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1-02-20 03:56:18

자연채무


로마법은 소권 없는 곳에는 권리 없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로마법에서 자연채무는 법률상 유효한 채무가 변질되거나 법률상 채무는 아니지만 법률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의미를 갖는 채무를 통칭하는 개념이었다. 가령 권리 능력이 없는 노예의 약속에 따른 채무, 부자 간의 채무 등은 자연채무에 해당한다. 자연채무는 소구가능성이 없고, 집행가능성도 없으나, 법률적 의미를 무시할 수는 없는 채무다. 그래서 자연채무의 변제는 유효한 변제로 인정되고, 자연채무의 채권을 반대채권으로 상계도 할 수 있으며, 자연채무의 채권에 담보를 제공하거나, 자연채무를 양도, 인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교회법상 자연채무는 도의적 의무를 포함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자연채무란 독일 민법에 따르면 법률상으로 유효한 채무이지만 소구가능성이 없는 채무다. 반면 프랑스 민법에 따르면 급여가 있고 그 반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자연채무가 인정된다고 본다.

자연채무를 소구가능성만 없는 법률상 유효한 채무로 보는 협의의 자연채무 개념에 따르면 우리 민법 제742조, 제744조, 제746조의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의 경우 자연채무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광의의 자연채무 개념에 따르면 비채변제나 불법원인급여의 경우 급여자의 자연채무가 인정된다.

자연채무 개념을 부정하는 일각의 의견도 있다. 소위 자연채무의 사례라고 하는 채권채무관계라는 것들을 보면 그 각각의 특수한 경우의 법리에 의해 설명하면 그만이지, 굳이 일반적 개념으로 자연채무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특수성이라는 것도 비교하여야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러려면 특수성 간의 비교를 가능하게 하는 일반 개념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또한 자연채무 개념과 비교하여 법률상 채무 개념의 의미가 더 잘 드러난다는 점에서, 자연채무 개념을 인정함이 마땅하다.[1]

[1] 남효순 로스쿨 민법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