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엽록소 형광(Chlorophyll fluorescence)이란 식물의 광합성 색소인 엽록소에서 발생하는 형광 현상을 말한다. 엽록소에서 발생하는 형광은 엽록소가 짧은 파장인 파란색~보라색 빛 또는 자외선을 흡수한 뒤 파장이 긴 빨간색의 빛을 방출하는 특징을 가진다. 많은 색소들이 형광 현상을 보이므로 이 자체는 딱히 특별한 것이 아니지만, 엽록소 형광은 광합성 과정을 비파괴적으로 매우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수단으로 큰 의미가 있다.2. 원리
식물의 광합성 과정 중 광반응(light reaction)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단계들로 이루어진 고에너지[1] 화학 과정이다. 화학반응을 구성하는 고에너지 중간 물질들(high energy intermediates)은 언제든 식물의 광합성계를 파괴할 수 있으며,[2] 식물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광합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류 에너지[3]를 방출하는 다양한 보호 기작(defense mechanism)을 발달시켰다. 엽록소 형광은 그 중 하나로, 식물은 흡수한 빛 에너지 중 본래의 광화학반응(desired photochemical reaction)에 사용되지 않은 잔류에너지를 열, 인광, 형광으로 방출시킨다.[4] 엽록소 추출물은 흡수한 빛을 당연히 광합성에 사용하지 못하므로 대부분 형광으로 방출하지만, 살아있는 식물의 잎은 대부분의 빛을 광합성에 쓰고 극히 일부의 빛만[5] 형광으로 방출한다. 이러한 현상은 19세기에도 알려져 있었다.3. 특징
엽록소 형광은 식물이 광합성에 못 쓴 에너지를 방출하는 경로이므로 광합성이 정상적으로 잘 진행될 때는 방출량이 적고, 광합성에 문제가 생기면 형광이 증가한다.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형광을 측정하면 식물의 광합성 능력과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더구나 빛은 열과 같은 다른 물리량과는 달리 완전히 비파괴적으로 매우 쉽게 정밀하고 정확한 측정[6]이 가능한데다 엽록소 형광은 광합성이 일어나는 식물 광계의 반응중심(reaction center P680, P700)과 엽록소 안테나(LHC II, LHC I)에서 직접 발생하기 때문에 열화되지 않은 직접 정보를 담고 있다. 단순한 방출량 뿐 아니라 외부에서 특정하게 조절한 빛[7]을 공급했을때 이에 반응한 시간에 따른 방출 패턴은 식물의 내부 광합성 기작과 각각의 반응 상태에 대한 엄청나게 풍부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4. 역사
엽록소 형광이 처음 발견된 것은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타나시우스 키르허는 1646년에 콩 잎 추출물에 파란 빛을 비추면 노란색[8]으로 보인다는 것을 보고했고, 1834년에 데이빗 브루스터 경은 옅은 월계수잎 추출물에 강한 햇빛을 비추면 빨간색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 때의 연구자들은 이를 빛의 확산에 의한 현상으로 생각했지만 1852년에 조지 가브리엘 스톡스 경[9]은 이를 형광에 의한 현상으로 정확히 해석했다. 그리고 N.J.C. 뮬러는 1874년에 살아있는 식물 잎은 엽록소 추출물보다 형광이 훨씬 약하다는 것을 통해 엽록소 형광이 식물의 광합성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엽록소 형광의 현대적인 의미를 처음 보고한 것은 1931년 10월 19일 한스 카우츠키와 A. 허쉬의 논문이다(Kautsky and Hirsch, 1931). 이들은 빛을 비추었을때 형광의 강도가 시간 및 광합성 저해물질의 투입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최초로 보고했다. 이를 카우츠키 효과(Kautsky effect)라고 하며 fluorescent transient, kautsky induction, fluorescence induction, fluorescence decay 라고도 부른다.
이어서 1963년 루이스 다이센스와 스위어스가 fluorescence transient의 시간축을 로그스케일로 분석했을때 빛의 강도에 따라 형광이 여러 위상을 가진 독특한 induction transient를 가진다는 것을 발견하여 현대적인 엽록소 형광 분석을 창시했다(Duysens and Sweers, 1963).[10]
5. 용도
OJIP induction을 이용한 Fv/Fm 분석, PAM 등을 이용한 photochemical kinetics 분석 등에 사용된다.[1] 광계2는 생물계에서 가장 강력한 산화효소이며 광계1은 생물계에서 가장 강력한 환원효소이다. 이 둘이 같이 일하는게 광합성의 광반응이다.[2] 이때 파괴되는 광계2의 D1 단백질은 생물계에서 가장 빨리 합성되는 단백질이다.[3] 단순히 사용되지 않은 에너지 뿐 아니라 화학반응이 진행되다가 잘못되어 더이상 화학반응이 진행되지 않고 남은 중간산물들도 포함[4] 자동차를 예로 들면 터보차저 엔진의 블로우오프 밸브와 같은 용도이다.[5] 4% 이내[6] 연구실 단계에서는 피코초 단위의 측정이나 개별 광자 단위의 측정도 일반적이다. 마이크로~밀리초 단위의 측정 정도는 아두이노만 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다.[7] modulated light[8] 추출물의 농도가 아주 높아서 그런 것으로 추정된다.[9] 형광의 원리를 발견한 스톡스 이동(stokes shift)의 그 스톡스이다[10] 단순히 현상을 발견했을 뿐 아니라 이들은 지금까지도 사용되는 현대적인 quenching 모델을 만들었고 광계2 donor side의 메커니즘을 정립했다. 광계2 acceptor side는 1970년 피에르 졸리오와 베셀 콕에 의해 정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