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연서(連書)는 훈민정음에서, 순경음(脣輕音)을 표기하기 위하여 순음자(脣音字) 밑에 ‘ㅇ’을 이어 쓰는 일. ‘ㅱ’, ‘ㅸ’, ‘ㆄ’, ‘ㅹ’ 따위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현대에는 잘 사용하지 않으나 ㅸ, ㆄ, ᄛ 등과 같이 순경음, 탄설음을 나타내기 위한 표기법이다. 이러한 연서나 합용병서 표기는 외래어 표기 쓰일 수 있는데, 창제 당시에는 중국어 같은 외래어만을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오늘날에는 다른 외래어에도 확장되어 쓰일 수는 있겠다.
물론 현대 외래어 표기에는 어디까지나 현용(現用) 자모만을 쓸 뿐, 국어에 없는 음운을 나타내려 굳이 옛 자모를 부활시키진 않으므로,[1]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에 있는 일일 뿐이다. 외래어는 어디까지나 한국어의 음운 체계에 맞게 국어화된 단어일 뿐이며[2] 무리한 원음 재현은 의미가 없다.
2. 외래어 표기
동국정운 표기에서 중국음에 가까운 이상적 한자음을 표기하기 위해 순음자(ㅁ, ㅂ, ㅃ, ㅍ)나 반설음자(ㄹ) 아래에 'ㅇ'을 더하는 방식으로 연서법을 체계화하였다. 非(ᄫᅵ) 등의 표기가 그 쓰인 예이다. 다음은 훈민정음의 순경음의 예이다.36자모상의 전통적 오음[3]에 기반한 분류 | 현대 음성학에서의 조음 위치에 기반한 분류 | 전청(무성무기음) | 차청(무성유기음) | 전탁(유성무기음)[4] | 차탁(공명음) | |
순음(脣音) | 중순음(重脣音) | 양순파열음 | 幫(방) ㅂ /p/ | 滂(방) ㅍ /pʰ/ | 竝(병) ㅃ /b/ | 明(명) ㅁ /m/ |
경순음(輕脣音) | 순치음 or 양순마찰음 | 非(비) ㅸ /f/ | 敷(부) ㆄ /fʰ/ | 奉(봉) ㅹ /v/ | 微(미) ㅱ /ɱ/ |
잘 알려져 있지는 않고 옛 문헌에도 거의 등장하지 않으나, 반설음(半舌音)자 'ㄹ' 밑에 'ㅇ'을 쓴 'ᄛ'도 있다. 순음(脣音)자에 'ㅇ'을 연서하면 '순경음(脣輕音)' 글자가 되듯이, 'ᄛ'은 '반설경음(半舌軽音)'이라고 했던 모양("훈민정음" 중 '합자해(合字解)'). 기존의 'ㄹ'은 자모 체계상 설측음(舌側音) /l/를 의도하고 창제한 것이며, 'ᄛ'은 모음 사이에서 가볍게 혀를 튀기듯 발음되는 탄설음(彈舌音) /ɾ/에 해당한다. 이를 반영하여 표기하면 '달'과 같은 경우 그대로 '달', '다리'는 '다ᄛᅵ'가 된다. 그러나 당시 /l/든 /ɾ/든 같은 음운의 변이음에 불과하다고 보았는지,[5] 음성적으로는 차이가 있음을 인지했음에도 굳이 구별해서 표기하진 않았고 똑같이 'ㄹ'로만 표기하였다.
[1] 기억의 부담도 크고, 부활한 자모가 언중 사이에서 제대로 발음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지금까지의 표기가 옛 표기가 됨으로써 발생하는 검색과 자료 관리의 번거로움은 덤.[2] 사람으로 치면 귀화자 정도로 비유할 수 있다.[3] 아·설·순·치·후음(牙·舌·脣·齒·喉音)을 이른다. 설음은 설두음(舌頭音)과 설상음(舌上音), 순음은 중순음(重脣音)과 경순음(輕脣音), 치음은 치두음(齒頭音)과 정치음(正齒音)으로 세분하였다.[4] 이 열에서의 각자 병서(같은 자음을 옆으로 나란히 쓴 자모)는 한국어의 된소리가 아니라 중국 중고음의 유성무기음을 나타낸 것으로 보아야 한다.[5] 이것은 현대 한국어에서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