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3-12-19 17:19:34

사이후이, 싸이파이

사이후이, 싸이파이
전혜진 단편소설
파일:전혜진_사이후이,싸이파이.webp
장르 SF
저자 전혜진
출판사 우주라이크소설
출간 정보 2022.06.14 전자책 출간
분량 약 2.3만 자
독점 감상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4926000001

1. 개요

[clearfix]

1. 개요

작가 전혜진이 2022년 6월 리디에서 발표한 단편소설.

삼국지에 기록되지 않은 공명의 최후를 상상력으로 색다르게 그려 낸 소설이다.
실패할 리 없는 계책이라고 믿었다. 애써 놓은 덫 안으로 중달을 끌어들이는 일은 부단히 수고스러운 일이었으나, 일단 덫에 걸려들면 피할 길은 없었다. 어느 하늘이 나를 가로막더라도, 그의 앞길만은 이 손으로 가로막으리라 했다. 그것이 죄라 하여도. 어떤 일은, 하늘이 원치 않더라도 사람의 손으로 지어 이루리라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일부러 군량을 빼앗기고, 일부러 져 주고 도망쳤다. 승리의 조짐들을 먹음직스럽게 늘어놓아 중달을 덫으로 끌어들였다. 한 치도 빈틈없이 살피고 또 살피며 공을 들이고, 덫에 걸린 순간 호로록 골짜기째 불태웠다. 하지만 하늘의 뜻이란 알 수 없는 것이라, 예측하지 못한 소나기가 쏟아져 중달의 목숨을 구할 줄이야.


뺨과 턱을 타고 흐르는 것은 빗방울이고 눈물이었으며, 그의 가슴에서 토해져 나온 새빨간 핏덩어리였다. 피를 토하며 울부짖고 쓰러졌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수염이 새하얗게 세어 있었다. 남은 목숨은 이제 없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늘에 목숨을 비는 양법을 진심으로 믿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술법에라도 매달리고 싶을 만큼 공명은 간절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조금만 더 목숨을 연장할 수 있다면, 이루기로 맹세한 것들을 모두 이루고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희망을 두어 북두칠성에 목숨을 빌었다. 마흔아홉 명의 갑사들에게 검은 옷을 입혀 장막 밖에 세우고, 장막의 가장자리에는 마흔아홉 개의 등을 세웠다. 준비를 마친 공명은 장막 한가운데에 북두칠성의 형상으로 일곱 개의 등을 켜고, 머리를 풀고 단식한 채 북두칠성의 형상대로 걸었다. 부디 그 간곡한 뜻이 하늘에 닿아 열두 해만큼의 시간을 더 얻기를 소망했다.


양법은 이루어졌다. 북두칠성은 열두 해의 시간을 내려 주었다. 하지만 그 실체는 공명이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처음 하늘에 목숨을 빌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공명은 꼬박 열두 해만큼 시간이 되돌아가 있었다. 그의 주공, 선제, 소열황제 유비가 아직 살아 있던 때로.
<사이후이, 싸이파이> 본문 중에서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