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문 배경
아이오니아의 영적인 전통을 카르마보다 잘 나타내는 챔피언이 있을까. 카르마는 지난 시간 동안 축적된 기억을 새로운 생명으로 온존하며 수없이 부활한 고대 영혼의 살아있는 현신이자 극소수만이 깨우칠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은 존재다. 얼마 전 닥친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의 동족을 최선의 길로 인도한 카르마는 평화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것이 자기 자신이든 그녀가 그토록 아끼는 동족의 터전이든 가리지 않고 말이다. |
2. 장문 배경
카르마는 고대 아이오니아 영혼의 현신으로서 매 시대 아이오니아인들에게 영적인 등대 역할을 한다. 가장 최근의 환생은 다르하라는 12세 소녀의 모습으로 이루어졌다. 숀산의 북부 산악 지방에서 자라난 다르하는 고집이 세고 독립적인 성격으로 항상 시골 마을을 벗어난 삶을 꿈꿨다. 그러나 다르하는 이따금씩 이상한 환영을 보는 고통을 겪기 시작했다. 환영은 기이했다. 마치 기억처럼 느껴졌으나 분명히 그녀에게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이 문제를 감추기가 쉬웠지만, 환영이 점점 강렬해지면서 다르하는 자신이 서서히 미쳐가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다르하가 치유의 오두막에 영원히 갇혀 지낼 운명으로 보였던 그 때, 일단의 승려들이 다르하가 사는 마을을 방문했다. 이들이 떠나온 불변의 제단은 몇 달 전 성스러운 지도자 카르마가 세상을 떠난 곳이었다. 승려들은 카르마의 다음 환생이 이 마을에 있을 것이라고 믿고 그를 찾는 중이었다. 그들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련의 시험을 해보았지만, 결국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하릴없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승려들이 치유의 오두막을 지나가고 있을 때, 다르하는 침상에서 뛰쳐나와 그들을 멈춰 세웠다. 그녀는 울면서 자신이 보는 환영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머릿속에서 울리는 왁자지껄한 소리들 때문에 승려들의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승려들은 표징을 즉각 알아차렸다. 카르마였다. 소녀가 보는 환영은 새 그릇을 채우기 위해 밀려드는 전생들의 기억이었다. 그 순간 다르하의 인생은 영구히 변했다.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에 작별을 고하고 승려들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불변의 제단으로 향했다. 수년 동안 승려들은 다르하에게 고대의 영혼과 연결되는 법과 과거 각 시대의 지혜를 신봉하는 수천의 다른 현신과 교감하는 법을 가르쳤다. 카르마는 언제나 평화와 조화를 주창했으며, 악한 행동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므로 대응하지 말 것을 명했다. 그러나 다르하는 자신이 카르마가 되었음에도 이 원칙에 끊임없이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녀의 추종자 무리의 일부는 혼란스러워했다. 아이오니아의 혼의 현신이자 최초의 땅, 그 자체를 대변하는 신성한 존재인 카르마가 어떻게 이다지도 극명한 철학적 근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일까? 실제로 이 신념은 녹서스가 아이오니아를 침공했을 때 시험대에 올랐다. 적의 부대가 내륙으로 전진하는 과정에 수천 명이 사망하게 되면서 카르마는 가혹한 전쟁의 실상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던 엄청난 파괴력으로 영혼이 가득 차는 것을 느끼면서, 쓰지 않을 거라면 이 힘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 과거로부터의 목소리는 카르마에게 불변의 제단에 남아 동족들을 보살피고 이 고통스러운 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도록 종용했다. 그러나 더 깊은 곳에 꿈틀거리고 있는 진실은 카르마가 행동하길 다그치는 것만 같았다. 카르마는 이 갈등의 틈새에서 고뇌하다가 마침내 더는 참지 않기로 결심했다. 녹서스 사령관의 군함 갑판에서 사령관을 마주한 카르마는 성스러운 분노를 발산했다. 그녀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고, 이내 군함 전체와 승무원들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흔적도 없이 없애버렸다. 아이오니아인들은 이 표면상의 승리에 기뻐했지만, 승려들은 그녀의 행동을 중차대한 실수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고향 땅의 정신적인 조화를 깨뜨렸을 뿐만 아니라, 그녀 이전에 카르마라는 이름을 지녔던 선조들의 대의에 먹칠한 경우와 다름없으며, 나아가 다른 추종자들의 영혼과 함께 자신의 불멸의 영혼까지 더럽혔다는 질책이었다. 