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hiolite
1. 개요
오피올라이트란, 판의 수렴에 의해 마그마 형성지에서 이탈하여 주변암과 이질적인 관계를 갖는, 상부맨틀과 해양지각의 파편을 말한다.[1] 쉽게 말해, 과거에 수면 아래 놓여 있던 해양 지각 일부가 어떤 이유에서 수면 위 혹은 대륙지각 위에 드러나 있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는 중앙해령 구조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으나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암상과 지구화학적 특성을 갖는 오피올라이트가 발견되면서 오피올라이트는 다양한 지구조 환경에서 형성될 수 있음이 알려졌다.2. 역사
오피올라이트라는 용어는 Alexandre Brongniart라는 프랑스 광물학자에 의해 1813년 처음 사용되었다. 당시 그는 녹색[2] 암상[3]을 가리켜 오피올라이트라고 기재했다. 하지만 곧 그는 이 단어를 이탈리아 아펜니노 산맥(Apennines)에서 발견되는 일련의 화성암 조합을 가리키는 말로 썼다.오늘날 말하는 오피올라이트의 암석 조합은 사실 구스타프 스테인만(Gustav Steinmann, 1856-1929)에 의해 그 기초가 잡혔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알프스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산맥에서 종종 감람암과 반려암 그리고 휘록암 및 현무암[4]이 해양저 퇴적층과 함께 발견되는 것에 주목했다.[5][6] 이 조합은 널리 알려져 "스테인만 삼위일체(Steinmann's trinity)"라고도 불렸다.
1950년대에 이르러서 이 삼위일체를 구성하는 감람암은 단순한 동일 마그마 기원의 암석이 아니라, 상부 화성암 이전부터 있던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잡혔으며, 곧 해양 지각의 발달사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암체라는 주장이 강세를 얻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이르러 판구조론이 대두되는 과정 속에서 해양 지각이 관심을 받으며 많은 지진파 자료가 누적되기 시작했는데, 이 때 이 지진파 자료와 오피올라이트의 상관관계가 주목받았다. 이에 따라 1972년에 학회가 열리면서 이상적인 오피올라이트의 형태를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오피올라이트는 감람암, 반려암, 암맥층(sheeted dyke complex), 그리고 현무암 및 해양저퇴적층이 층층이 쌓인[7] 조합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해양 지각이 만들어지는 형성 모델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키프로스(Cyprus) 섬에서 발견되는 Troodos 오피올라이트를 필두로, 특정 오피올라이트들은 해령에서 나타나는 지구화학적 특성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8] 이 문제는 1950년대에 헤스(Hess)가 의문을 제기한 것이기도 했는데, 이는 당시 정의되었던 전형적인 오피올라이트와는 다른 새로운 오피올라이트 형성 메커니즘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이 관점에 따라 전 세계 오피올라이트의 지구조 환경을 밝히는 연구가 이어졌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거의 모든 지구조 환경에 의한 오피올라이트가 보고되어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오피올라이트는 그것이 형성된 지구조 환경과는 무관하게, 다른 "이질적인(allochthonous)" 곳에 놓인 해양 지각과 그 아래의 맨틀 조각이라 생각하고 있다.
