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평

윤세평(尹世平, 尹君平)은 『천예록』, 『어우야담』에 등장하는 무인(武人)이자 신선이다. 조선 중종 때, 사신 자격으로 중국에 가던 중에 한 이인(異人)에게 도술을 배웠다. 그가 철판조각을 겨드랑이에 넣었다가 내면 불에 데운 것처럼 뜨거웠다. 그는 집에 있을 때는 항상 별당에서 지냈는데, 그의 가족들이 그를 두려워 했기 때문이다.

당시 전우치라는 도사가 요술을 부리며 집주인으로 변신해 그 집 부인들과 정분이 나는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전우치를 두려워하자, 윤세평이 나서서 전우치를 쫒아내려 하였다. 전우치는 윤세평의 능력을 두려워하여 그를 피해다녔다. 어느 날, 전우치는 자신의 부인에게 오후에 윤세평이 자신을 죽이러 올 것을 알렸다. 자신이 있는 곳을 알리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자신은 풍댕이로 변하여 집안 장독의 뚜껑 밑에 숨어들었다.
저녁이 되자, 한 아름다운 여인이 전우치의 집에 나타났다. 부인은 전우치가 집에 없음을 알리자, 여인은 자신이 전우치의 오랜 정인(情人)임을 알렸고, 전우치가 돌아오면 전해줄 것을 청했다. 부인은 전우치가 자신에게 거짓말 한 것으로 여기고 몽둥이를 들고 장독대를 내리쳤다. 그러자 풍뎅이로 변한 전우치가 드러났다. 그때, 여인이 갑자기 왕벌로 변하여 풍뎅이를 향해 독침을 쏘고 사라졌다. 독침을 맞은 전우치는 본체로 변하여 죽어버렸다. 그 여인과 왕벌이 바로 윤세평인 것으로 추측된다.

어느 날, 윤세평이 집에서 통곡을 하며 울고 있었다. 가족들이 이유를 묻자, 지금 전라도에 사는 누이가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이의 집이 가난하니 하인들에게 장례준비를 시키고, 밖에 있던 병졸 복장의 인물을 불러 들였다. 그는 들어오자 윤세평에게 엎드려 절을 하였고 윤세평은 편지를 주며 일러준 시간까지 전달할 것을 명했다. 사자는 길을 떠났고, 어둠이 채 내리기도 전에 돌아왔다. 윤세평의 집에서 누이의 집까지 1천리가 넘었는데, 두 세 시간 만에 왕복하여 누이의 장례를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