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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0 05:29:44

처음이 가장 중요해요.

1. 개요2. 본문3. 단타니안의 조각난 세계

1. 개요

아카라이브 나폴리탄 채널에서 Sageborn(세이지본)이라는 작가가 작성한 나폴리탄 괴담글이다. 해당 채널을 포함해서 디시인사이드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에펨코리아 미스터리/공포 게시판등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퍼져나가 인기를 끌었다.

2. 본문

원문@
끝은 언제나 비참하니까요. 이런 망해버린 세상에서는.


당신이 이걸 읽고 있다면, 나는 아마 당신 손에 죽었겠군요.
날 편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살아남아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살아있음으로 인해 인류가 아직 멸종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그러니 부디 이 쪽지를 주의 깊게 읽어주세요.
그 전에 소독하는 거 잊지 말구요.
좀비 바이러스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한국어 사용자만 골라 죽이는 망할 놈의
그 끔찍한 뇌-신경 언어 박테리아를 말하는 겁니다.
제발 방독면을 잘 쓰고 있었길 바래요.
아니라면... 미안하지만 당신의 의식이 사라질 때까지
이 쪽지를 손에 꼭 쥐고 있었으면 좋겠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읽어주세요.


1. 놈들은 여기까지는 못 들어와요.
이 시설은 좀비로부터 매우 안전해요.
보통은 장벽 바깥의 살인로봇들이 더 큰 문제죠.
고생 끝에 지옥에서 탈출했다고 생각해도 좋아요.
이래보여도 최소한 바깥보다는 안전하거든요.
따로 무기챙겨왔다면 분해하라고 조언할게요.


2. 이곳은 제어실과 전기실 바로 위에요.
내려가면 바로 입구가 나오죠.
용접된 철문이 있는데, 근처에 용접기도 있을 거에요.
반드시 그 철문들을 열어주셔야 해요. 반드시요.
대체로 지하에서 지내는 쪽이 편할 테니까요.
로봇을 작동시키는 걸 추천해요.
해방 프로그램 덕분에 여기 로봇들은 인간 편이에요.


3. 살아남아야해요. 반드시요.
인간이 일정 수 이하로 줄어들게 되면
기존의 세상으로는 절대로 돌아가지 못해요.
계시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조금이라도 당신한테 살아남을 힘을 주는 게 있다면
심지어, 끔찍한 생각이라도, 소중히 간직하세요.


4. 아르테미스 급 호버 바이크가 있어요.
이 시설에 딸린 엔진룸의 차고에 가보세요.
목적지가 어디든 유사시 탈출할 수 있을 겁니다.
소리가 우렁차다는 점은 명심하세요.
릴레이 좀비 디펜스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도로 위를 재미삼아 달리는 건 참아야 할 겁니다.
망한 세상에서 탈출구 하나쯤은 필수잖아요.
가도 환영해줄 곳은 없다고 봐야겠지만요.



5. 익숙해지기 힘들죠? 바퀴벌레 먹는 거 말이에요.
언제까지고 생존만을 위해 먹을 수는 없죠.
거실(큰 방이요!)에 있는 냉장고를 여세요.
두, 냉동회, 초밥, 샐러드가 있을 거에요.
먹는 것에서 사치를 계속 부리고 싶다면
어항이랑 온실을 관리해주는 것 잊지 말구요.



6. 고통을 줄일 방법은, 알다시피, 딱 하나밖에 없어요.
립타이드 같은 놈들한테 물렸다면 말이에요.
되도록 의약품은 아끼도록 하세요. 얼마 없으니까.
지난 세월동안 함께 해온 동료를 잃을 상황이라면,
마음 단단히 먹고 그냥 머리에 총알을 박아주세요.


7. 글자들을 꼭 겁낼 필요는 없어요.
말할 때도 언어병이 도진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고기덩이들을 싹 죽여버리려는 로봇들에 비하면
글자를 읽으면 죽는 병 같은 건 사실 양반이죠.
임상 실험 된 사실이니 믿어도 좋아요.
믿지 않는다고 해도 글 없이 살아가긴 힘들 거구요.
어쩌다가 감염되도 특정 언어에만 반응하니
제명에 못 죽을 것처럼 걱정할 필요 없어요.
발병하더라도 정말로 죽을 지는 아무도 몰라요.