3. 암상 및 구조
오피올라이트는 '층서'[9]상 가장 아래쪽에 맨틀에 해당하는 암석이 놓인다. 맨틀은 가장 기본적으로 감람암을 말하는데 맨틀이 겪은 지질학적 현상에 따라 다양한 암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별 일 없었던 맨틀은 단사휘석이 풍부한 러졸라이트(lherzolite)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맨틀이 부분 용융을 거쳤다면 단사휘석이 적은 하즈버가이트(harzburgite)가 발견될 것이다. 혹은 용융물에서 침전된 감람석으로 구성된 더나이트(dunite) 암맥이나 암괴가 함께 발견될 수 있다. 혹은 특정 용융물과 반응하면서 휘석만으로 구성된 암맥[10]이나, 용융물에서 집적되어 만들어지는 집적암으로서의 초고철질암이 나타나기도 한다.[11] 이와 같은 다양한 맨틀 암석은 지표로 옮겨지는 과정 혹은 단층 및 절리를 따라 침투한 해수 등에 의해 종종 사문석을 잔뜩 가진 사문암으로 변질되어 나타나기도 한다.오피올라이트에서는, 이와 같은 맨틀 암석과 지구화학적, 시기적으로 연관된 관입암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이상적인 오피올라이트 구조에 따르면, 맨틀암 위에 고철질(mafic) 심성암[12]이 놓인다. 물론 실제로 여러 오피올라이트에서는 맨틀 암석과 심성암체가 혼재하며 이런 점이적 변화 지대(transition zone)를 거치면서 서서히 고철질 심성암으로 가득한 하부지각층으로 변해간다. 이 점이적 지대가 사실 흔히 말하는 모호면이 되는 것인데, 많은 경우 이상적인 것과 달리 실제 모호면은 대체로 딱부러지는 면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반려암으로 대표되는 이 심성암체는 지각 상부에서 일어났을 다양한 화산 활동의 공급원 마그마였다. 많은 심성암은 관입하는 여러 암맥에 의해 잘려 있기도 하고 이전의 암맥을 절단시켜 관입하고 있기도 하는 등 다양한 화성활동의 증거를 보인다. 이상적으로는 심성암체 위에 판상 암맥 다발(sheeted dyke swarm)이 놓이게 되지만, 실제로 이 암맥 다발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필요한 지구조적 힘의 균형이 무척 까다로운지라 대부분의 오피올라이트에서 암맥 다발은 흔하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그 위에는 암맥 혹은 심성암이 공급하여 분출한 화산암이 놓인다. 일단 주로 현무암이 분포하는데, 현무암의 지구화학적 특성은 이 오피올라이트가 해양 지각일 당시 놓였던 지구조적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초기 현무암은 보통 물 속에서 분출했을 것이므로, 현무암이 배게 용암인 것이 가장 흔하지만, 맨틀 플룸과 관련된 다량의 현무암이 나타나는 환경이었다면 무척 규모가 큰 현무암층이 발견되기도 한다. 섭입대 환경이었던 오피올라이트는 섭입대 환경이 지속됐던 시간에 따라 더 진화한 화산암, 예컨대 안산암 등이 발견된다.
요컨대 오피올라이트는 가장 하부의 감람암에서 시작하여 일련의 초고철질, 고철질 및 산성질 관입암 및 화산암이 놓이게 된다. 가장 하부의 감람암은 맨틀을, 그 위의 다양한 화성암은 지각을 구성하던 부분이다. 이들은 서로 지구화학적, 암석형성상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어야 한다.
4. 형성 과정
오피올라이트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양지각의 일부가 해수면 위, 즉 지표까지 드러나야한다. 이 때문에 오피올라이트는 필연적으로 압등(obduction)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판구조론에서 압등이란, 판이 어떤 판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도리어 올라타는 것을 말한다. 이 압등 과정은 한쪽 판의 물질이 반대편 판에 얹어져야하기 때문에 판끼리 충돌하는 곳에서 일어난다.압등 과정은 몇 가지 가능한 메커니즘이 있다. 하나는 힘을 잃은 해령이 섭입대로 전환되면서 해령의 한쪽 해양지각이 나머지 한쪽에 얹어지는 것이다. 또 섭입대에 들어서는 판이 침강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 섭입대가 불안정해지고 이 때 상부판 혹은 하부판에 있던 해양지각이 지표까지 들어올려지는 경우이다. 이 외에도 충돌대가 만들어지면서 그 충돌대에 해양지각이 끼어들어 지표에 드러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압등 과정은 오피올라이트에 해당하는 암석층이 이미 다 구축된 이후에 일어나는 것이다. 오피올라이트 자체의 형성은 그보다 더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 즉, 오피올라이트가 대변하는 해양지각 그 자체의 형성은 압등 이전에 이뤄진 것이다.
