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남편이 배신한다. 미대 졸업 후 동네 인테리어 가게의 디자이너를 하고 있다. 말이 좋아 디자이너지 노가다 잡역부. 현장의 아저씨들과 시멘트 바닥에 앉아 백반 시켜 먹으며 웬만한 인부 몫 하나는 알차게 해낸다. 땀 냄새에 쩔어 퇴근하면 녹초가 되지만 선주는 땀 흘리며 하는 이 일이 좋다. 이 일로 남편 뒷바라지해서 건축사 만들고 해외 석사까지 만든 열녀 춘향이, 그러나 현실의 이몽룡은 춘향이에게 돌아와 주지 않았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자신의 고교 동창 진상아와 바람이 나버린 남편. 그것들을 생각하면 부글부글 치밀고 뒷목이 당긴다. 어려선 집안의 기대주가 아니었으나 엄마의 자랑이던 진주 언니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결혼을 하자 엄마의 프라이드는 둘째인 선주에게로 옮겨왔었다. 그러나 어딘가 못 믿을 상이라던 남진을 남편감으로 데려와 엄마 만은의 마음을 찜찜하게 하더니, 결국 그놈에게 호되게 배신을 당하며 이혼을 하고 엄마 속을 뒤집는다. 거봐라 내 뭐랬니. 남자가 그렇게 여우상이면 안 된다고~ 안 된다고 했잖니. 그래도 내 식구 되고는 잘 지내보자 했더니 썩을 놈, 어른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데 너는 어쩌고저쩌고... 하며 펄펄 뛰는 엄마. 정작 가장 속이 쓰리고 뒤집히는 건 선주 본인인데 티도 못 내고. 번개에 콩 볶듯 이혼하고 딸 지현이를 데리고 친정에 들어온다. 죽 쒀서 개 주고 왔냐는 통한의 하소연을 들으며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 열 몇 대쯤 후드려 맞는 신고식을 치르고 간신히 친정에 입성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