승려들은 비록 그것이 일생에 걸친 고독한 명상과 속죄의 길일지라도 부디 앞으로는 그 어떤 위해도 범하지 말아 줄 것을 간청했다. 카르마가 가만히 손을 들어 올리자 일제히 고요해졌다. 아직 그녀의 머릿속에 맴도는 목소리는 그대로였지만, 아이오니아의 혼이 카르마의 심장 속에서 그녀를 이끌고 있었으며 최초의 땅은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었다. 카르마는 자신이 선택받은 이유가 용기와 굳은 의지에 기인한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으나, 때로 조화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얻을 수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믿었다. 그들을 둘러싼 세상이 변화하고 있었으며 진정한 지혜는 이 사실에 등을 돌리기보다 이를 오롯이 끌어안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녹서스와의 전쟁은 이제 끝났지만, 아이오니아에는 여전히 폭력을 폭력으로 대응하기를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 산재하며 이들은 심지어 이웃에 대해서도 그렇게 행동하고는 한다. 카르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많은 이들을 보다 진보한 해결책으로 이끌리라고 맹세했다. 가능하다면 평화적인 길을 택하지만 필요하다면 행동을 취하는 데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그런 해결책으로 말이다. |
3. 날 기억해 줘
산비탈을 깎아 만든 수도원을 올려다보며 와타이는 초조한 듯이 손가락에 낀 비취반지를 빙글빙글 돌렸다. 그곳은 바로 카르마의 고향인 불변의 제단이었다. 자신이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불편한 무릎 때문에 여정은 고되기 그지없었다. 와타이는 심호흡을 하고 길을 따라 카르마의 명상실 앞까지 걸어갔다. 입구에는 작은 제단이 세워져 있었다. 입구에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와타이는 무릎이 꺾이며 바닥에 쓰러졌다. '여긴 정말 지긋지긋하군.' 와타이는 60년 전 승려들의 부름을 받은 자크리와 함께 왔을 때부터 불변의 제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의 기억은 바닥에 쓰러져 아픈 만큼이나 큰 고통을 안겨 주었다. 와타이는 몸을 일으켰다. "괜찮나요?" 고개를 들자 키가 훤칠하고 아름다운 여성이 손을 내밀고 있었다. 비록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어깨 장식과 마치 후광처럼 머리를 감싸고 있는 아이오니아의 쌍둥이 용을 보고 와타이는 그녀가 '카르마'임을 알아차렸다. "괜찮습니다." 와타이가 무뚝뚝하게 대답한 뒤 덧붙였다. "당신을 만나러 왔습니다." "잘 왔어요, 여행자여." 카르마는 검은 눈을 반짝이며 기쁜 듯이 웃었다. 그리고 와타이의 손을 잡더니 말했다. "가만히 있어 봐요..." 카르마가 다른 쪽 손을 움직이자 일렁이는 초록색 빛이 차갑게 몸을 감쌌다. 와타이는 피부가 따끔거렸다. 카르마는 와타이를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좀 어떤가요?" 와타이는 조심스럽게 다리를 움직였다. 무릎은 멀쩡했다. 하지만 새롭게 환생한 카르마의 능력을 보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와타이는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어설 수 있습니다." 카르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정말 괜찮나요? 표정이—" "다리는 괜찮습니다 '깨우친 자'여." 와타이가 손을 빼며 말했다. "하지만 당신의 마법으로 치유할 수 없는 아픔도 있지요." 당황하거나 화를 낼 줄 알았지만, 카르마의 표정은 차분했다. "맞아요." 카르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와타이를 명상실로 안내했다. "난 슬픔을 치유하지 못해요. 만약 전쟁으로 누군가를 떠나보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죄뿐이죠. 난 수년 동안 이 나라를 돌아다니며 내 결정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고통받은 이들에게 사죄했어요. 녹서스와의 전쟁을... '계속하기로' 했던 내 결정 때문에 말이에요. 하지만..." 카르마는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어 갔다. "내가— 아니 '아이오니아'가 맞서 싸운 것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와타이와 카르마는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봤다. "또 내가 도울 일은 없나요?" 