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심리학자 브루스 알렉산더가 내세운 중독(addiction)에 대한 이론 속 실험.2. 상세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에서 행동과학을 연구하던 브루스 알렉산더는 기존의 20세기 초의 문헌들을 뒤적이다 "시궁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쥐는 모르핀 희석액과 그냥 물을 함께 주면 모르핀 희석액을 미친 듯이 마시다가 마침내는 죽게 된다, 이는 중독의 극명한 사례이다" 라는 내용을 읽었는데, 이 때 그는 마약 중독자 치료소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지금껏 내가 보아 왔던 마약 중독 환자들은 다들 외롭고 사회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 처해 있었다. 쥐들도 어쩌면 비좁은 우리에서 불행하게 지내기 때문에 모르핀에 쉽사리 중독되는 건 아닐까? 쥐들에게 천국 같은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그래도 그들은 모르핀에 여전히 중독될까?"
그래서 그는 쥐 공원(rat park)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푹신한 톱밥이 덮인 넓은 우리, 환한 조명과 따뜻한 온도, 놀이용 터널과 장난감을 배치해 놓았고 공원의 바깥 창살에는 숲 그림이 그려진 초록색 벽지로 둘러 감아서 연구원들이 보이지 않게 했다. 그리고 이곳에 쥐들을 잔뜩 풀어놓고, 그들이 자유롭게 상호작용하면서 자유롭게 놀고, 먹고, 짝짓기도 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 쥐들에게 모르핀 희석액과 그냥 물을 함께 주면서, 디스펜서에 센서를 달아 각 디스펜서에서 쥐들이 물이나 희석액을 마실 때 마다 각 개체별 액체의 섭취량을 기록했다. 그 결과 쥐들은 모르핀을 마시지 않았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로 쥐 공원의 쥐들은 우리 안의 쥐들보다 적게 모르핀을 섭취한다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이에 대해 다른 연구자들은 "그 쥐들은 모르핀에 중독되지 않은 상태였으니 모르핀을 시작하지 않은 것이며, 이미 중독이 된 후라면 환경이 변해 봐야 소용없다, 중독의 병리적 상태는 환경적 요인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내친김에 알렉산더는 아예 57일 동안 강제로 모르핀 희석액만 먹여서 중독시킨 쥐들을 쥐 공원에 풀어 놓고, 이들에게 다시 모르핀 희석액과 그냥 물을 함께 배급해보았다. 보통 시궁쥐들의 평균 수명이 약 3년 정도니 사람으로 치면 거의 4년동안 중독시킨 셈이다.
그 결과, 마찬가지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로 이미 중독된 쥐들이 모르핀 희석액을 섭취한 양이 감소했다. 비록 그의 논문은 사이언스나 네이처에서는 곧바로 게재거부(reject)를 당했지만 대신 그래도 꽤 좋은 저널에 게재됐고, 훗날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가 출간되면서 뒤늦게 재평가를 받았다. 또한 월남파병 용사들이 전투 현장에서 마약에 중독되어 있는 일이 많았는데, 이들이 전장에서 돌아와 가족과 사회의 품에 안긴 후로는 대부분 마약을 끊었다는 것 역시 알렉산더의 가설을 통해 잘 설명된다고 간주되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자면 중독이란 개인의 생리적·병리적 소견일 수도 있지만 사회적, 환경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보자면, 결국 쥐들이 어두컴컴한 쇠우리 속에 갇혀서 불행하게 지내고 있는 환경은 실제 쥐들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잘 대표할 수 없다는 생태학적 타당도의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알렉산더가 만든 쥐 공원은 생태학적 타당도를 높이기 위하여 고안한 연구 환경의 개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치 쇠우리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쥐가 쉽사리 모르핀에 중독된 것처럼, 사람들도 현실과 괴리된 건조한 실험실 속과 같은 환경에서는 현실과는 다소 다른 반응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러한 연구를 통해 알렉산더가 도출하는 주장이 어디까지나 환경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수준을 넘어 마약에는 중독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내용임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