오피올라이트 암층의 형성은 크게 섭입대와의 연관성이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세분된다. 섭입대와 연관이 있는 경우에는 섭입대의 상부판이 인장력을 받으면서 상부판에 새롭게 해양지각이 구축되고 그것이 압등될 때 발견된다. 오늘날 섭입대는 마리아나 해구를 필두로 새로운 해양지각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곳임이 새롭게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오래 전에는 그저 해령의 산물로만 알았던 오피올라이트가 오히려 섭입대의 산물이라는 것이 정립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오피올라이트는 고전적인 해석에 따른 해령의 산물일 수도 있다. 섭입대와 무관한 오피올라이트의 경우에는 대륙 연변부, 해령, 열점 등의 영향 아래에서 구축된 해양지각이 지표에 노출된 경우를 포함한다.
5. 산출지
오피올라이트는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며, 보통 초대륙의 형성과 분열과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이는 대규모 조산운동이 수반될 때 오피올라이트가 많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가장 유명한 오피올라이트로는 오만 북부에 있는 Semail 오피올라이트이다. 또한 알프스 오피올라이트 역시 유명하며, 키프로스 섬에 있는 Troodos 오피올라이트의 경우, 섭입대와의 연관성이 가장 먼저 제시된 오피올라이트로서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Miyashiro, 1973).
이외에도 남아메리카 남단의 Taitao 오피올라이트, 캐러비안 해 인근을 따라 분포하는 오피올라이트들, 애팔래치아 산맥 북단, 일본, 필리핀, 타스마니아, 히말라야 산맥,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도 오피올라이트가 보고되어 있다(Dilek and Furnes, 2011).
[1] Dilek and Furnes, 2011, Ophiolite genesis and global tectonics: geochemical and tectonic fingerprinting of ancient oceanic lithosphere, GSA Bulletin v. 123(3/4) 387-411.[2] 보통 녹색이 뚜렷한 매끈한 암석은 뱀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지 뱀과 관련된 어휘가 이름에 붙곤 했다. 오피올라이트 단어를 구성하는 ophis- 역시 뱀이라는 뜻이다. 한편, 그가 표현한 당시 녹색 암석을 구성하는 광물은 사문석(serpentine)인데, 사문석 역시 뱀(serpent) 같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3] 사문암(serpentinite)으로 주로 구성된 복잡한 암석을 표현하기 위해 도입했다.[4] 변질을 받아 보통 스필라이트(spilite) 상태로 관찰되었다.[5] 오늘날 지질학에서 널리 알려져 있듯이, 감람암은 맨틀의 주구성 암석이며, 반려암과 현무암은 해양 지각의 주구성 암석이다.[6] 그는 1927년 이 조합을 지향사(geosyncline)축에 관입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물론 이 지향사라는 개념은 판구조론이 존재하기 전, 오늘날은 버려진 이론이다.[7] 퇴적암과 같은 층은 아니지만 마치 층과 같은 구조라 하여 pseudostratigraphy라고 부른다.[8] Miyashiro, A., 1973, The Troodos complex was probably formed in an island arc. Earth and Planetary Scicnec Letters 19, 218-224.[9] 퇴적암이 아니므로 진짜 층서(starta)는 아니다. 그렇지만 후술한 순서에 따른 수평방향에 대한 연장성이 상당히 좋아야하므로 층서에 빗대곤 한다.[10] 웹스터라이트(websterite) 혹은 사방휘석암(orthopyroxenite) 등이 가능하다.[11] 이와 같은 암석의 정의는 감람암 항목의 도표를 참고하라.[12] 반려암이 기본이지만, tonalite, troctolite, norite 등도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