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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31 02:54:40

테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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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

1. 개요

필요할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을
마음 가는 길은 죽 곧은 길
테페리 교단의 인사말
이영도 작가의 소설 드래곤 라자에서 등장하는 의 이름.

갈림길과 하플링의 수호신이며 디바인 마크는 T 자로 Teperi의 이니셜이자 갈림길을 상징한다.

주연 인물중 하나인 제레인트 침버가 이 신을 믿고있다.

2. 상세

테페리의 성직자들은 정답이 둘 중 하나[1]인 경우에는 무조건 정답을 얻을 수 있는 권능을 지녔다. 작중에서 이 능력은 수없이 유용하게 활용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권능은 정답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테페리가 그 성직자가 택했으면 하는 것을 지정하는 것이다. 테페리가 이 성직자를 죽이고 싶으면? 그 성직자는 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죽을 수밖에 없다. 이지선다형 문제라면 그 답을 정확히 알 수는 있지만 그 결과를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는 미래를 보는 헤게모니아의 무녀같기도 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테페리의 성직자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모든 일이 신이 계시한 일이라고 믿으면서 살아가고 있고,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러므로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일은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기도 시간에 떠들기도 하고 졸기도 하고 심지어 식사 시간에는 포크와 나이프로 칼싸움도 하고 식탁 위로 올라가 을 추기도 하면서 처음 이곳에 와 본 후치 일행의 성직자의 경건한 모습에 대한 환상을 제대로 박살냈다.

게다가 고위 성직자들도 겉모습은 경건해 보이지만 실상은 똑같이 막가자는 주의이다. 종단의 고위 성직자들이 모이는 프라임 미팅에서 술 반입 금지라는 경고를 내걸 정도다. 다른 신전의 고위 성직자라면 경고 따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안 가지고 왔겠지만, 굳이 경고를 했다는 건 실제로 문제가 일어난 적이 있다는 뜻이다.[2] 처음 후치 일행이 신전에 찾아와서 제레인트를 데려가려 했을 때 늙수그레한 프리스트 하나는 웬 놈이 창고에 틀어박혀 무기를 고르는 통에 소란을 피우자 창고 문 밖에서 또 술 퍼먹고 안에서 춤추고 있는 게냐?라고 반응했을 정도.

술뿐만이 아니다. 창고를 잘 뒤져 보면 도색서적이나 19금 판결을 받을 정도로 잔인한 묘사가 가득한 책 등 괴악한 것들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걸 모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쓰기까지 한다. 그림자 자국 시점에서는 천 년이 넘는 역사 동안 성애문학은 물론 신성모독적인 책을 쓴 프리스트도 있었다고 하는데, 테페리 종단의 주교들은 이 책을 쓴 성직자들에게 지독한 비평 이외의 처분을 내린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작가에게 그것 이상의 지독한 처벌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주석이 따라붙는다.

연애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듯하다. 제레인트는 키스도 못 해 봤다고 억울해하고, 후치가 성직자가 그래도 되냐며 황당해하자 성직자는 입술이 없느냐고 대답해서 후치를 벙찌게 만든다. 작중에 등장하는 또다른 테페리의 성직자인 사만다 크레틴 또한 겉으로 보기엔 명랑하고 낙천적인 걸 제외하고는 보통 성직자 같지만, 고향에서 애인이 다른 여자에게 한눈팔고 있을 거라고 구시렁대거나 테페리의 권능을 시험하기 위해서 밤새도록 술 먹으며 도박(블랙잭)을 하기도 하는 등 은근히 막나간다.[3]

이들의 행동은 겉으로는 자유롭게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교리상으로는 모든 것을 테페리의 선택이라는 타율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자유의지를 전면 부정당하고 있다는 이전 서술이 있으나,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작중 테페리 성직자들의 말을 빌리면 테페리는 '기도하는 자가 원하는 선택을 내려준다'고 하는 뉘앙스의 말이 있다. 그렇다고 하면 테페리는 이들의 자유의지를 신의 의지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른다.[4] 그리고 제레인트가 드래곤 로드에게 말했듯이 테페리에게 묻는다면 자기의 생존을 택하겠지만, 물어볼 것도 없이 자신이 죽음으로써 다른 이를 살리겠다고 선언한 것을 보면 테페리의 뜻에 따를지 말지도 선택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대목에서 제레인트가 대놓고 "신께서 생각할 필요가 없는 노예를 원하셨다면 인간 같은 것은 자격 미달이며, 내 삶을 테페리에게 바쳤으니 내 죽음 정도는 제레인트를 위해 쓰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1] 셋 중 하나일 경우에는 안 된다. 1~3번 선택지에 대해서 할까요? 말까요? 식의 꼼수를 부릴 경우에는 신께서 괘씸하게 여길 거라는 언급이 있으며, 이후 '가정을 포함한 질문은 예언의 영역이며 테페리는 예언의 신이 아니다'라는 추가 설명이 따라붙었다. 즉 신인 테페리에게 인간 수준의 논리적 꼼수나 속임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2] 이에 대한 제레인트의 반응은 그런 말도 안되는 규칙이 어딨냐며 누군가는 꼭 가져올 거라고 궁시렁 대고는 자기는 악기를 가져오겠다고 하다가 한 소리 들었다.[3] 블랙잭은 카드를 받거나 죽거나 하는 두 선택지밖에 없어서 선택했다고. 사만다는 설마 테페리께서 신실한(???) 성직자 돈을 날려먹게 하시겠어? 라는 생각으로 도박을 시작했는데, 자비로운 테페리는 자기 권능을 시험하는 이 불경한 성직자에게 천벌을 내리는 대신 퍼셀 한닢도 얻거나 잃지 않고 들어갈 때 그대로 나올 수 있게 해 주었다. 오오 테페리 오오. 그런데 이거 본전치기라고 보기 힘든게 사만다는 그 시간 동안 도박을 재미있게(?) 즐기고도 자기가 가지고 간 돈 그대로 들고 나온 거다. 역시 신자들을 굽어 살피시는 테페리.[4] 현대 철학에서도 결정론과 자유 의지가 모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결정론이 부정되면 자신의 의지대로 자기 행동을 '결정'할 수가 없게 되어 자유 의지 또한 함께 부정된다고 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