8. 읽는 건 정신을 추스르는데 도움이 돼요.
어라, 위에 이미 적은 내용인 것 같죠.
꼭 강조하고 싶었어요.
밑바닥으로 떨어져 지하실에 갇힌 것 같아도
절망밖에 남은 게 없을 때도
친구들이 다 사라지고 없더라도
글은 당신 곁에 남아있을 거에요.
저녁이 내려앉고, 앞에 있는 게 밤뿐인 것 같아도
들판의 꽃들은 낮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몰락이 찾아왔고, 우리가 패배한 것처럼 보여도,
라자로가 살아났듯이 우리도 결국 승리할 겁니다.



9. 얼음을 확보해두세요.
구름이 잔뜩 끼고 낮인데도 어두워질 때,
울음소리 같은 게 외부에서 들린다면
가야할 곳은 격리실입니다. 침대는 있어요.
리모컨으로 냉방을 가동하고 잠금장치를 켜세요.
얼음이 많을 수록 좋아요. 타 죽지 않으려면.
라이트가 꺼지고 나면 나가서 재를 치우세요.


10. 수송기가 가끔 이 근처를 지나가요.
리본을 흔들거나 하면서 구조를 바라진 마세요.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로봇들 속임수래요.
온 정성을 다해서 인간을 낚으려고 한다는 거죠.
가짜 수송기와 진짜 수송기를 구분할 방법은
동체에 그려진 문양을 확인하는 거라는데
금형이 온전하다면 최근에 만들어진 거에요.
지난 몇 년간 어땠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죠.


11. 이곳에서는 날씨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번개가 칠 때는 피뢰침을 꼭 가동하세요.
방어 장치를 충전할 방법이 그것뿐이에요.
에러가 발생하면 나가서 직접 피뢰침을 피세요.
잠깐이라도 지체하면 죽을 테니 민첩해지세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요.
중요하지 않거나 필요 없다면 제가 안 써놨겠죠.


12. 따로 떨어진 단지가 하나 있을 거에요.
라이트를 필수적으로 가져가세요.
가끔 가야할 일이 있을 테니까요.
녹이 슨 편이긴 하지만 그쪽 시설도 작동해요.
색인형 암호 장치가 입구에 달려있으니까
화장실 창문 쪽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 거에요.
살금살금 들어가면 죽을 일은 없을 겁니다.


13. 전자기파로는 놈들을 상대할 수 없어요.
기계들한테 EMP가 쥐약인 게 상식이지만,
충격적이게도 놈들은 그걸 극복했어요.
겨우 그런 걸로 죽일 수 있는 놈들이었다면
통째로 세상을 빼앗기는 일은 없었겠죠.
한번 시험해봐야겠다고 나서진 마세요.
다 소용 없어요.


14. 부족한 물자는 조달할 수 있어요.
서쪽 시가지에 쇼핑몰이 있거든요.
저만치 떨어져있지만 아직 물건이 많아요.
도둑질 하듯이 조용히 다녀와야겠지만
놈들한테 들키지만 않으면 수확이 짭짤해요.
들판을 건너서 여기에 도착했을 정도면
살아남으려고 목숨 거는 건 익숙하잖아요.
아직 감염원에 노출되지 않았다면
남은 물자를 한번 세어봐요.


15. 거주시설을 돌아보세요.
신 시가지가 그려진 지도가 있습니다.
병원실 옆에 있는 카토그라핑 룸에요.
출발할 때 필요한 것은 빠짐없이 챙기고
몰락한 도시를 탐험하세요.
시시한 거라도 도움이 될 겁니다.
숨이 붙은 생존자를 찾을 지도 모르구요.
어쨌든 시간낭비하는 것보다는 나아요.


