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타운 황모과 단편소설 | |
장르 | 추리/미스터리/스릴러 |
저자 | 황모과 |
출판사 | 우주라이크소설 |
출간 정보 | 2022.06.14 전자책 출간 |
분량 | 약 1.8만 자 |
독점 감상 |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4575000003 |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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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작가 황모과가 2022년 6월 리디에서 발표한 단편소설.피스타운
이곳은 과연 이름처럼 평화로운 곳일까?
한적한 바닷가에 가까운 이곳. 뒤로는 깊은 숲, 앞으로는 절벽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인공섬 같다.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길목은 딱 하나, 그러나 그 길에는 차량도 인적도 없다. 고립된 곳이지만 시설 안에 머무른다면 생활은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갈 수 없기에 나갈 생각을 안 하게 된 걸까, 아니면 나갈 생각을 안 하게 된 바람에 아무도 나갈 수 없게 된 걸까? 매일 정류장에 앉아 생각했다. 뭐가 먼저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 신세가 서글퍼지곤 했다.
나는 강온이와 부모님이 조만간 만나러 와줄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믿음이 굳을수록 한치도 움직일 수 없다는 게 또 딜레마였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대를 배반하고 이곳에 머물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에야 움직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족들은 왜 나를 만나러 오지 않을까? 답 없는 의문에 빨려들 때면 주체할 수 없이 외로웠다. 애써 외면하고 방치한 불길함이 곪은 상처에서 피고름 터지듯 꿀렁꿀렁 쏟아졌다. 방으로 돌아가면 오늘 느낀 암울한 심정을 글로 잔뜩 적어내야겠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이곳에선 버틸 수 없었다.
피스타운에는 예술가들이 많았다. 타운 내 입주자들에게 미술 음악 문학 등 예술 활동이 장려되고 지원되었다. 타운 내 생산한 작품을 바깥세상에 발표하도록 돕는 프로듀서들도 있었다. 타운에 입주한 뒤 데뷔한 사람들도 많았다. 건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에세이스트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들의 글은 언제나 수요가 있었다. 반면에 내가 쓰는 우울하고 비관적인 일기는 타운 안에서든 밖에서든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타운 내 출판위원회에 글을 제출했지만 위원장과 심사위원들이 반려했다.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 거칠게 드러낸 어두운 내면이 팬시한 상품이 될 수 없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투고를 거절당하는 일은 타운에 입주하기 전부터 익숙했다. 하지만 거절당한 뒤 앞으론 도대체 뭘 써야 할지 고민하는 일엔 변함없이 서툴렀다.
<피스타운> 본문 중에서
이곳은 과연 이름처럼 평화로운 곳일까?
한적한 바닷가에 가까운 이곳. 뒤로는 깊은 숲, 앞으로는 절벽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인공섬 같다.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길목은 딱 하나, 그러나 그 길에는 차량도 인적도 없다. 고립된 곳이지만 시설 안에 머무른다면 생활은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갈 수 없기에 나갈 생각을 안 하게 된 걸까, 아니면 나갈 생각을 안 하게 된 바람에 아무도 나갈 수 없게 된 걸까? 매일 정류장에 앉아 생각했다. 뭐가 먼저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 신세가 서글퍼지곤 했다.
나는 강온이와 부모님이 조만간 만나러 와줄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믿음이 굳을수록 한치도 움직일 수 없다는 게 또 딜레마였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대를 배반하고 이곳에 머물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에야 움직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족들은 왜 나를 만나러 오지 않을까? 답 없는 의문에 빨려들 때면 주체할 수 없이 외로웠다. 애써 외면하고 방치한 불길함이 곪은 상처에서 피고름 터지듯 꿀렁꿀렁 쏟아졌다. 방으로 돌아가면 오늘 느낀 암울한 심정을 글로 잔뜩 적어내야겠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이곳에선 버틸 수 없었다.
피스타운에는 예술가들이 많았다. 타운 내 입주자들에게 미술 음악 문학 등 예술 활동이 장려되고 지원되었다. 타운 내 생산한 작품을 바깥세상에 발표하도록 돕는 프로듀서들도 있었다. 타운에 입주한 뒤 데뷔한 사람들도 많았다. 건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에세이스트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들의 글은 언제나 수요가 있었다. 반면에 내가 쓰는 우울하고 비관적인 일기는 타운 안에서든 밖에서든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타운 내 출판위원회에 글을 제출했지만 위원장과 심사위원들이 반려했다.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 거칠게 드러낸 어두운 내면이 팬시한 상품이 될 수 없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투고를 거절당하는 일은 타운에 입주하기 전부터 익숙했다. 하지만 거절당한 뒤 앞으론 도대체 뭘 써야 할지 고민하는 일엔 변함없이 서툴렀다.
<피스타운>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