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애니메이션 |
펌프킨 시저스의 등장인물 | |
소속 | 육군사관학교(전시)→육정 3과(전후) |
계급 | 준위[1]→소위 |
1. 개요
만화 펌프킨 시저스의 등장인물로 란델 올란드와 더불어 내용의 흐름을 이끄는 또 하나의 주인공. 계급은 소위로 1권 시점에서 18세.성우는 이토 시즈카/유지원.
2. 상세
황제 직속 배명 13귀족[2] '베는 자(Lei) 말빈' 가문의 제 3공녀이자 육군정보부 제3과 '펌프킨 시저스'의 기동대장으로, 데스크 업무를 전담한 헝크스 대위를 대신해서 현장시찰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가족으로는 아버지 말빈 경, 새어머니, 언니인 소리스와 에리스, 배다른 남동생 알렌이 있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귀족인 레오니르 테일러라는 약혼자가 있지만 후술하다시피 알리스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희박하다. 현 말빈 가문의 당주 후계자지만 본인이 여성이라는 이유와, 아버지가 뒤늦게 배다른 남동생 알렌을 보면서 차기 당주 자리를 빼앗길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본인은 크게 개의치 않으며, 오히려 "후계자 자리가 정식으로 남동생에게 넘어가기 전에는 자신이 후계자니, 그 전까지 말빈 가의 후계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하겠다"는 패기 있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3] 또한 자신의 자리를 빼앗을 예정인 남동생을 가족으로서 사랑하는 대인배. 다만 21권에서 새어머니는 그녀를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어릴 때에는 폐가 좋지 않고 병약한 체질이었지만, 무인 가문의 후계자로서 어릴 때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은 덕분에 지금은 웬만한 군인과 겨루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강인한 무사로 자랐다. 폐병으로 호흡곤란에 빠진 적이 자주 있었던 어린 시절의 경험 덕분에 남들보다 질식을 잘 견뎌내는 기묘한 특기가 있다. 그 밖에도 희한할 정도로 직감이 예리해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불문하고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으면 목 뒤가 저릿해진다.
성격은 전형적인 열혈 정의 캐릭터. 불의를 보면 가차없이 저항하며 사악한 자를 가차없이 배제할 각오가 되어 있는 "악(惡), 즉(即), 참(斬)" 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다(...). 고집 세고 융통성이 없지만 대다수의 귀족과 달리 평민들도 인간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으며, 전쟁의 여파로 고통받는 평민을 괴롭히는 자라면 귀족이든, 고위 관리, 심지어 황제이든 전후 재해나 다름없다는 개념어린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사관학교를 졸업하는 날 딱 전쟁이 끝나버리는 바람에 진짜 전쟁에는 참여한 적 없는 이상주의적 면모가 보이며, '영웅'이라 불렸던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았고 그를 동경하며 귀족으로서 긍지를 갖고 있다. 1권에서는 그런 정의감이 넘치는 바람에 완고하고 이상만 넘치는 모습이 부각되었지만,[5] 란델 올란드와 만나고 여러 차례 사선을 넘나들고, 카르셀과 0번 지구의 사건을 겪으면서 인간의 고통과 전후의 비참함을 구체적으로 목격하면서 더욱 성장하게 된다.
