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패디먼 Anne Fadiman (1953 ~ )
1. 개요
미국의 작가, 편집자, 교사.2. 경력
아버지가 갖고 있던 <패니 힐> 책으로 섹스를 배웠고, 남편은 생일 선물로 헌책방에서 19파운드 무게의 책을 선물하고, 온 집안에서 두 번 이상 읽지 않은 유일한 글이라는 이유로 1974년판 도요타 코롤라 매뉴얼을 읽는 사람이다. 유명한 글쟁이 집안에서 태어나 글쟁이와 결혼해서 글을 쓴다. 주로 에세이와 기사를 썼기 때문에 책으로 묶인 건 많지 않다. 국내에 알려진 책으로는 <서재 결혼시키기>가 있다. 2005년부터 예일대에서 글쓰기를 가르쳤다.3. 가족
아버지인 클리프턴 패디먼은 명망있는 출판사 사이먼&슈스터의 편집장이었고, 라디오와 텔레비전 프로그램 기획자로도 유명했다. 컬럼비아 대를 졸업했고, 마크 반 도렌[1]에게 배웠으며 그와는 평생의 친구가 되었다. 책도 여러 권 썼는데, 국내 출간된 저서로는 <평생독서계획>이 있다. 그 말대로 평생 읽고 평생 썼던 모양이다. 그는 은퇴한 뒤에도 매일 엄청난 양의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이었다. 아내인 애널리와는 재혼이었고 둘 사이에는 아들인 킴 패디먼과 딸인 앤 패디먼이 있다. 어머니 애널리 자코비 패디먼은 종군기자 출신이며 책을 썼다. 20세기 초에 여성이면서 기자로 일한 사람이니 이 분도 만만치 않다.오빠인 킴도 엄청나게 읽어대는 괴짜다. 앤 패디먼이 자기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오빠의 직업은 산악 안내인이자 자연사 교사로 일한다고 한다. 액화질소를 이용해 독자적인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먹을 정도로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책을 철저하게 사랑한 나머지 책의 물리적인 형태는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복오빠가 하나 있다. <세렌디피티 수집광>에 언급된 걸 보면 사이는 나쁘지 않다.
남편은 작가이자 시인인 조지 하우 콜트. 남편 역시 엄청난 책벌레다. <리아의 나라>에 보면 조지가 어떻게 프로포즈했는지가 나온다[2] 앤 패디먼이 쓰는 글에는 남편이나 결혼 생활에 대한 언급이 종종 등장한다. 혹자의 말로는 <서재 결혼시키기>는 "책덕후들의 프로포즈 최종병기"라고 한다. 읽다 보면 상부상조하는 닭살부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4. 이력
1953년 8월 뉴욕 출생. 코네티컷과 LA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래드클리프/하버드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야외 체험활동 강사로 일했고, 뉴욕으로 간 후에는 편집자로 일했다.<라이프>지에서 상근 작가로 일했고,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내는 잡지 <시빌라이제이션>의 창립 멤버였고 여기서 편집위원으로 일했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는 '파이 베타 카파 클럽'에서 내는 <아메리칸 스칼러>[3]의 편집자로 일했다. 파이 베타 카파 클럽이란 아이비 플러스 등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들의 모임으로 현재는 270여개 이상의 대학이 가입해 있다. <아메리칸 스칼러>는 인문, 예술, 문학, 과학에 대한 에세이와 비평을 주로 다루는 교양지이다. 그녀가 편집자로 일하는 동안 이 저널은 미국잡지상(National Magazine Awards)을 3번 받았고, 이외에도 8번 노미네이트되었다. 그리고 편집자로서는 Houghton Mifflin에서 출간한 "Best American Essays 2003"과, Farrar, Straus & Giroux(FSG)에서 출간한 "Rereding"(2005)을 엮었다.
이외에 <뉴요커>, <하퍼스>,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에 기사와 에세이를 썼다. 이 글로 인해 미국잡지상(National Magazine Awards)을 개인적으로 두 번 수상했다. <서재 결혼시키기>는 <시빌라이제이션>에 연재했던 '평범한 독자의 고백'이라는 고정 칼럼을 묶은 것이다.
2005년부터는 예일대에서 글쓰기를 가르쳤다. 특수 프로그램인 '프랜시스 우수작가(Francis Writer)'를 담당할 전속 강사로 선정되어 논픽션 쓰기 세미나를 맡았다. 학부생과 졸업생 중 추천을 받은 사람이 수강할 수 있다. 앤 패디먼이 담당으로 선정된 첫 작가라고 한다. 3년 계약이라고 했지만 계속 갱신하며 일하고 있다.
5. 글
<서재 결혼시키기>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원제는 Ex Libris[4]로, 책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답다. 진중권의 엑스 리브리스와는 상관이 없다. 여담으로, 앤 패디먼이 짓는 제목들은 다 검색으로 찾기 힘든 심심한 말이 많다.목차는 다음과 같다.
