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는 생각했습니다.
1. 개요
1988년에 만들어진 스톱모션 실사 영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강국인 체코의 영화다. 이 영화 자체는 실사 파트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파트가 혼재되어 있다. 감독인 얀 슈반크마예르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거장.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이면서 [1] 1989년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장편영화상까지 수상했다.[2]2. 특징
영화의 원작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상당히 독특한 작품이지만, 이 영화는 거기서 더 나아가 매우 기괴하고 난해하다.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로 유도하는 흰 토끼는 박제[3]일 뿐더러 톱밥이 후두둑 떨어지는 자기 배를 열어 그 안에 들어있는 시계를 보며 "늦었어, 바쁘다 바빠." 를 연발한다.시계를 꺼내보고는 다시 바느질을 해서 꿰매기도 한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의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부분에서 앨리스가 선반의 마멀레이드 잼을 꺼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는 마멀레이드 잼 안에 압정이 섞여있다. 그 밖에 물약이나 타르트[4] 등 앨리스가 뭔가를 마시거나 먹으면, 몸의 크기가 커지거나 줄어든다.
그리고 앨리스에게 늘었다 줄었다 버섯을 알려주는 애벌레는 양말에 솜을 넣고 의안과 틀니로 만든 혐오스러운 디자인을 자랑하며, 심지어 버섯은 그냥 나무로 된 모형이다. 여기서 절정은 티파티의 멤버 삼인방인데, 기분나쁜 디자인의 목각인형이 끊임없이 같은 행동과 대사를 반복한다. 앨리스가 작아지면 앨리스의 외형과 닮은 비스크돌로 교체되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진행되고, 토끼 일행들에게 잡혀 다시 커져서 끌려가는 장면은 섬뜩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진짜 카드로 된 하트의 여왕이 "저놈의 목을 쳐라" 라고 말하면 가위로 진짜 목을 자른다. 더 웃기는 건 목을 쳐도 움직인다. 그것도 멀쩡히! 갑자기 접시가 날아 오질 않나, 아기인 줄 알았더니 새끼돼지가 나오는 등
공간적인 배경은 원작 동화에서의 펼쳐진 넓은 공간이 아니라 어떤 한 건물로 추측되는 곳에 줄곧 갇혀서 진행된다. 방도 칙칙한 시멘트 벽으로 이루어진 회색 방이라 폐소공포증을 유발할 지경.
마지막은 원작 앨리스처럼 앨리스가 꾼 꿈이었지만 원래대로 전시용 유리관 안에 있어야 할 박제 토끼는 여전히 없고 토끼가 집어 넣은 옷장 안엔 가위만이 남아 있었다. 앨리스가 가위를 집어 들고 토끼가 항상 지각을 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며 그 벌로 목을 베어야겠다고 속으로 되뇌이며 영화가 끝나 끝까지 찝찝한 여운을 남긴다.
3. 기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원작으로 하는 많은 영화들 중에서도 상당한 수작으로 아동이 보기엔 좀 기괴하지만,[5] 여러모로 인상적인 영화라 체코 외에서도 나름 컬트적인 인기가 있으며 해외수출판은 기본적으로 영어 더빙이 되어있다. 하지만 한국판은 더빙뿐만 아니라 자막도 찾기 힘들다.상기되었듯이 작중에서 나오는 대다수의 동물들은 박제이거나 해골이거나 한다. 그리고 그것들 중에는 동물 머리뼈 + 비둘기 박제 닮은 디자인을 자랑하는 말도 있다.[6] 엘리스가 작아질 때마다 변하는 인형의 디자인도 귀엽다기보단 좀 기괴한 편이다.
작중 앨리스는 원작과 달리 서랍으로 이동을 자주 한다. 물론 원작처럼 문고리 잡고 이동하는 경우도 많다.[7] 덤으로 서랍이 나뭇잎을 마구 빨아들이거나 하는 경우도 있고, 툭하면 서랍고리가 빠지기도 한다(…) 또한 배경도 원작과 달리 꽤 황폐하거나 음산해서 꼭 폐허같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앨리스의 입장에 서서 감상해보면 꽤 무서운 일들이 많지만 가장 가관인 건 초반에 앨리스가 자기 눈물로 가득찬 방 안에 갇혔을 때 튀어나온 생쥐가 하는 짓이다. 이 생쥐, 앨리스의 머리 위에서 그녀의 머리칼을 잘라내 불을 지피고 솥을 걸어놓은 다음에 요리를 한다![8]
그리고 작중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거의 없고, 나레이션을 할 때 마다 그들의 대사나 심정, 등이 간간히 나오는 편이다.[9]
사실 작중 내용은 기괴한 점을 빼면 꽤나 모호한 편이지만 일부 리뷰에서는 아이의 불안 그 자체를 스토리에 담아냈다고 리뷰하기도 한다.
[1] 단편은 그 이전부터 만들어왔다.[2] 앨리스[3] 다른 동물들 중 대다수도 박제에다 해골을 조합한 것들이다.[4] 일본어 번역에선 쿠키로 번역되었다.[5] 동물들 디자인도 기괴하고, 하는 짓도 참 기괴하다. 몸에서 톱밥이 떨어지는 박제동물들이 움직이는 꼴을 보면 이런 거에 약한 사람은 제법 소름이 돋을 지경. 특히 동물들이 모여서 집 안에 숨은 앨리스에게 돌을 던지는 장면을 보면 좀 많이 무섭다.[6] 농담이 아니라 생긴 건 분명히 새인데(머리뼈는 쥐와 유사하다) '히히힝' 하는 소리가 난다! 마차를 끌고오는 포지션도 영락없는 말 그 자체. 그리고 마부는 작은 해골이다.[7] 서랍 안에도 이상한 게 들어있는게 많다. 금속으로 된 컴퍼스나 자라던지, 옷핀이라던지. 평범하게 열쇠가 들어있기도 한다.[8] 앨리스 본인도 이건 좀 심하잖아!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바로 머리를 물에 담궈서 불을 꺼버린다. 잘못하면 애 머리에 불 붙어서 화상을 입을 뻔 했다(…) 아역배우는 무슨 생각으로 이걸 찍었을까[9] 나레이션에서 클로즈업 된 아이의 입은 앨리스를 맡은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의 것이다. 당시 담당 배우는 이빨이 빠졌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