또한 펌프킨 시저스의 세계관이 상당히 보수적이고, 특히 귀족들은 평민을 벌레 취급하는 막장들이 넘쳐나며, 알리스 자신이 고위 중의 고위 귀족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놀라울 정도로 개방적인 인물이다. 그 일례로 평민 요리사가 곤경에 처하자 그가 만든 카나페를 주워 먹고 즉석에서 요리사로 고용했으며, 0번 지구에서 란델의 의붓동생들을 공평하게 대했으며,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스스로 장갑차의 표적이 되며, 메네를 발로 차는 변칙적인 검법을 사용하는 것이 있다.[6]
워낙 융통성이 없고 스스로에게도 엄격하기 때문에 서민과의 거리를 줄여야 한다는 일념 하에 마차로 출근하는 거리를 뛰어서 오거나, 서민이 굶주리는 현실에 자신도 밥을 굶을 정도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7]
다만 이렇게 완고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소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라온 데에도 원인이 있다. 친어머니는 자신이 어릴 때 사망했으며, 친아버지인 말빈 경은 알리스를 감정 있는 자식이 아니라 철저한 후계자(게다가 남자애만 태어난다면 대체 가능한 버린 패 취급)로 길렀으며, 어릴 때에는 귀족이자 군인으로서의 혹독한 훈련과 교육만 받아 왔다. 여기에 자신이 존경하던 증조부는 고독한 영웅이었기에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인간으로 자라난 것. 그렇기에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남녀관계에도 둔하고, 약혼자와의 결혼마저 사랑을 위한 결혼보다는 이해관계를 위한 결혼으로 인식한다. 약혼자도 그녀에게 흥미는 있을지언정 연인으로서의 애정은 없다. 이 때문에 언니 두 사람은 알리스를 걱정하고 있으며, 그녀가 누군가와 사랑하고 사랑받는 행복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처럼 코믹한 언행을 보이긴 하지만 매사에 진지하며, 진정한 전재부흥이란 무엇인지, 제국민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정의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자문하고 있다. 그리고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점차 귀족과 평민과도 가까워질 수 없는 고독한 인물로 평생을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것이 암시된다.
3.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본인 스스로가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관철하려고 들기 때문에 다른 귀족들과의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특히 부친은 전재 부흥을 소꿉장난 정도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을 자주 빚는 편인 것으로 보이며, 그나마 두 언니들이 그녀의 이상에 조금이나마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 대신 전재 부흥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육정 3과 멤버들과는 대체적으로 사이가 좋다. 그나마 매사에 게으른 오렐드 준위와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오렐드도 오히려 공공선을 지향하는 인물인 데다가 알리스 다루기에도 대충 요령이 생겨서(...) 그런저런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만화와 작가의 설정에 의하면 처음부터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닌 듯. 육정 3 과가 갓 설립되었을 당시, 멤버는 헝크스 대위와 알리스뿐이었는데 당시 헝크스 대위는 전쟁과 과거사의 여파로 의욕이 없었기 때문에 서로 견해 차이로 으르렁거리는 사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육정 3과를 꿀보직으로 알고 들어왔던 오렐드와 마티스도 처음에는 알리스를 이상만 아는 귀족 아가씨로 취급해서 위태위태했다고 한다. 슈테킨 상사와의 사이는 처음부터 괜찮은 편이었다.
한편 란델 올란드는 그녀의 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 처음 만났을 때 알리스는 란델을 전투 능력이 우수한 전직 군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란델의 과도한 자기희생적인 면, 한스와의 전투에서 보여준 인간적인 면을 목도하게 되면서 싸움을 원하지 않는 한 사람의 전쟁 피해자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이때부터 그를 이성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는지 은근슬쩍 신경 쓰게 된다. 약혼자의 술 권유를 거절하면서도, 정작 란델에게 안심하고 뒤를 맡기면서 술을 마시고 바로 그의 품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다만 알리스는 귀족이자 군인으로 살아오면서 연애 경험이란 게 없고, 카르셀 편 이후 나아졌지만 군무 중에 사적인 감정을 갖는 것을 불순하다고까지 생각한다. 그리고 란델은 소위를 이성이라기보단 희망의 빛 같은 존재로 여기며, 자신이 살인자이기 때문에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남자다. 게다가 알리스는 대귀족의 계승자(대리)고, 란델은 빈민가 출신 사생아에 실험체로 팔려간 남자인 데다 현재는 노숙자다. 커플이 되려면 넘어야 할 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두 사람 다 자신보다 상대를 지키려는 경향이 있어 처음에는 조금 무리하는 느낌이었으나 [8] 점차 상대를 이해해가며 의지하고 신뢰하는 관계가 된다. 물론 알리스는 그에게 애정 어린 표현을 보인 적이 없고, 오히려 전재에 고통받는 민간인과 란델 사이에서 민간인을 철저히 우선시하는 원칙주의자지만, 란델 역시 그런 알리스를 믿고 따름으로써 이것이 그들 사이의 신뢰의 증표로서 자리 잡는다. 또 란델이 더 이상 전 부대 소속이 아니라 육정 3과의 소속이라는 사실을 자주 강조한다. 그 밖에도 란델이 자신의 드레스 차림을 보자 전에 없이 부끄러워하고, 총을 맞아 쓰러진 란델을 간병하다가 그와 눈이 마주치자 마구 뺨을 갈겼다(...). 가발을 썼을 때 그가 "긴 머리가 잘 어울린다"라고 칭찬하자 갑자기 땀을 흘리며 동요하기도 했다. 본인은 중요한 심포지엄 탓에 긴장한 거라고 둘러댔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주변 인물들, 특히 언니 둘도 무도회 사건 이후로 그를 향한 알리스의 신뢰를 알아챘고, 란델에게 호의를 품으면서 레오닐보다 란델과 잘 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오렐드와 마티스 역시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한 상사와 부하의 관계 이상이라는 것을 알아챈 듯.
