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불문 누구에게나 다정다감한 남자다. 다정한 눈빛을 보내는 그가 유일하게 까칠하게 구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기억이 남아있는 순간부터 동고동락하며 함께 자란 소꿉친구 행아다.
특히 늘 자애로운 미소가 가득한 얼굴에 주름이 한껏 지고 목청이 데시벨 끝까지 올라갈 때는 한결같은 이유 때문인데, 행아가 혼자 아팠거나, 혼자 슬퍼했거나, 혼자 견뎠을 때. 그리고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을 때.
누구에게나 마음이 열려있고 공감능력이 뛰어나 세계일주 3번쯤은 다녀온 듯한 아량이 돋보이지만 정작 33년간 한 번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다.
어릴 땐 아버지 없이 홀로 자신을 키우느라 세상 누구보다 바쁜 엄마 때문에, 반에서 키로 무시당하지 않을 만큼 컸을 땐 세상에서 꼭 지켜줘야 할 사람 두 명이 생겼기 때문에. 그리고 그 두 사람은 바로 홀로 자신을 키워 준 엄마 선영과 준혁 삼촌이 지켜 달라 약속한 행아. 그래서 리환은 이 두 사람이 행복할 수 있도록 지켜주기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런데 최근 혼자 비밀연애를 하다 말도 없이 헤어진 행아를 볼 때마다 마음이 이상하다. 행아가 자신에게 자꾸 거짓말을 해서 속상한 건지 행아가 혼자 힘들어하는 게 속상한 건지 그것도 아니면 행아가 만나는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속상한 건지 자기도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
그저 준혁 삼촌이 죽기 전 그에게 한 부탁 때문인지, 내 마음의 문제 때문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만 더욱 커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행아와 키스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감정은 확실히 사랑이라는 것을. 하지만 행아는 자신의 마음을 받아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무언가를 잃는 게 두려운 행아는 도망치려고만 하고 리환은 그런 행아의 옆에서 평생 함께 할 자신이 있다.
부모도 형제자매도 없는 천애고아다. 조금 특이한 듯 느껴지는 그녀 이름의 뜻은 ‘행복한 아이’. 언뜻 그녀의 얼굴을 보면 이름의 뜻처럼 언제나 행복한 듯 웃고 있지만 언제 혼자가 될지 몰라 모든 걸 홀로 감내하는 삶에 익숙하다.
주변에 그녀의 편은 많다. 시크릿 가든의 식구들이 그렇고, 말과 표정은 얼음이지만 자신을 생각해주는 마음은 불같은 태희가 그렇고, 매 분기마다 보약 지어주고 혼자 아파한다 화를 내주는 리환이 그렇다. 하지만 그 모두가 자신의 진짜 가족이 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행아가 정말로 가지고 싶은 것은 진짜 가족. 하는 행동 때문에 속이 썩어 문드러지고 가슴을 치다 피부에 멍이 들고 니가 맞니, 내가 맞니 머리채 잡고 싸우며 나가 죽어라 욕하다가도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앉아서 밥을 함께 먹을 수 있는 가족. 그런 가족이 행아는 갖고 싶다.
자신에겐 진짜 가족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금 자신의 편인 사람들이 사라지는 게 가장 무섭다. 그래서 아무 것도 바뀌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아무것도 바꾸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어린 시절 운명의 장난처럼 엄마와 아빠가 차례로 위암으로 돌아가시고 종합병원, 피, 상처 포비아가 생겼다. 발등 뼈가 으스러져도, 위경련 때문에 기절을 할 것 같아도 응급실을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 2년 넘게 비밀연애를 하던 선배 강석준과 헤어지고 마음 정리 중이다. 헤어진 이유는 외로워서. 늘 일에 빠져 살고, 자신보단 동료가 우선이고, 사랑표현조차 제대로 해주지않는 그는 행아가 껴안기엔 너무 큰 외로움만 안겨주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외로운 걸 참지 못해 결국 헤어졌는데 그가 이젠 외롭지 않게 해주겠단다. 설상가상 그를 피해 잠시 빌린 리환의 손길이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이 뜨겁다. 행아 자신의 마음 또한 전과 같지 않다. 리환의 말에 자꾸 마음이 흔들린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살아있는 방송국의 신화. 최연소 본부장직은 물론 최연소 사장직까지 거론될 정도로 언론인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선망의 대상이다. 과거 특파원 시절부터 팬덤이란 것을 형성해 어딜 가든 팬을 몰고 다녔으며 그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언론에, 대중들에게 영향을 주는 타고난 언론인이다.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 세 마디를 넘지 않는 절제된 언행,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포스 때문에 뜻하지 않은 신비주의로 수많은 루머들이 방송국에 퍼져있지만 그 모든 루머의 진실을 아는 사람은 딱 두 사람 뿐이다. 유일한 술친구 닌자, 그리고 얼마 전 헤어진 연인 행아.
