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혁필화는 가죽으로 만든 붓을 사용해 문자와 그림을 결합한 전통 예술로, 빠른 필법과 현란한 색채가 특징이다. 비백서와 문자도에서 유래한 혁필화는 조선 시대에 장식과 교육 수단으로 활용되었으며, 주로 가정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문구를 담았다. 1930년대부터 등장한 색채 혁필화는 6·25전쟁 이후 시골 장터에서 융성했으며, 장돌뱅이들이 이름, 가훈, 덕담 등을 그려주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인기를 끌었다. 오늘날에는 민속촌과 전통 행사장에서 간혹 볼 수 있으며, 민속 문화의 중요한 일면으로 평가된다.출처:서동진,혁필화(革筆畵)의 계승과 대중화를 위한 연구,문화정책논총 2020[1]
혁필화는 캘리그라피와도 비슷한데 서양에서는 rainbow caligraphy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혁필화는 민화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있어서 '문자'보다는 '그림'에 가깝다. 가죽 붓으로 그린 문자 그림이 말 그대로 혁필화의 정의인 셈. 가죽 조각의 양 모서리에 안료와 물을 각각 묻히면 농담(濃淡)효과가 생기고, 양 끝과 중앙에 여러 색을 묻히면 혼색(混色) 효과가 생긴다.[출처] 이러한 효과를 통해 '혁필화'하면 생각나는 특징적인 인상이 완성된다
[3]
요즘은 가죽 대신 구하기 쉬운 인조가죽이나 펠트로 만든 천을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 가죽 붓은 아니지만 다른 재료를 통해 혁필화의 느낌과 멋을 살린 것 또한 넓은 범위에서 혁필화라고 부른다.
2. 특징
혁필화는 신속성, 간결성, 장식성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신속성은 붓을 빠르게 움직여 번짐 효과를 살리는 것으로, 보통 한글 이름을 1분 안에 완성할 수 있을 정도다. 간결성은 복잡한 획을 단순화하여 상징적인 그림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장식성은 문자와 그림을 결합해 예술적 표현을 강조하는 형태에서 나타난다. 문자를 기반으로 한 예술이므로 메시지 또한 명확한 것이 혁필화의 특징이다.3. 기능
예로부터 혁필화는 집안에 그림과 함께 병풍이나 액자 등으로 붙어있는 장식물이었다. 글자의 의미를 아름답게 전달함은 물론, 악귀를 쫓거나 복을 기원하는 무속적인 용도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특히 재료로 사용되는 오방색(五方色), 용이나 호랑이 그림, 무병장수(無病長壽)·부귀공명(富貴功名) 같은 문구들로 혁필화가 생활 속에서 무속적인 기능도 담당했음을 알 수 있다.4. 유래
혁필화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비백서와 문자도를 알아야 한다. 비백서의 양식과 문자도의 의의가 조합된 것이 혁필이기 때문이다.4.1. 비백서(飛白書)
비백서는 붓에 먹을 충분히 묻히지 않은 채로 쓰는 글씨체로서, 조직이 질긴 나뭇가지를 짓이겨서 만든 버드나무, 칡나무, 대나무를 붓으로 활용했다. 따라서 획이 날아가듯(飛) 하고 희끗희끗한 여백(白)이 보인다. 혁필화는 서예 기법의 하나인 비백서와 형태적 유사성을 가진다. 그래서 결과물을 기법으로 볼 때 혁필화와 비백서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비백 방법에서 붓의 재료가 가죽 조각으로 바뀌면서 혁필이 된 것이다.
[4]4.2. 문자도(文字圖)
문자도는 문자의 획 안이나 그 주변에 그린 민화의 일종이다. 문자를 소재로 한 장식성 강한 민화인데, 혁필화는 문자도에서 파생했다.[5]
문자도를 통해 조선 시대 후기의 교육관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주제에 따라 복을 기원하거나 액운을 좇는 것,효 사상을 강조한 문자도 등으로 나눈다.[6] 다른 미술 장르보다 윤리적이고 이념적인 면이 강했는데, 정작 본토인 중국보다도 조선의 문자도가 더 유교적인 색채가 강했다고 한다.
5. 혁필 그리기
혁필의 핵심은 그림과 글자를 조합하는 것이다. 빠른 시간내에 가느다란 세필도 아닌 넓은 가죽 붓으로 글자와 그림을 아름답게 조화시키기란 쉽지 않다. 사용되는 물감이 화려하고 그림이 복잡할수록 가독성이 떨어지는데, 그렇다고 그림과 색조를 줄이면 멋이 없어진다. 글자의 심미성을 위하여 균형이 중요한데, 기본이 되는 '선 그리기' 부터 많이 연습해야 한다.▲혁필 '선' 그리기 연습, 출처:유튜브 고간수
5.1. 글자 구성의 요령
그리기 전에 그림의 전체 구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구성이 너무 파격적이면 가독성이 떨어지지만, 세련된 현대 캘리그라피 구성을 응용하면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한자는 종이 위에 마음속으로 정사각형을 그리고 그 안을 꽉 채운다는 느낌으로 써야 한다. 한글은 타원에 우측 정렬하여 그리면 균형이 잘 맞는다.▲정방형의 틀을 따른 한자 혁필화(수복,壽福) [7]
5.2. 혁필에서 자주 사용되는 상징
혁필은 장수와 행복을 기원하는 역할도 했기 때문에 ‘덕담’ 혹은 좋은 뜻을 가진 한자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그림을 그 안에 담은 혁필의 특성 상 길한 상징이되는 동물들도 많이 사용되었는데, 대표적으로 장수생물인 ‘학’ ‘바위’ 등이 있다. 그 외에도 혁필에서 자주 사용되는 상징들은 아래와 같다. 혁필화의 표현은 현대적 감각으로 구성하되, 되도록 위와 같은 길한 문양이나 상징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예시 그림(물고기, 학, 해 사용) | 형상 | 상징 |
물고기 | 효도, 금전운, 사업 번창, 입신출세 | |
용 | 등용, 입신출세, 시험합격 | |
소나무, 대나무 | 충절, 지조 | |
새우 | 화합, 충절 | |
공작 | 재앙을 막음, 미적 감각, 덕을 쌓음 | |
학 | 장수, 병의 회복, 부부의 원만함 | |
거북이 | 장수, 병의 회복, 수호 | |
태양 | 밝은 미래, 성공, 상승 |
6. 활동하는 혁필작가 목록
현재는 혁필작가가 과거와 달리 찾기 힘든 실정이다. 활동이 이어지는 작가들은 아래와 같다.[1] 이 문서의 전반적인 출처가 해당 논문에 있음을 밝힘[출처] 서동진,혁필화(革筆畵)의 계승과 대중화를 위한 연구,문화정책논총 2020[3] 혁필에 사용되는 가죽 붓[4] 우리나라와 중국의 비백서 - (좌)우리나라 비백서 (26×100cm, 1900년대 추정) - 개인 소장 / (우)중국 비백서 - 작가 미상- 서동진(2020)[5] 엄재권, 효제문자도(孝悌文字圖) , 40×73cm×2, 2005[6] 출처[7] 한자 혁필화(수복, 壽福) 목숨 ‘수(壽)’23) (18×13cm) - 서동진(2017) 복 ‘복(福)’24) (18×13cm) - 서동진(2018)[8] 2024년 기준 무려 100세인데도 활동하신다. 기사