그리고 마침내 22권에서 란델에게 단순한 연애 감정을 초월한 무조건적인 사랑 선언을 듣고, 작중 처음으로 그에게 독점욕에 가까운 감정[9]을 품는다. 이때 알리스의 대사[10]는 그냥...
약혼자인 레오닐과는 상술했다시피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약혼했기에 서로의 성과나 능력 등에 대해 인정하긴 해도 서로 간에 연애 감정은 없다. 약혼자 측에서는 그녀에게 어느 정도 비틀린 감이 없잖아 있는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듯하다.
4. 전투력
가녀리고 작은 체구[11]에 금발을 짧게 자른 미소녀지만 작중에서 보이는 전투력은 그야말로 영웅 서사시에서나 나올 법한, 혹은 그 이상의 초인이다.작품 초반에는 훈련된 성인 남성(군인) 두셋을 이기는 수준 정도로 묘사되었으나, 나중에는 단독으로 특수부대를 상대하더니 90화에서는 근접 산탄총과 가변 서스펜션을 장비한 최신형 전차를 상대로 말을 타고 냉병기를 들어 기마전을 펼쳐 무력화하는 그야말로 탈인류스러운 전투력을 보여준다.
초능력에 가깝게 묘사되는 직감 덕분에 저격을 포함한 총격, 폭발물은 거의 다 피해버리기도 한다.
단, 이런 비현실적인 강함의 묘사는 여타 작품에서 보이는 먼치킨적인 요소보다 알리스가 작품 내에서 상징하는 것을 부각시키는 장치로서 활용되는 편. 알리스가 강하게 묘사될수록 구시대의 낡은 영웅이라는 아이콘도 더욱 강하게 묘사된다.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배명 13가의 계승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계승 문장이 새겨진 단검과 2m에 달하는 대형 쌍날검 메네(Mähne).[12] 특히 단검은 황제의 하사품이라 항상 몸에 달고 다니며, 파티에 참석할 때에도 허벅지 안쪽에 숨겨서 차고 갈 정도이다. 다만 총기를 사용하거나 휴대하는 장면은 등장한 적은 없다. 다른 인물이 총기를 사용하면 본인은 닥돌 해서 칼이나 체술로 제압하거나 칼을 빼들고 지휘를 한다. 사관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사용법은 알겠지만, 귀족들이 일개인 때문에 10년만에 화승총에서 볼트액션 소총이 보급되는 급격하게 변해버리고 있는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세계관에서 알리스 본인도 전통을 준수해서 총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단검으로는 로델리아 왕실에서 증조부가 직접 사사한 것을 계기로 말빈 가문에 전수되는 비장의 검법, '왼손의 호신검(망고슈)'을 사용할 수 있다. 왼손으로 사용하는 것이기에 일격의 위력은 떨어지지만 속도는 훨씬 더 빨라서 폭동 진압 전문 용병인 로델리아 근위병을 압도했다.