딱히 가진 거 없이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모든 걸 혼자 해내야 했다. 야망이 넘치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으로 인해 세상이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는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젊음을, 시간을, 청춘을 버렸다.
그래서 눈 가린 경주마처럼 달리며 주변을 돌아보지 못할 때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인 듯 언제나 그의 곁에서 맴돌아 준 행아가 소중했고 당연하다 여겼다.
바쁜 일상에 치이고 돌아오면 반겨주는 행아가 당연했고, 모처럼 휴일 날 하루종일 자다 눈을 떴을 때 거실에서 티비를 보는 행아가 당연했다. 그래서 사라질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낌새를 느낄 새도 없이 자신의 삶으로 천연스레 들어온 행아가 그렇게 끝까지 함께 할 줄 알았다.
일 때문에 연락하지 못해도, 생일 날 챙겨주지 못해도, 아픈 날 저를 두고 출근하는 자신의 뒷모습에도 늘 던져지는 ‘괜찮다’는 말에 진짜 모든 게 괜찮은 줄 알았다. 자신이 좀 더 원하는 자리에 올라가면 행아에게 못했던 모든 것을 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떠났다. 잡을 기회도 주지 않고 내 삶 속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헤어졌다고 하지만 우리는 헤어진 적이 없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라 말하러 간 그곳에 낯선 남자가 있었다. 오빠란 말로 남자처럼 구는 행아의 소꿉친구가 거슬리지만 기다려 줄 수 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길 가던 꼬마도 듣자마자 아는 유명 재벌집안의 1남 2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재벌집 막내딸의 삶이란 늘 그렇듯 돈으로 가질 수 있는 게 너무 많아 못 가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못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 늘 필요로 하기 전에 준비 돼 있었다. 그게 당연한 삶이었다.
하지만 넘쳐나는 돈을 자신을 치장하고 꾸미는 데 쓰진 않았다. 치과를 운영할 정도로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 노력했고 연례행사처럼 나가는 모임에서 만나는 그렇고 그런 외모만 화려한 양가집 규수들처럼 되지 않는 것으로 자존심을 지켰다.
그렇게 노력해 온 그녀를 할아버지도, 오빠도 좋아하지만 딱 한 사람, 그녀의 어머니만은 그녀의 모든 게 불만이다. 왜 다른 집 딸들처럼 예쁘게 꾸미지 않는지, 에스테틱에 돈을 쏟아 붇지 않는지 당최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여자는 예뻐야 시집을 잘 간다는데 살 뺄 생각도, 노력도 하지 않는 이슬이 답답하고 답답하다.
결혼에 대해 큰 뜻은 없으나 재벌가 생리가 그렇듯 그저 적당한 사람 만나 말만 통하면 일찌감치 결혼해서 살 생각이었다. 자신보다 자신의 신상명세를 더 자세히 꾀고 있는 엄마의 등쌀에 질려 오래도록 미루고 있던 숙제를 털어내듯 결혼할 생각이었다. 물론 성급하게 일을 진행하다 파혼이란 꼬리표를 달기도 했지만.
이번에도 그저 숙제 하나 해치우는 느낌으로 나간 맞선 자리였다. 그렇게 늘 있는 일상처럼 차나 마시고 돌아오려던 자리에서 리환을 만났다. 첫 번째 관심은 자신의 재산, 두 번째 관심은 자신의 상속순위, 세 번째 관심은 자신의 주식 지분, 네 번째 관심은 자신의 경영 순위인 남자들 사이에서 돈도, 외모도, 능력도 그 무엇도 보지 않고 그저 넘어진 자신의 손이 깨끗한지, 발목이 삐진 않았는지 확인하는 이 남자가 낯설다.
낯설음이 익숙해지자 설렘이 찾아왔고, 그리고 처음으로 무언가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가지지 못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 이 남자, 리환 만은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형성된 그의 세계는 너무 탄탄해 비집고 들어갈 수 없고 돈도, 능력도, 집안도 아무것도 자신이 내세울 게 없다.
