍할 정도로 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엔진은 페이로드는 고사하고 자기 자신의 무게조차 들지 못하기에, 즉 추력 대 중량비(추중비; thrust to weight ratio; TWR)가 1보다 낮기에 발사체용으로는 절대 사용할 수 없다.[2] 로켓이 이륙할 때, 대기권을 뚫고 나아갈 때에는 추력의 절대적인 크기 또한 중요하기에, 발사체의 엔진으로는 비추력이 낮지만 추중비가 큰 기존의 화학 로켓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듯 로켓의 이륙 시에는 비추력보다도 추중비가 더 중요한 지표로 취급된다.

대신 높은 비추력에서 오는 높은 연료 소모 효율과 이에 따른 인공위성의 수명 연장은 화학 로켓이 따라올 수 없는 분야이기에, 큰 추력은 필요없고 (추력이 약한 만큼 엔진을 오래 가동하면 되니까) 효율이 중요한 인공위성의 궤도 유지 추진기 등에 이온 엔진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발사체에서도 비추력이 안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므로, 비행체에 필요한 최소 추중비가 확보 가능하다면 최대한 비추력이 높은 엔진을 사용하는 편이 좋다.

4. 엔진의 종류별 비교시

항공기와 로켓의 엔진을 비교하면, 터보팬 엔진 > 터보제트 엔진 > 로켓 엔진 순으로 비추력이 높다. 보잉 777에 사용된 GE GE90-94B 엔진의 정지 상태 비추력은 12100초로, 위에서 언급된 랩터 엔진이나 멀린 엔진에 비해 비추력이 30배 넘게 높다. 이는 대기중의 산소를 쓰지 못하고 산화제까지 전부 챙겨가야 하는 로켓 엔진의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다. 터보제트 엔진이나 터보팬 엔진의 경우, 기체에는 연료만 싣고 공기 중의 산소를 흡입하여 연소에 활용할 수 있기에 집계되는 연료 소모량이 급감한다.

여기에 더해, 제트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은 로켓 엔진과는 완전히 다른 것도 비추력의 격차를 키운다. 배출할 수 있는 게 정해진 연료밖에 없기에 연료를 더 빠르게 배출할수록 효율이 높았던 ([math(F = \dot m \cdot v)]) 로켓 엔진과 달리, 제트 엔진은 대기 중의 공기를 빨아들이고 밀어내서 추진에 활용할 수 있다. 즉, 연료 소모량과 엔진이 배출하는 물질의 양이 달라진다([math(\dot m_\mathrm{out} = \dot m + \dot m_\mathrm{in})]). 이 경우, 에너지 보존의 법칙 때문에, 최대한 많은 공기를 빨아들이고 그 공기를 아주 조금만 더 빠르게 뱉어내서 동일한 추력을 얻어내는 것이 공급해야 하는 운동에너지량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 풀이 펼치기 · 접기 ]
변수들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 [math(F =)] 엔진의 추력 (상수)
  • [math(\dot m =)] 연료 소모율 (변수)
  • [math(\dot m_\mathrm{in} =)] 시간당 흡입되는 공기의 양 (변수)
  • [math(v =)] 분사 속도 (변수)
  • [math(v_\mathrm{in} =)] 흡기 속도, 즉 비행 속도 (상수)
  • [math(\Delta H =)] 연료 단위 질량당 발생하는 연소 에너지 (상수)
이를 바탕으로, 발생하는 추력과 요구되는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식을 쓰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는 각 변수들 사이의 관계만을 보고자 하는 것이므로 압력에 의한 추력, 각종 항력, 열손실, 공기의 압축 등은 무시한다.
[math(F = \dot m \cdot v + \dot m_\mathrm{in} \cdot (v - v_\mathrm{in}))]

[math(\dot E = \frac12 (\dot m \cdot v^2 + \dot m_\mathrm{in} \cdot (v^2 - v_\mathrm{in}^2)) = \dot m \cdot \Delta H)]

앞의 식을 이용해 [math(v)]를 나머지에 대한 식으로 쓰면 다음과 같다.
[math(v = \dfrac{F + \dot m_\mathrm{in} \cdot v_\mathrm{in}}{\dot m + \dot m_\mathrm{in}})]

이를 두 번째 식에 넣고 정리하자.
[math((F + \dot m_\mathrm{in} \cdot v_\mathrm{in})^2 - v_\mathrm{in}^2 \cdot \dot m_\mathrm{in} \cdot (\dot m + \dot m_\mathrm{in}) - 2 \cdot \Delta H \cdot \dot m \cdot (\dot m + \dot m_\mathrm{in}) = 0)]

이 식은 [math(\dot m)]에 대해서 이차식이므로, 식을 [math(\dot m)]을 기준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math(\dot m = f(\dot m_\mathrm{in}))] 꼴의 식이 된다. 과정은 생략한다.
[math(\dot m = \dfrac{\sqrt{8 \cdot F \cdot \Delta H \cdot (F + 2 \cdot v_\mathrm{in} \cdot \dot m_\mathrm{in}) + (v_\mathrm{in}^2 + 2 \cdot \Delta H)^2 \cdot \dot m_\mathrm{in}^2} - (v_\mathrm{in}^2 + 2 \cdot \Delta H) \cdot \dot m_\mathrm{in}}{4 \cdot \Delta H})]

복잡한 식인데, 이를 좌표평면에 그려 보면 [math(\dot m_\mathrm{in})]이 증가함에 따라 [math(\dot m)]이 감소, 즉 같은 추력을 내면서 연료 소모율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math(\Delta H)] 값이 충분히 커야 현실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math(F = 100{,}000 \, \mathrm N)], [math(\Delta H = 10 \, \mathrm{MJ / kg})], [math(v_\mathrm{in} = 100 \, \mathrm{m / s})]의 값으로 (실제로 획득할 수 있는 수치와 비슷한 크기 정도(order of magnitude)의 값이다.) 직접 한번 확인해 보자.)

그렇기 때문에, 제트 엔진의 경우 공기 흡입량을 증가시켜 로켓 엔진과는 급이 다른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제트 엔진 내에서도 엔진의 구조에서 오는 공기 흡입량의 한계가 효율 차이를 내게 되는데, 터보팬 엔진은 연소실로 들어가지 않는 바이패스 공기 덕분에 연소를 방해하지 않고 공기 흡입량을 대폭 증가시킬 수 있어 터보제트 엔진보다 높은 효율을 달성하게 된다. 제너럴 일렉트릭 GE9X 등 최신 터보팬 엔진이 연비 향상을 위해 바이패스비를 점점 키우고 무거워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1] 앞에 Thrust를 붙여 TSFC(Thrust-specific fuel consumption)이라고도 부른다.[2] 실제로는 여기에 더해 이온 엔진의 가동을 위한 전력 수급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NEXT 엔진 (최대 추력 0.236N) 묶음을 이용해 랩터 V2 1기만큼의 추력을 내려면, 다량의 제논 가스에 더해 74 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참고로 대한민국 전체에 있는 모든 발전설비의 발전용량 총합이 2023년 기준 150 기가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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