하지만 메네를 사용한 검술이야말로 알리스의 진가를 보여준다. 대형 검의 중량이 가해진 강한 위력과 본인의 완력을 통해 초단거리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적들까지 상대할 수 있으며, 심지어 진압 전문 부대인 클레이모어 원과 다대일의 상황에서 전투를 벌이면서도 우위를 점했다. 또한 메네를 사용할 때에는 특수 제작된 각갑을 발에 장착하며, 발로 메네를 걷어차서 부족한 완력을 커버하는 것과 동시에 상대방을 기습하는 변칙적인 검법을 구사한다. 또 과거를 회상할 당시 아버지와 양손검으로 대련한 장면이 있던 것으로 보아, 단검과 메네 외에도 도검류라면 거의 다 다룰 수 있는 수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체술과 완력도 상당한 수준으로, 자기보다 큰 성인 남성은 그냥 집어던지고 격투술로 흉기를 든 남성 세 명 정도는 손쉽게 상대할 수 있다. 특기인 뺨 때리기는 란델조차 한동안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의 대미지를 준다(...).[13]
여담으로 란델과 극명하게 대조되면서 비슷한 인생을 살고 있다. 양아버지의 올곧은 가르침이 오히려 저주처럼 인생을 속박하게 된 란델과 마찬가지로, 알리스 역시 영웅이자 정의를 추구하는 인간이었던 증조부의 가르침을 이어나가면서 고독한 길을 자처한다. 전혀 다른 성장환경 속에서 압도적인 전투능력을 갖추게 되었으며, 부모 중 한 사람 쪽만 닮은 것도 묘한 공통점.
설정구멍인지 도짓코 속성인지 불명확한 게 있는데 최근에 와서야 겨우 란델 올란드의 출신에 수상쩍은 구석이 있고, 불가시의 9번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헝크스 대위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5. 작중 행적
안티 아레스 편에서는 심포지엄에 입고 갈 용도였던 갑옷, '백장미'[14]와 메네, 명마 에이스[15] 만으로 신형 장갑차와 맞붙고, 치열한 전투 끝에 장갑차를 전복시켜서 파괴하는 데에 성공한다.[16]
커브에서 벽 타기까지 가능한 에이스를 통해 기동력을 확보하고, 백장미로 장갑차의 근접 산탄을 막아가면서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치지만 백장미 자체는 구시대적 갑주에 불과하기에 한 발, 그것도 산탄이 확산되어 위력이 반감된 직격탄을 막는 것만으로도 버클러와 우측 팔 측 갑주가 너덜너덜해지는 위기를 맞는다. 알리스는 장갑차와 정면으로 대적하며 내심 공포를 느꼈고 란델을 떠올리며 그가 이런 상황을 홀로 대적해 왔다는 사실에 경의를 표했으며, 동시에 하켄마이어를 죽인 안티 아레스 측에 대한 분노로 통제심을 잃을 뻔했지만, 하켄마이어가 장갑차의 주의를 끌기 위해 던졌던 소드 브레이커를 보고 이성을 다잡는다. 그리고 코너에 몰린 순간 벽과 장갑차 사이에 끼어들어, 메네로 장갑차의 관측 창을 파괴해서 이를 전복시킨다. 그 후 클레이모어 원이 개입해서 장갑차를 완전히 분쇄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거둔다.
21권에서는 '언어의 탑'에 있는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한 시간 벌기 목적으로 안티 아레스의 전선 통신 담당 '샤우라'와 전선 통신을 나누는데, 적당히 시간만 끌어주기를 원했던 정보부의 의도와 달리 알리스는 자신의 이름과 가문을 밝히면서 이들의 항복과 각자의 이름을 알려줄 것을 종용한다. 이는 제국 수도의 테러 사건과 기존 정부를 불신하고 있었던 세력이 말빈 일가 전체를 향해 보복 테러가 가한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샤우라는 알리스가 자신의 이름을 먼저 밝힌 행위가 제국에게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던 피지배 계급인 자신들을 하나의 개인으로 인정했다는 것임을 깨닫는다. 피지배 계급에게 진정으로 고통스러웠던 것은 학대를 하는 주체가 아니라 학대받는 자신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정의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인지 절규하자, 알리스는 고독하게 싸우면서도 끝까지 사람들을 지켜냄으로써 자신만의 정의를 관철한 하켄마이어를 떠올리며 "정의란 존재하며, 그것은 절대적인 하나의 형태가 아닌 인간의 숫자만큼 존재하는 개별적인 것"이라고 언급한다. 자신의 의지를 홀로 관철하는 행위도 정의, 남의 정의를 부정하는 행위도 정의이기에 무수한 정의의 가짓수가 존재하고 서로가 서로를 상처 입히지만, 그 정의의 잔해들을 끊임없이 쌓음으로써 언젠가 그 정점에 모두가 도달할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당연히 억압받는 입장이었던 샤우라는 그것이 이상론일 뿐이라 일축하나, 알리스 또한 "당연히 그것은 이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아무리 고통스럽다고 한들 포기하고 싶지 않기에 그것을 '불가능하다'라고 치부하지 말 것을, '이상'이라는 단어를 '불가능'의 대명사로 삼지 마라."라고 말한다.