카르마의 목소리는 여전히 다정했다. 잠시 후, 마음을 가라앉힌 와타이가 손을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 사람이 날 떠난 건 전쟁이 일어나기 전이었어요. 이 반지 기억나세요?" 카르마는 비취반지를 보더니 놀란 듯 숨을 삼켰다. "그럼요. 내가 선물... 아니, 그 사람이 선물했죠." 그리고는 눈을 감고 양손으로 눈을 가렸다. 카르마는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닌 기억을 불러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었다. 자크리와 함께 지냈던 와타이에게는 익숙한 광경이었다. "괜찮으니까 서두르지 마세요." 60년 전, 자크리는 자신의 약혼녀 와타이에게 불변의 제단으로 같이 가 달라고 부탁했다. 평생 마을을 벗어나 본 적 없었던 와타이는 세상 구경을 할 생각에 기뻤다. 그리고 어쩌면 둘이서 함께 여행하면서 평생을 보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와타이와 자크리는 두 달간의 여정 끝에 수도원에 도착했다. '당신 마음에 들 거야.' 자크리가 웃으며 외쳤다. 그 미소는 와타이의 마음속에 아로새겨졌다. '우리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당신 가족이 놀러 오면 나무술사한테 부탁해서 침실을 더 만들 수도 있어. 수도원 바로 밖에 있는 마을에서 같이 살자, 기대되지?' 하지만 두 사람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와타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과 가족을 떠나서는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자크리는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돌아갈 수 없었다. 결국 와타이는 비취반지를 낀 채 혼자서 고향 마을로 돌아갔다. 또다시 수도원으로 돌아가거나 '자신'의 카르마와 재회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마침내 카르마가 손을 내리며 눈을 떴다. 두 눈의 홍채는 초록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자크리가 자신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수많은 목소리와 이야기할 때 내뿜던 빛과 같은 색이었다. 자크리의 전생이었던 그 목소리는 이제 카르마의 것이 되었다. 카르마가 눈을 깜빡이자 빛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와타이?" 카르마는 확신이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기억이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억은 정확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와타이는 눈물이 미처 흐르기도 전에 손을 들어 닦아 냈다. "정말 자크리가 당신 안에 있을 줄은... 몰랐어요." "내 안에 있기도, 또 없기도 해요. 기억은 내 것이 되었지만..." 카르마는 갑자기 주저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와타이는 카르마의 눈을 응시하며 자크리가 자신을 볼 수 있길 바랐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음에 쌓인 후회와 짐을 내려놓고 싶었다. "미안해, 자크리. 당신과 함께 여기서 살았다면, 당신과 함께 고향에 돌아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 아닌 또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했길 바라. 당신이 혼자 외롭게 지냈을 생각을 하니 괴로워." 와타이는 비취반지를 빼서 카르마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기다란 손가락을 접어 반지를 감쌌다. "안 돼요." 여러 목소리가 동시에 말했다. 카르마의 눈은 또다시 지나간 영혼들의 빛을 내뿜고 있었다. "자크리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대를 사랑했어요. 이곳에서 그대와 함께 살지 못한 채 카르마가 되었다는 것이 유일한 후회였죠. 하지만 자크리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아이오니아의 혼이 언제나 함께였으니까요." 카르마는 와타이에게 반지를 건넸다. "자크리는 그대가 반지를 맡아 주길 원해요. 물론 그대가 원한다면 말이죠." 카르마가 지켜보는 가운데, 와타이는 반지를 다시 손가락에 끼웠다. 이렇게 하는 편이 옳았다. 자신 역시 또 다른 이를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사랑해, 자크리." 와타이는 떨리지만 기쁜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랑해." 