서문
책의 결혼
책벌레 이야기
나의 자투리 책꽂이
소네트를 멸시하지 말라
너덜너덜한 모습
진정한 여성
면지에 적힌 글
책 속으로 걸어들어갈 때
그/녀의 문제
당근 삽입
영원한 잉크
식탐을 부르는 책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나니
카탈로그 독서
내 조상의 성
낭독의 쾌감
수상한 책의 제국
집 없는 책
더 읽어볼 만한 책들
그리고 고마움의 말
옮기고 나서
앤 패디먼은 1997년에 "The Spirit Catches You and You Fall Down"(국내명 <리아의 나라>)으로 미국 비평가협회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을 수상했다. '리아[5]'라는 몽족[6](=먀오족, 묘족) 아이를 중심으로 해서 이민자인 소수민족들과 미국 의료계의 언어적, 사회적, 문화적, 의학적 갈등을 다룬다. 객관적인 기록과 저자가 직접 탐문한 경험이 섞여 있어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재치있는 문장이 많아서 읽기 지루하지 않다. 읽다 보면 성실히 연구했다는 티가 난다. 실제로 책을 쓰는 데 9년이 걸렸다. 출간 당시에는 문화차를 자세히 다룬 책으로 의학계에서도 많이 읽혔다.
'리아'는 라오스에서 미국으로 이민한 몽족 가족의 여자아이로, 생후 3개월부터 간질 발작을 겪었다. 고향에서라면 무당의 자질이라고 봤겠지만 미국에서는 그냥 병이다. 책의 원래 제목(영혼이 널 붙잡으면 너는 쓰러진다)는 리아의 모습을 딴 것이다. 리아는 간질만이 아니라 온갖 증세로 고생하느라 병원을 수시로 들락날락한다. 그만큼 리아의 부모와 미국인 의사의 갈등도 심하다. 작게는 환자와 의사의 대립이고, 크게는 몽족의 문화와 미국 의료체계의 문제.
문화차가 야기하는 문제는 매우 치명적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 예를 들면 몽족은 아이를 낳으면 집 근처에 태반을 묻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아이가 죽었을 때 영혼이 집을 찾아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빈민가에서는 마당은 커녕 콘크리트 주차장밖에 없다. 몽족에게도 미국인에게도 컬처 쇼크였을 것이다.
거기다가 유럽계와는 달리 말도 전혀 안 통하고 글도 못 쓴다. 리아의 부모는 영어를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료기록마다 쓰인 이름이 다르다. 당연히 리아에게 정해진 시간마다 복잡하게 약을 챙겨 먹이는 지시를 따를 수도 없었다. 대신에 여러 약재를 푹 고아서 먹이는 민간 치료법을 택했다. 당연히 병원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의사가 성실하게 치료하려 할수록 그렇다. 리아의 부모는 아동학대로 고소당해 리아를 보호소에 빼앗기기도 했다.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애를 되찾기는 했지만, 몽족으로선 미국인들을 불신하기에는 충분한 일. 앤 패디먼은 관찰자 입장에서 이런 갈등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설명한다.
6. 작품 목록
번역작- <서재 결혼시키기> (지호, 2002)
- <세렌디피티 수집광> (행복한상상, 2008)
- <리아의 나라: 몽족 아이, 미국인 의사들, 그리고 두 문화의 충돌> (윌북, 2010)
전체 출간작
- The Spirit Catches You and You Fall Down - A Hmong Child, Her American Doctors, and the Collision of Two Cultures (FSG, 1998)
- Ex Libris (Penguin, 2000)
- Ex Libris: Confessions of a Common Reader (FSG, 2000)
- The Best American Essays 2003[7] (HMH, 2003)
- Rereadings: Seventeen Writers Revisit Books They Love[8] (FSG, 2005)
- At Large and at Small: Familiar Essays (FSG, 2007)
- Sociology of Health And Illness 7e + Spirit Catches You (Worth Pub, 2008)
- At Large and at Small: Confessions of a Literary Hedonist[9] (Penguin Books, 2008)
인터뷰
[1] 영화 <퀴즈 쇼>(1994)에 나오는 명문 학자 집안의 천재 찰스 반 도렌의 아버지다. 교양 있고 학식이 높은 학자 타입의 그 사람.[2] 앤이 몽족(=먀오족, 묘족) 전통 신부의상을 입었을 때, 이 모습을 본 조지는 바로는 아니지만 결국 나중에 청혼했다고 한다. 옷을 입혀줬던 몽족 아주머니는 옷이 효험이 있지 않냐며 좋아했다고.[3] http://theamericanscholar.org/[4] 라틴어로 '~의 책에서' 라는 뜻. 장서표(藏書票, bookplate)를 가리키는 말이다. 책의 소유권자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었다. 글 안에 쓰일 경우는 인용의 출처를 나타낸다.[5] 1982년생. 2012년 8월에 서른 살의 나이로 사망했다.[6] Hmong으로 표기한다. '묘족'은 산에 사는 야만인이라는 모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책에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동이'가 동쪽 오랑캐라는 뜻인 것과 비슷한 방식.[7] 편집자로 참여.[8] 편집자로 참여. 문학비평집.[9] 펭귄에서 나온 개정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