샤우라에게 있어 정의란 형태 없는 개념이기에 납득할 수 없으면 손으로 잡을 수도, 악수를 할 수도, 때릴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는 피와 살을 지니지 않은 모호한 개념 때문에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냐며 논박하려 드나, 알리스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깨닫는다.
"무섭다.
장갑차와 대치했을 때 역시 무서웠다…… 아니, 싸움이란 항상 죽음의 공포와 함께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종류의 공포다. 내가 내 자신인 채로 죽을 수 없는 것……
내 자신이 왜곡되고, 공격당하고, 산산조각나는 공포……그 무엇보다 두려워.
하지만 약속했지……"
"샤우라, 내가 정의다!"
장갑차와 대치했을 때 역시 무서웠다…… 아니, 싸움이란 항상 죽음의 공포와 함께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종류의 공포다. 내가 내 자신인 채로 죽을 수 없는 것……
내 자신이 왜곡되고, 공격당하고, 산산조각나는 공포……그 무엇보다 두려워.
하지만 약속했지……"
"샤우라, 내가 정의다!"
알리스는 스스로가 피와 살, 그러니까 실체를 지닌 정의가 됨으로써 안티 아레스를 포함해서 방송을 들은 모든 사람들이,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사람들이 자신을 원하는 대로 비난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선택한 것. 알리스 레이 말빈의 정의가 존재함으로써 사람들은 그녀의 정의를 마음껏 값어치를 매기고, 고증하고, 비난하고, 부정할 수 있으며, 마치 과학이 발전해 왔듯 후대의 사람들은 알리스 레이 말빈의 정의보다 높은 단계의 숭고한 정의에 보다 가까워지게 된다. 그 첫 번째 제물이자 받침대가 되기 위해 자신의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갈 길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그렇기에 샤우라에게 자신의 진짜 이름을 말해 주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자신을 마음껏 공격하라고 선언한다. 그러나 샤우라는 안티 아레스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무고한 사람에게 린치를 가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자신은 이미 돌아오기에는 늦었다고 자조하며 이름을 말하기를 거부한다. 이에 알리스는 클레이모어 원이 난입해서 안티 아레스를 몰살하기 전에이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말하고 개인으로 돌아오기를 원하면서 절망한다.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대면서 알리스와 안티 아레스 간의 통신에 난입하는데......그것은 다름 아닌 란델.
란델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던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알리스는 부상을 걱정하며 말하지 말라며 당황하나, 만신창이 상태였던 란델은 그녀에게 하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입을 여는데……
"지금 이 통신은 서방의 모든 나라들이 듣고 있단 말이다. 그 의미는 알고 있겠지?"
"네……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소위님, 저는 소위님을 좋아합니다."
"네……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소위님, 저는 소위님을 좋아합니다."
당황한 알리스는 다친 상처로 피를 흘리기 시작하고(...), 이를 공개된 채널로 듣고 있었던 육군정보부, 안티 아레스(...), 전세계의 사람들(......)들은 당연히 얼어붙는다. 란델은 무슨 소리냐는 알리스의 분노에 이것이 남녀간의 '좋아한다'는 것과 다르다고 해명하며, 자신이 전하고 싶었던 말을 고쳐 말한다.
"어……그럼 다시 한 번 고쳐 말해도 될까요?"
"하여튼, 도대체 뭘 잘못 말하면 그렇게 되는 거야!?"
"(난감해하는 란델)소위님……."
"저는 소위님을――
――사랑합니다."
"하여튼, 도대체 뭘 잘못 말하면 그렇게 되는 거야!?"
"(난감해하는 란델)소위님……."
"저는 소위님을――
――사랑합니다."