카르마가 빛이 사라진 눈으로 와타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해요. 항상 금방 끝나 버려요." 와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목멘 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고마워요." "고마운 쪽은 나예요, 와타이." "네?" "자크리가 정말 오랜만에 입을 열었으니까요. 공격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죠. 자크리는... 실망한 듯했어요. 나보다 먼저 카르마가 되었던 자크리의 목소리와 조언을 듣지 못한 채 긴 세월이 흘렀어요." 카르마는 와타이의 손을 덥석 잡더니 말했다. "덕분에 자크리가 돌아왔어요. 고마워요." 자신을 다르하라고 소개한 카르마는 와타이에게 불변의 제단에 며칠 더 머무르기를 권했다. 자크리와 작별한 이와 자크리를 다시 받아들인 이가 만났으니 함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명상실을 나오면서 와타이는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반지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충직에 감탄했다. 자크리와 와타이의 서로를 향한 사랑처럼 반지 역시 60년이 지나도록 전혀 변함이 없었다. 와타이가 죽어서 백골이 되더라도 반지는 사랑의 징표로서 그 자리에 남을 터였다. 그리고 카르마를 통해 두 사람은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
4. 구 설정
4.1. 3.5 업데이트 전 배경
어릴 적부터 카르마는 거의 초인적인 평정심을 보여주었다. 또래 친구들이 사춘기와 함께 밀려온 감정의 물결이 휩쓸릴 때 카르마는 연꽃 정원에서 명상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해탈로 이르는 진정한 방법은 대부분이 간과하는 자신의 내면에 대한 탐구라고 확신했고, 영적인 평온함이 흘러 넘쳐 곧 마을에서 제일 가는 명상가이자 상담가로 자리매김했다. 스승들은 카르마가 "폭풍우를 견뎌내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잠재울 경지에 이르렀다"고 칭찬했다. 카르마는 사치를 모르고 자랐다. 하지만 나보리 지방에서 별볼일 없는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던 부모님은 넉넉치 않은 형편에도 항상 낙천적인 성품만은 잃는 적이 없었다. 카르마는 부모님의 가게에서 가져온 부채 두 개를 지금까지도 제일 소중히 여긴다. 녹서스 군의 아이오니아 남부 침공에서 카르마가 살던 마을이 가장 먼저 점령되었고 살아남은 마을 주민은 녹서스 군의 포로가 되었다. 이때 카르마는 자신의 소명을 깨달았다. 녹서스 사령관의 불안감을 교묘하게 휘저어 마을 사람들을 북쪽 땅으로 풀어주도록 협상을 해 낸 것이다. 그리고 플레시디엄의 장로들이 항복하려던 그 때 이렐리아가 최후의 저항을 다짐하여 아이오니아에 새로운 희망이 싹트는 것을 목격했다. 이 희망의 씨앗을 발판으로 카르마는 녹서스의 학살에 대한 장로들의 저항의식을 굳건히 다져냈고, 이런 헌신과 카리스마를 통해 아이오니아 저항군의 핵심인물로 급부상했다. 그녀에게 타협이란 없었다. 동족과 모든 역경을 함께 했으며 전투까지도 함께 했다. 그리고 자기 내면의 회복력을 활용해 전장에서 적군에 대항하는 데 큰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끼던 부채도 치명적인 무기로 개조했고, 잔나에게서 무기의 위력을 높이는 방법을 사사 받았다. 녹서스에서는 카르마를 '해탈한 자'라고 불렀고, 카르마 역시 이 별명을 기꺼이 받아들여 두려워하게끔 만들었다. 궁극의 정치판인 리그에는 아이오니아를 대표하기 위해 합류했다. "카르마의 부채술은 치명적이고 우아하며 균형 잡힌 예술의 경지이다. 하지만 그녀의 진정한 힘은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녀와 함께 싸우는 병사들의 마음에 있다." - 이렐리아 |
4.2. 구 단문 배경
"아이오니아의 혼에게 맡기세요. 그보다 더 정확한 정의, 더 공정한 보상은 없습니다." ~ 카르마 아이오니아의 영적인 전통을 카르마보다 잘 나타내는 챔피언이 있을까. 카르마는 지난 시간 동안 축적된 기억을 새로운 생명으로 온존하며 수없이 부활한 고대 영혼의 살아있는 현신이다. 이렇게 얻은 통찰력으로 카르마는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영적인 길잡이 역할을 하며, 위기가 닥칠 때마다 끝없는 지혜와 치유를 베푼다. 극소수만이 깨우칠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었지만, 카르마가 파괴를 위해 마법을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카르마 자신과 그녀가 그토록 아끼는 조국 모두가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
4.3. 구 배경 1