16. 진지하게 말하건데, 농사를 지으세요.
흙은 온실에 가득해요. 오염되지 않았죠.
묻힌 채로 동면 중인 씨앗들이 가득해요.
히터 가동하고 방사능 농도를 체크하세요.
면적 할당은 최적화 상태니 건들지 말고
살아있는 종자가 몇 개인지만 확인하세요.
암호화 된 드론재배실까지 전부 체크했다면
구황작물들부터 재배하세요.
분뇨를 퇴비를 쓰면 작황이 좋을 겁니다.
못 해본 일들이 참 많이도 있죠?
함께, 나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17. 말동무를 만드세요.
하늘 아래 혼자 살아남은 외톨이라고 해도요.
지적생명체는 상호작용이 필요해요.
마치 유기체가 호흡 없이 살 수 없는 것처럼.
니체가 말했죠.
목적을 가진 사람은 미칠 수 없고,
소망을 가진 사람은 죽을 수 없다고.
리스트를 만들어서 대사를 적어봐요.
복잡하지 않아도 좋아요.
사람과 대화를 한다는 느낌으로 뭐라도 적어요.
한 사람의 육신에 두 사람이 깃든 것처럼
다른 사람과 함께한다는 기분으로 살아봐요.


18. 조립실에 공구가 있어요.
용접기도 하나 있는데 충전이 필요할 겁니다.
히터나 군용품을 고쳐야 할 때 쓰세요.
여분의 부품을 위해 드론을 분해할 때도 좋구요.
기계장치는 살아있다면 계속 필요할 겁니다.
떠있는 태양이 지면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요.
나이를 먹으면 추위로부터도 숨어야 해요.


19. 심혈관 질환을 조심하세요.
경미한 통증이 명치 끝에서부터 느껴진다면
독성포자를 살포하는 드론이 지나가고 있는 겁니다.
살고 싶다면 의료실로 가서 17번 서랍을 여세요.
포장지에 'CVTB'자 마킹이 된 주사기를 꺼내고
다리 쪽 혈관 아무데나 주사하세요.
서서히 통증이 없어질 겁니다.
씨름하지는 않겠죠? 전혀 복잡하지 않잖아요.


20. 해가 지면 많은 살인기계들이 활동을 멈춰요.
지들도 살아가는데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거죠.
면밀히 살펴본 결과, 태양광이 주요 에너지원이에요.
죽고 싶지 않다면, 놈들이 활동하는 낮에 움직이는 건
어리석은 일이에요. 현명하게 판단하리라고 믿어요.


제가 바라는 건 하나에요. 주의 깊게 읽는 것.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살 수 있다면, 탈출할 수 있다면,
아직 시간이 더 있다면 좋을텐데.


처음이 가장 중요해요. 끝이 아무리 암울하다고 해도.

==# 진실 #==
작중 상황은 대체적으로는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이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계의 반란까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살인로봇들이 이를 읽게 될 것을 대비하여 본문에 적힌 내용들은 기본적으로 거짓말이며 진짜 내용은 각 줄의 첫 번째 글자와 밑줄 친 부분에 있다. 그래서 처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것인 셈.

세로드립과 밑줄 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3. 단타니안의 조각난 세계

낙원으로 오는 초대장을 시작으로 원작자가 주 연재처를 포스타입으로 옮기면서 세계관을 공유하는 단편시리즈들이 생겨났다. 작가는 이를 단타니안의 조각난 세계라고 명명하였다.

낙원으로 오는 초대장: 본 문서에 나오는 작품의 후속작이며 본 문서와 유사한 기믹이 들어가 있다.

귀국에 무궁한 발전과 번영이 있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만주, 대만, 일본을 병합한 대한연방공화국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결국 살인로봇들에게 패배하여 1억 5천이 넘는 인구를 30만 명까지 줄일 것을 강요받는 상황이다. 현재 인구의 0.2% 수준이며 심지어 이는 중국, 브라질, 미국,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에 강요한 0.0001%에 비하면 나은 수준이라고 한다.[2]

@국방과학연구소장 메일 전체 발송: 과학자치고는 문장에 오타가 많은데 그 오타 속에 진실이 숨어 있다.

목도리처럼 목뼈에 감긴 천조각: 맨 아래부터 각 줄의 첫 글자로 거꾸로 읽어서 올라가야 한다.

아무도 믿지 말고, 아무도 의심하지 마.

석남항 수색 시 주의 사항



[1] 각 1~20번까지의 항목들의 첫 번째 글자들만 모아서 읽으면 나온다.[2] 즉 저 세계관에서 중국 인구가 15억이라고 가정했을 때 15만 명만 남고 모조리 학살당했단 뜻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