란델은 자신이 전쟁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는 것, 지금 이 말을 하는 자신의 자아가 정말로 자신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고백한다. 설령 살인이 전시에 상관의 명령에 의해 이루어진 것일지라도, 살인의 무거움은 항상 동등하다고 믿는 것이었기에, 란델에게는 누군가를 죽인다는 그 중대한 행동을 어떠한 고민도 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겨 버리는 죄를 지었다는 사실에 고통받고 있었다. 하지만 알리스와 만남으로써 자신이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일지 말지를 결정하는 자신의 의지"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를 육정3과로 끌어들인 장본인인 알리스는 언제부턴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었지만, 란델은 자신을 억지로 전장으로 데리고 왔을지언정, 자신에게 말을 걸어 주었고, 육정3과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준 것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 말에 알리스는 다행이라고 말하며 어머니가 죽은 날 이후 처음으로 울음을 터트린다.
란델은 901ATT로서의 자신이 살인만을 생각하고 살육기계로 변해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901ATT로서의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감정, 알리스를 향한 사랑이야말로 란델 올란드의 진실된 감정이며, 사랑이라는 감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면 자아를 잃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알리스에게 고백한다. 비록 이기적이고 치졸한 감정이지만 이를 통해서라도 자신을 잃지 않겠다는 그의 말에, 알리스 또한 다른 육정3과와도 쌓아 온 유대감보다 더 깊게 들어왔던, 하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도 올란드의 세계구급 고백을 받아들여주었고,
어째서 귀관인 걸까.
이끌어주는 상관이 있다.
힘이 되어주는 부하가 있다.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다.
이미 파혼됐을지도 모르지만... 장래를 맹세했던 약혼자도... 그런데...
그런데... 왜일까.
하사...
함께한 시간은 귀관이 제일 짧은데.
내 마음에 발을 들이는 것은,
언제나 귀관이다..., 하사
이끌어주는 상관이 있다.
힘이 되어주는 부하가 있다.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다.
이미 파혼됐을지도 모르지만... 장래를 맹세했던 약혼자도... 그런데...
그런데... 왜일까.
하사...
함께한 시간은 귀관이 제일 짧은데.
내 마음에 발을 들이는 것은,
언제나 귀관이다..., 하사
그걸 듣고 있던 약혼자는 멘붕했다.[18]
알리스는 언제나 중립과 공평함에 서야하는 입장이지만 란델에게 처음으로 불공평 주겠다고 했다.[19] 누구를 선택해도 불공정해 진다면 그 첫번째는 무조건 란델이며 란델 한사람 분 만큼은 편하게 나아갈 수 있다고. 카루셀 임무 편에서는 공정을 쫒은 결과가 나나 좋아하는 사람의 희생이었다면, 란델을 선택하는 것을 불공평이라고 인정하고, 공정이 아닌 자신을 위해 그 선택을 하겠다고 한 점에서 란델을 향한 인식의 변화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란델에게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던 간에, 어떤 고통[20]으로 발광하던 간에 받아들여달라고 요구하였고, 란델 역시 그것까지 합쳐서 사랑한다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우르슬라에게 란델 올란드는 고향으로 돌려보내줄 수 있어도, '하사'는 돌려보내줄 수 없어. 그는 이제 내 거야라고 작중 처음으로 독점욕에 가까운 감정을 품는다.
