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 해종의 죽은 본부인 장씨 소생의 장남. 아버지 해종이 반정으로 보위에 오르자 왕세자에 책봉되었다.
죽은 어미가 남인 출신이다 보니, 정권을 차지한 서인들에겐 탐탁지 않은 세자였다. 그 결과 중전(해종의 두 번째 부인) 윤 씨 소생의 도성대군을 세자위에 올리고 싶어 하는 이들의 노골적인 견제를 받는 일도 많았고, 때론 세자 자격을 시험해 보려는 이들이 쓸데없는 대결을 부추기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냥 웃어넘졌다. 한 번도 그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늘 구설수가 뒤따랐다.
'저렇게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유하기만 해서야..' 해종을 비롯해 세자를 아끼는 이들은 좀 더 강하고 세지길 바랬고 '무릇 군주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함이 기본이거늘..' 여전히 호시 탐탐 기회만 노리는 무리들은, 어떻게든 세자 자격에 흠집을 낼만한 꼬투리를 잡기에 바빴다.
그러거나 말거나 본인은 신경도 안 썼다. 걱정이든 비난이든 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착하지도 유약하지도 않았다. 굳이 맞서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뿐.
그런데 이런 젠장..!!! 궁궐 안에서 봐서는 안 될 장면을 보고야 말았다. 워낙 사안이 중차대한지라 확실한 증거부터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이 봤던 사내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궐 밖으로 잠행을 나갔는데..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 최상록의 손에 컸다. 늘 바쁜 아비 대신에 무백을 따라다니며 어려서부터 무술을 배웠다. 덕분에 말 타기는 기본이고, 웬만한 사내들보다 칼도 더 잘 쓰고 활도 더 잘 쏜다. 집안이 집안인지라 어깨너머로 배운 의술 실력까지 수준급이다. 빈민가 사람들을 치료하다 배운 욕이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와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래키는 욕쟁이 아씨.
명윤에게 상록은 웃는 얼굴 한 번 보여준 적 없는 무심한 아버지지만, 의술의 최고봉이라는 어의 자리에 오르고도 퇴청하여 여전히 가난한 민초들까지 돌보는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딸이 남편 잡아먹을 사주를 타고났다는 점쟁이의 말을 믿고, 사주를 바꿔보려고 해서는 안 될 짓까지 딸에게 강요하며 무고한 희생도 불사하려는 아버지 최상록의 모습에 당황한 나머지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지를 거역하게 되고..
세자가 실종되는 전대미문의 사건과 함께 명윤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세상이 바라고 아버지가 바라던 대로 본성을 억누르고 양반가 규수로 조신한 척 하며 살던 명윤은 이제 없다!
해종의 두 번째 부인. 도성대군의 생모. 세자 이건의 생모였던 첫 부인이 죽고 해종이 새로 맞은 부인.
세자 이건을 친아들처럼 아끼고 위했으나 대비의 계략에 빠지면서, 더는 이건 편에 설 수 없게 된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늘 모든 이들의 행복을 바라고 꿈꾼다. 근데 이게 문제다. 본인은 선의를 가지고 한 말이고 한 일인데..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때가 더 많다. 선의가 선의로 통하지 않는 대궐이 중전 윤 씨에겐 무섭고 버겁다. 그래서 또 사고를 친다. 물론 늘 본의는 전혀 아니지만..
태어나길 심약하고 유약하게 태어났다. 정 많고 따스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나 눈물도 많다. 근데 이걸 다른 말로 하면, 우유부단하고 오지랖이 넓고 강단이 없다는 거다. 하지만 거짓말 할 줄 모르고, 매사에 진심이라 누구도 함부로 비난하진 못 한다.
삭막하고 살벌한 궐내에서 유일하게 사람 냄새 폴폴 풍기는, 사고를 쳐도 사달을 내도 미워할 수만은 없는 여인.
어려서부터 자신같이 천한 놈을 오라비라 부르며 따라준 명윤을 깍듯이 아씨로 모시면서도 마음으론 친동생 이상으로 아끼고 좋아한다. 본인에겐 천상의 선녀 같은 존재 명윤을 목숨 바쳐 지키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자 숙명이라고 믿는다. 명윤에게 일찍부터 호신술과 말 타기 등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친 장본인.
최상록이 어릴 적 생명을 구해주고 거둬준 은혜 때문에 그를 모시고 따르지만, 그를 또한 어느 누구보다 두려워한다.
잡놈을 보면 날아 차기부터 들어가고 걸핏하면 욕설을 입에 담는 명윤이, 오월이 눈엔 늘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스럽고 불안하다. 그래서 명윤을 쫓아다니면서 말리고 잔소리를 하지만.. 일단 아씨의 명이 떨어지면 무조건 따른다. 상전이라서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믿는 사람이자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이 아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