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직업인, 싱글라이프헬퍼. 내 직업이 생소하다는 것은 인정! 심플하게 정의하자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어쩌다 한 번 겪는 좌충우돌 계약 결혼을 본격적으로, 전문적으로, 공사 구분 깔끔하게 제공하는, 계약 결혼 마스터라고 보면 된다.
결혼은 싫지만, 어쩌다 한 번 당신의 삶에 결혼이 필요할 때, 완벽한 비혼을 꿈꾸는 이 시대 수많은 솔로를 위해 결혼식부터 필요하다면 혼인신고까지! 고객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아, 참고로 일요일은 휴무니 노터치, 무공이 도합 18단이니 선은 넘지 마시길!
왜 이런 직업을 갖게 됐냐는 질문? 수도 없이 들어왔다. 어릴 적부터 결혼은 사랑이 아닌 비즈니스라 배웠다. 24시간이 모자란 고강도 조기교육으로 어디에도 빠지지 않을 완벽한 스펙을 갖추었지만, 누구 좋으라고 이대로 순순히 결혼을 해? 이왕 비즈니스를 할 거면 거국적으로, 아주 제대로! 이기적, 계산적 결혼제도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로 했다.
그런데 일을 13년쯤 하다 보니 안팎으로 부작용이 늘어만 간다. 동서!, 처제!, 새아가!를 외치며 곳곳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ex-시월드에, 등본에 이혼 전적만 12번! 날로 심해지는 진상 손님들까지! 이 좁은 땅에서 이만하면 많이 했다, 은퇴를 결심하며 고객을 하나둘 정리하고 있는데... 5년 차 월수금 장기고객 정지호가 마음에 밟히고, 초절정 인기스타 강해진이 무턱대고 삶에 끼어든다.
상은의 최우수 장기고객이자 모든 게 물음표인 남자. 5년째 월수금 저녁을 함께하는 서류상 남편이지만 상은도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 5년 동안 나눈 말이 채 50마디도 안 되니 그럴 만도. 직업이 무엇인지, 가족은 있는지 전부 다 미스터리! 그의 맑은 눈을 보고 나쁜 사람은 아니겠거니 믿음이 생겼고, 아무 말 없이 저녁을 먹는 월수금이 힐링이 되니 오히려 좋을 뿐.
하지만 곧 은퇴를 앞둔 상은으로 인해 둘의 계약도 종료 예정. 계약 해지 통보를 앞둔 상은은 마음이 복잡하다. '혹시 너무 상처받으면 어쩌지?' '저 맑은 눈에 눈물 고이면... 너무 맘 아플 것 같은데...' 홀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중인데... 별안간 지호의 윗집에 이사 온 유명 배우 강해진이 상은에게 묻는다. "당신 남편 뭐 하는 사람입니까? 그 사람 위험해요. 내가 다 봤다니까!" '5년 동안 겸상을 한 이 남자가 사이코라고?' '내가 저 맑은 눈에 속은 거라고?' 그에 대한 루머에 심란해질 무렵, 점점 지호에게 미묘한 변화가 포착된다. 갑자기 늘어난 말수, 묘하게 다정해진 태도, 해진을 견제하는 듯한 눈빛. 웬수 같은 광남은 상은에게 착각도 병이라고 했지만...
과연 정말 그녀의 착각일까?
본인이 상은에게 밝힌 바에 의하면 이혼법정 판사로 상은의 이혼 소송을 몇 차례 담당한 전적이 있다고 한다. 물론 진위여부는 미스터리.
전 국민이 모두 다 아는 이 남자. 아이돌 출신으로 아시아를 씹어 먹고, 이제는 배우가 되어 할리우드를 넘보는 대한민국 대표 스타. 하지만 팬이고 뭐고 개념 없는 상황엔 참지 않고, 때론 독설을 마구 쏟아내며 전쟁을 불사하는데. 그 모습마저 시대의 흐름과 맞아떨어져 소셜테이너 타이틀까지 꿰찼다.
그야말로 될놈될의 표본…이었으나 연애만큼은 순조롭지 않다. 어릴 적, 치명적 첫사랑 그녀로 인해 다른 여자들에게는 도무지 마음이 가지 않는 것. 혹시나 해서 시작한 연애는 한 달을 못 가 끝나기 일쑤. 끔찍이 아끼는 반려묘에게 첫사랑의 이름을 붙이며 허구한 날 영상통화를 걸어대니 그를 둘러싼 소문과 스캔들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 첫사랑 그녀와 아래층 이웃으로 재회한다.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짝이는 반지를 낀 채로... 첫사랑이 결혼했다는 것만도 충격인데, 그녀의 남편 심상치가 않다. 복도 귀퉁이에 혼자 칼을 휘두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피가 낭자한 사진을 몸에 품고 다닌다.
첫사랑과 사이코의 결혼이라니! 자다가도 피가 마르고 속이 바짝바짝 탄다. 그렇게 해진은 상은을 지키기 위해 생애 처음 필사적 오지랖을 펼치게 된다.
“첫사랑, 첫결혼, 첫이혼” 지호의 처음을 함께 한 옛사랑이자, 상은의 격일 로맨스에 개입한 변호사 정지은
정지호의 마음을 재기불능 상태로 후벼 판 주범. 지호와 비슷한 이름으로 인해 친동생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그 오해가 나쁘지 않았다. 듬직한 지호의 기세에 주변을 얼쩡거리는 진상들도 싹 사라졌기 때문. 그러다 정신을 차리니 그에게 진하게 스며들어 동생이 아닌 아내가 되어 있었고, 또 정신을 차려보니 남보다 못한 전처가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이게 그와의 끝이 아니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다. 자신을 향한 지호의 사랑이 얼마나 특별한지 알았으니깐. 지금은 단지 그 얄궂은 타이밍이 잠깐 어긋났을 뿐!
이혼 후, 지은은 독기를 뿜으며 업계 최고 변호사로 재기에 성공! 강한 엔터의 고문 변호사직을 맡게 된다. 그런데 자신의 클라이언트인 강해진의 아랫집에 지호가 살고 있는 게 아닌가? 과거 자신이 살고 싶다 입버릇처럼 말하던 바로 그 집에서! ‘역시, 우리는 그럴 운명이야!’를 되뇌며 지호에게 다가가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그가 그 집에서 결혼해 5년째 깨 볶고 있단다. 게다가 아내는 또 강해진의 피앙세라니?
‘어차피 정지호는 내 편’인데... 뭔가 단단히 잘못된 거 같은 이 기분은 뭐지? 그날 지은은 처음으로 덜컥 두려워졌다.
딸만 내리 낳던 집안에서 아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화투 치다 들은 아버지가 “광 들어왔다!!!” 소리치며 내친김에 이름까지 ‘광남’으로 지은 귀한 아들. '좋은 부인 만나 행복하게 살기만 해라' 그 소리를 귀에 딱지 앉게 듣던 그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었다. 바로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좋다는 것. 커밍아웃은 절대 할 수 없던 그는 상은에게 SOS를 요청! 1년의 결혼 계약 후 순조롭게 이혼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현재 서류상 남남이 된 그는 상은의 유일한 친구이자 룸메이트.
오랫동안 이나그룹에서 비서로 근무했고, 지금은 서울에서 홀로 떠돌고 있다. 상은과 살가운 관계는 절대 아니지만, 상은의 요청이라면 무엇이든 해결책을 마련해준다. 상은의 핸드폰에 광남 외에 유일하게 저장된 사람이자, 무려 단축번호 1번을 차지하고 있는 그녀. 업계에선 그녀를 티파니 유, 상은은 유마담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