하지만 기다릴 수 있다. 리환은 다정하며 자신은 가진 게 많고 이 마음은 지치지 않을 거니까.
태어났을 때부터 타고난 게 많은 여자였다. 부모님은 부자였으며, 늘 무리 중 가장 돋보이는 미모에, 두뇌까지 영특해 의대를 입학하며 꽃길만 펼쳐진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여자였다. 모든 걸 가졌기에 쉽게 돌아가는 세상이 영원할 줄 알았던 그녀의 인생이 무너지기 시작한 건 병원 인턴 시절, 불같은 사랑에 빠져 리환을 가지게 된 그 순간부터다.
함께 사랑을 나눴던 남자는 떠나버렸고 홀로 남겨진 그녀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냉담했다. 부모님은 미혼모의 신분인 그녀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으며 리환을 지워버리길 종용했다.
하지만 뱃속에서 태동이 느껴지는 순간, 그녀는 부모, 돈, 명예보다 리환을 택했다.
자신의 소개로 만나 결혼한 행아의 부모, 준혁과 연화의 가게에 머물며 리환을 품었고, 그곳에서 리환을 낳았다. 리환이 기어 다니기 시작했을 무렵 부터는 시골 의원의 월급 의사로 지내며 리환을 병원 한 구석에서 키워냈다.
다행히 순하고 착한 리환은 바르게 자랐지만 그녀의 마음속엔 이미 수많은 상처가 생겼다.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처음 겪어보는 현실의 어려움과 텅 빈 옆자리를 느낄 때마다 선영은 리환을 보며 결심했었다. 나는 떠나온 부유한 세상 속으로 너만은 다시 돌려놓아 줄게. 엄마와 아빠와 아들과 딸이 모두 있는 화목한 가족을 리환에게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그녀의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되었다.
그래서 리환이 옆에 계속 맴도는 행아가 보기 싫었다. 준혁이 세상을 떠났을 때 선영이 받은 상처의 크기는 세상 아무도 모를 만큼 큰 것이었다. 평생 씻어지지 않는 그 아픈 기억은 행아에게 씌워졌다. 죽음의 그림자를 달고 다니는 아이, 신발 속에 들어온 모래 한줌, 그리고 자를 수 없는 아픈 손가락, 선영에게는 행아가 그랬다.
15년 익은 우정보다 15년 익힌 술이 더 좋다는 리환의 동거인이자 훈&환 한의원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한의사.
좋아하는 건 술, 더 좋아하는 건 여자,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술 먹은 여자라는 이 남자. 농담 51%, 진담 49%의 농도로 인생을 물타기 하고 있다.
매번 6세의 말빨과 8세의 환장스러움으로 리환에게 치대 동네바보 형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살지만 알고 보면 대학 한의대를 수석으로 입학하며 그 해 수많은 동기들의 존경심을 받았던 수재였단 사실. (물론 함께 학교생활을 했던 동기들에겐 늘 술을 끼고 사는 그가 어떻게 수석 입학했는지 세계 3대 미스테리로 불리고 있다.)
그가 유일하게 힐링하는 시간은 ‘홈쇼핑 속옷 방송’을 시청할 때. 75C가 매진되는 풍경을 볼 때마다 손에 들린 맥주가 더욱 시원해지며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가 이젠 자신의 간과 신장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술을 끊으려고 한다. 누구 때문에? 바로 태희 때문에. 뜨겁게 사랑했고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 믿는 태희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한다. 태희도 좋지만 술은 더 좋았던 그.
리환과 행아의 오랜 친구이자 주변 사람들의 소식통. 그를 아는 이들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빅마우스’, ‘소식통’, ‘가십의 제왕’
도대체 누구에게, 어디서, 어떤 이야기를 듣기에 행아 집에 커피 믹스가 몇 개 남았는지, 리환네 집 앞 잡초가 얼마나 자랐는지 하물며 시크릿 가든 재료 창고에 남아있는 양파 개수가 몇 개 인지까지 알고 있는지 모든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지만 아직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우빈을 아는 모든 사람이 자신은 아무 말도 안했다고 말한다)
30kg를 감량하며 뚱뚱했던 과거의 자신을 깨끗이 지워버린 그. 더 이상 예전의 맹우빈이 아니라며 콧대를 세우지만 가장 좋아하는 일은 남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볼 때라고. 신기하게도 살을 빼기 전에도, 살을 빼고 난 후에도 도대체 어떤 알량한 재주인진 모르겠으나 그를 따르는 여자가 많다. 일명 ‘마성의 남자’라고도 불리며 리환과 행아는 물론, 다른 이들의 연애사를 도와준 전적이 화려하다.
