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와는 대학교 천문 동아리에서 만났다. 영화과 복학생 도현우는 ‘졸업작품의 여주인공이 돼줘’ 라는 한마디로 말을 걸어왔다. 촌스럽고 융통성없다고 생각했지만, 우직하고 신중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수연은 현우의 졸업작품 뿐 아니라, 그의 인생의 여주인공이 되기로 했다.
청순하고 여렸던 대학시절 퀸카는 가사와 육아를 완벽하게 해내는 훌륭한 아내와 엄마이자, 직장에서는 빈틈없고 똑 부러진 팀장으로 인정받는 ‘슈퍼맘’이 되었다.
하지만 호수 위의 우아한 백조도 물 밑은 고단한 법. ‘슈퍼맘’은 유치원에 홀로 남아있을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구두를 신고 달려야 했으며, 퇴근을 하는 것 조차 눈치를 봐야 하고, 밀린 집안일에 아이교육, 남편의 내조에 신경 쓰면서도 회사 업무에도 빈틈이 없어야 했다. 무리였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지선우. 그는 수연에게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며느리가 아닌 온전히 ‘정수연’으로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주며 수연의 마음을 흔들었다.
수연은 지선우를 만나고, 지금 자신은 ‘괜찮지 않다’ 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소중한 가정은 깨버릴 생각은 없다. 지선우라는 낯선 바람을 만나 흔들리게 된 수연, 과연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현우가 일하고 있는 외주프로덕션과 같은 건물에 법률사무소를 둔 변호사. 명문대 법대 출신의 엘리트로, 현우 친구 중 가장 장가를 잘 간 놈이기도 하다.
부자 처갓집에, 아내는 얼굴도 예쁘고, 외동딸에, 집안일까지 완벽하다. 덕분에 윤기는 순식간에 신분상승. ‘개천에서 난 용’이 되었다.
그.러.나. 처갓집 말뚝에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 윤기는 항상 쓰레기 같은 발언을 한다. 장인어른은 평생 ATM기, 아내는 평생 공짜로 부리는 가정부라나.. 게다가 막말도 모자라 윤기는 결혼 초부터 늘 한결같이 바람을 펴왔다. 변호사다운 명석한 두뇌와, 아내덕분에 생긴 재력으로 바람도 전문적으로, 체계적으로 피우고 있는 중. 양다리, 삼다리, 문어다리... 피곤하지도 않은지 레이더에 걸리는 물고기는 다 어장에 담고 본다. 덕분에 별명은 ‘쓰레기’, 또 다른 별명은 자칭 타칭 ‘프로바람러’다.
이것도 기술이라면 기술이라고, 현우와의 친분으로 불륜 프로그램 <위험한 주부들>의 자문변호사로 활동한다. 몸소 익힌 불륜현장의 해박한 지식과 법률자문, 각종 불륜 노하우를 맘껏 펼친다. 모텔에 다녀온 뒤엔 꼭 세차하기, 행선지 기록이 남는 하이패스는 사용하지 않기, 와이파이 목록에 장소 흔적 남지 않게 하기 등 일명, ‘불륜처세술’을 모두 꿰뚫고 있다고 자부한다.
불륜처세술 뿐만 아니다. 불륜을 하기 위해선 또 하나 익혀야 하는 기술이 있었으니, 그것은 특유의 달달함으로 아내의 ‘의심’을 잠재우는 것. 눈웃음 장착하고 아내에게 무한칭찬하기, 작은 일에도 호들갑 떨며 걱정해주기,..등 스테이크까지 직접 썰어주며 아내의 일말의 의심도 잠재워버려야 한다. 좀 고달프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돈, 명예, 그리고 자유로운 불륜라이프를 위해서라면!
“내가 찐득거리거나 집착하거나 그런 스타일은 아닌 거 알지? 근데 왜 친구신청 안받아줘?”
현우와는 대학 영화과 선후배 사이로, 밝고 구김살 없는 캐릭터다. 인사치레로 몇 번 칭찬 좀 들은 것 가지고 ‘PD할 얼굴’은 아니라고 스스로 자부할 정도로 자기애가 강한 게 흠이라면 흠.
3년 전 결혼 했지만, 여느 싱글남 보다 더 쿨하고 자유분방한 라이프를 즐긴다. SNS를 봐도 유부남답지 않게 각종 기술을 구사하며 찍은 셀카와 몇 달을 공들여 구입한 디지털기기와 게임을 자랑하는 게시물 빈도가 높다.
세상에서 자기를 가장 사랑하지만 준영이 또 사랑해 마지 않는 자가 있었으니.. 그것은 대학 선배이자 직장상사이자 정신적 멘토인 현우다. 늘 부족해 챙겨줘야 하는 형이지만, 부러운 점이 많았다. 차분하고 선한 성격, PD로서의 자질, 그리고... 행복한 가정까지. 늘 변함없이 서로를 아끼고 위하는 현우와 수연을 보며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 생각했다. 결혼을 결심 했을 때도, 사랑을 한다면..저 둘처럼 하고 싶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름 현우를 ‘롤모델’로 삼고 있었던 준영에게 수연의 불륜소식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오히려 현우보다 더 흥분하며 날뛰는 바람에 ‘이 구역의 미친놈’ 타이틀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준영을 더 미치게 만드는 사람, 영원한 앙숙 보영! 보영은 유일하게 준영을 하찮게 대하는 존재다. 모든지 다 알고 있다는 그 기분 나쁜 눈빛과 말투를 보면 속이 다 뒤집어진다. 그래서인지 무조건 보영에게만큼은 이기고 싶은 지랄 맞은 승부욕이 발동한다. 덕분에 보영 앞에서는 한없이 찌질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워커홀릭으로, 집보다 회사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다. 뿔테 안경, 질끈 묶은 똥머리에 삼각김밥에 맥주를 끼고 사는 신비감 ‘제로’의 건어물녀.
‘사랑’과는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캐릭터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돌싱이다. 보영이 결혼했다는 걸 아는 사람도 몇 없을 정도로 빨리 갔다 빨리 왔다. 그 이후, 미친 듯이 일에만 파묻혀 사는 워커홀릭에, 화장이라곤 립밤 바르는 게 전부인 건어물녀가 되어 버렸다.
보영에게는 아픈 데만 골라서 찔러대는 직설적인 보영의 ‘화타 화법’이 있다. 고구마 백만 개 먹은 것 같은 상황에서도 사이다 같은 말로 속을 뻥 뚫어준다. 촌철살인 멘트에 보영 앞에선 모두 주눅 들기 마련인데, 단 한 명,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것은 준영이다.
무서운 보영의 일침에도 준영은 깐족거림과 특유의 능글맞음으로 맞선다. 때문에, 물과 기름 같은 성격의 두 사람은 마주쳤다 하면 서로를 물고 뜯는다. 매일 싸우면서도 준영과 보영은 매일 같이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술을 마시고.... 그게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래서인지 인정하기 싫지만 보영에게 제일 편한 사람도 준영이다.
이런 보영과 준영을 두고 누구는 ‘쌈’ 이라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썸’이라 말한다. 과연, 두 사람의 관계는 썸일까..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