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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11-14 14:28:59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조예은 단편소설
파일:조예은_푸른머리칼의살인마.webp
장르 판타지
저자 조예은
출판사 우주라이크소설
출간 정보 2021.12.15 전자책 출간
분량 약 2.3만 자
독점 감상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4711000002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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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작가 조예은이 2021년 12월 리디에서 발표한 단편소설.

탄탄한 플롯과 정교한 복선, 인간 심리를 치밀하게 풀어낸 타임루프 미스터리 판타지이다.

그녀는, 그러니까 살인마는 꼭 인간이 아닌 어떤 다른 존재 같았습니다.
고개를 들면 무언가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직감과 함께 이루 말할 수 없는 무게감이 제 사지를 짓눌렀습니다.
정수리에 꽂히는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금방이라도 날선 도끼날이 제 머리를 쪼개 버릴 것 같았고,
저는 결국 눈을 질끈 감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살인마의 기척이 잠시 멀어지더니 다시 가까워지더군요.
차라리 기절하고픈 심정이었습니다. 결국 그 숨 막히는 고요에 패배한 건 저였죠.
저는 참지 못하고 눈을 떴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닥에 놓인 도끼입니다.
살인마는 도끼를 내려놓고, 제 앞에서 허리를 숙인 채 뭔가를 하고 있었어요.
붉은 드레스 밑단이 눈앞에서 흔들렸죠. 처음부터 붉은 원단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본래 흰 원단이 피에 젖어 붉은 빛을 띄었던 겁니다.
피로 물든 드레스라니, 진부해도 이렇게 진부한 괴담이 따로 없네요.


저는 용기를 내어 살짝 고개를 들었습니다.
살인마가 도대체 흉기를 내려놓고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거든요. 도망칠 기회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살인마는 제가 고개를 들 것을 아는 사람처럼, 기다렸다는 듯이 하던 행동을 멈추고 다가와 불쑥 뭔가를 내밀었습니다.


그건 별이었어요.


제가 떨어뜨린 노란 별 장식품이요.
드레스로 닦은 건지, 핏자국 하나 없이 깨끗한 별이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능숙히 도끼를 빼낸 손도, 발목까지 올라오는 눈앞의 구두도, 피에 젖은 청록색 드레스도 너무나 익숙하다는 사실을요.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