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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15 17:53:59

슬러지(소설)

슬러지
박해울 단편소설
파일:박해울_슬러지_표지.jpg
장르 SF
저자 박해울
출판사 우주라이크소설
출간 정보 2024.04.15
독점 감상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5551000001


2024년 4월 작가 박해울이 리디에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철저히 희생당한, 수 많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야기다.

내게 펠즈로 가자고 제안했던 사람은 오초였다. 처음에 나는 반대했다. 오초와 내가 나고 자란 지노족 마을을 포함한 다양한 족속이 흘린 피로 세워진 도시였기 때문이었다.


펠즈는 대륙을 가로지르는 강 상류에 있었다. 그곳은 소용돌이처럼 주변을 오염시키며 쓸 만한 모든 것을 빨아들여 만들어졌다. 이 도시를 만들기 위해 상류에 살던 부족 사람들을 주이고 땅을 차지했다. 그리고 중하류의 나무가 벌목됐다. 오염 물질이 여과 없이 강에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강줄기가 얇아지더니 사라졌다. 강을 터전으로 삼고 지내던 마을과 부족이 물 부족과 가뭄과 질병에 시달렸고, 서로 싸우며 사라져 갔다. 우리가 나고 자랐던 지노족 마을도 고유의 유적과 언어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컸지만 이러한 변화에 당할 재간이 없었다.

그 당시 상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난 후의 일이 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마을의 식량을 약탈해 가는 다른 부족들을 원수로 여기기만 했다.

나와 오초는 가족과 살 터전을 잃고 고아가 되어 자미국으로 가서 막노동을 했다. 그러나 자미국도 내전이 발발하게 되면서 치안과 경제 상황이 땅에 떨어졌고 마지막으로 한파가 오며 사라졌다.


나는 펠즈를 증오했다. 언제나 복수의 대상이었지만 개인인 내가 도시와 싸울 수도, 싸울 방법도 없었다. 나는 절망했다.


나는 몇 번이고 자살하려 했다. 오초는 그럴 때마다 곁에 있어 주었고 먹을 것을 주며 말했다. 펠즈에 가기 싫은 마음 안다고, 자기도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 있지 않느냐고. 여기에서 포기하지 말고. 그는 내 목숨이 온전히 내 소유가 아니라고 했다. 거기에는 나를 지키다가 도아가신 부모님과 마을 어른, 친구들과 내가 마음을 준 사람들의 몫과 자신의 몫도 조금 있다고 했다. 목숨은 소중하니 여기서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슬러지>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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