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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2-28 00:46:49

전시 긴급 출력

1. 개요2. 원리3. 효과4. 한계

WEP, War(time) Emergency Power

1. 개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존재한 개념으로, 전투기의 엔진에 과부하를 줘서 단시간 기존의 최대치를 상회하는 출력을 내는 기술. 미 육군 항공대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었으나 독일 공군이나 영연방 공군에서도 활용되었다.

2. 원리

기본적으로 엔진의 출력을 결정하는 쓰로틀 레버는 플라스틱 판으로 막혀 있거나 일정 구간만을 움직일 수 있게 설계되어 있으나, WEP가 장착된 미군 기체의 경우 잠금을 풀면 기존보다 레버를 더 멀리 밀 수 있게 설계되었다. 이 결과 흡기구를 통해 엔진에 들어오는 공기가 늘어나 상대적으로 출력이 증가하게 된다. 대신 엔진에 과부하가 걸려 위험이 높아진다. 흡기구 근처에 물을 분사해서 물의 기화열로 공기밀도와 혼합비를 높이는 방식[1], 혹은 엔진에 따라서는 밑의 독일 공군 처럼 메탄올과 물 혼합물을 엔진에 분사해서[2] 출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영연방 공군의 경우 옥탄가가 높은 항공유를 일시적으로 사용해 슈퍼차저에 과부하를 걸어 같은 효과를 달성했다. 이런 방법은 주로 요격을 맡는 슈퍼마린 스핏파이어와 같은 기종에 사용되었다.[3]

독일 공군의 경우 메탄올과 물 혼합물을 엔진에 분사함으로써 연료의 연소율을 강제로 향상시키는 MW-50(Methanol-Wasser)과 MW-30이 있고(각각 뒤의 숫자가 메탄올의 비율) 아산화 질소를 주입해서 고고도에서 부족한 산소를 연료혼합물에 보충해주는 GM-1(Göring Mischung 1)이라는 독자적인 체계를 사용했다. 둘다 별도의 분출 장치를 달아야 했으며 MW-50은 저고도에서 큰 효과를 발휘했고, GM-1은 고고도에서 효율적이었다. MW-50은 Bf 109G-6부터 장착되었으며, 주로 장착된 기종은 Bf 109Fw 190이었다. GM-1은 산소가 부족한 고고도에서 산소가 적어 연소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되었지만 MW-50과 다르게 고고도에서만 유용한 특징[4]때문에 사용된 사례가 적다. 여담으로 MW-50과 GM-1을 둘다 장착한 기종은 오직 Ta152 H형 하나뿐이다.

3. 효과

P-51H 머스탱의 경우 지상 실험 결과 기존의 1380마력 엔진 출력을 최대(물 메탄올 주입까지 동원한) 2218마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고,[5][6] P-51D 머스탱의 경우 기존의 1490마력 출력을 교전 시에 평균 1720마력까지 끌어올려서 교전할 수 있었다.[7]

해군 항공대에서 쓰던 F4U 콜세어의 경우 후기형에 WEP가 탑재되어 약 17%에 해당하는 420마력 출력 상승 효과가 있었다.[8]

영연방군이 운용하던 호커 허리케인 Mk1에 WEP를 탑재한 결과 1060마력에서 1310마력으로 약 250마력 출력 향상이 있었다.

독일 공군Bf109 K-4는 MW50 사용시 1370마력에서 1973마력으로 약 600마력이 향상되었다. [9]

4. 한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엔진의 출력을 높일 수 없어 제시된 타개책인 만큼, 한계가 명확했다.

우선, 엔진에 부하가 심하게 걸려 수명이 극도로 단축된다. 영연방 공군 규정에 따르면 최대 5분 이상, 독일 공군 규정에 따르면 최대 3분 이상 WEP를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고, 해당 비행 시에 총 WEP를 몇 분이나 사용했는지 기록해야 한다. 또한 정비병들에겐 WEP 사용 누적 시간이 길 경우 우선 엔진을 기체에서 들어내 새 걸로 교체하고 기존의 엔진은 후방으로 보내 검사를 받게 하도록 매뉴얼이 구성되었다.

또한, 일종의 오버클럭인 만큼 엔진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당시 파일럿의 보고를 보면 규정 시간 이상 WEP를 사용하고도 멀쩡하다는 보고도 있는 반면 WEP를 사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엔진이 말을 안 듣는다던가, 극단적으로는 잠시 엔진이 꺼져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단점들로 인해 제트기가 공군의 주력이 되자 WEP는 애프터버너에 밀려 사라지게 됐다.[10]

AV-8 해리어의 경우 제트기임에도 물을 분사하는 WEP를 사용한다. 그러나 물 자체가 적어서 이착륙시에나 간신히 쓸 정도.


[1] 그래서 현대의 애프터버너도 Wet Power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2] 이쪽을 많이 사용한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물만 쓰면 높은 고도에서 얼어버리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3] 호커 타이푼이나 호커 템페스트와 같이 네이피어 세이버 엔진을 장착한 기종은 저고도에서 강력한 출력을 발휘하는 특성 때문에 그다지 긴급 출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4] 체계 자체의 무게라던지 강화하는 부분의 차이(아산화질소는 산소를 더공급해주고 물/메탄올 혼합액은 흡입하는 공기의 온도를 낮추어서 슈퍼차저의 압축비를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가 있다.[5] United States Military Aircraft since 1909, Gordon Swanborough and Peter M. Bowers, Smithsonian, 1989.[6] Classic Warplanes: North American P-51 Mustang, Bill Gunston, Gallery Books, 1990.[7] Fighting Mustang: The Chronicle of the P-51, William N. Hess, Doubleday, 1970.[8] American Combat Planes, Ray Wagner, Third Enlarged Edition, Doubleday, 1982[9] Prien and Rodeike 1996, pp. 56–165[10] 물론 제트 시대에도 물 분사장치같은 WEP와 비슷한 개념이 사용된 적은 있다. 검은 배기가스를 줄줄 뿜으면서 이륙하는 B707이 이 방식을 사용하고, 드라이 파워, 웻 파워라는 단어도 그에 대한 잔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