이 모든 자신의 장점을 살려 보험 영업을 하고 있으면서 너무 뻔한 스토리처럼 매달 ‘이 달의 보험왕’ 기록갱신 중이다.
도도한 페르시안 고양이와 닮은 얼굴을 가진 행아의 동료이자 절친이다. 대학교 룸메이트로 행아와 만난 후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함께 보내온 세월은 자그마치 10년. 이젠 표정만 봐도 척이면 척이다.
그녀가 방송국 로비를 걸어가면 홍해처럼 좌우가 갈라지며 DJ 세영과 함께 걸어가면 사람들은 정작 연예인 세영이 아닌 태희의 얼굴 앞으로 펜과 종이를 내밀어 난감한 상황이 생길 때도 많다.
뛰어난 미모를 가졌지만 겉모습도 뾰족, 내뱉는 말은 더욱 뾰족해 송곳 같은 여자로 불려 웃기만 잘하는 행아와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친구지만 사실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이들에겐 마음이 활짝 열리는 외강내유형 여인.
어린 시절, 알코올중독자 아버지로 인해 그 누구보다 술 냄새를 싫어한다. 그래서 하루에도 술독에 3-4번씩 몸을 빠트리는 지훈과 그녀가 사귀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둘의 사랑을 호기심 어리게 지켜봤지만 결국 술, 그리고 여자 때문에 헤어졌다.
헤어지고도 여전히 술에 빠져 사는 지훈이 보기 싫었던 그녀, 그런데 이젠 지훈이 술에 빠져 살든, 여자와 뒹굴든 상관없다. 왜? 그녀의 마음속에 다른 남자가 들어왔기 때문에. 그는 술도 좋아하지 않고 돈도 허투루 쓰지 않으며 그녀가 감싸줘야 할 거 같은 외로움을 간직한 남자다.
술을 끊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지훈,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남자. 과연 그녀의 선택은 누가 될 것인가?
CBM ‘까만 라디오’의 DJ를 맡고 있는 40대 여배우. 행아를 비롯한 라디오 식구들의 하루하루 늘어나는 주름살 지분을 95% 책임지고 있는 말썽꾸러기 DJ다.
탑은 아니지만 왕년에 잘나가던 여배우란 높은 자의식 하나로 심심하면 원고 무시하고 방송하는 건 일상이요, 우울할 때, 기분 나쁠 때, 날씨가 마음에 안 들 때 심지어 키우는 애완견이 아플 때도 방송 안 하겠다 떼쓰는 게 일인 왕년에 잘나가던 하이틴 스타.
평소 뇌를 거치지 않고 입으로 바로 내뱉는 어휘력으로 인해 처음엔 청취자들의 반발도 심했지만 지금은 나름 가려운 곳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사이다 화법으로 꽤 많은 마니아를 만들기도.
하지만 뇌는 걸어 다니고 먹기 위한 수단에나 사용하며 입으로 생각을 바로바로 말하는 성격 탓에 활동 내내 구설수를 달고 살았던 그녀. 나름 잘나가던 여배우 시절 만만찮게 싸가지를 물에 말아먹은 여후배와의 싸움으로 인해 시기, 질투로 후배에게 손찌검을 한다는 루머가 퍼지며 연예계에서 매장당한 전적이 있다.
이후 몇 편의 재기작품을 말아먹고 놀고 있는 그녀를 유일하게 불러준 곳이 CBM ‘까만 라디오’의 DJ자리. 매번 ‘80억 대작을 하던 내가 2%도 안 되는 청취율의 라디오를 진행한다’며 남아있는 콧대를 세우지만 이마저 잘릴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녀만 모른 채 라디오국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여배우 시절부터 예쁜 얼굴 하나로 버텨온 여배우답게 개념은 패스, 다소 방송에 부적절한 어휘는 옵션으로 매번 스텝들의 간을 철렁이게 만들며 뒤늦게 들어온 28살 막내 작가 준수를 누구의 동의도 없이 매니저 겸 스텝으로 달고 다니며 이용해 먹지만 철없이 떠드는 소리와 상큼한 미소로 스텝들의 얼굴에 미소를 선물해주는 분위기 메이커기도 하다.