"여러분의 정신은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현명하게 사용하십시오." 녹서스가 일으킨 잔혹한 전쟁은 자비와 평화를 철저한 삶의 원칙으로 삼는 아이오니아 수도승들의 운명마저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카르마 또한 작은 마을에서 원로 수도승들의 지도를 받으며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하던 수도승이었으나 전쟁의 참화 속에서 오랜 전통을 따라 평화주의를 고수할 것이냐, 아니면 변화의 소용돌이에 정면으로 맞설 것이냐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야 했다. 그 결과, 그녀는 아이오니아를 위해서라면 무력행사도 불사하는 승리의 화신이자 전장에서 적을 몰아내며 아군의 사기를 드높이는 지도자로 거듭났다. 수도승 시절부터 카르마는 아이오니아에서 명상가로 신망이 높았다. 사람들은 그녀가 불굴의 의지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정신력을 지녔다고 평했다. 깨달음에 다다르기 위해 수양을 쌓는 데 있어 카르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유구한 전통으로 내려온 철저한 비폭력 평화주의의 가르침이었다. 그러나 녹서스의 침략 전쟁이 시작되자 전통에 대한 그녀의 믿음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녹서스 군대가 얼마나 잔악한지는 모두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마을의 원로 수도승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비폭력을 고수하는 것만이 눈앞에 닥친 폭력에서 모두를 구원할 수 있는 길이라 고집했다. 카르마의 솔직한 의문에는 그저 전통을 믿으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급기야 침략군이 마을까지 들이닥쳤을 때, 원로들은 누구도 다치지 않고 상황을 끝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녹서스 군대 앞에 달려나가 대화를 청했다. 하지만 녹서스의 지휘관에게 이러한 행동은 평화주의가 아니라 나약함일 뿐이었다. 그는 직접 원로들을 베어버리고, 병사들에게 마을을 공격하라고 명했다. 학살극이 눈앞까지 닥쳐와 있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평화를 받들겠다는 서약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려 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운명이라 해도, 카르마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수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한 생명을 희생시키겠다고 결심하고,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강대한 힘을 끌어냈다. 그것은 카르마의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치솟는 영혼의 불길이었다. 아이오니아를 상징하는 쌍둥이 용처럼, 불길은 회오리치며 뻗어 나가 곧장 녹서스 장군을 덮쳤다. 처음이었다. 카르마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을 해치기 위해 힘을 사용한 것은... 지휘관이 한순간에 쓰러지자 녹서스 병사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이렇게 카르마는 마을과 전통을 지킬 수 있었다. 녹서스의 침략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카르마는 아이오니아의 지도자로 우뚝 서 저항군을 이끌고 녹서스에 맞섰다. 녹서스군 역시 아이오니아 해안 지대로 잠시 물러났을 뿐, 침략의 야욕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다. 그뿐 아니라 아이오니아 사람들 사이에도 분열이 일어났다. 한편에는 복수를 원하는 전사들이 있었고, 다른 편에는 영적인 전통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수도승들이 있었다. 물론 카르마는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전란으로 다져진 아이오니아의 힘과 평화의 전통을 하나로 결합할 수 있다고 믿으며, 조국을 영원한 평화로 이끌 방법을 찾고 있다. |
4.4. 구 배경 2
