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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9-15 14:06:59

제발 그 피부과엔 가지마세요

제발 그 피부과엔 가지마세요
조경아 단편소설
장르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저자 조경아(작가)
출판사 우주라이크소설
출간 정보 2021.10.14 전자책 출간
분량 약 1.5만 자
독점 감상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4618000002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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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작가 조경아가 2021년 10월 리디에서 발표한 단편소설.

친구의 미련하고 지질한 연애담을 옆에서 듣는 것처럼 눈과 귀를 홀리는 소설이다.

작은 방울소리를 내며 병원 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이곳을 박차고 나가고 싶은 충동에서 시달렸다.
이 순간 무엇보다 참기 어려운 것은 사방에 널려 있는 거울이었다.
피부과 대기실 벽은 온통 거울로 둘러싸여 있었고,
천장에 수십 개의 형광등이 한 치의 그림자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현란한 빛을 사방으로 난사하고 있었다.
눈을 뜨면 그 어디를 쳐다봐도 내 볼품없는 얼굴과 눈이 마주치는 끔찍한 상황도 발생했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피부의 흠집이나 트러블보다 마음속 상처가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만 같았다.
거울과 형광등 속에 사람들을 가둬 두는 것이 피부과의 기막힌 상술일 거라는 생각이 들자 속이 다 부글거렸다.
그럼에도 내 엉덩이는 이 불편한 자리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이곳에 온 이유가 너무도 확고해서 엉덩이에 자석을 붙여 놓은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감아도 눈이 부셨다.
그 정도로 형광등 불빛은 강렬했고, 레이저처럼 내 몸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기분이었다.
이런 잔인한 공간에서 자신 있게 고개를 들고 앉아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쨌든 형광등이 햇살처럼 쏟아지는 이곳은 비싼 피부과 치료를 망설이는 여자들에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더 확고하게 만들어 주는 곳임에 틀림없었다.
어쨌든 내게는 혹독하고 잔인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은 늘 그렇듯 천천히 흘렀다.
계속 눈을 감고 있기도 뭐해서 슬며시 떠 보았다.
어떻게든 거울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시선을 잡지책으로 돌리려 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그 잡지책도 덮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잡지책 세상도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눈부신 여자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세상 어디에도 나처럼 평범한 여자는 설 자리가 없는 것일까?
자신감은 없었지만 자존감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나는 자신감도 자존감도 자존심도 없는 사람이었다. 특히 오늘은 더 그랬다.
그때, 그녀가 병원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제발 그 피부과엔 가지마세요>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