최근 용하다는 점집 다니는 게 취미 생활이 돼버린 그녀. 올해 멋진 남자가 생긴다는 점괘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는데 과연 점쟁이의 말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28살이란 늦은 나이에 라디오 막내작가로 들어왔다. 깔끔하게 정돈된 이목구비에 쫀득해 보이는 꿀 피부만 보면 화목한 가정집에서 대학 졸업까지 편하게 학교생활 후 사회전선에 뛰어든 거 같아 보이지만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오산!
고 1때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2남 1녀 중 장남으로 실질적인 가장역할을 하며 28년 인생을 살아오고 있는 중이다. 학창시절, 다른 친구들이 옆 학교 얼짱 여고생을 보러 담을 타러 갈 때 자전거를 타며 새벽 신문을 돌리고, 고기 집 불판을 갈며 인생을 먼저 배운 그. 대학교 시절 역시 알바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어머니, 그리고 두 동생을 위해 지금도 물심양면 애를 쓰는 중이다.
영화를 좋아했던 아버지를 따라 타고난 영화광으로 자랐으며 원래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지만 가족을 위해 돈부터 벌고 있는 중. 일찍부터 단맛보단 쓴맛, 매운 맛, 눈물 맛부터 맛본 세상맛에 겉보기와 다르게 남자답고 강단 있는 성격이다.
섬세한 글 솜씨와 군소리 없는 일처리, 성실한 태도로 ‘까만 라디오’ 식구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지금은 막내 작가 겸 오세영의 매니저 역할까지 하고 있는 중이다.
매번 영화 속 메릴 스트립을 귀감삼아 준수에게 사적인 부탁이며 공적인 미팅장소까지 데리고 다니는 세영이 귀찮을 법도 한데 준수의 표정엔 늘 미소가 걸려있다.
시크릿 가든에서 깡패삼촌과 공주이모와 함께 살며 시크릿 가든의 젊은 피를 담당하고 있는 발랑 까진 여고생 동화. 식구 같지만 식구 아닌 식구 같은 깡패삼촌, 공주이모와 함께 살고 있다.
어린 시절, 고아원에 있을 때부터 노쉡과 공주의 후원을 받았고 17살이 지나 고아원을 나오게 된 후 노쉡과 공주에게 정식으로 입양되었지만 아직은 아빠, 엄마라 부르는 게 익숙지 않아 삼촌과 이모로 부른다. 두 사람에겐 또 다른 행아, 품어야 하는 작은 새가 바로 동화인 것.
예쁘장한 외모완 달리 고등학교를 대학교처럼 다니며 접두사마다 개, 말, 소 등을 달고 다니는 험한 입을 가졌다. 그런 그녀의 꿈은 단 하나, 바로 멋진 오빠 박리환의 아내가 되는 것!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리환오빠가 시크릿 가든을 찾아올 때마다 동화가 준비하는 것은 자칭 앵두 같은 입술을 보여주고자 하는 펭귄입술 화장과 쭉 뻗은 각선미를 보여주기 위해 한 단, 기분 좋을 땐 두 단을 접어 올리는 치맛단.
하지만 리환에게 그런 동화는 아직 어린 아이일 뿐이다. 가뜩이나 자신을 어리게만 보는 리환 오빠 때문에 속상한데 시크릿 가든 식구들은 모두 행아 언니 편이니 동화는 때때로 행아가 몹시 얄밉다.
전직 미스코리아 출신. 태어날 때부터 타고났고 50대가 넘어도 간직한 날씬한 몸매가 그녀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주일에 3번 꼬박꼬박 받는 에스테틱으로 세월을 거스르는 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그녀. 이 재벌 집에 들어 올 때도, 살아오면서도 믿을 건 아름다운 미모 하나 밖에 없다.
핵전쟁보다 트린트먼트를 하지 못해 푸석한 헤어가 더 큰 문제고, 골목길이 시끄러워지는 게 싫어 주변 집들을 다 사버리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전형적인 부잣집 마나님.
삼남매 중 유일하게 열성 유전자만 전달된 이슬이 제대로 결혼이나 할지 하루하루 걱정이 태산이다. 게다가 오랜 세월 자신을 구박해 온 시어머니를 쏙 빼닮은 이슬의 외모를 볼 때마다 마음과 다르게 입에선 고운 말이 나가질 않는다. 그래서 이슬과 그녀의 만남은 늘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