카르마는 고대 아이오니아 영혼의 현신으로서 매 시대 아이오니아인들에게 영적인 등대 역할을 한다. 가장 최근의 환생은 다르하라는 12세 소녀의 모습으로 이루어졌다. 북부 산악 지방에서 자라난 다르하는 고집이 세고 독립적인 성격으로 항상 시골 마을을 벗어난 삶을 꿈꿨다. 그러나 다르하는 이따금씩 이상한 환영을 보는 고통을 겪기 시작했다. 환영은 기이했다. 마치 기억처럼 느껴졌으나 분명히 그녀에게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이 문제를 감추기가 쉬웠지만, 환영이 점점 강렬해지면서 다르하는 자신이 서서히 미쳐가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다르하가 치유의 오두막에 영원히 갇혀 지낼 운명으로 보였던 그 때, 일단의 승려들이 다르하가 사는 마을을 방문했다. 이들이 떠나온 불변의 제단은 몇 달 전 성스러운 지도자 카르마가 세상을 떠난 곳이었다. 승려들은 카르마의 다음 환생이 이 마을에 있을 것이라고 믿고 그를 찾는 중이었다. 그들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련의 시험을 해보았지만, 결국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하릴없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승려들이 치유의 오두막을 지나가고 있을 때, 다르하는 침상에서 뛰쳐나와 그들을 멈춰 세웠다. 그녀는 울면서 자신이 보는 환영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머릿속에서 울리는 왁자지껄한 소리들 때문에 승려들의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승려들은 표징을 즉각 알아차렸다. 카르마였다. 소녀가 보는 환영은 새 그릇을 채우기 위해 밀려드는 전생들의 기억이었다. 그 순간 다르하의 인생은 영구히 변했다.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에 작별을 고하고 승려들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불변의 제단으로 향했다. 수 년 동안 승려들은 다르하에게 고대의 영혼과 연결되는 법을 가르쳤고, 그녀는 과거 각 시대의 지혜를 신봉하는 수 천 개의 다른 목소리 속에 자신의 목소리가 묻혀 들리지 않게 되었음을 알았다. 카르마는 언제나 평화와 조화를 주창했으며, 악한 행동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므로 대응하지 말 것을 명했다. 그러나 다르하는 자신이 카르마가 되었음에도 이 단순한 진리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이 철학은 녹서스가 아이오니아를 침공했을 때 시험대에 올랐다. 적의 부대가 내륙으로 전진하는 과정에 수천 명이 사망하게 되면서 카르마는 가혹한 전쟁의 실상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던 엄청난 파괴력으로 영혼이 가득 차는 것을 느꼈고, 이와 함께 어린 다르하는 성급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쓰지 않을 거라면 이 힘에 무슨 의미가 있지? 카르마는 이 문제로 고뇌했다. 결국 그녀는 원칙을 굽히고 한 사람만 죽이기로 결심했다. 단, 그 대상은 적합한 사람이어야 했다. 녹서스 사령관의 군함 갑판에서 사령관을 마주한 카르마는 성스러운 분노를 발산했다. 그러나 그녀는 신중한 단 한 번의 공격으로 그치지 않고, 군함 전체와 승무원들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흔적도 없이 없애버렸다. 아이오니아인들은 이 표면상의 승리에 기뻐했지만, 카르마는 낯선 공허감을 느꼈다. 그녀의 마음 속에 또렷하게 들리던 목소리들이 이제 잠잠해진 것이었다. 다르하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는 별로 위안이 되지 않았다.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이오니아의 영적 균형을 깨뜨린 데 대한 속죄의 고행과 명상을 하기 위해 불변의 제단으로 돌아왔다. 살생은 언제나 저지르기 쉽지만 진정한 깨달음이라는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것이었다. 카르마는 이미 추종자들의 영혼과 함께 자신의 불멸의 영혼까지 더럽혔기에, 그 이상의 해를 가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녹서스와의 전쟁은 이제 끝났지만, 아이오니아에는 여전히 폭력을 폭력으로 대응하기를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 산재하며 이들은 심지어 이웃에 대해서도 그렇게 행동하고는 한다. 카르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많은 이들을 보다 평화로운 해결책으로 이끌리라고 맹세했다. 그녀가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때마다, 마음 속에서 사라졌던 목소리들이 돌아와 다시 불변의 지혜를 들려주었다. |
4.5. 리그의 심판
원문 링크후보: 카르마
날짜: CLE 21년 1월 28일
관찰
양 어깨에 날개라도 돋은 듯, 카르마가 위엄 있는 태도로 들어선다. 머리에서부터 드레스의 가장 마지막 단까지, 어딜 봐도 흠 잡을 데 없는 아이오니아의 귀족이다. 리그의 장인들이 대전당을 위해 공들여 제작한 섬세한 장식에 감탄하며, 그녀는 문턱에 멈춰 선다. 대전당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닐 텐데, 장식으로 향하는 눈길 하나하나에 경탄이 깃들어 있다. 복도를 지나가는 걸음마다 우아함이 스며들어 공기의 흐름마저 바꿔 놓는 듯하다.
