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왕세자비를 동경했던 수연은 퍼스트레이디가 되고 싶었다. 엄마가 죽고 홀로 남겨진 수연은 국회의원이었던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이를 악물고 살았다. 지역구 관리는 수연이 다 한다고 보좌관들 모두가 인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당대표였던 아버지의 선택은 수연이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맞선 수연은 민철을 선택했다. 공장노동자로 시작해 장외투쟁의 한계를 느껴 선거에 나선 민철.
구의원이든 시의원이든 출마하는 족족 낙선이었지만 민철은 이기기 위한 수연의 제안을 모조리 거절했기 때문이다. 정치를 하면서 다른 건 다 팔아도 진심을 팔 순 없다고. 정치를 해도 정치꾼이 되긴 싫다고.
수연은 그런 민철의 올곧음에 코웃음 쳤지만 그는 끝내 자신의 신념을 지켰다. 선거에선 패했지만 캠프에 참여했던 모두가 그의 사람이 되는 걸 본 수연 민철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퍼스트레이디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선거에서 떨어진 데다 휠체어 없이는 일어서는 것마저 불가능했던 민철 수연은 그를 기어이 일으켜 세워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아원 시절부터 형이라고 불렀던 태훈이 공장에서 손을 잃었다. 명백한 산재였지만 소송에서 패했고, 회사도 공단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4선 의원 차진택의 지역구엔 단 한 건의 산재도 존재해선 안 됐으니까. 작업장에 여전히 '무재해 1,000일'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고, 민철의 진짜 싸움이 시작됐다.
한 사람을 구하는 게 세상을 구하는 거라고 진택과 맞섰다. 그런 민철에게 수연이 함께 싸우자며 손을 내밀었다.
태훈을 다시 만난 건 국회의원 선거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파업 현장이었다.
옛 동료들이 민철을 배신자라고 욕하던 바로 그때 화재가 발생했다.
민철은 살았고 태훈은 죽었다.
살아남은 민철이 분노와 죄의식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사이. 민철은 동료들을 살린 의인이 됐고, 태훈은 동료들을 죽인 방화범이 됐다.
수연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며 민철에게 손을 내밀었다. 수연의 손을 잡기 위해선 태훈의 손을 놔야 했다.
화진은 수연처럼 되고 싶었다. 수연을 꿈꿨다. 집을 떠나 거리에서 악몽 같은 날들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수연 덕분이었다. 이런저런 정치적 위기를 강단 있게 돌파하는 수연을 보며 화진 역시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기꺼이 살아냈다. 오로지 수연에게 다가가는 게 삶의 목표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화진은 그토록 흠모했던 수연 곁에 설 수 있었다.
그거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화진은 더 욕심이 났다. 수연의 눈길이 늘 향하는 민철과 지유를 보고 있노라면 자신을 그렇게 봐줬으면 하는 갈증에 목이 말랐다.
수연의 가족사진을 보고 있을 때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는 허기에 배가 고팠다.
수연을 향한 동경이 주체 못 할 욕망으로 번지고, 수연의 시선과 애정을 갈구하는 질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던 어느 날. 화진은 엄마가 그동안 감췄던 뜻밖의 비밀을 깨닫게 된다.
에이치그룹 오너로 불법승계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오랫동안 수연과 공생 관계를 이어왔음은 물론, 형제를 제치고 부모의 유산을 독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불법승계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이혼소송을 벌이는 수연과 민철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며 어떻게든 죄를 감추려 한다.
수연과 민철의 이혼 소송에 괴로워하는 딸.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수연과 민철 때문에 꽤나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민철의 딸, 수연의 딸로 사는 날들에 지쳐 있던 지유는 화진에게서 위안을 찾지만. 화진의 배신을 시작으로 수연과 민철의 이혼소송이 시작되면서 예상치 못한 진실을 마주한다.
하성재단 이사장. 아버지 진택의 지역구를 물려받았으나 수연이 민철 편에 서면서 패했다. 그 여파로 진택이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해 수연을 증오하고 있다. 진택에 대한 원망과 뒤틀린 죄의식이 고스란히 수연을 향하고 있다. 긴 시간 수연과 민철의 저격수를 자청해 싸웠지만 결국 패하고 만다.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그들이 이혼소송을 벌이면서 정연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
공장 노동자 시절부터 민철과 가까웠던 친구. 태훈과 함께 민철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하지만 태훈이 목숨을 잃은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민철을 원망해 어떻게든 그를 끌어내리려 혈안이 돼 있다. 수연 역시 증오의 대상이었지만 이혼소송이 벌어지자 상황이 바뀐다. 복수에 눈이 멀어 수연의 변호사가 된 선호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 된다.
태훈에게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민철은 피붙이나 다름없었다. 울보 떼보 태훈과 코찔찔이 민철은 잘 어울리는 짝패였으니까. 애육원을 떠난 후에도 민철을 동생처럼 보살폈고, 민철이 함께 공장을 다닐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서로를 의지한 둘에겐 희망찬 내일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 순간의 사고로 태훈이 손을 잃으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산재를 인정받기 위한 싸움은 길어졌고, 장외 투쟁만으론 한계를 느낀 민철은 국회의원 후보가 됐다.
선거를 앞두고 파업 현장에서 모처럼 만난 민철은 그동안 싸웠던 진택과 놀랄 만큼 닮아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용역들로 삽시간에 불길에 갇힌 민철을 외면할 순 없었다. 민철을 구하려 불길에 맞선 태훈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