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풍종호의 무협소설 『지존록(至尊錄)』에서 풍현이 묵연동(默然洞)에 갇혔을 때, 배우는 선가(仙家) 제5위 금단옥로진해(金丹玉露眞解)에 포함된 무공이 옥로진기(玉露眞氣)이다.옥로진기는 옥로수를 그 심상(心想)의 기반으로 삼는 심법을 통해 단련하며, 성취에 따라서 차츰 얻게 되는 효용이 많다. 일성(一成)을 이루면 쾌수(快手)를 얻어 손의 움직임이 수십 배로 빨라지게 된다. 이성(二成)이 되면 중보(重步)를 얻어 한 번 딛는 발에 바위가 부서진다. 삼성(三成)의 철비(鐵譬)는 보통 팔로 전개하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을 뿐, 실제로는 몸의 어느 곳이든 강철같이 만들 수 있다. 더욱이 오감(五感)도 신묘해져 간다.
그리하여 호신강기(護身罡氣)의 경지에 이르면 몸 안에서 금분(金粉) 같은 미진(微塵)을 발출할 수 있게 된다. 드디어 구성(九成)에 이르면 옥로수가 완연히 유려한 자태를 드러낸다. 마침내 대성(大成)하면 옥로수를 경맥(經脈)의 한 점에 집중시켜서 끄집어낸 다음 응축하여 금빛 열매, 말 그대로 금단을 형성할 수 있다. 그 금단을 옥로진기의 강력(罡力)으로 다듬어서 최종적으로 금빛 검의 형태를 만든 것이 금단신검(金丹神劍)이다. 그런 만큼 호신강기를 지닌 자도 맨몸으로 칼을 맞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즉, 옥로진기의 결실인 금단이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로 완성되는 것이 금단신검이다. 처음 쥐는 순간에 옥로수의 형태로 흩어져 있는 옥로진기를 갈무리하여 이뤄지는 형태라 검형(劍形)을 피할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심상에서 태어난 열매이기 때문에 옥로진기의 연성자에게는 그야말로 심금을 울리는 애병이 된다. 그러나 옥로진기를 수련하는 이들은 초반의 효용을 즉각 발휘하기 위해 각자 자신의 개성에 맞는 병기를 고른다. 그것이 항상 검일 수는 없으니, 금단신검이 튀어나오면 처치 곤란일 수밖에······.
그렇기에 몇 대에 걸친 이 난감함을 해결하고자 나온 방법이 금단신검의 형태를 자신이 원하는 병기로 바꾸는 것이었다. 우여곡절(迂餘曲折) 끝에 첫 도전을 성공한 사람이 나왔고, 그 첫 성공자가 남겨둔 이래로 누적된 경험과 일곱 가지의 성공의 실례가 검둔이라는 이름 아래 정리가 되어 검둔팔형(劍遁八形)이 이뤄진다.
원류는 구천현공(九天玄功)이다. 처음 구천현공을 익혔지만, 무도를 멀리한 이에게서 배운 사람이 옥로진기를 습득한다. 그리고 옥로진기를 연성한 사람에게서 배운 첫 제자가 금단신검이라는 강기술식을 성취하면서 스승에게서 떠난다. 그래서 옥로진기를 습득한 스승이 살아있을 적에는 잠시 구천현경(九天玄經)에 포함되었다가 이후부터는 별개의 부류로 나뉘었다. 이에 풍현은 자신이 지존환(至尊環)의 개봉을 통해 이미 구천현마절예(九天玄魔絶藝)를 완성하였으므로, 구천현공이 어느 정도 연성되었으리라 짐작한다. 그 예상은 적중하여 구천현공이 칠성(七成)에서 팔성(八成) 수준에 이르러 있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옥로진기, 금단신검, 검둔팔형을 이른 시일에 성취한다.
2. 검둔팔형
금단신검이 옥로진기의 특성을 그대로 물려받는 데 반해 팔형으로 변형이 된 상태에서는 그 최초 성공자들의 성격을 상당부분 반영하여 새로운 특성이 나타난다. 각각의 변형에 맞는 운용법도 포함되어 있다.- 제1형, 화렴창(火簾槍): 바닥을 찌르는 창날은 곧고 날카로운 형태이며, 천장을 향해 뻗은 창날은 3개의 가지를 치는 호쾌한 형상을 하고 있다. 원래 주인이 과격하면서도 치밀해 불똥이 휘날리는 듯한 창의 공세를 즐기는 편이었기에 화렴창도 불의 장막을 드리우면서 베고 찌르는 형태에 적합한 모양을 하고 있다.
