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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5-02-02 19:01:11

인생의 절반


1. 개요2. 전문

1. 개요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시.

횔덜린의 가장 유명한 시 중 하나이다. 인생의 절반(유년 시절)은 마치 꿈을 꾸듯 행복했는데 사실 알고 보니 그 꿈은 결국 차갑고 냉정한 현실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시이다.

2. 전문

인생의 절반
Hälfte des Lebens

프리드리히 횔덜린
노란 배들이 달려 있고
야생의 장미로 가득하다
호수 속 그 땅에.
너희 사랑스러운 백조들,
또 입맞춤에 취하여
머리를 담근다
진정 냉정한 물속으로

나에게 아파야 한다, 내가 가진 곳은. 만약
그게 겨울이라면, 꽃들은 그리고 어찌하여
햇볕과
대지의 그늘이 있겠는가?
벽은 서 있다
말 없이 그리고 차갑게, 바람 속
깃발들은 쇳소릴 내고.
Mit gelben Birnen hänget
Und voll mit wilden Rosen
Das Land in den See,[1]
Ihr holden Schwäne,
Und trunken von Küssen
Tunkt ihr das Haupt
Ins heilignüchterne Wasser.[2]

Weh mir,[3] wo nehm’ ich, wenn
Es Winter ist, die Blumen, und wo
Den Sonnenschein,
Und Schatten der Erde?[4]
Die Mauern stehn
Sprachlos und kalt, im Winde
Klirren die Fahnen.[5]

[1] 땅에 노란 배도 달려 있고 야생 장미도 가득한데, 그 땅이 사실 '호수에 비친 땅의 모습'이라는 의미.[2] heilig은 '신성한'이라는 뜻이지만, '진실로, 진정으로, 정말로'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nüchterne은 '냉정한, 썰렁한, 무미건조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heilignüchterne은 이 두 단어의 합성어. '호수에 비친 배 열매와 꽃들'은 멋모르고 가상의 행복을 마냥 꿈꾸었던 시절을 의미하고, '진정 냉정한 물 속으로 머리를 담근다는 것'은 이제 차가운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2연부터는 현실의 냉정한 고통에 대하여 서술한다.[3] Weh dir 가 '너는 당해 봐야 한다 (너에게 아파야 한다)'로 번역되니#, Weh mir 는 '나는 당해 봐야 한다 (나에게 아파야 한다)'로 번역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나는 당해도 싸다'로 번역하지 않고, 뒷 문장 '내가 가진 곳'과 의미가 통하도록, 직역하여 '나에게 아파야 한다'로 번역하였다. 즉, 내가 처해 있는 곳은 나에게 아픔을 주는 이곳 현실 세계이어야 한다는 의미다.[4] 그냥 일시적으로 추운 겨울이 온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렇게 본다면, 환상 속(호수 물에 비친 환상)에 있는 꽃들, 햇볕, 대지의 그늘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 즉, 인생의 풍요로웠던 것들이 그저 꿈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 차가운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5] Klirren은 '도자기나 금속성 물체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나는 것'을 말하는데#, Fahnen은 '깃발들'을 의미해서, 직역하면 '깃발들이 금속 부딪치는 소리를 낸다'로 번역된다. 하지만 '깃발들이 금속성 소리를 낸다'는 것이, 언뜻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하나는 시적인 표현으로, 싸늘한 바람의 날카로울 정도로 매서운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시적으로 마치 깃발이 금속성 소리를 내는 것처럼 쓴 것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그것을 깃발들이 달린 하나의 풍향계로 보는 것으로, 실제 금속 풍향계가 바람에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전자로도 해석할 수 있고 후자로도 해석할 수 있겠끔, '바람 속 깃발들은 쇳소릴 내고'로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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