[1] 1권에서 준위였다가 소위로 승진했음이 나온다.[2] 귀족 중에서도 황실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귀족. 작위는 없는 대신 다른 귀족과 격이 다른 고위귀족이다.[3] 이에 대해 약혼자가 "어차피 빼앗길 자리인데 왜 그런 생각을 하는가?"라고 묻자 "그렇게 따진다면 어차피 인간은 죽게 되어 있는데 왜 삽니까?"라고 태연히 반문하기도 했다.[4] 존경하던 증조부가 돌아가실 때에는 나쁜 예감이었지만, 란델 올란드와의 만남은 좋은 예감인 것 같다고 본인은 언급했다.[5] 다만 머릿속이 꽃밭인 대책없는 이상주의자는 아니었다. 임관한 후 펌프킨 시저스에서 막 활동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시궁창같은 현실과,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은 부대원들과 부딪히면서 좌절도 몇 차례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워낙에 열혈이었던 탓에 이러한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것.[6] 발을 쓰는 것을 왜 예로 들었냐면, 일반적인 귀족이라면 발로 검을 걷어차는 천박한 행동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 안티 아레스와의 전투에서 이 기술을 선보여서 귀족답지 않다며 상대를 놀라게 했다.[7] 단식을 계속하다가 결국 배고파서 쓰려졌는데, 마지막까지 식사를 거부하다가 란델에게 강제급여를 당하고 나서야 그만뒀다(...)[8] 즉 어느 한쪽이 걱정하느라 노력하면 그것 때문에 다른 쪽이 그쪽을 걱정하게 되고 그게 얽히고 얽혀서 무리하게 되는 것이다.[9] "미안해, 우르슬라. 란델 올란드는 0번 지구로 돌려보낼 수 있어. 하지만, 이제 '하사'는 보내지 않아. 내가 가질거야. 내 거라고!"[10] "만일 전 세계 사람들이 독으로 쓰러지고, 해독제가 부족한 상황이 된다면 모든 사람의 목숨들 중 너의 목숨만은 무시하겠다. 알리스 L 말빈 유일의 '불공평'을 너에게 바치겠어.", '귀족의 관습, 이득과 손해, 그런 것들을 다 빼고, 이제 나는 처음으로, 내 사정에 따라, 나만을 위해...'[11] 150cm대 정도로 란델과는 약 70~80cm 정도 차이 난다(...)[12] 작중 세계관 내에서 과거에 기사들이 썼던 마상 병기다. 메네(Mähne)라는 단어가 '갈기'라는 뜻의 독일어다.[13] 7권에서 다리에 총을 맞아서 제정신이 아닌 란델을 숙소까지 끌고 간 걸 보면 힘도 보기와 달리 어마어마하게 센 모양이다(...).[14] 아치형으로 구부린 수많은 금속판을 삼중으로 겹쳐서 만든 풀 플레이트 아머로, 구부린 금속판 자체가 일종의 방탄복 역할을 한다. 탄이 적중하면 가장 외부에 위치한 금속판이 충격을 1차 감쇄하고, 중간의 금속판이 탄환을 장미꽃 형태로 감싸 튕겨나가면서 2차 감쇄를, 그리고 가장 안쪽에 달린 금속판이 남은 충격을 흡수하면서 착용자를 보호한다.[15] 이름은 '에이스', 성(性)은 암컷으로 말빈 가문이 자랑하는 명마. 엄청난 체격에 괴력, 그리고 전투 센스를 지닌 괴물 말. 머리에 뿔이 나 있고 말이면서 송곳니를 지닌 데다가 눈이 보석빛으로 빛난다. 인상도 더러워 안티 아레스들을 겉모습만으로 주눅 들게 만든 존재다. 별명은 '철도왕'. 보석빛의 눈빛이 철도왕이라 불렸던 자의 보석과 닮은 점과 열차나 다름없는 돌파력 때문에 붙은 이명. 겉보기에는 괴물이나 다름없는 말이지만 실은 이미 은퇴한 말로 말빈 가문의 목장에서 애인과 알콩달콩한 신혼에 노후계획까지 세워둔 마당에 알리스에게 갑자기 불려 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갑자기 영문도 모른 체 전장에 불려 오는 바람에 지 사랑을 방해받은 사실에 빡쳐서 '말의 사랑을 방해하는 놈들은 말에 치이라'며 스트레스 해소로 난리를 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16] 다만 이건 주인공 보정으로 인한 기적같은 승리였고 알리스의 의도는 갑옷에 말타고 나와서 장갑차를 쓰러트린다는 무모한 영웅심리가 아니라 안티 아레스가 증오하는 제국의 귀족 그 자체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미끼가 되려는 것이었다. 아예 출격하면서 난 오늘 죽겠지라고 독백할 정도.[17] 그의 고백에 알리스는 부상에서 피분수를 뿜기 시작한다. 옆에 있던 클레이모어 원 대원이 걱정하면서 구급함을 가져다 주는 것이 여러모로 개그(...)[18] 심지어 테러가 끝난 뒤에 바로 알리스와 결혼식을 올리면 란델이 손을 떼어주지 않을까라고, 부하에게 논의했으나, 란델은 알리스와 약혼자가 결혼한다해도, 그것까지 합쳐서 알리스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니 더욱 더 멘붕...[19] (9권) 카루셀 임무 중 콜드 비터와 대화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누군가를 한 명 희생자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을 때. 나나 내가 사랑하는 자를 내놓는 것이 가장 공정하겠지. 알리스 L. 말빈이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거야."[20] 벌집이 벌집으로서 수행하기위해,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고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재부흥을 위해 고통스러운 선택을 하게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