- 제2형, 화천순(花天盾): 꽃의 형상을 큼직하게 만든 듯한 원형의 방패로, 시전자의 성격에 따라 꽃의 모양이 정해진다고 한다. 풍현은 손잡이에서 뻗어 나간 줄기가 휘감고 있는 모양인데, 이 줄기가 방패 위를 달리는 동안에는 온통 가시가 예리하게 돋아 있었다.
- 제3형, 만엽주(萬葉珠): 금단신검의 변형이 얼마나 복잡해질 수 있는가를 실험하다가 성공한 경우이다. 하나씩 만들어진 잎을 10,000개나 오려 붙인 구슬 형태이고, 꼭 기문병기이자 살인병기이면서 원한으로 태어나 복수를 위해 첫선을 보일 때, 어버이라 할 장인마저 죽게 만든 만엽주의 내력에 버금간다 하여 그 이름이 붙었다.
- 제4형, 옥골갑(玉骨甲): 권법을 중시한 금단신검의 연성자가 허술한 자신의 방어를 보완하려고 고안하였다. 가슴팍에 달라붙는 흉갑의 모양에서 시작하여 어깨와 팔뚝을 덮고 최종적으로 배에서 허벅지까지 감싸 안는 갑옷이다.
- 제5형, 만룡퇴(卍龍槌): 만자(卍字) 모양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쇳덩이다. 그 중심에서부터 기어나간 용이 입을 벌린듯한 모습이라 만룡퇴라 일컬어지며, 중심을 관통하는 사슬이 있어 회전시켜 던져 낼 수도 있다. 어지간한 병기는 만룡퇴와 부딪치는 순간에 깨져 나갈 수밖에 없으나, 만룡퇴를 사용할 정도의 괴력을 지닌 자라면 낭아봉이나 유성퇴를 더 잘 쓸 수 있으니, 정작 쓰는 사람은 늘 없다시피 한 병기이기도 하다.
- 제6형, 천쇄부(天碎斧): 도끼자루만도 성인 남성의 키를 넘는 데다 활짝 두 쪽으로 펼쳐진 도끼날은 커다란 박쥐가 날개를 펼치고 머리 한가운데에서 뿔을 쭉 뻗는 꼴을 한 거대도끼이다.
- 제7형, 구소릉(九宵稜): 삼각형을 각면으로 삼는 팔면체이다. 본래의 창안자가 9개의 철담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장기여서 금단신검의 변형으로 나타난 구소릉도 9개로 분화하고, 옥로진기를 이용해 손도 대지 않고 조종할 수 있다. 하지만 운용결을 사용하면 구소릉은 분화와 더불어 나선을 그리며 제각각 움직여 공격과 수비를 하는 비행을 보여줄 뿐, 풍현은 여래신타(如來神打)나 무적대금나(無敵大擒拿)로 비행을 막거나 그냥 지나쳐서 쉽게 팰 수가 있어서 그리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 제8형, 창연궁(蒼燕弓): 산중에서 홀로 거하며 사냥을 주업으로 삼는 사람이 최초 창안자이다. 옥로진기의 성취로 인해 간혹 사냥도구인 활을 부러뜨린 그가 고안해서 심심할 때마다 다듬어 완성한, 실제로는 어떠한 장인도 만들 수 없는 괴기한 변형인 화살 없이 한 손으로 쏘아댈 수 있는 활이다. 하늘빛의 제비가 날개를 접고 팔뚝 위에 달라붙어 있는 모양이 처음 모습으로, 팔을 앞으로 내밀고 옥로진기를 정해진 바에 따라 운행하면 날개를 편 제비 모양으로 변한다. 또한, 제비 머리는 두 쪽으로 쪼개져 화살촉을 내민다. 옥로진기를 계속 운행하면 그 화살촉에서 옥로진기가 투명한 이슬처럼 맺혀 들어가 쏠 수 있다. 보통 철궁보다도 몇 배나 센 화살인 만큼 기력 소모가 극심하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