대리석 문에 이른 카르마가 문틀을 어루만지자, 그 고상한 몸짓에 지지 않으려는 듯 부드럽게 문이 열린다. 그리고 아치를 지나 카르마의 모습이 사라지자, 방 안은 왠지 텅 비어 버린 듯 쓸쓸해진다.
회고
학회를 장식하고 있는 이 정교한 예술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카르마는 늘 전쟁터의 혼돈이 떠오르곤 했다. 그녀에게는 장식에 파인 홈 하나하나가 목숨을 잃은 친구의 얼굴처럼 보였다. 죽어간 동지들도 자기처럼 눈길 닿는 곳마다 동포들의 모습을 떠올릴까 생각해 보는데 문득 매캐한 악취가 풍겨 왔다. 놀라 뒤돌아 선 순간 밝은 녹색 빛의 폭발이 그녀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반사적으로 폭발이 일어난 쪽으로 강철로 만들어진 부채를 휘둘러 보았지만, 퍼져 나오는 연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충분히 빠른 대응을 하긴 했으나, 부채로 막기엔 기세가 너무 컸던 것이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카르마는 모든 감각을 내면에 집중시켰다.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정신 없이 소용돌이쳤지만 자세는 한 치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이윽고 폭발이 가라앉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던 머리카락은 사정 없이 헝클어지고, 옷도 흙 범벅이 된 채 찢겨져 나가 있었다.
흙에서 심상치 않은, 자극적인 냄새가 났다. 피 냄새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며 위를 바라 보긴 했지만, 그렇더라도 이런 광경은 볼 준비가 미처 되어 있지 않았다. 안돼, 안돼. 또 다시 이럴 순 없어. 눈에 들어오는 건 전부 아이오니아 인들의 흩어진 몸뚱아리 뿐이었다. 다시 한번, 멀리서 녹색 빛의 폭발이 터져 나왔고 허공에 사체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내던져졌다. 입술에서 짠 맛이 느껴졌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는 것조차 미처 깨닫지 못한 그녀 앞에 신발 하나가 보였다. 어른이 신기에는 너무나 작은 그 신발이, 땅에서 솟아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흙 속에 파묻힌 작은 다리 하나가 보였다.
카르마는 부채로 허공을 가르며 즉시 자세를 바로 했다. 피에 범벅이 된 눈물과 흙이 주위로 흩뿌려졌다. 그리고 모든 게 가라앉고 나자 그녀는 변해 있었다. 감정을 비운, 어둡지만 침착한 두 눈. 상상도 할 수 없는 공포의 현장에 서 있는 그녀는 강력하고 고결한 존엄의 화신으로 변모했다.
카르마는 저 멀리서 낄낄대는 형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실루엣은 자운의 미친 화학자 워윅이었다. 워윅은 딱정 벌레 모양의 무장한 기계 꼭대기, 빛을 발하는 조종석에 앉아 폭발이 아이오니아의 대지를 내리칠 때마다 열정적으로 손을 휘둘러댔다. 늑대인간이 아닌 인간 시절의 모습이었지만, 카르마는 그것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그녀는 생각도, 감정도 뒤로 한 채 자신의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멈출 태세를 갖추었다.
그 때 자운의 기습부대가 결집하더니 그녀의 앞길을 가로 막았다. 하지만 부채가 허공을 가르자, 울부짖는 돌풍에 모든 소리가 묻힌 채 그들은 날아가 버렸다. 카르마를 발견한 워윅은 기뻐하며 조종판 위에서 춤추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러자 그가 타고 있던 기계에서 대포가 뻗어 나와 역겨운 녹색 액체 줄기를 내뿜었고 카르마의 위쪽 허공에서 마치 불꽃처럼 터져 나갔다. 머리 위로 부채를 내뻗은 카르마는 흘러내리는 액체를 조금 튕겨 냈지만, 생각보다 많은 액체를 뒤집어쓰고 말았다. 주위로 액체가 비처럼 흘러내렸다. 살갗에 액체가 닿자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살이 타 들어갔다. 카르마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맛있지 않나, 공작 부인?”
워윅이 외쳤다.
“대기 부식성 지뢰라고 불리는 놈이지. 수은보다 몇 배는 비중이 커서 당신이 부리는 그 바람 마법으로는 막을 수가 없을걸.”
카르마는 바닥에 구겨지듯 추락했고 산성액이 그녀의 살을 파고 들었다. 몸을 일으켜 세운 그녀는 다리를 꼬고 명상 자세를 취했다. 타는 듯한 고통을 참아 내며, 그녀는 회복의 만트라를 외웠다. 고통이 조금 잦아 들었으나,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원래는 그런 식으로 공중에 쏘아버리는 게 아니야. 방금 그건 맛보기 용이었어. 이걸 당신에게 직접 쏘아 버리면, 그 섬세한 ‘무기’가 무용지물이 될까봐 걱정이 돼서 말이지.”
그 때 조종판에서 깡통이 부딪히는 것 같은 목소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재잘거렸다. 워윅이 잠시 귀를 기울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당신과 좀 더 놀아주고 싶지만, 내 서비스를 기다리는 아이오니아 인들이 너무 많네.”
워윅이 조종판을 조작하자 대포가 아래로 향하며 정확히 그녀를 겨냥했다.
“이제 끝내야겠어.”
카르마는 눈을 깜박였다. 손상된 온 몸에서 신경이 반응하며 보내오는 신호에 두뇌가 마비되어 왔다. 아직 깨어있는 인식의 표면에는 단 한가지 생각만이 떠돌아 다녔다.
실패해 버렸어.
그렇게 주위에 널부러진 다른 이들과 같은 운명을 기다리고 있을 때, 하늘에서 눈을 멀게 할 정도로 밝은 빛의 광선이 뻗어 나와 정확히 워윅을 향했다. 살갗이 녹아 내리면서 워윅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몸이 뒤틀리며 근육이 불거져 나왔고, 머리와 사지가 길게 늘어졌다. 관절이 확 잡아 당겨지며 새로운 관절이 생겨나고 손가락과 발가락 끝에서는 기다란 발톱이 자라났다. 누군가가 사정 없이 잡아 당기는 듯, 워윅은 앞뒤로 몸부림쳤다. 발작이 잦아들자, 그의 척추는 길게 구부러져 있었다. 째질 듯 높았던 비명 소리는 짐승의 소리로 바뀌었고 몸은 파란색의 털로 뒤덮였다. 그렇게 바닥에 쓰러져 버린 워윅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이윽고 빛도 사라졌다.
멀지 않은 진흙탕 안에 새로운 형상이 보였다. 여전히 그녀를 좀먹어 들어가는 고통에 저항하며, 카르마는 그 형상 쪽으로 간신히 발걸음을 옮겼다. 앞에는 아이오니아 인들의 영적인 우상 소라카가 누워 있었다. 자신의 신성함을 나타내던 천상의 광휘를 잃어 버린 별의 아이는 공허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1]
깊은 회한 속에 문득 이성을 찾은 카르마는 자신이 환상을 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소라카의 시선이 카르마에게 향했다. 영혼을 꿰뚫는 듯한 시선이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리그에 들어오려는 이유가 뭔가, 카르마?"
체념한 듯 슬픈 목소리였다.
“이 환상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까?"
고통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이것들은 진정으로 끝난 것이 아니지요. 절대 끝나지 않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절대 방심하지 않고, 항상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것뿐입니다.”
“타고난 연설가시군.”
소라카가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니 기분이 어떤가?"
“당신들과 기꺼이 나누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당신들이 묵인해 왔던, 우리의 고통을 본 기분은 어떤가요?"
돌연, 카르마는 학회의 대기실에 홀로 서 있었다. 리그로 향하는 문이 활짝 열려 있고, 옷은 학회에 막 들어설때처럼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빠르게 평정을 되찾은 카르마는 당당하게 그 문 안으로 걸어 나갔다.
[1] 보면 알겠지만, 소라카와 워윅의 변경 전 배경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배경 스토리가 변경되었으니 이것도 바뀌어야 하나?있는지도 모르는 챔프인데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